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전, 오늘도 아이들에게 책 속의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시 한 편을 읽어줍니다. '그리움에 꽃이 핀다'라는 제목을 가진 소품 같은 시입니다. 그 시 내용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처음 한 두 해 / 눈에 곱게 넣었더니 / 그 다음에는 어렵지 않게 / 이름을 알게 되고 / 때가 다가오면 / 그리운 마음에도 / 겹겹이 노란 물이 든다.// 사람을 만나고 / 사랑을 나누는 일도 / 그런 것이었으면 / …… / - 김미선 시를 읽어 주고 시의 느낌을 잠시 공유하다가 꽃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무슨 꽃이냐고 묻자 여기저기서 '장미꽃이요. 백합이요, 제비꽃이요. 할미꽃이요' 등 자신들이 알고 있는 꽃 이름을 대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한 아이가 '호박꽃이요' 하자 잠시 웃음의 소용돌이가 교실에 입니다. 그래요. 세상에는 아름답고 향기 있는 꽃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중엔 우리가 알고 있는 꽃도 있고 모르는 꽃도 있습니다. 화려한 꽃도 있고 바위틈에 또는 덤불 속 응달진 곳에서 소리 없이 피는 꽃도 있습니다. 그리고 향기 나는 꽃도 있고 향기 없는 꽃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꽃이건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
2006-04-03 08:41그동안 우리 교육계에서는 교육개혁이라는 명분아래 크고 작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 아직도 교원이라면 누구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교원정년단축'은 실패한 정책의 대표격이다. 물론 실패한 정책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실패를 안겼음에도 이후에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관행을 되풀이 해왔다. 오늘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정년단축이 실패한 정책이었다는 것을 재삼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을 재삼 논의한들 돌이켜 지지 않는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된 '교무업무시스템', 이 시스템은 2003년부터 시행하고자 마련했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교무/학사, 입/진학, 보건등의 3개 시스템이 전교조의 강력한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따로 분리된 시스템이다. 올해는 그 누구의 반대도 없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예전의 NEIS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교사라면 새롭게 도입된 '교무업무시스템'에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전의 시스템과 새롭게 도입된 시스템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메뉴 구성이나 사용법 등이
2006-04-03 08:40
지난 4월 1일,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입실하여 아침 조회가 막 시작될 무렵 갑자기 책상을 두드리며 지르는 아이들의 환호성에 조용히 교무실에 앉아있던 선생님들이 모두 놀라 벌떡 일어났다. 만우절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조회가 시작되기 직전 올해 새로 맡은 학생부장이 교내 방송을 통해 “학생회에서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그동안 시행하지 못했던 두발과 교복을 4월부터 전면 자율화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발표한 것이다. 아이들은 물론 모든 선생님들까지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긴급속보였다. 그러나 이어서 학생부장은 침착하게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여러분이 두발이나 교복 자율화를 얼마나 원하는 지 알아보고 싶었을 뿐입니다”고 하면서 두발 규정과 교복 착용의 당위성을 차분히 강조하며 설득력 있게 훈화를 했다. 거짓말사태(?)의 원만한 수습은 물론 생활지도까지 효과적으로 이끌어가는 선생님의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그 때는 이미 몇 개 반은 만우절이면 흔히 써먹는 ‘책걸상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간 뒤여서 선생님들을 먼저 속이려던 아이들의 속셈을 보기 좋게 따돌리며 통쾌하게 보복한 셈이다. 수업이 시작되어 복도를 지나가자니 교탁과 반대로 책상을 돌려놓고 앉아있는
2006-04-03 08:39
오죽하면 모 리포터가 ‘잔인한 3월’이라는 표현을 했겠는가? 전국에 많은 교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글을 읽었으리라. 새 학기가 되어 연일 쏟아지는 공문과 출장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개인적인 일이지만 야간대학원을 다니면서 매주일 제출해야하는 소눈문을 비롯한 주제발표를 위하여 조별로 분담한 자료를 수집하는 일도 한몫하였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가운데 며칠 전부터 중3인 아들이, “어머니, 중국어 교과서가 없어졌어요. 빨리 좀 구입해 주세요. 오늘 점수가 1점 깎였어요.” 라고 하여 “다음 주까지 꼭 준비해 줄게.” 대답하고 즉시 집에서 가까운 교과서 구입처에 연락을 해보았으나 그 교과서는 일부 학교가 사용하여 몇 권밖에 갖다 놓지 않는데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하였다. 난감하여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제 갑자기 생각이 나서 일단 친구의 것을 빌려오라고 말하고 집에 있는 복합기로 복사를 하였는데 복사하던 중 뒤에 개별구입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였다. 택배로 3일이 걸린다고 하여 오늘 일단 복사한 것을 학교에 가지고 가도록 하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자고 있는 아들의 책가방에서 친구의
2006-04-03 08:38
봄을 맞아 동아공업고등학교에서는 학교 숲 시범학교 워크샵 및 봄 식재 행사가 열렸습니다. '생명의 숲'에서 지원받은 나무와 '녹지사업소'에서 기증받은 야생화를 심는 날이었습니다. 우리 학교 숲 가꾸기의 지도 위원이신 대학의 조경학과 교수님도 오시고, 녹지사업소장님도 오셨습니다. 학부모님들도, 이웃주민들도 나무 심을 복장을 갖추고 학교에 오셨습니다. 우리 꽃에 권위자이신 ‘우리 꽃 사랑모임’회장님은 아침 일찍 오셔서 화단에 야생화 심는 작업을 도와 주셨습니다. 도와 주신다기보다는 혼자 일을 다 하십니다. 우리는 모심기하듯 줄에 맞추어 야생화를 심으려고 교직원이랑, 학생들이랑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하면 멋이 나지 않는 답니다. 모을 것은 모으고 돌릴 곳을 돌린 후 주위 돌을 주워 군데군데 쌓아 분경화단을 만듭니다. 우리는 그저 지켜만 보면서 조수 역할만 합니다. 회장님이 심으면 하나의 예술품으로 다시 탄생합니다. 우리가 심는 일반적인 꽃밭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자기 생업을 제쳐두시고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하십니다. 모두들 자원 무료 봉사자들입니다. 본교는 신축교사로 이전한지 3년째 됩니다. 처음에는 산비탈에 큰 건물만 덩그렇게 있어 주위와 조화가 되지 않
2006-04-02 21:40올해 학생회 구성을 위한 학생회장단 선거가 토요일(4월1일)에 있었다. 우리학교(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는 남·녀 공학으로 개편된지 2년째로 1,2학년은 공학, 3학년은 여학교이다. 실질적으로 여학교의 명맥으로는 마지막 학생회장단 선거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선거운동 자체도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졌고, 이날 오전에 있었던 후보자의 합동연설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출하였다. 학생들로부터 단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한 아이디어 였는데, 직접 소품을 들고 나와서 그것을 이용하는가 하면, 자신을 좀더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요즈음 유행하는 춤까지 선보인 경우도 있었다. 반면에 오로지 연설로만 승부를 거는 후보들도 있었다. 그 나름대로 호소력 있는 연설이라는 평을 내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2학년 A군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나름대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물건을 들고 나와서 이용하는 것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합동연설을 평했으며, B양은 '어떻게든 자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방법인것 같다. 후보가 많은 상황에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신을 알리는 것이 독특하고 좋았다.'라고 평했다. 반면 교사들은, '다
2006-04-02 09:13
1996년 봄, 새로 이사를 온 아이들이 날마다 전학을 오는 시기여서 여간 바쁘지 않았다. 물론 담당 선생님이 계시지만, 하루에도 수십 명씩이 전학을 오는 시기이어서, 수업시간에도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으니 수업시간에는 일단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는 교감이 할 수밖에 없었다. 전학생들을 모아 놓고 간단히 학교 소개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 댄다. "감사합니다. 용정초등학교 교무실입니다." "여기 0단지 00아파트인대요." "네 부형님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말씀하십시오 교감입니다." "아, 교감선생님이시군요. 마침 잘 되었습니다." "저한테 무슨 할 말씀이 있으셨나 보네요?" "네, 교감 선생님. 저 우리 학교에는 아파트 아이들도 있고 단독주택에 사는 아이들도 있는데요." "네, 단독 주택에 사는 아이들은 몇 명이 되지는 않죠." "교감 선생님, 우리 학교에서는 아파트 사는 아이들과 단독주택에 사는 아이들을 따로 가르칠 수는 없는 거예요?" "따로 가르치다니요?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예, 당연히 있죠. 아무래도 단독주택의 아이들은 수준이 떨어지지 않아요."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은......?" "생활 수준이 다르니까 여러 가지로 수준이 떨어
2006-04-02 09:12입시에 찌든 아이들에게 그나마 학교에서 그들의 장기와 특기를 마음껏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다름 아닌 계발활동 시간이다. 하지만 정규수업 시간에 밀려 갈수록 그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토요 휴무제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줄어드는 수업시수의 제일 타겟이 되고 말았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규수업 시수는 과도하게 짜 놓고, 여타 학생들의 활동인 행사나 계발활동은 가외로 잡아 놓는 경우가 많다. 정규수업 시간은 줄일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학교에서의 방침이다. 계발활동은 하지 않나요? 이는 학년이나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심화되는 형편에 있다. 특히 고3 학생들은 계발활동이라는 것 자체가 시간표상에만 잡혀 있을 뿐이지 정작 그 시간에 자율학습이나 대개 보충수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그저 아이들은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선생님, 우리학교에는 계발활동 하지 않나요. 한달이 다 지나가는데, 아직 계발활동을 한 시간도 하지 않는데, 혹시 계발활동을 이름만 있고 실제 하지 않나요?” “그럴 리가 있나. 아마 여러 가지 행사나 정규교과 시간 때문에 부득이하게 밀렸거나 연기되었을거야.” “그래도, 정규교과 시간은 중요하고 계
2006-04-02 09:10
4월 1일 만우절. 사전에 홍보를 한 탓인지 예전에 비해 차분하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1교시 수업이 끝난 뒤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오자 교무실 앞 복도에 화장을 한 여학생들과 머리를 염색한 남학생 여러 명이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모든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 다가가자 몇 명의 학생들은 낯이 익어 보였다. 그 아이들은 다름 아닌 올해 졸업하여 대학생이 된 제자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한 명의 여학생이 다가와 꾸벅 절을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OO입니다. 기억하시죠?" "그래, 오랜만이구나. 그런데 웬 교복이니?" "저 대학 그만두고 다시 고등학교에 복학하려 왔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니? 복학이라니?" 그때까지 나는 오늘이 만우절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여 그 말이 진실처럼 여겨졌다. "선생님 수업을 다시 듣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그러자 옆에 서 있던 한 아이가 내 표정이 너무 우스워 보였는지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하였다. 그제야 나는 오늘이 만우절이라는…
2006-04-02 09:09
3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제 책상 옆에 교복을 입은 녀석들이 서있는 것입니다. 분명히 어디서 본듯한 얼굴인데, 교복을 입고 있어서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 녀석이 능청스럽게 인사를 했습니다. "응, 그래" 무심결에 대답을 하고보니 뭔가 개운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순간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가는 생각. '앗차' 바로 작년에 담임을 했던 우리반 녀석들 이었습니다. "야, 너희들 이게 웬일이야. 그리고 이 교복은 또 뭐니" 놀라는 담임의 얼굴이 재미있는 듯 저희들끼리 키득거리고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친구들끼리 만났는데,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날 수 있을까로 고민하다고 한 아이가 '만우절 날'에 교복을 입고 선생님을 찾아뵙자고 했어요. 죄송합니다." "어, 그랬구나. 선생님은 너희들 교복 입은 모습이 더 보기 좋은데" 잠시나마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니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졸업한 녀석들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교복까지 입고 찾아왔으니 더 할 나위없이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복을 입은 대학생 제자들과 한참 동안이나 수다를 떨다보니…
2006-04-01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