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정부가 학교 시험문제는 물론 평가기준, 평가내용, 평가계획 등 평가관련 정보 일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을 엄격히 의무화했다. 인터넷 공개, 변별력 없는 수능시험과 2008년부터 도입되는 내신제도 개편으로 인한 공신력과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한술 더 떠 우리도(道) 충북에서는 이를 아예 중학교에까지 의무화한다는 공문을 일선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의 거센 반발은 물론 본 리포터도 지방 신문에 ‘시험문제 공개의 허와 실’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그 허구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도교육청에서는 즉시 중학교의 시험문제 공개 의무화 방침을 철회하고 학교별로 공개를 자율화 하도록 했다. 이는 책임 있는 교육당국으로서 시의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다시 언론에서는 고교 시험문제 공개를 두고 또다시 ‘학교때리기’에 나섰다. ‘여름방학 전까지’ 이라는 공개시한을 두고서다. 당초 ‘시험문제 공개 의무화’ 방침을 두고 교원단체들은 물론 대부분의 일선 교사들이 시험문제 공개에 정면으로 반대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한발 물러서 시험문제 공개 시한은 여름방학까지로 연장했다. 공개 수단도 홈페이지뿐 아니라 학교 게시판, 가정통신문,…
2006-08-29 16:52담쟁이 덩굴이 3층까지 타고 올라간 것을 보니 서울에 있는 역사 깊은 모 대학교 건물 같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시흥시에 있는 역사 7년의 장곡중학교(교장 김영호.59)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조경에 관심이 높다보니 학교 전체를 녹색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담쟁이 덩굴만해도 그렇습니다. 김 교장이 2년전 부임할 때, 1층 중간 정도이던 것을 물주고 거름 주고하여 3층까지 올려 놓았습니다. 앞 건물 바로 뒤 화단에는 키큰 대나무가 자라고 있어 바람이 불면 댓잎 소리가 운치를 더해 줍니다. 김 교장은 말합니다. "담쟁이 덩굴이 주는 연두, 초록, 붉은색, 그리고 자줏빛은 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느끼게 해 줍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수목을 죽이는 일은 없습니다. 거의 죽어가는 것도 기어코 살려냅니다. 정성을 다해 가꾸니 살아나더군요." 이런 학교에서는 정서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교장은 잘 가꾸어 놓은 이 학교를 떠난 이번 9월 1일자로 수원제일중학교에 부임합니다. 이제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도 김 교장 선생님을 맞아 녹지공간이 더욱 넓어지겠죠.
2006-08-29 08:39선생님, 지금은 개학 첫날 야자시간입니다. 야자시간이 참 좋네요. 나름대로 저에게 많은 유익을 줍니다. 1학년 2반 여남은 학생들이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걸 보고 ‘너희들 몇 반이니? 개학하니 기분이 어때? 모두 미인들만 모였군’ 했더니 한 학생이 ‘보는 수준이 높으시군요’ 하더군요. 학생들에게 듣기 좋은 말을 건네니 학생도 역시 듣기 좋은 말로 응답하더군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더군요. 1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8명이 식사를 했는데 방학 동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 선생님에게 방학을 어떻게 보내셨느냐고 물으니 자녀양육, 부모봉양, 남편수발 한다고 시간 다 보냈다고 합니다. 학교에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나야 하고 애들 공부하도록 신경 써야 하고 남편 출근하는 데 신경 써야 하고 부모 식사 및 손님 대접하는데 신경 써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또 한 선생님은 교원대학교에서 3주 동안 대학원 공부를 했는데 공부를 얼마나 빡빡하게 시키는지 힘들었다고 하네요. 또 한 선생님은 며칠 쉬는 동안 등산도 하고 운동하고 하니 몸이 가벼워졌는데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되니 다시 살이 찌고 몸이 무거워질 거라고
2006-08-28 21:16요즘은 수업 중이건 쉬는 시간이건 학생들의 관심은 오직 휴대폰뿐인 것 같다. 책상서랍 속에 한 손이 들어가 있는 학생이 있다면 그는 분명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그러잖아도 요즘 '바다이야기'라는 사행성 도박게임 이야기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판에 학생들마저 어려서부터 이런 중독성 게임에 빠져든다면 이는 정말 큰일이다. 학교에서는 핸드폰 게임으로, 집에서는 컴퓨터 게임으로 날을 지새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뭔가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의 오랜 경험에 비춰볼 때 학생의 핸드폰 사용은 정말 불필요하다. 왜냐하면 돈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학업에 결정적으로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고, 또 금방 새 핸드폰을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핸드폰은 고가인데다가 그 후의 통화료 또한 만만찮다. 수업시간에 전화가 오거나 문자를 주고 받다보면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기도 어렵다. 선생님 말씀에 집중해야 할 정신을 핸드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생의 핸드폰 사용에 찬성을 하는 사람들은 신변에 위험이 닥쳤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
2006-08-28 17:53우리나라의 정원은 어디를 가나 모두 천편일률적인 모양을 하고 있다. 네모진 벽돌처럼 잘 다듬어진 생울타리와 둥그렇게 기형적으로 전정(剪定)된 향나무들을 볼 때마다 참 의아하단 생각이 든다. 왜 사람들은 나무들이 생긴 그대로 자연스럽게 자라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걸까. 제멋대로 마음껏 가지를 펼치며 성장한 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들은 정녕 모르는 것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정원사 아저씨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교정의 정원수들을 열심히 가지치기하고 있다. 나는 가끔 정원수의 신세나 학교 아이들의 신세나 서로 비슷하다는 상념에 빠질 때가 있다. 똑같은 교복, 똑같은 머리모양, 똑같은 책걸상, 모두가 똑같이 선호하는 특정 대학, 똑같은 교육 과정이 어쩌면 전정 가위를 들이대어 모두가 똑같은 아름다움을 연출하도록 강요당하는 정원수의 신세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창조주께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 세상에 똑같은 것이 둘이나 있도록 허용치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하찮은 풀 한 포기, 구르는 잔돌 하나, 나무 한 그루마다 그 태어난 의미와 존재 이유 또한 다 다른 것이다. 하물며 자라나는 아이들임에랴. 아이들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른 나무와도 같다. 우후죽순이란
2006-08-28 13:59이제 계절로는 처서도 지나 조금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2학기를 앞두고 인사이동 발표가 끝나고 설레임으로 새 학기를 준비하면서 어떤 분은 교장으로, 교감으로 관리자로 자리를 바꾼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요즈음 학교의 권위가 무너지고 그 가운데 학교장의 권위, 교사의 권위 모든 것들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는 때가 있습니다. 특히 지도자의 자리는 외로우며 구습에 젖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잘 적응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학교도 교육 조직이다 보니 지도자로 교장이 있고 교감, 교사가 역할을 수행하며 학교 교육이 전개됩니다. 그런데 최근 학교를 흔드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 교육 분야는 위기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요즈음 세상이 부패하고 무능하고 흔들리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원칙이 없는 지도자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칙과 고집은 다릅니다. 지도자의 능력은 변할 수 없는 원칙에 근거하며, 원칙은 인간의 가치와 품위를 높여주고 발전시키는 보편적인 원리에 근거합니다. 위기의 상황을 새로운 역사의 기회로 삼았던 많은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원칙이 있었습니다. 인간 역사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2006-08-28 13:57눈이 떠지지 않는다. 어머니 성화에 일어나긴 했지만 눈꺼풀이 무겁다. 한동안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다. 밤새 더위와 모기에 시달려 뒤척거리면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으니 눈이 쉽게 떠지지 않는다. 이른 아침인데도 열대야의 후끈한 더위와 끈적거리는 습기가 온 몸을 감싼다. 방문의 문종이를 떼어내고 붙인 모기장(방충망)이 어설프고, 사람냄새를 맡은 문밖에 붙어있던 모기들이 문을 여닫는 사이에 들어오곤 한다. 입으로 불어 살포하는 살충제를 뿌리기도 하지만 틈새 어디론가 들어오고 만다. 잠결에 쫓아 보지만 어쩔 수 없다. 아침이면 배가 터질 만큼 몸이 무거워진 모기들이 잘 날지도 못하고 벽에 붙어있다. 모기에 물린 가려운 상처를 긁적거리면서 눈을 비비면서 밖으로 나온다. 들녘 마을에 먼동이 트면서 아침놀이 발갛고 붉은 해가 꽤 빠른 속도로 지평선을 뚫고 머리를 내민다. 나뭇가지에서는 참새들이 짹짹거린다. 푸른 벼 잎자락에 맺힌 이슬방울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벼 잎 끝과 끝을 이은 거미줄에도 이슬방울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른 새벽부터 벼논을 둘러본 이웃집 아저씨의 바짓가랑이가 이슬에 젖어 축 늘어졌다. 참새 한 무리가 앞길을 막아설 듯 길바닥에 내려앉는다.
2006-08-28 13:46“말도 많다” “언론의 빅뉴스도 많다” 등등이 우리 시대의 교육의 언저리가 아닌 지 되새겨 본다. 어디를 쳐다보아도 교육의 길은 보이지 않고, 어느 곳을 찾아보아도 한국 교사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 것이 오늘인지. 한국 교사의 진정한 얼굴은 어디에 있는 지 그것이 의심스럽다. 50대는 한국 교사의 얼굴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교단에 발을 내디디면 그 때의 나이는 남성은 30대에 접어들고, 여성은 20대 후반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이때부터 교사의 길을 걸으면서 5년 간은 학생 지도과 교재 연구에 몰두하는 시간이 되고, 그 후 5년은 가르침에 요령을 터득해 가는 시기이기도 하고, 교사로서의 길을 조금씩 생각해 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남성은 40대에 가까워지고, 여성은 30대 후반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렇듯 교직에 발을 뻗고 나면 세월은 어느 새 40대의 길로 접어들어 자신의 뒷걸음을 회상하게 된다. 이때부터 진급에 대한 자신의 위상을 찾기 시작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중히 여기면서 동시에 자신의 실리도 추구해 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불혹이라는 나이는 자신을 주변에 조화시켜 나가면서도 자신만을 위한 길을 가야 하는 시기다. 그렇
2006-08-28 13:382006년 8월 9일 저녁 9시 35분. 좀 늦은 시간인데 전화가 울리고 아내가 받아들더니, 얼른 송화기를 막고서 "여보 광주 선생님이신 것 같은데요."하면서 전화를 바꾸어 주었다. "자주 전화 드리지도 못한 제자에게 이렇게 친히 전화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하는 인사와 수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은사님은 "치우려던 월간 문학에서 자네 작품을 발견하고 다시 읽어보았네. 7월호를 치우려고 하다가 우연히 펴진 쪽에 바로 자네의 작품이었네. 난 시조 부분과 시 부분만 읽고 치우곤 하였는데, 덕분에 자네 작품을 읽게 되어서 전화했네."하시면서 "요즘 동화 작품에서는 전래 동화 같은 짜릿한 감동 감화를 주는 작품이 별로 없어, 자넨 동화를 쓰면서 무엇에다 기준을 두고 쓰는가? 다시 말해서 자네 동화의 문학정신 말일세."하시는 것이었다. 너무 갑작스런 질문이시고, 또 은사님의 말씀이라 함부로 답 할 수도 없는 그런 질문이었지만, 내가 평소에 가진 나름대로의 기본 정신이 있기에 서슴없이 "선생님, 제가 교직에 몸담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역시 동화란 [교육]을 떠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문장이어야 하지만 바탕에 흐르는 정신은 가르침을 준다는…
2006-08-28 13:37어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얼마 전 교육위원으로 당선된 J 교육장의 친필 편지다. 그의 글씨 처음으로 보았다. 며칠 전, 하계 교감연수회에서 있었던 그의 말이 떠 오른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글씨체를 악필이라고 말한다. 지금보니 악필은 아니고 개성이 있다. 자세히 보니 정감이 가는 글씨체다. 그는 특강에서 본인의 경험을 털어 놓는다. 초등학교 때 하도 글씨를 못 써 담임 선생님께서 겨울 방학 숙제로 글씨 쓰기를 내어 주셨다고 한다. 자기 나름대로 악필을 고쳐 정성껏 과제를 해 갔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담임 선생님의 한 마디 말에 그는 악필 교정을 포기하고 말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것, 네가 쓴 것 아니지? 네가 이렇게 잘 쓸 수 없어! 누가 대신 써 주었니? 솔직하게 말해 봐!” 만약, 담임 선생님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너, 정말 잘 썼구나! 그래 너도 잘 할 수 있구나! 이렇게 네가 글씨를 잘 쓰는 줄 선생님은 미처 몰랐단다. 앞으로 계속 잘 할 거지?” 담임 선생님의 한마디 말이 그에게 있어 악필과 명필의 분수령이 되었던 것이다. 전자가 그에게 좌절과 포기, “맞아, 역시 나는 안 돼!”라는 실망감을 준 데 반하여 후자
2006-08-28 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