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남학생이 성적은 꼴찌인데 여전히 컴퓨터게임에만 빠져 있어 담임교사가 물어봤다. “너 고등학교는 어디 갈거니? 도대체 나중에 뭐 할 거니?” 학생은 “저 특전사 할 건데요”라고 대답했다. 며칠 전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러자 교사는 “너 특전사 못해, 특전사는 고등학교 졸업해야 하는데 넌 고등학교 못가잖아”라며 면박을 줬고 학생은 열받아 뛰쳐나오면서 욕을 하고 난리를 피웠다. 담임교사는 끝내 학생을 감당하지 못하고 상담실로 데려왔다. 교사는 학생의 진학이 걱정됐고 아직 학기 초반이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노력하도록 해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일 뿐 아니라 아이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말이다. 가끔 학부모 중에도 이렇게 아픈 곳을 건드리면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분노의 감정도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이 에너지는 승화의 기제로 사용될 때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실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학생 중에는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알고 빠져나오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돼서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
2014-06-13 17:56평소 모범적이고 학업에도 성실한 여학생이 친구문제로 상담실을 찾아왔다. 언제부턴가 한 친구로 인해 마음이 괴롭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친구와 평범하게 지내왔고 몇 명의 친구와는 특별히 더 친하게 지냈는데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 한 명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유도 말하지 않고 계속 자신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자신도 이제는 그 친구가 싫어지게 됐고 그 친구 때문에 마음이 너무 불편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학생의 경우 이런 이유로 상담실을 찾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이런 경우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말하면 그 친구에게 이유를 물어보라는 권유를 듣곤 한다. 그러면 대부분은 친구에게 가서 “내가 너에게 뭐 잘못 한 거라도 있니?”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런 질문을 받고 쉽게 이유를 말해줄 친구도 없지만 말을 한다 해도 그건 분명 상처가 되는 대답이었을 것이다. 이유를 들은 아이는 더 큰 상처를 입게 되고 상대방 친구는 더 짜증나서 다른 친구에게 그 친구의 욕을 하다가 심지어는 단체로 싸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은 모르면서 따지듯이 묻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한편 부모님이나
2014-05-28 14:05특별한 날이 아니라 평소에도 학교에서 독도 캠페인을 벌이면 독도에 관한 지식도 쌓고 학생들의 관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어떤 내용으로 독도 캠페인을 벌일 것인지 전교어린이회나 학생회 주관으로 충분히 의논하도록 한다. 가급적 학교 모든 학생이 참가하도록 계획한다. 독도 기본 지식 팀, 역사 팀, 생태계 팀, 경제 팀, 국제정치 팀 등으로 나눠 보다 알찬 내용을 준비하도록 한다. 손수 피켓도 제작해보고 독도 자랑거리 스티커 붙이기, 독도를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 뽑기, 독도사랑 4행시 짓기, 독도경비대에게 편지쓰기, 독도 플래시몹 등도 함께 진행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초등학교는 한글로 독도를 알리는 캠페인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일이다. 중·고등학교는 더 나아가 일본어, 영어를 사용해 캠페인을 하면 더 좋겠다. 일본어, 영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리는 문구를 깊이 있게 작성한다. 일본어로 독도 캠페인을 하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가는 일본인도 있겠지만 욕하고 가는 일본인도 만날 수 있다. 그런 상황도 슬기롭게 최대한 이성적으로 잘 이겨내고 힘내서 독도 캠페인을 한다면 삶에 있어 정말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학교 근처 가게나 시
2014-05-22 18:01시험을 앞둔 어느 날 한 여학생이 찾아와 자신은 시험 기간만 되면 배가 아파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는 시험시간 중에도 배가 아파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화장실을 가기위해 나오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이는 시험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신체화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신체화증상을 나타내는 사람은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으로 얻는 이득이 있기 때문에 이런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즉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신체적인 증상을 나타내 심리적 갈등을 회피하는데 이때 무의식이 얻는 이득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신이 숨기고 싶은 것, 예를 들면 자신이 머리가 나쁘거나 노력하지 않아서 시험을 망쳤다는 것 등을 숨길 수 있고 둘째는 주변사람들로부터 위로와 격려 등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의식에서 의도한 것이 아니므로 본인에게 말하면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이 학생에게 일단 건강한 자아방어기제인 ‘예견’을 사용하도록 해봤다. 예견이란 실제적이든 또는 잠재적으로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일이든 내적인 불편감이나 걱정스런 일들을 미리 생각하고 이를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2014-05-15 15:54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이하 인실련)은 지난달 29일 시·도인실련 실무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고 인실련과 시·도지회 간 네트워크 및 사업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앙인실련과 시·도인실련 조직 간 연계 및 기부금 활성화 방안, 올해 주요 추진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인실련은 이밖에도 기부금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상시 모금운동을 통해 인성교육 발전을 위한 학교·민간단체·정부의 실천적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또 학교 중심의 ‘언어생활문화 운동’, 가정 중심의 ‘효 교육 실천운동’, 사회 중심의 ‘100감사 운동’을 시·도 지회와 협력, 공동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안양옥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실무 대표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전국의 인실련 지회들과 중앙 인실련이 보다 공고히 협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하반기에 개최될 인성교육 실천한마당 이전까지 울산, 광주, 충북, 제주인실련을 속속 출범시키고 17개 지회를 모두 조직, 진정한 범국민 운동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과 인성실천 발전방안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서울인실련은 클린콘텐츠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인성UCC 공모전을 개최하고 홍보사절단 하
2014-04-30 17:48사회나 도덕 교과를 배울 때 단순히 종이 속 지식이 아닌 실제 삶과 연결되는, 살아있는 지식이 되게 하려면 학생 자치법정을 운영해보는 것이 좋다. 교실을 실제 재판이 벌어지는 법정으로, 학급 학생을 국민이라 생각하고 국민 참여 배심원제 모의재판을 실시하는 것이다. 재판의 주제는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정한다. 친구와 사이좋게 놀이하는 것을 방해한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컴퓨터 사용에 관한 생활 규정을 위반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 학교 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주제로 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 맞게 세월호 침몰 사건을 일으킨 선장과 선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재판을 할 수도 있겠다. 주제가 정해지면 가상으로 법을 위반한 학생을 설정하고 다른 학생들은 판사, 검사, 변호인, 증인, 배심원 등의 역할을 맡는다. 일반 형사재판은 검사의 공소, 증거조사, 피고인 신문, 검사의 의견진술, 변호인의 변론, 피고인의 최후진술 순으로 진행된다. 재판장은 이러한 절차가 끝나면 심리를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한다. 검사는 피고인이 어떤 죄를 저질렀고 어떤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말을 하고 변호인은 피고인의 사정을 최대한 참작해
2014-04-30 17:16친구에 대한 애착 강해져 소외되는 것 두려워해 자신을 받아들이는 훈련 통해 자아정체감·가치관 갖도록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 중 가장 많은 상담건수가 친구문제인데 그 내용의 대부분은 친구들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이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가졌던 애착이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에게로 전이되기 때문에 발달적으로도 친구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느끼는 시기이긴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한 학생들이 많다. 즉 어린 시절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안정적이었던 경우 청소년 시기 친구관계에서도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불안정했다면 친구관계 역시 불안한 관계를 만들기 쉽다. 늘 친구들이 자신을 버릴까봐 두려워하는 아이나 반대로 지나치게 친구에게 무관심한 아이들이 그런 경우다. 한 여학생의 경우 상담실을 찾아와 “친구와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자세히 들어보니 현재 친구가 없는 게 아니라 친구도 많고 아무문제도 없는데 그냥 불안하다는 것이다. 집에 가서 혼자 있으면 계속 핸드폰만 만지고 공부도 안 되고 친구생각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만약 친구가 없다면 무엇이 가장 두려울 것 같
2014-04-24 10:50시험을 앞둔 어느 날, 한 남학생이 상담실을 찾아와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집중이 안돼요”라고 했다. 교과교사 시절의 나는 그런 학생들에게 “누구는 집중이 잘 돼 하냐? 다들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거야”하면서 좀 더 노력하라고 다독이곤 했다. 하지만 상담교사가 된 지금 그런 말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됐다. 대화를 해보면 학생들이 공부할 때 집중이 안 되는 원인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왜 집중이 안될까? 공부를 하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니?”라고 물었다. 그 아이의 답은 엉뚱하게도 “신발을 닦고 싶어져요”였다. 참으로 황당한 대답이다. 하지만 그 대답 속에 답이 있다. 이 아이는 시험불안을 신발을 닦으며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뿐 아니라 운동을 하다가도 잘 안되면 신발을 찾아 닦는다는 것이다. 나는 학생의 심리를 ‘반복강박적인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판단했고 원인을 찾아 의식에서 인식하도록 하면 잘못된 행동도 없어지고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행동의 원인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학생의 말에서 어린 시절 신발과 관련된 무슨 큰 사건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계속 이리저리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쉽
2014-04-17 15:43많은 아이들이 상담실에 와서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선생님, 전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공부는 적성이 아닌 것 같고요”라고 말한다. 요즘은 중1만 돼도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데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고민이기 보다는 부모의 요구에 의한 고민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고민을 하는 대부분 아이들의 특징은 음악이나 미술 등 뭔가 특출난 재능이 없다는 것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예체능 쪽으로 뛰어난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을 초라하게 느낀다. 그렇다고 공부를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니 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낀다. 공부를 잘하면 공무원이나 의사, 판사, 외교관 등 부모님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능력도 적성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공부를 하는 목적이 오직 직업을 갖기 위한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난 이런 아이들에게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것과 직업세계에 대한 탐색,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 후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수립해 실행해야함을 알려준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2014-04-10 15:09달리고 차는 체육만 좋아하는 학생들 정서, 감정, 느낌 등 신체적 표현 취약 체조동작으로 글자 만들며 창의력도 “남고생들에게 체육시간은 ‘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팍팍한 학교생활에 한 줄기 샘물이자 한 여름에 먹는 얼음 한 조각과도 같은 존재예요. 티셔츠가 젖어서 찝찝하든, 발 냄새가 진동하든 단 10분이라도 자율체육 시간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4년 동안 체육교사로 지내며 느낀 남고생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아이들과 교과 진도를 나가고 표현활동을 진행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이승현 인하대사범대부속고 교사는 남학생들을 ‘목석’같다고 표현했다. ‘체육’하면 뛰고 차고 땀 흘리는 것만 생각하는 학생들…. 이들에게 체육교과의 한 부분인 표현활동영역을 가르치겠다며 정서와 감정, 느낌을 신체로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분명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부채춤이나 발레를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가 고민 끝에 찾아낸 활동은 ‘몸으로 표현하는 한글’이었다. MBC 예능 ‘무한도전’ 달력특집에 나왔던 한글표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교사는 “정적인 체조동작을 통해 근력 및 균형감을 키울 수 있음은 물론 동작을 구상하면서 창의
2014-04-03 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