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쯤 3학년 교실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제법 많은 학생들이 골마루에 나와 공부를 합니다. 그 정도로 시원합니다. 교실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3학년실에는 두 분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교실에도 선생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교무실에는 3학년 부장선생님을 위시해 여섯 분의 3학년 선생님이 계십니다. 두 선생님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한 분은 제2교무실에 계실 겁니다. 또 한 분은 영어과 1정 연수를 받고 계십니다. 그러고 보면 3학년 전 담임선생님께서 학교에 남아 학생들과 함께 함을 보게 됩니다. 지금 영어과 1정 연수 중인 강 선생님은 앞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만 매일 아침 7시에 학교에 출근하여 학생들 지도에 임합니다. 연수를 마치고 나면 다시 학교에 와서 밤 10시까지 야자지도에 임합니다. 이분은 목표가 뚜렷한 분입니다. 초점이 흐리지 않습니다. 초점이 분명합니다. 과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마음이 분산될 법한데 그러지 않습니다. 오직 3학년 학생들 관리하는 일, 학생들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가 분명한 분입니다. 학생들 지도를 1순위로 꼽고
2006-08-17 17:38선생님, 이제 아침저녁으로 훨씬 시원하지 않습니까? 이제 방학이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날씨도 좀 선선해지고 열대야도 없는 것 같으니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좋은 시간, 즐기는 시간 되셨으면 하네요. 오늘 아침 7시에 교문을 들어서니 어느 때보다 학교가 조용함을 느낍니다. 1,2학년 보충수업이 끝나 3학년 학생들만 간혹 등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조용한 여름아침에 평화롭고 아름다운 새소리만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침묵 속에 들려주는 아름다운 멜로디입니다. 상쾌하게 합니다. 행복하게 합니다. 즐겁게 해 줍니다. 이른 아침을 맞이하는 자에게만 들려주는 선물이란 생각이 드네요. 저는 오늘 아침 어느 책에서 미국 이민 간 사람들에 대한 글을 접했습니다. “미국으로 이민 오신 분들을 보면 같은 미국에 살지만 미국생활을 즐기며 사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불평하며 사는 분들이 있다. 즐기며 사는 분들은 가능하면 빨리 미국사람으로 동화되어 보려고 애쓴다. 열심히 영어를 배워서 미국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음식 습관도 미국식으로 바꾸어 샌드위치와 햄버거로 간단히 때울 줄 안다. 이런 사람들은 미국사람이 되면 될수록 미국생활을 즐기게 되는 사람들이다. 반
2006-08-17 08:47최근 대구의 모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의 폭력성 체벌에 대해 논란이 크다. 특히 방학중 보충수업에 늦었다는 이유로 200대를 때린 교사가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이와같은 체벌문제가 자꾸 대두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교육이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학생을 도를 지나치게 체벌을 가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임에 틀림없다. 전문가들도 입을모아 체벌은 교육적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체벌은 또다른 체벌을 낳기 때문이다. 병균을 죽이기 위한 항생제에 대해 병원균이 내성이 생기듯이 학생들도 체벌을 가하면 가할수록 내성이 생기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은 한대를 더 때려야 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게 된다. 체벌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도 이제는 더이상 교사들이 체벌을 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학생들의 체벌에 대한 불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단에서 체벌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체벌이 교육적으로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러나 문제는 체벌이 없어져야 함에도, 그를 대신할 만한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는 것이
2006-08-17 08:45방학이 되면 자연히 친척들과 만나게 되고 만나면 아이들 키우는 얘기가 빠질 리 없다. 아래 동서는 경주에서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교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있다. 이름이 ‘수용’이라는 아이인데 상식과 영어는 물론 컴퓨터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어른도 따기 힘든 컴퓨터 자격증을 어린나이에 몇 가지나 취득하여 어릴 때부터 온 친척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며 자랐다. 똑똑한 아이 뒤엔 열성 엄마가 있다고 했던가? 이번 여름 방학에 만나자 마자 수용이의 담임선생님 칭찬에 입이 마른다. 수용이가 다른 학년일 때도 언제나 담임선생님들 칭찬이 대단했지만 이번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동서가 수용이 담임선생님에 대하여 소개하면서 다음카페 ‘닦쇠클럽06’에 들어가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해서 어떤 선생님이기에 아이와 엄마가 선생님을 그렇게 자랑할까 궁금하여 즉시 들어가 보았다. 분명히 올해 만들어진 클럽인데 올려진 글의 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올린 글의 개수가 136개, 학부모님들에게 올린 글이 186개, 아이들이 선생님께 올린 글이 1132개, 아이들끼리 글을 올린 것이 1836개(2006. 8. 14일 21:00 현재)였다.
2006-08-16 19:00제 61주년 광복절 아침. 전 국민의 관심사는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유무에 있었다. 마침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자 소식을 접한 전 국민이 분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아도 독도 영유권 문제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더욱 냉각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했다. 때마침 태극기를 게양하고 난 뒤, TV를 시청하고 있던 초등학생인 막내 녀석이 궁금한 것이 있다며 질문을 하였다. "아빠, 야스쿠니가 뭐예요? 그런데 그곳에 가면 왜 안돼요?" 나는 녀석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광복절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OO아, 광복절이 무슨 날인지 아니?" "아빠, 저를 어떻게 보고 그런 질문을 하세요." "그래, 미안하구나. 어서 이야기해 보렴."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된 날이 아닌가요." 녀석은 내 질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녀석에게 '야스쿠니' 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실 요즘 초등학생의 경우, 국경일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아이들이 드물다고 한다. 그나마 녀석은 광복절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어 한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국경일이 언제인지 날
2006-08-16 14:09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해외에 있는 한국교육원을 비롯한 재외 소재 한국교육기관은 광복절 행사를 지역 동포들과 함께하게 된다. 지역의 실정에 따라 기념식과 더불어 강연회, 민족 문화 예술, 음악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이국땅에서 태극기를 걸고 애국가를 부르면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된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보면 숨 가쁜 드라마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우리 나라 주변에 위치한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 소련, 일본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지금까지 멸망되지 않고 나라의 명맥을 유지한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보통이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다 고유의 전통과 고유의 문자를 가지고 이래도 이만큼 살게 된 것은 민족의 강한 정신력의 뒷받침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1894년 동학 농민운동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하여 쓰러짐으로 사실상 일본의 지배가 시작된 때로부터 1945년 해방을 맞이하기 까지 50년의 역사 동안에 우리의 궁극적 관심은 민족의 자주적 해방이었고, 이러한 지상의 과업을 위해서 많은 지사들이 알게 모르게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쳤다. 어쩌다 한 시대의 선조들이 정신을 못 차려 1
2006-08-16 11:15선생님, 오늘 아침은 훨씬 시원하지 않습니까? 새벽에는 시원한 바람이 제법 불더군요. 아침 출근길에도 가을아침을 예고하는 듯 더위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소식이 있어 더위가 한풀 꺾여지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학교의 자랑 중의 하나가 조례대를 포함하여 좌우로 푸르고 싱싱한 등나무가 줄지어 서서 생기를 불어넣고 왕성한 생명을 과시하고 있는데 이 등나무에서 봄에 이어 또다시 포도송이의 보랏빛 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기쁨이 됩니다. 봄의 포도송이 꽃은 찬바람에 시달려 추위의 고통을 이겨낸 기쁨의 꽃이었었는데 지금은 찌는 듯한 삼복더위의 고통을 이겨낸 환희의 열매입니다. 이는 더위를 이겨내며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의 환희의 열매를 보는 듯해 흐뭇합니다. 어제 아침 스포츠 뉴스를 잠시 보았는데 김병지 선수에 대한 인터뷰하는 내용이 나오더군요. 김병지 선수는 아시다시피 부동의 국가대표선수 골키퍼였는데 한번 골문 라인을 벗어나 중앙으로 돌진하다 감독의 눈에 나서 그 때부터 국가대표선수 골키퍼의 주전 자리를 내어주는 수모를 겪게 된 분 아닙니까? 어제 인터뷰에서는 자기에게 이런 상처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프로축구경기에서 가장 많이 뛰고 많은
2006-08-16 08:29선생님, 오랜만에 학교의 학생들과의 일손을 멈추고 가족을 위해 일손을 움직이는 행복한 모습을 그려봅니다. 오늘은 모처럼 1.2.3학년 함께 쉬는 날입니다. 1.2학년은 보충수업이 끝났고 3학년은 평일이지만 오늘만 가족들과 함께 방학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날입니다. 저도 교장선생님께서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함께 마음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의 여유를 찾으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새벽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벽을 여신 선생님은 아마 새벽공기가 선선해서 상쾌한 마음을 갖게 되었을 것이고 기분이 산뜻해졌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침에도 선선한 공기는 계속 불어왔습니다. 선풍기도 틀지 않고 침대에 누워 책을 보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하고 포근했으며 행복을 만끽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유머가 주는 행복한 여유’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선생님은 유머 감각을 개발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집니다.선생님은 표정관리를 잘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는 한때 유머스런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부러워 유머가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서점에 가서 유머에 관한…
2006-08-14 09:45개학이 일주일 앞으로 닥쳤는데도 만사 태평인 딸아이가 걱정되어 여름방학 숙제를 살펴보게 되었다. 바다생태체험을 비롯해 박물관견학, 봉사활동하기,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기 등 다양한 숙제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유독 내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독후감 쓰기 숙제였다. 학교에서 제공한 열 권의 도서목록 중, 여섯 편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는 것이었는데 열 권의 도서목록 중에는 리포터가 아직 읽지 못한 책도 한 권 끼어있었다. 그 책은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쓰고, 김난주 씨가 번역한 '창가의 토토'란 책이었다. 딸아이의 독서지도도 할 겸 마침 시간이 있었기에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 찬찬히 읽어보았더니 의외로 우리 교사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창가의 토토'는 수업시간에 떠들고 늘 산만하게 행동하다 학교에서 퇴학당한 '토토'란 일본 초등학생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토토의 엄마가 토토를 다른 학교에 재입학 시키기 위해 여러 날 동안 수소문을 해서 어렵게 찾아낸 학교가 바로 '도모에'라는 학교였다. 도모에 학교는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대안학교에 해당될 것 같았다. 왜냐하면 개성이 너무 강해 일반학교에서는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2006-08-13 19:35디카 촬영의 묘미, 순간 포착에 있다. 교감 하계 연수 중 환선굴을 오르는데 맞은 편에서 오는 대가족이 눈에 보인다. 마침 소나기가 내려 나도 비옷을 입고 있는데 진풍경 하나가 잡히는 것이다. "찰칵" 그 가족에게 물었다. "제목을 무엇이라고 할까요?" "엽기가족!" 아니다. '가족 사랑'이다. 37도가 넘는 찌는 듯한 무더위에 5억 4천만년전의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생명의 세계'인 신비의 동굴을 찾은 교육적 선택이, 섭씨 10도로 땀이 '쏙' 들어가는 동굴을 피서지로 택한 혜안이, 동굴 속의 폭포수 소리를 들으며 가족 간의 우애를 다짐한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것이다. 갑작스런 소나기로 12명이 커다란 우산 속에 들어간 '가족 사랑'이 정겹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대가족이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존경과 사랑과 우애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2006-08-13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