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휴대전화가 요동을 친다. 마침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기에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선생님, 저 종훈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녀석의 목소리가 파란 하늘에 닿아 싱그러움이 한껏 묻어난다. 녀석의 전화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학 입학 후, 잊을 만하면 전화를 걸어와 안부를 물으니 오히려 내가 고마울 따름이다. 종훈이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겨울이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종훈이를 포함한 몇몇 아이들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수시 모집에 대비하기 위하여 평소와 다름없이 시험 준비에 매달려야만 했다. 아침에 등교하면 하루 10시간 이상 딱딱한 논술문을 써야 하는 강행군이 계속되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1학기 때부터 논술 준비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었지만 종훈이는 그렇지 않았다. 논술문은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고 내신이나 수능 성적도 지원대학에 훨씬 못 미쳤다. 논술 준비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종훈이가 찾아왔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수시를 포기하겠다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물론 종훈이의 논술 실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솔직히 제한된 분량도 채우지 못해서 쩔쩔매는 모
2006-07-06 22:16얼마전에 우리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점심시간에 실내화를 신은채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학생들을 교감선생님이 불렀다고 한다. 그랬더니 일부 학생들이 건물 뒷쪽으로 도망치더라는 것이다. 교감선생님이 건물 뒤로 돌아가보니 그 학생들이 있길래 따라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따라오는 줄만 알고 가다 뒤를 돌아보니 그림자 하나 따라오지 않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교감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이제는 아이들이 교감말도 안들어요. 작년만 하더라도 교감이 부르면 감히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았는데, 올해는 사정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감이 불렀는데, 도망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듣고 있던 교사들이 어이없어 한 것은 당연하다. 교실에서 또는 교내에서 아이들이 규칙을 잘 안지키고 자기들 하고싶은대로 행동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교사가 나서면 듣는 척은 하지만 그때 뿐이다. 그래도 교감선생님이 학생들을 지도하면 아주 잘 듣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또 1-2년이 흐르면 교장선생님 말씀도 듣지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일이 생기기전에 학생들을 좀더 열심히 지도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더라도 시
2006-07-06 22:15요즈음 우리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 중의 하나가 바로 방과 후 학교이다. 교육 양극화 해소와 사교육비의 절감을 목표로 이번 정부에서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이다. 하지만 정작 그 본연의 의미가 제대로 교육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본의 아니게 방과 후 학교 업무를 맡으면서 올 한해가 또 업무 때문에 꽤나 골치 아프겠거니 생각하면서 한 학기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학기가 끝나가고 있다. 그 동안 ‘방과 후 학교’ 업무 때문에 시달린 것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교육정책을 입안한 이들을 찾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 방과 후 학교가 대안이라고… 학기 초부터 방과 후 학교 업무 때문에 출장이 잦았다. 다른 선생님들이 방과 후 업무를 맡았다고 수업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부 수업은 바꿔서 해 놓고 가는 출장이라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슨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젊고 만만해(?) 보인다는 이유로 맡은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만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거 원 교사가 아이들 가르치는 데 전념해야 하는데, 매일 이렇게 출장 오라고 하니 아이들은 언제 제대로 가르쳐요!” “맞아요, 그래놓
2006-07-06 15:267월 5일 우리 반 어린이들과 충북 학생회관에 있는 어린이 안전체험관을 다녀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생활 속의 안전 실천이 중요하겠지요. 어린이 체험관은 어릴 때부터 안전의 중요성을 알고 사고를 미리 예방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날 우리 반의 어린이들은 실제 상황과 똑같은 가상의 공간에서 강사님들로부터 생활, 교통, 수상, 소방, 자연재해 등 우리가 생활하면서 겪을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 천재지변에서 몸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만남의 광장에 있는 안전 캐릭터에서 멋지게 사진도 남겼습니다.
2006-07-06 13:47교장 자격 연수, 분임토의 열기가 뜨겁다. 총16시간이 배정되어 있는데 교육과정 관리, 학교장학, 학교예산 회계 및 예산 편성, 교원 조직과 인사, 시설 관리 등 학교 CEO로서 갖추어야 할 영역이 골고루 들어가 있다. 학교 현장에서 공감되는 생각의 공유와 파급, 그리고 적용. 그것이 분임토의의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대주제는 연수원측에서 지정하지만 소주제, 문제점, 해결방안, 유의점 등은 분임원들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누구 한사람이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 여러 사람이 골고루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분임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선배 교장인 협력위원의 지도를 받는다. 발표내용은 수행평가에 반영이 되고 보고서는 분임원 전체 점수에 들어간다. 미리 교재연구를 하고 발표 준비를 한다. 준비가 많을수록 분임토의는 진지하게 이루어진다. 전국에서 모인 교감들이라 사례도 풍부하다. 학교의 우수사례를 소개할 때면 모두 귀가 쫑끗하여 귀를 기울인다. 무슨 일이든 발등에 떨어지기 전에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학교장은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의 지혜가 필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분임원들 눈빛이 반짝인다. 지금의 저 소주
2006-07-06 13:45선생님, 기말고사가 끝나 더 힘드시죠? 그래도 우리 선생님들은 교육의 맥을 잘 아시는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어제 아침 일찍 교실을 둘러보니 어떤 선생님은 분위기가 어수선하니 반 학생 전체에게 손을 들게 하여 자습분위기를 잡네요. 어떤 선생님은 교실에서 함께 공부를 하네요. 또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 청소에 열심이네요. 또 어떤 선생님은 늦게 온 학생들을 골마루에 꿇어앉아 공부하도록 하네요. 이렇게 선생님들은 시험 후 긴장이 풀린 것을 알고 ‘고무줄의 법칙'처럼 잡아당기는 역할을 하고 계시니 시험 치기 전의 모습을 유지하게 되는 것을 봅니다. 정말 우리학교에는 닮고 싶은 선생님들이 참 많습니다. 그분들로 인해 학교생활이 즐겁고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또 우리학교에는 많은 여 선생님들께서 꼭 닮고 싶은 0순위 선생님도 계십니다. 교직생활 끝날 때까지 그분들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이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실입니다. 다음은 성품입니다. 변함없는 일관성입니다. 침묵입니다. 순수성입니다. 아마 이분들은 캐리 브루서드의 신데렐라 성공법칙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신데렐라는 계모가 시킨 빨래와 청소 즉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마친 끝에 요정의 관심
2006-07-06 11:48어제 시험 끝나는 날 오후 두 시 반부터 강당에서 학생 식생활 특강이 있었습니다. 이날 강연회는 십수년 간 대기업 식품회사의 간부로 근무하면서 가공식품의 위해성에 대해 몸소 많은 체험을 했고 현재 강연회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전문가를 초청하여 ‘식생활이 살아야 건강이 산다’라는 주제로 학생들의 잘못된 식습관과 건강을 위협하는 해로운 음식물에 대해 강연하였습니다. 저도 강연을 들으러 교실을 지나 강당으로 가는데 우산이 없이 비를 맞고 강당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을 본 학생 한 명이 저에게 달려와 우산을 씌어 주더군요. 그 학생의 배려 깊은 행동을 보고서 고맙고 짜릿한 감동을 느끼게 되더군요. 이날 강연회에서는 이웃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도 오셨고, 이번에 시의회 의원이 되신 동창회 부회장님을 비롯한 임원, 운영위원장님을 비롯한 운영위원들, 학부모회장님을 비롯한 학부모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시니 보기가 좋았습니다. 강연회에 앞서 교장선생님의 인사말씀이 계셨는데 그 중 ‘우리학교의 교화인 백합이 향기를 진동하고 있는데 백합은 이렇게 한창 더울 때 꽃을 피워 향기를 발한다’고 하신 말씀이 의미 깊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학생들도 백합처럼 장차 사회…
2006-07-05 20:28어린이들의 행동특성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호기심도 많아 이상한 것을 보면 만지려고 하고 궁금한 것도 많아서 질문도 많이 한다. 그리고 흉내도 잘 내고 따라하기 때문에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쉬는 시간에도 용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틈을 내어 친구들과 놀이를 하는 것이 어린이들이다. 고학년보다는 저학년으로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어린이들을 과밀학급에서 많은 학생들을 앉혀놓고 수업을 하자니 얼마나 힘이 들까 짐작이 된다. 내 경험을 되돌아봐도 고학년 보다는 저학년으로 갈수록 그것도 1학년을 담임 했을 때가 몇 배 더 힘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한 가정에서 여러 형제자매가 자랐던 시절 보다 한두 명을 왕자나 공주처럼 키우는 요즘어린이들이 더 심하다는 것은 모든 선생님들이 느끼는 공통점일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이러한 특성을 지닌 어린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가? 놀이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는가? 가정에서는 TV나 컴퓨터가 어린이들이 공원이나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보다 어린이들을 학원으로 보내는 억척스런 부모들이 어린이들의 놀이시간을 빼앗고 있
2006-07-05 14:01교장 자격 연수 5주, 하루 8시간의 강행군! 그리고 무더위와 장마의 후덥지근함을 이겨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충분한 수면, 적당한 운동, 위생적인 생활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잡힌 식사가 아닐까 싶다. 이런 면에서 합숙 연수에서 하루 세 끼 식사 시간은 연수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시간이 되고 있다.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즐겁고 주고 받는 교육정보가 새롭기만 하다. 인간관계를 맺는 소중한 시간이다. 한편 연수생들은 말한다. 식사 메뉴가 집보다, 바깥 어느 음식점보다 더 좋다고. 알고보니 우리를 뒷바라지 하는 영양사, 조리원들의 숨은 정성이 배어 있다. 지난번 대화 시간에 총장님은 김치의 숙성기간까지 영양사에게 물어 보실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세상사 이치가 그렇듯이 연수 과정 하나에 연수원의 실무 담당자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이 숨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 이것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마음의 자세일 것이다. 기상 후 룸 메이트와 나누는 아침 인사, 캠퍼스에서 연수생과 만날 때 주고 받는 가벼운 목례, 식사 후 '감사합니다'라는 한 마디 말, 강사에게 보
2006-07-05 09:20이번주 한국교육신문(hangyo.com)을 보면 교육혁신위원회에서 공모형 무자격 교장임용제와 교감직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교직사회에 만연된 승진병에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장교사들이 승진에 목매어 있어서 학생지도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교육혁신위원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학교교사든 대학교수든 아니면 일반인이든 자신들이 승진하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모양이다. 쉽게 계산한다면 각 학교에 교감은 1명이다. 대도시에서 비교적 중간규모의 학교에는 교사들이 50명 남짓있다. 단순히 비교하면 교감되기 위한 경쟁률은 50:1이다. 그 경쟁을 뚫어야만이 교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감이 되기 위해 승진에 목매인 교사들이 부장교사들이라는 것이다. 부장교사들이 그렇다고 하는 것을 수긍할 수 없지만 만일 수긍을 한다고 해도 교육에 전념하지 않는 다는 이야기는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본다. 교감하려고 아이들 팽개치는 교사는 없다. 학교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고 한참 모든일을 열심히 해야 할 시기에 부장이 된다. 학교에서 모든 업무가 시작되는 곳이 각 부서이고 그 부서의 업무는 부장교사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열심히 교직생활하고 어느정도…
2006-07-05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