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스승상은 '경명행수 도덕겸비 가위사범자(經明行修 道德兼備 可爲師範者)'였다. 즉 경전에 통달하고 도덕을 겸비해야만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을 다른 말로 풀이하자면 가장 위대한 가르침은 본을 보이는 것이고, 가장 큰 지혜는 스승의 삶에서 배운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 중의 하나를 스승과의 만남이라고 한다. '플라톤이 곧 철학이요, 철학이 곧 플라톤이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서양 철학의 토대를 확립한 플라톤에게는 소크라테스란 위대한 스승이 있었다. 열 여덟 살에 처음 소크라테스를 만나 그가 독배를 마시고 숨을 거둘 때까지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죽고 나자 플라톤은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와 같은 시대에 태어나 그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 역시 위대한 스승과 제자는 대물림이 되나보다. 플라톤은 다시 아리스토텔레스란 훌륭한 제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인품은 고스란히 플라톤에게 전해지고 플라톤의 형이상학 철학은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형이하학의 철학으로 발전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도 훌륭한 제자가 있었다. 바로 알렉산더 대왕이다. 페르시아 제국
2006-03-27 21:58새학년도 출발의 달 3월. 얼마나 바쁜지, 아니 얼마나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지 교직원 환영회를 지난 3월 24일 퇴근 후 학교 인근의 모 화로구이 집에서 가졌다. 메뉴는 돼지갈비. 교직원 회식문화, 많이도 바뀌었다. 술 한 잔, 음료수 한 잔 권하는 사람 없이 각자 알아서 술과 음료수를 주문하고 자기 잔에 자기가 따라서 먹으면 된다. 우선, 남직원 수가 적다. 우리 학교의 경우, 교원 44명 중 남교원은 교장과 교감 빼고 4명이다. 또, 그런 일이야 흔치 않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성희롱(?)에 휘말리고, 음주 운전 하다보면 벌금에 징계에 개망신이 이어진다. 알아서 주문하고 알아서 마시고 먹어야 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친목회장이 돌아다니면서 음료수 한 잔 따라 주는 것이 고작이다. 어찌 보면 참 편하다. 음식양도 자기가 조정하고 음주여부도 자기가 판단하고 술의 종류와 주량도 본인에게 맡겨져 있다. 2차로 가는 노래방.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여선생님들이 차례로 빠져나가다 보니 파장 분위기다. 친목회장 왈, "오늘 남은 사람들을 보니 노래방 분위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노래방은 생략해야겠네요." 아하, 친목회비도 아끼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니
2006-03-27 09:453월의 두번째 토요휴업일인 25일, 학기초라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 학교를 찾았다. 학교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경, 교무실에 들어서기 위해 문앞에 도착했다. 작은 창문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교무실은 평소와 달리 일부만 훤하게 보였다. 전체가 밝게 보이던 평소의 모습과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녕하십니까? 휴업일인데 어떻게 나오셨습니까?' 교감선생님이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먼저 말씀 하셨다. 그러고 보니 교무실에는 교감선생님과 교무보조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텅비어 있는 상태였다. '할일이 좀 있어서 나왔습니다. 토요휴업일인데도 이렇게 일찍 나오셨군요. 좀 쉬셔야 할텐데...' '토요휴업일이 되면 교감은 더 철저히 근무를 해야 합니다. 의외로 토요휴업일에도 학교에 문의 전화가 많이 걸려 옵니다. 아마도 토요 휴업일이 있는 것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학부형들의 전화도 많이 옵니다. 그러니 교감이라도 나와서 근무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말씀을 듣자니 왠지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서서 더이상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며칠전 부장회의에서 교감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작년에는 한 달에 한
2006-03-27 09:44시린 겨울이 이울자 성급한 개나리가 봄을 깨운다. 매년 경험하는 일이지만 학년초가 되면 쏟아지는 업무로 계절의 흐름마저 놓치기 일쑤다. 기본적인 교과지도나 담임업무는 물론이고 생활지도, 학생 상담, 각종 회의 등으로 도무지 정신을 차릴 겨를이 없다. 대강 바쁜 일을 마무리짓고 잠시 여유를 찾을겸 벽에 걸린 달력을 올려다 보니 삼월도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는 고1 담임을 맡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기 마련인 새내기들이 가능한 빨리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담임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러는 몸만 학교에 있지 아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아이들의 심정을 헤아려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잡아주는 길잡이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아홉 분의 1학년 담임 선생님 가운데 세 분은 올해 처음으로 교직에 입문했다. 취업난을 반영이라도 하듯 수 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이제 막 교사의 꿈을 이룬 세 분의 총각 선생님들은 미처 현장 분위기도 파악할 겨를없이 담임을 맡게 되었다. 경력있는 담임들도 삼월 한 달은 버거운데, 하물며 새내기 담임의 어려움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담임은 매사에 신중
2006-03-27 08:49"00십니까? 택배회사입니다. 금방 갑니다." 토요 휴업일로 집에 올라와서 쉬고 있는 오후, 단잠을 깨우는 목소리에 피곤함도 잊고 갸우뚱했습니다. 이 시간에 내게 올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문인단체의 문예지나 출간 서적이라면 택배로 올 리는 없기에 물건이 오는 동안 호기심 많은 아이들처럼 손꼽아 기다렸지요. 얼마 뒤에 우리 집에 들어온 손님은 3년 동안 내 마음을 담고 살았던, 내게는 고향같은 연곡분교 학부형님이 보내신 고로쇠였습니다. 세상에나 떠난 담임선생님에게, 그것도 택배로 보내는 정성 앞에서 나는 그만 눈시울까지 붉혔습니다. 저 물을 만드느라 추운 겨울에도 나무는 쉬지 않고 일을 했을 것이고, 시린 손을 불어가며 험한 산을 오르내렸을 학부모님의 노고를 생각하니 단순한 선물이 아님을! 유난히 정이 많았던 연곡분교의 모든 아이들이었습니다. 내 반이었던 1, 2학년 다섯 명 중에 2학년 하나였던 정나라 양은 특별히 사랑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저학년을 처음 담임하며 아이들이 그렇게 사랑스럽다는 것을 깨우쳐 준 아이였습니다. 늘 공주 그림을 그려서 내게 내미는 아이, 하트 모양의 색종이에 사랑한다고 써서 내 바이올린 틈바구니에 몰래 넣어 놓고 집에 가곤
2006-03-26 14:40학기 초라 전체 학부모가 참석하는 총회가 있었다. 직원들에게 작년에는 여러 명 참석했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회의가 시작되기 전만해도 과연 몇 사람이나 참석할 것인지 의문이 갔었다. 내가 몇 사람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 지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회의를 알리는 안내장을 부모님들이 확인한 상태였고, 7학급 전교생의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시급한 교육현안과 학부모회 운영방안을 상의하는 첫 회의라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참석여부를 알아봐야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참석 못하는 이유를 얘기하는 아이들 중 두 명의 아이가 짜증스럽게 던진 말이 교사인 내 자신을 당혹스럽게 했다. “안내장, 엄마가 휴지통에 버리라고 했어요.” “우리 엄마는 그런대 참석 안한대요.” 학부모에게 보낸 안내장에 써있듯 참석을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행사 준비에 참고하기 위해 해 몇 분이나 참석할지 미리 알아보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전한 부모의 반응에는 교육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그대로 들어났다. “참석 하고 안하고는 부모님이 결정하는 거예요.” “부모님이 참석 안한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학교를 불신하는 학부모의 자녀를 교육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익히 잘…
2006-03-26 08:21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간섭해야 속이 풀리는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라고 하고, 자립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지만 부모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고 놀고먹으면서 손이나 자주 벌리는 자식을 캥거루족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헬리콥터 부모나 캥거루족이나 둘 다 못마땅해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말로는 그런 사람들을 경멸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게 부모와 자식의 천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부모와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3학년을 맡았다. 며칠 전, 묵은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전교가 대청소를 했다. 학교에 부임하던 첫날 왠지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할 일도 많았다. 그런데 청소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소란만 피웠다. 오히려 더 어지럽힌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어떤 일이건 몸에 밴 행동을 통제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아이들을 하교시킨 후 아예 나 혼자 청소를 하기로 했다. 잔심부름 해줄 몇 명의 아이들과 교실 구석에 놓여있는 물
2006-03-24 23:06새로운 아이들과 만난지 4주가 되었다. 한 명, 한 명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 이제 어느 정도 아이들의 성격을 파악한 상태이다. 우리 학급에 멋지게 생긴 얼굴에 깔끔한 용모를 한 Y란 남자아이가 있다. 벌써 두 번이나 울었는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깨를 들먹거릴 정도로 흐느껴 울곤 하였다. 그런데 우는 동기를 보면 그다지 이유가 될만한 것이 아니어서 Y가 어떤 성격의 어린이일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Y가 울었던 두 번의 일을 소개하면, 한 번은 쉬는 시간에 어떤 아이가 손으로 Y의 목 부분을 툭 치게 되었는데 아프냐고 물으니 아프지 않다고 하면서 한참동안 울었고 또 한 번은 급식시간에 소시지 튀김 배식을 받았는데 앞에 서있던 아이가 잘못하여 자기 식판에서 튀김이 떨어졌다고 우는 것이었다. 선생님 것을 줄테니 울지 말라고 하여도 받지 않겠다고 떼를 쓰며 어깨를 들먹이며 점점 더 슬프게 우는 것이 아닌가? 오늘 그 울만한 이유를 알게 된 일이 있었다. 둘째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잠깐 내려간 사이, 몇 명의 아이들이 교무실에 쪼르르 와서. “선생님, Y할머니께서 오셨어요.”하여 얼른 교실로 가보니 내용물을 알 수 없는 가방을 어깨에…
2006-03-24 10:50"1학년 친구들, 일찍 와서 책을 보니 참 예뻐요." "선생님은 책을 보는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우리 같이 책을 볼까요?" "예, 선생님!" 아침 8시가 되면 교실 문을 여는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꼬마들이 벌써 여럿입니다. 우리 학교는 아침 독서 시간을 '사제독서'의 시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1년 중 가장 바쁜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 곁에서 책을 펴놓고 독서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바쁜 공문서를 처리하거나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마저도 포기하고 용기를 내어 책을 폈습니다. 내가 일을 하며 조용히 책을 보자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잘 따르지 않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생각다 못해 오늘부터는 아예 다른 일은 다 던지고 아이들처럼 책을 폈습니다. 발소리를 줄여가며 등교하는 아이들과 조용히 눈인사를 하고 책을 꺼내고 읽을 때까지 곁에 가서 책을 읽고 서 있는 나를 보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목소리를 줄입니다. 40분 가까이 책을 보는 동안 몇몇 아이들은 힘들어서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화장실 타령을 하지만 용납이 안 된다는 것을 눈치로 압니다. 아직 글씨를 다 깨치지 못한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을 구경하지만 그래도 책 구경에 그치는 한이 있어
2006-03-23 20:37충남 보령 오천초등학교(교장 한상윤)는 매주 3시간씩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아침자습 시간에 독서를 하는 것이고, 한번은 재량시간에 도서실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고, 또 한 번은 국어시간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은 1학년이 독서 하는 날입니다. 1학년 친구들은 브라우징 코너를 좋아합니다. 등을 기대고 편히 앉거나 카펫이 깔린 바닥에 엎드려 읽을 수 있어서입니다.
2006-03-23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