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에 입학하여 2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교생실습을 다녀왔다. 일학년 때 교생실습을 처음 나갈 때는 아이들을 처음 본다는 생각에 그저 떨리고, 새로 산 정장을 입을 수 있다는 설렘에 기대에 부풀었었다. 올해도 역시나 새로 산 정장에 구두를 신는 기쁨은 여전했다. 아침에 혹시나 늦을까봐 기숙사에서 일찌감치 과 동기들과 택시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오전에는 교장선생님의 강연을 들었고 4교시 때 배정받은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 떨릴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담임선생님의 소개 후, 교생선생님이라고 쳐다보는 아이들 앞에 서니 설레는 마음을 표정으로 감출수가 없었다. 4학년이면 아이들이 매우 클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4학년 때 내가 다 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반 아이들은 생각보다 덩치도 작고 순하고 귀여웠다. 우리 반에는 교생선생님 세 명이 함께 들어갔는데 첫째 날에는 아이들이 별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마도 담임선생님께서 교생선생님 귀찮게 하지 말라고 미리 말을 해두신 것 같았다. 곧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급식실로 이동했다. 서일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시간을 나눠서 급식실에서 급식을 하도록
2006-04-26 13:34교직경력에 비해 저학년을 맡은 기간이 짧습니다. 그래서 3월에 이곳 문의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긴 제가 3학년인 우리 반 꼬마들을 만나던 날은 설렘과 기대가 더 컸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첫 만남이 있은 후 지금까지 무던히도 노력을 했는데 아직까지 우리 반 아이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처음 담임을 맡았을 때만해도 이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이 아이들과 하나가 되는데 40여일이라는 기간이 이렇게 부족하리라고는 생각조차 안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교사이기 이전에 어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잘못입니다. 교사이기 이전에 어른인 제가 아무리 열린 사고를 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다 해도 생활 자체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아이들의 생각을 앞서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이 나를 당황하게 합니다. 국어 말하기 수업시간에 자기소개를 숙제로 낸 후 발표를 시켰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태어 난 곳이 병원이라고 발표하는 바람에 교육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고향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 제 자신을 탓했습니다. 전교가 대청소를 하던 날 아
2006-04-26 11:54토요일 오후,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퇴근한 시간이었지만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로 또한번 등교시간 같은 분위기였다. 바로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미술영재 선발' 2차 시험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미 1차선발을 서류전형으로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60여명의 학생만이 2차 실기 시험에 응시하였다. 15일 오후 서울 대방중학교(교장 이선희)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술영재교육 대상자 선발 시험이 실시되는 장소이면서 실제로 5월부터 미술영재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60여명의 학생을 20명씩 3개 그룹으로 나누어 실기시험을 실시하게 되었다. 즉 문제를 보고 문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답안은 그림으로 작성하는 것이었다. 이미 미술에 상당한 재능을 보인 학생들이었지만 워낙에 문제의 수준이 높았던 터라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모습들이었다. 1문제를 출제했지만 고사시간은 무려 4시간 30분이었다.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는 그 문제의 참뜻을 이해하기도 어려웠지만 답안 작성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더욱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문제를 받아들고 생각하는데 보통 10여분 이상을 보낸 학생들이 서서히 그림 그리기 작업에 돌입하였다.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시
2006-04-26 11:50한 울타리 안에 중·고등학교가 함께 위치해 있다보니 가끔 이 두 학교의 학생들을 비교할 때가 있다. 외양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교복 색깔이나 덩치가 아니더라도 움직임이나 얼굴 표정만 봐도 금방 누가 중학생이고 누가 고등학생인지 가려내는 안목이 저절로 생긴다. 야생노루처럼 움직임이 팔팔하고 표정에 생기가 도는 것은 중학생이요, 폐계(廢鷄)처럼 얼굴이 꺼칠하며 몸에 활력이 없는 것은 틀림없는 고등학생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리포터인 내 생각엔 우선 잠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중학생일 적에는 학습의 양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야간 자율학습이 없었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고등학교에 올라오자 거의 배로 늘어난 학습량과 연일 계속되는 야간 자율학습으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면 부족을 느끼는 것이다. 무조건 하면 된다는 식의 4당5락 논리가 아직도 학교 현장에선 유효한 셈이다. 청춘 시절 밤을 낮 삼아 면학에 정진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흐릿한 등잔불 밑에서 잦아드는 심지를 북돋으며 매일 밤 그을음으로 콧구멍이 새까매질 때까지 공부하던 추억이 리포터에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공부하
2006-04-26 11:48“요즈음 아이들이 너무 약을 많이 먹는 것 같아요. 혹시나 약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까봐 걱정돼요. 시험이나 환절기가 되면 많은 아이들이 와서 약 달라고 다들 성화니 이거 원 내가 약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데 혹시 준 약 때문에 문제가 생길까봐….” 학교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 선생님의 하소연이다. 학생 보건을 담당하고 있지만, 약 처방이나 학생들의 건강 진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터라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된다고 한다. “진통제나 감기약 같은 것을 아이들에게 주기는 하지만, 주면서도 이걸 줘도 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아요. 하도 와서 약 달라고 하니까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가 약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하기도 해요.”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건강을 담당하는 업무가 있다. 대부분 수업을 하고 맡고 있는 특정 과목의 선생님들이 그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일선 학교에 학생들의 건강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는 보건교사의 배치는 여전히 요원한 일로 취급되고 있다. 제발 약 너무 많이 먹지 마라! 이런…
2006-04-26 11:28학생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다보면 미묘한 사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말끝마다 무슨무슨 '-삼'. 무슨무슨 '-염'자를 붙더니 올해부턴 또 입만 열면 '쩐다'와 '찌질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일반인들은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래서 이들 단어의 용례를 가만히 살펴보니 '쩐다'는 주로 엄청나게 감동적인 일이거나 어이없는 일에 붙이고, '찌질이'란 단어는 행동이나 생각이 굼뜨고 약각 덜 떨어진 듯한 아이들에게 붙이는 놀림조의 말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매우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야, 그 영화 쩔더라." 옆 짝꿍이 방귀를 뀌어도 "야, 너 방귀냄새 쩐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도 "와, 경치 정말 쩌는데." 등의 식으로 사용한다. 요즘엔 '찌질이'란 단어가 파생되어 '개찌질이'란 단어도 생겼다. 앞에 '개-'라는 강세 접두사까지 붙은 것이다. 이는 '찌질이'보다 훨씬 어감이 강해 학생들 사이에선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앞에 '개-'가 붙은 '개찌질이'는 보통의 '찌질이'보다 훨씬 더 어리숙하고 멍청한 사람을 지칭한다는 것은 삼 척 동자도 다 알 것이다. 예를 들
2006-04-26 11:27지난 며칠간 황사로 찌뿌둥했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화창한 아침입니다. 그동안 쌓인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청소를 하고 잠시 봄기운 느끼기 위해 교실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출입구 난간 위에 가지런히 늘어선 화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도 부지런한 선생님이 화분에게 봄 햇살을 쏘이기 위해 올려놓은 듯 싶었습니다. 병아리 가슴털처럼 예쁜 햇살이 화분 가득 포근하게 비추는 모습이 봄의 정취와 어울리는 아침입니다.
2006-04-25 14:04한사람 한사람 연필 잡은 것이며 필순 지도를 위해 한 학생 곁에 가있으면 다 따라옵니다. 자기자리로 돌아가라고 해도 일단 점검을 받은 애들은 안 움직입니다. 얼굴 가까이 모여라 했더니 가까이 다가온 남자 친구를 주먹으로 밀어냅니다. 무슨 짓을 해도 다 귀엽습니다.
2006-04-24 16:57교무실 문을 열고 화사한 꽃바구니를 들고오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성큼성큼 교무실 한 가운데로 오더니 음악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마침 음악 선생님은 수업중이라 자리에 없었습니다. 일단 선생님의 책상 위에 꽃바구니를 놓도록 안내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음악 선생님은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알고보니 오늘이 바로 자신의 생일이었다는 사실을 꽃바구니를 보고 알았던 것이지요. 꽃바구니 안에는 예쁜 글씨로 쓴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부러운 마음으로 어느 분이 보냈는지 살짝 여쭤보았습니다. 아름다운 꽃바구니늘 보낸 주인공은 바로 선생님의 사모님이었습니다. 부부간의 금실도 작은 관심과 사랑에서 비롯되겠지요. "선생님, 생일 축하합니다."
2006-04-22 21:35토요휴업일(4월 22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다음 주(4월 27일)부터 실시되는 중간고사 준비를 위해 아침부터 학교 도서관에 나와 공부를 하였다. 특히 1·2학년 교실은 2008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학교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중간고사를 준비하려는 학생들로 붐비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이미 발표된 중간고사 시간표를 꺼내놓고 학습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으며, 시험 범위를 다시 검토하면서 향학열을 불태우기도 하였다. 특히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중 제일 좋은 선생은 친구가 아닐까. 학습 도중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옆에 있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나 가르쳐주는 학생 또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올해부터 학교 내신의 공정성을 위해 각 시도 교육청은 고사(考査)에 따른 출제안과 이원목적분류표를 학생들이 시험을 치른 후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토록 각급 학교에 지시하였다. 또한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사전에 힌트를 주는 행위와 기존에 출제된 문제를 그대로 내는 행위 등을 일절 금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고사기간 동안 휴대폰으로 인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휴대폰을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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