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 우리 2과학실 창에 시트지좀 붙여 주세요. 지난번에 행정실에 알아 보았더니 화장실에 붙이고 남은 것이 있을 것이라고 하던데요. 과학실이 너무 밝아서 실험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창문에 큰 환풍기가 두개나 걸려 있어서 커튼이나 블라인드 하기도 어렵습니다.'
'어떤 색으로 해 드릴까요. 아무래도 흰색계통이 좋겠지요. 흰색은 좀 남아 있습니다. 이번주는 다른 일 때문에 좀 그렇고 다음주에 해드릴께요.' '감사합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기사님이 갑자가 돌아서면서 '부장님 창밖의 전망이 좋지요. 우리학교에서 가장 전망좋은 곳이 과학부실입니다.'
그동안 바쁜 탓에 밖을 봐도 그저 잠깐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마침 그 이야기를 듣고 바깥을 보니, 목련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이제 막 피어오르고 있는 모양이다. 흰색이 그렇게 아름다운 색인지 처음 느꼈다. 그러고 보니 다른 건물에서는 꽃을 보기 쉽지 않다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부장님 저기에 목력이 피면 한턱 내셔야 합니다. 전에 부장님도 소주한잔 사셨어요. 저 목련이 유난히 멋있는 해에는 학교의 모든일들이 잘되고 작은 사고 하나 없었습니다. 올해는 다른 때보다 훨씬 멋있게 핀 것을 보면 우리학교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2-3일 후면 완전히 다 필것 같군요. 그때 제가 한턴 쏘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후 밖으로 나가는 기사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순수하신 분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목련꽃을 통해 1년이 무사히 지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오래 우리학교(대방중학교)에 근무했던 선생님들에게 물었더니, 정말로 그런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고 한다. 자신들도 근무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교정에 홀로 서있는 목련이지만 학교를 지키기 위한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 아름다운 자태를 매년 보기 위해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목련꽃이 아름답게 피어 오른다는 것은 학교는 물론, 학생, 교사에게도 분명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