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메일함을 보다가 용량이 가득 차서 메일함을 비우라는 메세지가 와 있었습니다. 내 메일함을 꽉꽉 채우고 있는 스펨메일들을 10개, 20개씩 지워나갔죠. 어떻게 요즘은 20통중 20개가 스펨메일인지. 물론 친구들끼리야 폰이 있어 문자 메세지가 가능하고, 미니홈피를 통해 안부를 묻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지만 매일 매일 새로운 메일을 기대하며 메일 함을 보는 스스로의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이렇게 메일함을 정리하던 중 2002년도, 2001년도에 받았던 메일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내 고등학교때 사랑하는 단짝친구의 메일, 지금은 군대 간 친구의 메일, 그리고 고등학교때 지독하게 짝사랑했던 우리 화학선생님의 메일들을 보며 '아...그때 그랬지.'하는 그리움도 생겨났습니다.
그러던 중, '노마에게'라는 메일 제목이 있었습니다. 받은 때는 2001년도.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였죠. 고등학교 1학년때 지리선생님을 참 좋아했습니다. 원래 여자선생님은 잘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 선생님은 왜 그리도 멋있어 보였는지. 멋모르고 지리학도가 되어야겠다며 선생님을 좋아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지도를 그리고 설명하시는 선생님은 너무 똑똑하시고 명쾌하신 분이셨죠.
고1때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사실 그때도 화학선생님을 짝사랑 했기 때문에 화학선생님께는 아마도 선물과 편지를 써서 드리고 지리선생님께는 편지만 선물로 드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한통의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며칠전에 받은 제 편지에 놀랍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고맙다는 내용의 짧은 메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끝에 '너의 메이 주소는 담임선생님 책상에서 슬쩍_'
5년이 지났지만 이 메일을 아직도 지우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5년만에 다시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 봤습니다. 아직도 이 메일을 사용하고 계실런지...하는 마음으로. 다음날 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지리학도를 꿈꾸다 화학선생님을 참 좋아했던 윤정이_ 종종 연락하자는 내용으로 말이죠.
아이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제가 참 무심했던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잘 지내실까? 가끔 생각은 해 보지만 이렇게 쉽게 메일 한통이면 선생님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것을 너무 내 생활에만 갇혀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때, 입시에 치여 있었지만 그것 외에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 친구들과 선생님과 즐거웠던 그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너무 소중했던 사람들. 요즘 학교가 입시 경쟁구조가 되어가고 있지만 나에게는 행복했던 고등학교 시절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