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37년 만에 교원의 꽃이라고 하는 교장이 되기 위해 5일간의 시· 도 연수과정을 마치는 날 친목회장으로부터 저녁에 회식자리가 준비되었으니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 새 임지로 부임하자마자 한 달도 안 되어 연수를 떠나와 직원들과 정도 들지 못했는데 모두들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한편 고맙지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젊은 선생님들이 연수잘 받으시라고 선물을 준비하였다고 하며 건네준다. 붉은 종이 상자에 금색 리본으로 묶어서 빵이나 과자가 아닌가하고 열어보았더니 문구류가 가득 담겨있었고 연수 잘 받으라는 편지까지 들어있었다. 작은 이벤트지만 나에겐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 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모처럼 직장동료와 화기애애한 좋은 분위기를 가졌다. 교원대에서 받게 되는 전국단위연수가 끝나는 한 달 후에 다시 만나 근무하게 될 동료들과 헤어지기가 아쉬워 생맥주집에서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헤어졌다. 선물을 들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직장이 있다는 고마움을 새삼 느껴보았다.
2006-04-01 08:45퇴근 무렵.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휴대폰 액정 위에 나타난 전화번호가 왠지 낯익어 보였다. 그 전화는 다름 아닌 올해 졸업한 장애우 익진이로부터 걸러온 것이었다. 사실 2월 졸업 후, 익진이와 통화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학창시절 항상 내 주위를 맴돌던 아이였기에 졸업 후에도 대학 생활을 잘해낼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차였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 탓도 있겠지만 학기초 워낙 바쁜 학교 일정과 담임업무로 그 아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마음 한편에는 장애우 익진이가 늘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 아이가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반가움에 통화 버튼을 누르자 늘 그랬듯이 정확하지 않는 익진이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러왔다.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저 익진이예요.” “그래, 너구나. 대학생활은 잘하고 있니? 힘든 것은 없니?” “네~에. 그런데 고등학교 학창시절이 그리워져요. 선생님도 보고 싶고요.” “처음이니까 아마도 그럴 수도 있을거야. 앞으로 괜찮아 질거야.” 익진이의 목소리는 예전에 비해 그렇게 맑아 보이지가 않았다. 대학 생활이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2006-04-01 08:45
4월 1일,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저는 만우절을 일년 동안 정직하게 양심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을 위해 하루쯤은 거짓말을 해도 좋다고 허용하는 의미에서 생겨난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은 오늘 하루만큼은 정직하게 보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만우절은 약간 다른 연원을 가지고 있더군요. 16세기 프랑스에서 1년의 시작은 4월 1일이었습니다. 그러나 1562년 교황 그레고리 13세가 1월 1일이 새해의 시작인 새로운 달력 '그레고리력'을 유럽 세계에 가져왔고, 샤를 9세가 이를 공포하면서 새해의 시작은 1월 1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4월 1일이 새해의 첫날이라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4월 1일에 예전 방식대로 새해를 축하하는 파티를 준비했고, 여러 사람들에게 신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을 4월의 바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장난 삼아 그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해 주지 않고 이들이 여러 사람에게 놀림감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이 만우절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교사인 저는 오늘 교실에 들어가기가 괜히 망설여졌습니다. 악동이들이 혹
2006-04-01 08:43
목요일은 도서관가서 1시간 책을 읽고 옵니다. 11명이 차례로 읽은 책에 대하여 발표했습니다. 책의 제목과 느낀점을 발표하라고 했습니다.11명의 친구들이 다 발표하고 나자 어떤 녀석이 "선생님은 뭐 읽었나요?"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너무나 뜨끔하고 챙피해서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책을 안 읽고 학생들 독서 지도를 하다가 컴퓨터를 했으니까요. 다음 주 부터 들어 갈 시간표를 만들었지요. 귀여운 우리 반 친구들은 "선생님은 시간표 만드느라 못읽었어요. 자 이것 내일 나누어 줄게" 하고 보여 주었더니 시간표가 너무 예쁘다고 감탄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너무나 뜨끔했었는데 말입니다.
2006-03-31 13:37잡담... 아, 따분하다. 정말 따분해. 따분하긴 뭐가 따분해? 매달 17일 꼬박꼬박 돈 나오겠다, 여름방학, 겨울방학에 학기말 방학까지. 푹 쉬다 지친 그대들은 떠나지, 해외 방방곡곡으로. 니들이 게 맛을 모른다고 해도 이런 맛은 충분히 알잖아. 모르는 소리 말라구. 하루하루가 똑같이 굴러가는 게 얼마나 넌덜머리가 나는데. 너희들이 아직 배가 덜 불렀구나. 그러니까 교직이 철밥통이라는 소리나 듣는거야. 철밥통? 그래, 철밥통이지. 그치만 우리도 그만큼 애쓰고 있다구. 매일매일 공문처리하지, 수업해야 되지, 그 많은 아이들 일기검사도 해줘야지.. 끼어들기... 도저히 귀를 막지 않을 수가 없군요. 뭐가 그리 불만이십니까? 지루한 일상이 싫으시다구요? 수업만 하고 싶다구요? 그러기 전에 내가 교사로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 보시죠. 혹시 교장선생님 앞에서 두 손바닥만 문지르고 계셨나요? 아님 단 몇 분이라도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셨나요? 항의... 왜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죠? 가뜩이나 공문 때문에 머리 아픈데 말이에요. 우리를 비난하기 전에 교육에 투자나 좀 하세요. 영양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합니까? 공문 담당직원이
2006-03-31 13:36
도서관에 가는 길입니다. '복도에선 왼쪽으로 사뿐사뿐 걷자'가 정답이지만 사뿐사뿐이 되지 않습니다. 손을 가볍게 흔드는 것이 정상인데 우리 친구들은 앞 사람을 건드리거나 뒷사람을 쳐다 보며 가야 직성이 풀립니다. 게다가 마루바닥이 삐걱거리며 소리까지 나기 때문에 도서관 갈때, 급식실 갈때는 가다 서다를 몇번이나 반복하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딱 걸렸습니다. 가운데로 삐져 나오는 사람,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나는 사람, 꼭 무슨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 여기에 다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조용해 질때 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갑니다. 손을 아예 뒷짐 지게 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야 앞사람을 안 밀으니 당분간 그렇게 합니다. 엄해도 마음에 걸리고 느슨해도 마음에 걸리는게 교육입니다. 교장실 앞을 지나 급식실 갈때는 더 죽을 맛입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삐걱거리고 꼭 말소리가 들리고 야단입니다. 철모르는 1학년은 담임 선생님의 심정을 조금도 몰라줍니다. 교장선생님이 뭐라고 해서가 아닙니다. 뭐라고 하신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모범적으로 보이고 싶은거지요. 어느 교감선생님이 이렇게 말씀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속으로 이뻐해라' 정말 맞는 말입니다. 나는 이 애들과 손잡
2006-03-31 06:19유난히 도덕적 잣대에 엄격한 사회가 교사사회다. 그건 아마도 사회가 각박해 질 수록 교육 현장 , 우리 아이들이 있는 곳만을 깨끗한 것을 바라는 걱정이라고 애써 생각한다. 그래서 작은 잘못에도 크게 부각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작은 잘못이 크게 확대되서 모든 교사가 그런 처럼 비춰질 때는 힘이 빠진다. 최근 많은 문제로 이야기 되는 것이 촌지 문제이다. 그러나 난 촌지 받는 교사가 되고싶다.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언젠가 수업을 들었던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단 촌지는 받는 시기가 정해 져 있다. 학년이 끝난 다음 학생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는 양말은 감사히 거절하지 않고 받고 싶고, 학부모들이 말씀해 주시는 감사하다는 마음은 많이 받을 수록 좋을 것이다. 교사, 그 힘으로 버티는 것이 아닐까.
2006-03-30 21:18
며칠 후면 4월을 맞이하는 봄날인데 아침에 눈발이 날렸다. 평소 같으면 운동장에서 한눈에 바라보이던 양성산(대청댐이 바라보이고 역사가 깊어 청주 인근의 사람들이 즐겨찾는 산)의 팔각정자도 눈발에 사라졌다. 하지만 산중턱부터 만들어놓은 설경이 감탄사가 나올 만큼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설경을 카메라에 담다 보니 찬바람 때문인지 운동장에 아이들이 없다. 추위에 움츠리는 것보다는 설경도 구경하면서 운동장에서 실컷 뛰어 놀도록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여자 아이들 몇 명이 급하게 골마루를 뛰어간다. "야! 골마루에 새가 날아다니네." "어떻게 들어왔지?" "무척 예쁘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들려와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급한 공문이 있어 열심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빨리 나와 보라고 보챈다. "선생님, 빨리 나와 봐요." "죽으면 어떻게 해요." 하늘을 훨훨 날아다녀야 할 새가 골마루로 날아들었으니 아이들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그러니 새가 있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에 둘러싸여 넋이 나갔는지 새는 날지도 않은 채 눈망울만 굴리고 있다. 마침 설경을 촬영하던 카메
2006-03-30 11:55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다. 피그말리온은 생김새가 볼품없어서 일찌감치 결혼과 사랑을 포기하고 조각에만 정열 바쳤다고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여인상을 조각했다. 그리고 여인상을 조각하면서 그 여인상과 같이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하게 해 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했다. 기도가 통했는지 조각상이 사람의 여인으로 살아나 그의 아내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대가 갖는 큰 힘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이 신화 속 피그말리온을 자주 들먹인다. 교육학과 심리학에서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도 바로 그런 뜻이다. 교사가 좋은 기대를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면 그 학생은 그런 기대감을 받지 않은 학생보다 우수하게 성장할 확률이 크다는 이론이다. 이와는 반대로 스티그마 효과가 있는데, 비행학생이 자기 자신을 비행자로 인식하는 데에는 남들이 그 사람을 비행자로 낙인찍은 데서 크게 영향을 받아 비행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즉 낙인과정에 의하여 비행이 낙인되면 다음부터는 의식적으로 비행을 저지른다고 한다. 범죄행위는 행위의 내재적 속성에 기인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범죄자라고 낙인을 찍는 행위에서부터 범죄가 형
2006-03-30 09:19
오늘 나는 슬픈 마음을 안고 이 기사를 씁니다. 3월 28일은 생일을 맞는 날이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생일을 보낸 날이기도 했습니다. 교실 유리창이 맑지 못해서 늘 마음에 걸렸던 터라,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우리 반 19명을 독서를 시키며 청소를 시작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사제동행 아침독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결과는 금방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때마침 눈발이 날려서 마량 앞바다를 가로지르며 날아오는 꽃샘바람에도 몸에 땀이 날 정도로 유리창의 절반을 닦았습니다. 몇 몇 아이들은 나를 향해, "선생님, 조심하세요. 떨어지면 죽는데..." "선생님이 이상하다? " 하며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피곤한 오후가 되면 일손이 안 가서 아침에 끝낼 요량으로 거의 작업복 차림으로 출근을 했던 터였습니다. 말갛게 닦이는 유리창을 향해 보이는 바다 풍경이 시원해서 기분이 좋아지던 것도 잠시, 나는 갑작스런 위경련을 참으며 작업을 진행하다 통증을 참지 못해 가족을 불렀고 그 사이에 교장 선생님의 신속한 판단으로 우리 학교 장주사님의 차를 타고 보건 지소에서 응급 치료를 받으며 2시간 가까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남편보다 먼저 달려온 존경하는 오난옥 팀장님의 위로와 맛사지를 받
2006-03-29 0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