연두색 암술, 연한 보라색 수술에다 꽃술 주변을 빙 둘러싼 초록색 깔때기. 변산바람꽃의 특징이다. 2월 중순 전남 여수 향일암 근처는 육지에선 가장 먼저 변산바람꽃이 피는 곳이다. 다래 덩굴을 치우며 자갈밭 샛길을 좀 오르면 만날 수 있다. 낙엽 사이로 올라온 10㎝ 정도 줄기 끝에 하얀 꽃이 하나씩 피어 있다. 곳곳에 두세 송이씩 널려 있고, 십여 송이가 무더기로 피어 있는 곳도 있다.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은 복수초와 함께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일반인에게는 좀 낯설 수 있지만, 야생화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익숙한 꽃이다. 수줍은 듯 꽃봉오리에 연한 분홍빛이 도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이 꽃을 ‘변산 아씨’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꽃은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2~3월에 핀다. 그래서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새해 첫 꽃 산행(山行) 대상은 변산바람꽃인 경우가 많다. 변산 바람꽃 사진을 올리며 새해 첫 ‘알현’의 기쁨을 담은 표현을 덧붙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요즘은 이름이 좀 알려지면 야생화도 금방 수목원이나 공원에서 볼 수 있는데 변산바람꽃은 아직도 산에, 그것도 좀…
2018-03-02 09:00금리 인상은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얼마 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올렸다. 6년 5개월 만이다. 미국 연방준비 은행(FED)도 기준금리를 슬금슬금 올린다. 바야흐로 금리인상의 시대다. 이제 시중 은행들은 오른 기준금리(1.5%)를 바탕으로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를 맞춰가게 된다. 우리 일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은행이 시중의 돈을 거둬 들인다는 뜻이다. ‘금리(이자율)’가 올라가면 일단 이자 부담이 커진다. 그러면 대출을 받는 사람이 줄어든다. 경제에서 대출은 곧 투자를 의미하는데,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거나 미용실을 차리거나 중소기업이 신규 라인을 증설하는 것. 이들 모두가 투자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비용이 커지고 그래서 투자가 줄어든다. 경기를 이렇게 의도적으로 조금 무겁게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금리인상’이다. 돈의 유통속도가 빨라진다 그렇다면 경기를 왜 무겁게 할까? 경기부양을 해도 시원찮을 것 같은데…. 경기가 좋아지거나 너무 급상승하면 돈의 유통속도(V)가 빨라진다. 돈의 유통속도가 빨라지거나 시중에 공급된 돈의 양(M)이 많아지면 화폐 가격(P)이 여지없이 내려간다(시장에 배추 공급이 늘면 배춧
2018-03-02 09:00스포츠가 나라 상황과 별개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올림픽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히틀러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했다. 한국의 경우 한일 국교 수립이 임박한 상황 에서 참가가 결정된 1964년 도쿄 올림픽이 국내 여론을 뒤흔들어 놓 았다. 이 올림픽은 일본에게도 중요했는데, 일본은 도쿄 올림픽 마지막 경기로 마라톤이 아니라 일본의 전략 종목인 여자 배구를 배치했다. 소련과의 결승전은 66.8%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주최 측으로선 다행스럽게도 일본팀이 소련팀을 3:0으로 완파했다. 88올림픽에서 소련을 응원했던 사람들 88올림픽은 그 자체로 냉전 구도의 축소판이었다. 전두환 정권이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전 세계에 홍보하겠다는 목적을 숨기지 않고 여러 가지 노력을 경주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당시 남한 내에서 활동하던 공산주의자들의 노력이다. 애초 올림픽 개최 자체를 극렬히 반대하던 남한 내 공산주의자들은 점점 ‘현실론’으로 전략을 수정해 나갔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세계가 아니라 소련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전 세계에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이다. 마
2018-03-02 09:00모든 일은 끝판에 진경(眞境)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운동경기이다. 결국은 경기의 끝판, 그걸 보려고 관 중이 몰려드는 것이다. 경기 과정의 치열함도, 감동의 연출도, 선전 분투의 미덕도, 그 경기의 끝판과 더불어서 비로소 그 참 의미가 드러나는 것이다. 끝판이 중요하기로는 ‘잔치’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성대하고 휘황찬란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잔치의 끝판이 싸움판이 되어버렸다면 말이다. 그런 잔치는 안하기만 못하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감동적 사랑은 끝판에 드러난다. 1926년 발간된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집 님의 침묵에는 모두 88편의 시가 실려 있다. 그 88편의 첫 작품이‘님의 침묵’이고 맨 마지막 작품이 ‘사랑의 끝판’이다. 첫머리 작품은 ‘부재하는 님’을 향한 슬픔과 그리움을 나타내고, 맨 끝의 작품 ‘사랑의 끝판’은 ‘돌아오는 님을 맞는 벅찬 기쁨’을 토로한다. 이 시집이 담은 시 정신의 총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님의 침묵’만 보아서는 안 된다. 맨 끝에 있는 ‘사랑의 끝판’을 함께 보아야 하는 것이다. 만해가 말하는 님과의 사랑, 그 사랑의 진경은 ‘사랑의 끝판’에서 더 절절하고 여실하다. 생각해 보면 아무리 순정으로 시작한 사
2018-02-01 09:00야생화 좋아하는 것을 아는 주위 사람들이 가끔 “겨울에는 무슨 꽃을 보러 다녀?”라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겨우살이”라고 말하고 있다. 겨울 산에서 긴 망원렌즈를 갖고 나무 위를 향해 셔터를 누르는 사람이 있으면 겨우살이 보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 눈이 내린 직후이고 하늘도 파란 날에 겨우살이를 담는 것은 꽃쟁이 들의 로망 중 하나다. 겨우살이는 엽록소를 갖고 광합성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숙주 나무에서 물이나 양분을 일부 빼앗는 반(半)기생식물이다. 기본적으로 얌체 같은 식물이다. 겨우살이의 이같이 얄미운 점을 잘 드러낸 소설이 방현석 소설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 있는 겨우살이(1996년 작)다. 주인공 서 선생은 전교조 탈퇴각서를 쓰고 복직한 고3 교사다. 그런데 가난한 제자의 진학지도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누이가 운전자 과실로 교통사 고를 당해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런데 가해자는 사죄도 하지 않고 ‘법대로’ 만을 외치는 뻔뻔함을 보인다. 가해자 아파트에 찾아가는 길에 주인공은 얼핏 까치둥지를 겨우살이로 착각하는데, 어린 시절 누이와 겨우살이에 얽힌 추억이 있었다. 겨울 산기슭은 군락 하는 참나무와 상수리나
2018-02-01 09:00투자에 대해 유통되는 것 중 가장 흔한 착각은 ‘누군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그만큼 잃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이 아니다. 주식으로 예를 들어보자. 어떤 회사의 주식이 100 원에서 한 달 만에 200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하자. 투자자 A는 100원에 사서 130원에 팔았다. B는 130원에 사서 160원에 팔았다. C는 160원에 사서 200원에 팔았다. A, B, C 모두 돈을 벌었고 ‘누군가 돈을 번 만큼 잃은’ 사람은 없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 모두가 돈을 잃는 상황도 가능하다(물론 주가가 올라도 누군가 돈을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누군가 돈을 번 만큼’ 잃는 건 아니다). 욕망의 역사 ‘누군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그만큼 잃어야 한다’는 말은 전체 시장의 크기가 고정돼 있다는 가정 하에서만 참이다. 예를 들어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노름판이라면 누군가 돈을 벌면 그만큼 잃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본시장은 그렇지 않다. 시가총액이라는 이름의 전체 ‘판’이 실시간으로 그 크기를 바꾸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는 비정기적으로 투자 광풍이 불어 닥치곤 한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의 닷컴 열풍
2018-02-01 09:00갈라파고스로 가는 우리의 길은 특히나 멀고, 험하고 복잡했다. 거리로 따지면 사실 에콰도르의 키토에서 비행기 만 한 번 타면 되는 정도였지만 갈라파고스 여행의 필수 코스 격인 섬을 둘러보는 교통수단 요금과 환경보전금 명목으로 내야 하는 1인당 10만 원 정도의 섬 입장료, 그리고 투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요트 투어비를 합하니 가난한 배낭 여행자가 부담하기엔 감히 넘보지 못할 커다란 장벽과도 같은 금액이 산정되었다. 일주일간 둘이 함께 갈라파고스에 다녀올 비용이라면 여권에 웬만한 국가 하나의 방문 도장도 찍을 수 있을 정도이니 고민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무리 큰마음 먹고 세계 여행을 떠나왔다고 해도 그 큰돈을 덜컥 내고 다녀올 만큼 배짱이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중이었다. 갈라파고스 여행의 핵심, 요트 투어 우리는 몇 날 며칠을 고민 후 포트폴리오를 담은 노트북을 들고 갈라파고스 투어를 운영하는 요트 회사의 본사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왜? 맨땅에 헤딩하듯 현지의 요트 회사들과 부딪친 요지는 간단했다. “나는 한국의 프로페셔널 포토그래퍼다. 당신의 회사에서 운영하는 갈라파고스 투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멋지게 사진으로 담아주
2018-02-01 09:00다섯 살의 아이가 아침부터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조른다. 아이가 읽어달라는 책은 라푼젤. 그날따라 몸이 아픈 할머니는 모로 돌아누워 “그려 나중에 하자”, “그만 하면 됐다” 얘기하는데 아이는 계속해서 책을 읽어달라고 조른다. 이혼 후 집을 나간 어 머니와 돈 벌러 집을 떠난 아버지.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쯤 집을 찾아 아이를 잠시 보고 다시 떠나기를 반복하고, 늙은 몸으로 그나마 아이를 돌보던 할머니는 요즘 들어 자꾸 몸 이 아프다며 드러눕고…. 그런 상황에서 아이는 오늘도 라푼젤을 읽어달라고 조르고 또 조른다. 그리고 그 책은 어제도 여러 번 읽어주었던 바로 그 책이다. 왜 이 아이는 같은 동화책을 계속 읽어달라고 조를까? 왜 이 아이는 같은 동화책을 계속 읽어달라고 조르고 있을까? 왜 할머니가 아플 때는 더 절박하게 이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걸까? 어느 아동 분석사례에서 나온 이 이야기는 동화가 아이들에게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아이들이 동화 속에서 어떤 환상을 보고 싶어 하는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후에 분석결과를 통해 아이가 가지고 있는 공포가 전형적인 ‘유기공포’이며,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 줄 구원자를 너
2018-02-01 09:00인사란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다. 아니, 세상에 인사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살아가며 경우에 맞게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내가 인사를 하고 상대가 내 인사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였는지, 상대방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계가 있다면 우리들 모두는 놀랄 것이다. 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닌 인사였는데, 그걸 저 사람은 저렇게 기분 나쁘게 받아들 였단 말이야. 아니, 내 인사가 저렇게 건방진 느낌을 주었다는 거야. 아니, 나는 진정을 담아서 말했는데 저 친구에게는 시큰둥 하게 들렸단 말이야. 등등 이렇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검증해 볼 수도 있다. 근자에 모임에서 받았던 인사 중에 완벽하게 만족스러웠던 인사가 얼마나 되는지를 헤아려 보라. 나라는 존재가 진정으로 미덥게 존중받으면서, 동시에 상대의 인간적 덕성이 자연스럽게 와닿는 그런 인사를 얼마나 받았었는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인사는 이게 문제이고, 저 인사는 저게 문제이고 등등 인사 흠을 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음을 바로 나 자신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를 하고도 인사의 효과는커녕 오히려 욕을 먹는 사람이 많다. 하나마나한 인사를
2018-01-02 14:40늦가을부터 겨울에 산에 오르다 보면 유난히 붉은 열매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청미래덩굴, 찔레꽃 열매를 비롯해 팥배나무, 백당나무 열매 등이 모두 빨간색이다. 이들 열매들이 붉은 것은 사람들 보기 좋으라는 것이 아니라 새들의 눈길을 끌려는 목적이다. 새들이 이 열매를 먹으면 과육은 소화가 되지만 씨는 배설하게 되는데 이런 방식으로 나무 들이 씨를 멀리 퍼트리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청미래덩굴 열매는 전국 어느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혹시 이름을 몰랐더라도 지름 1㎝ 정도 크기로 동그랗고 반들반들한 빨간 열매 사진을 보면 많이 본 열매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현기영의 중편소설 ‘순이삼촌’에는 이 청미래덩굴이 나온다. 소설을 읽기 전엔 순이삼촌이 당연히 남자인 줄 알았다. 책을 읽어보니 순이삼촌은 화자의 먼 친척인 아주머니였다. 제주도에서는 아저씨, 아주머니를 구분하지 않고, 촌수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흔히 ‘삼촌’이라 부른다고 한다. 순이삼촌은 4·3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마을에 학살이 있을 때 가까스로 살아남은 인물이었다. 소설엔 당시 참상이 충격적일 정도로 자세히 나와 있다. 중산간 마을 주민들은 ‘밤에는 부락 출신 공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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