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9일 저녁 9시 35분. 좀 늦은 시간인데 전화가 울리고 아내가 받아들더니, 얼른 송화기를 막고서 "여보 광주 선생님이신 것 같은데요."하면서 전화를 바꾸어 주었다. "자주 전화 드리지도 못한 제자에게 이렇게 친히 전화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하는 인사와 수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은사님은 "치우려던 월간 문학에서 자네 작품을 발견하고 다시 읽어보았네. 7월호를 치우려고 하다가 우연히 펴진 쪽에 바로 자네의 작품이었네. 난 시조 부분과 시 부분만 읽고 치우곤 하였는데, 덕분에 자네 작품을 읽게 되어서 전화했네."하시면서 "요즘 동화 작품에서는 전래 동화 같은 짜릿한 감동 감화를 주는 작품이 별로 없어, 자넨 동화를 쓰면서 무엇에다 기준을 두고 쓰는가? 다시 말해서 자네 동화의 문학정신 말일세."하시는 것이었다. 너무 갑작스런 질문이시고, 또 은사님의 말씀이라 함부로 답 할 수도 없는 그런 질문이었지만, 내가 평소에 가진 나름대로의 기본 정신이 있기에 서슴없이 "선생님, 제가 교직에 몸담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역시 동화란 [교육]을 떠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문장이어야 하지만 바탕에 흐르는 정신은 가르침을 준다는…
2006-08-28 13:37어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얼마 전 교육위원으로 당선된 J 교육장의 친필 편지다. 그의 글씨 처음으로 보았다. 며칠 전, 하계 교감연수회에서 있었던 그의 말이 떠 오른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글씨체를 악필이라고 말한다. 지금보니 악필은 아니고 개성이 있다. 자세히 보니 정감이 가는 글씨체다. 그는 특강에서 본인의 경험을 털어 놓는다. 초등학교 때 하도 글씨를 못 써 담임 선생님께서 겨울 방학 숙제로 글씨 쓰기를 내어 주셨다고 한다. 자기 나름대로 악필을 고쳐 정성껏 과제를 해 갔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담임 선생님의 한 마디 말에 그는 악필 교정을 포기하고 말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것, 네가 쓴 것 아니지? 네가 이렇게 잘 쓸 수 없어! 누가 대신 써 주었니? 솔직하게 말해 봐!” 만약, 담임 선생님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너, 정말 잘 썼구나! 그래 너도 잘 할 수 있구나! 이렇게 네가 글씨를 잘 쓰는 줄 선생님은 미처 몰랐단다. 앞으로 계속 잘 할 거지?” 담임 선생님의 한마디 말이 그에게 있어 악필과 명필의 분수령이 되었던 것이다. 전자가 그에게 좌절과 포기, “맞아, 역시 나는 안 돼!”라는 실망감을 준 데 반하여 후자
2006-08-28 13:34요즘 매스컴에서 접한 기사 중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씁쓸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8.15 경축식이 열렸던 날 행사장인 세종문화회관에 들여보내 달라고 수백 명이 항의소동을 벌였다는 소식이다. 내용인즉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좌석은 3천48석인데 3.1절 행사 등 평소 행사 참석률이 40% 밖에 안 되는 것을 감안한 행자부가 정원보다 훨씬 많은 8천6백20장의 입장권을 보냈고, 행사 참석인원이 적어서 고민하던 행자부가 8.15 경축식부터 자원봉사 점수 인정제도를 도입하자 예상 밖으로 학생들이 많이 몰렸다는 것이다. 광복절 기념식도 참석하고 자원봉사 점수도 따려고, 즉 ‘꿩도 먹고 알도 먹으려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리던 초중고 학생 수백 명이 결국 입장권을 들은 채 발길을 돌려야 했고, 이에 학부모들이 아이들은 국민도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단다. 행사장 가득 사람을 모으려던 당국의 무리한 욕심이 광복절 경축식의 참 의미를 퇴색시키기도 했지만 「애교형ㆍ구걸형ㆍ항의형ㆍㆍㆍ‘방학 봉사활동에도 치맛바람’」이라는 기사와 맞물려 봉사활동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기사에 의하면 '자녀대신 봉사활동을 하게 해달라고 애교를 부리거나, 봉사활동 확인
2006-08-28 13:34학교마다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다가온다. 이맘때면 학생들은 물론 부모들까지 덩달아 손길이 바빠지기 마련이다. 밀린 방학숙제 때문이다. 사실 개학이 임박해서 일기를 비롯한 밀린 숙제를 하느라 밤을 새거나 부모형제까지 모두 나서 방학숙제를 도와주던 모습은 나름대로 정겨웠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들이 방학숙제 때문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최근 형식적으로 제시되던 방학숙제가 그 양과 질에 있어서 개선되고는 있지만 방학숙제 결과물을 가지고 시상도 하고 섣불리 수행평가에까지 반영하는 어리석음은 이제 없어야 할 것 같다. 숙제를 스스로, 성실히 한 학생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독후감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등의 단순한 ‘방학숙제 베끼기’는 이제 고전적인 수법이 된 것 같다. 인터넷에서 안 되는 게 없다는 세상, 이제는 혼자 하기 어려운 방학숙제를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 아예 숙제를 대행해주거나 자기가 한 숙제를 사이트에 올려 다른 사람이 다운받을 수 있게 하면 돈을 주는 얄팍한 상술까지 가세함으로써 학생들 간에 숙제를 사고파는 신종 ‘숙제매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
2006-08-28 13:33선생님, 오늘이 처서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입니다. 이제 애타게 기다리던 가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위는 이제 맥을 못 춥니다. 아직 한 달 가량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지만 한여름 더위만큼이야 되겠습니까? 우리학교는 오늘부터 근무조 선생님과 관계되는 선생님 말고는 모두가 쉬는 첫날입니다. 저도 교장선생님의 따뜻한 배려로 4일간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값지게 보내려고 합니다. 어디 피서는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행 겸 아내와 함께 서울 다녀오려 합니다. 딸도 보고 볼일도 보고 바람도 쐬고 말입니다. 저는 오늘 아침 ‘마음의 지옥을 만드는 비교의식’이란 글을 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서 자녀이든 학생이든 선생님이든 학교든 어느 것도 교육을 위해 비교하는 일은 금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교가 학문을 연구하는 데는 필수입니다. 글을 쓰는 데도 비교 분석은 필수입니다. 각 종 분야에서 비교 분석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교육을 위한 비교는 절대 금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침입니다. 오늘 읽은 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 내가 연구원으로 있던 회사는 미국
2006-08-28 13:17지난 목요일 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TV를 시청하게 되었다. 웬만해서 TV를 시청하지 않던 내가 TV를 시청하게 된 동기는 막내 녀석의 성화 때문이었다. 막내 녀석은 꼭 보아야 할 프로그램이 있다며 모 TV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채널을 맞추었다. 그리고 막내 녀석은 TV를 시청하는 내내 재미가 있어서인지 연신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의 마지막 코너는 교사인 나에게 불쾌감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내용인즉 꼴통학생들과 그 아이들을 명문대학으로 진학시키려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재미있게 풍자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을 지켜보던 막내 녀석이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아빠도 학교에서 형, 누나들을 저런 식으로 때려?" 순간 막내 녀석의 갑작스런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플라스틱 깔때기로 학생들의 머리를 때리는 선생님의 그런 모습이 초등학교 학생인 막내 녀석에게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녀석에게 그 내용에 대한 상황 설정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녀석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계속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체벌 문제가 사회 이슈로 되고 있는 작금 그와 같은 장면은 시대적 조류에 역
2006-08-28 13:10온 나라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난리법석이다. 경마, 경륜, 경견, 카지노 등 레저의 허울을 쓴 도박장에 ‘한몫’ 잡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더니 그 와중에 ‘바다이야기’가 터진 것이다. 최근 도박성 성인오락실이 주택가 깊숙이, 심지어는 온라인 도박 게임으로 안방까지 파고들어 급기야는 세탁소와 약국보다 오락실이 많아지는 판국이 되었다. 온 나라가 ‘도박공화국’이 된 책임은 '조사하면' 다 나오겠지만 이처럼 국민을 도박판에 빠지게 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문화관광부를 비롯한 정부다. 정부가 경쟁적으로 IT관련 게임산업 육성정책을 내놓으면서 성인오락실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며, 불법 도박기구를 방치하고 대책 없이 상품권을 남발한 것이 도박 바람의 시초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이런 한심한 사태는 마치 우리 교육계의 모습과 흡사하다. 정부는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사교육 절감 방안을 추진한다면서도 오히려 우리사회를 도서관이나 학교보다 학원이 더 많은 ‘사교육공화국’으로 만들었고, 이 불명예스런 이름의 중심에 교육부가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비중이 정부 한해 예산의 약 6%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한 나라, 사교육비와 불안정한 교육 정책으로 ‘기러기가족’을
2006-08-28 13:08가끔 글쓰기 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컴퓨터실에 가게 된다. 요즈음 아이들 연필로 쓰는 것 보다 컴퓨터 타자로 글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컴퓨터실로 가게 된다. 물론 아이들이 글쓰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사로서 아이들이 좀 더 다양한 도구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정작 컴퓨터실에 들어서면 기분이 나빠진다. 무엇보다 기계가 돌아가면서 뿜어내는 케케한 냄새와 뜨거운 열기, 도난방지를 위해 환기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닿아 놓은 창문과 커튼으로 인한 컴컴하고 음습한 분위기,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정작 반수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고물덩어리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하는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 때문이다. 컴퓨터 들여만 놓고 정작 업그레이드는… 학교현장에 새로운 운영체제를 탑재한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상관이다. 그 이전에는 몇몇 컴퓨터 관련 선생님들만 컴퓨터를 만질 수 있었지, 대다수의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컴퓨터는 그저 성적 처리용 기자재이거나 전시용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상관으로 많은 컴퓨터가 학교에 공급되었고, 때로는 지나칠…
2006-08-28 13:06수시 1차 합격자가 계속 발표되고 있는 요즘 고3 교실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는 시간이 연이어 계속되고 있다. 한쪽에선 “합격이다” 아우성이고 또 한쪽에서는 “불합격이다” 아우성이다. 수시 1차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아 간다고 수시 1차를 없애야 한다는 소리가 “한국교육신문”에 메아리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수시 1차를 폐지한다고 교육부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사실 수시 합격자가 많은 학교에서는 이 학생들을 지도할 교사를 선정하는 데서나 이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에서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3 년생의 꿈의 이정표 많고 많은 꿈 중에서 그래도 합격의 기쁨만큼 크게 희망을 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합격이 되면 부모에게는 자랑거리도 되고 타인에게는 자극제가 되게 할 수도 있고, 나아가서는 집단에 대한 홍보도 되고, 더 크게는 자아를 실현시키는 첩경이 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꿈은 상상의 세계에서 종종 펼쳐가기 마련이다.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은 바로 그러한 면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소설이다. 꿈은 순수할 때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고 이상은 실현가능할 때 현실에 다가오기 마련이다. 민태원의 수필 “청춘”에서 “이상은…
2006-08-28 13:01파도초등학교. 충청남도 태안반도 서쪽 끝단에 위치한 작은 어촌 마을에 위치한 학교로 전교생이라야 고작 30명에 불과하다. 이 학교는 지난 2월 초 6명이 졸업함으로써 충남교육청이 제시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 마지노선인 30명에 6명이나 모자라게 되자 학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속에서 눈물겨운 입학식을 치러야 했다. 올해 초 교육부는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농어촌 소규모 학교 676개교(초등학교 529, 중학교 123, 고등학교 24)를 2009년까지 통폐합 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하여 시도교육청 평가에 통폐합 실적을 반영하여 예산을 차등 지원하겠다고 몰아부쳤다. 이에따라 충남교육청에서는 통폐합 마지노선을 30명으로 정하고 2009년까지 연차적으로 97개교를 통폐합 한다는 추진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단순히 시장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제개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1980년대부터 농어촌은 이농으로 인하여 점차 황폐화되고 있다. 돈이 대도시로 집중하고 우수한 주거시설과 교통편의 그리고 교육환경까지 갖춰지면서 탈농 도미노 현
2006-08-28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