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퇴근길에 집에 필요한 몇 가지 물건을 시장에 들러 사오라고 부탁을 하였다. 오랜만에 찾은 시장은 새삼 낯설기까지 했다. 하물며 재래시장은 경기가 없어서인지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다. 아내가 불러 준 물건을 다 사고 난 뒤, 시장을 빠져나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저 멀리서 아기를 업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답례로 목례를 하였지만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 아주머니는 마치 나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왠지 낯익어 보였다. 제자인 듯 했다. "혹시 OO고등학교 선생님 아니세요?"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 신지?" "선생님, 저 모르시겠어요?" "글쎄." 얼굴 생김새는 학창시절의 모습이 조금 남아 있어 그나마 제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제자의 이름은 영 떠오르지 않았다. 본인의 이름이 불리어 지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제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제자의 이름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할 수 없이 어슴푸레 생각나는 이름 하나를 말했다. "그래, 너 OOO이지?" 그러자 제자는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보채는 아기를 달래는 것이었다. 아마도
2006-09-16 15:44벌써 주말이 다가옵니다. 한 주가 참 빠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도심 속의 학교라도 참 조용합니다. 가을의 노래하는 풀벌레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아침입니다. 저는 이 조용한 시간에 교육은 관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직업과 관련 있는 것을 언제나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20년 전부터 잘 알고 있는 양복점 아저씨는 학교 올 때마다 제 양복을 쳐다봅니다. 양복 맞출 때가 됐는데 언제 맞춰 입으려나? 하면서요. 우리학교에 주기적으로 구두 닦으러 오시는 아저씨가 있는데 이분은 언제나 선생님들의 구두만 쳐다봅니다. 관심이 있습니다. 구두 닦을 때가 됐나 어쩌나 밑창 갈아 넣을 때가 됐나 어쩌나 하면서요. 이와 같이 사람들은 직업에 따라 관심사가 다릅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관심사는 마땅히 학생이어야 합니다. 이 학생이 반듯하게 잘 자라고 있나 어쩌나, 이 학생은 교복을 잘 입고 다니나 어쩌나, 이 학생은 명찰을 잘 달고 다니나 어쩌나, 이 학생은 실내화를 신고 밖에 나가나 어쩌나? 이 학생은 공부를 잘 하고 있나 어쩌나, 이 학생은 공부보다 남자에게 관심이 많나 어쩌나, 이 학생은 형편이 어렵나 어쩌나, 이 학생은 자율학습을 잘…
2006-09-15 09:45경기도 수원의 청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측의 두발규정 강화와 관련하여 반발하고 나섰다고 한다. 어떤 연유가 있어서 두발규정을 강화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으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두발규정을 강화하고 나선것은 어떤 이유가 내포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무조건 두발규정을 강화했을 것으로 보기에는 시기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두발규정을 완화하고 있다. 그런데 역으로 개정을 했다는 것은 단순한 이유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개정을 하면 비난을 받을 것이 뻔한데 누가 그렇게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하겠는가. 만일 아무런 이유없이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했다면 문제가 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항상 어떤 문제를 해결할때는 보편, 타당성이 우선이다. 요즈음 학생의 머리는 대부분 길이에 제한을 받지 않는 추세다. 엄연히 두발규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따라 막연히 머리를 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학생들의 잘못된 생각이다. 요즈음 분위기가 그러니 슬그머니 규정을 어기고 머리를 길러도 된다는 생각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머리를 무작정 기를 것이 아
2006-09-15 09:44선생님, 오늘은 푸른 하늘이 개이고 찬란한 햇빛이 나는 날은 아니지만 비가 그쳤으니 다행이지 않습니까? 날씨가 선선한 게 아니라 쌀랑하기까지 하네요. 아직 일교차가 심한 것 같으니 감기 조심하셔야 합니다. 한 선생님께서 기침으로 고생하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말도 제대로 못합니다. 그렇다고 임신 중이라 약도 먹지 못합니다. 환절기 때 더욱 건강을 돌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 선생님은 아들에게 눈병이 옮아 학교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고 안타까워하시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어제 보도에 의하면 울산에서도 눈병이 세 배나 번졌다고 하네요. 전염성이 있는 눈병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소매가 긴 옷을 입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소매가 긴 옷을 입으신 선생님이 많이 보입니다. 계절에 민감합니다. 날씨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반응이 즉각 나타납니다.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당연한 현상입니다. 민감해야 할 때 민감해야 합니다. 반응해야 할 때 반응해야 합니다. 그게 건강한 사람에게는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 있으면 머릿속에 입력합니다. 하지만 입력된 정보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곧 사라집니다. 그래서 메모합니다. 일
2006-09-14 08:33우리 아파트는 매주 목요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날이다. 가끔 나는 분리수거하는 곳을 둘러볼 때가 있다. 내가 필요로 하는 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가끔은 정말로 버리기에 아까운 물건이 나올 때는 재사용을 한다. 우리 집에서도 사용을 하지만 어떤 때에는 학교 과학실이나 학습 자료실에 두고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용하기도 한다. 한 때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면 내가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 1톤 트럭으로 하나씩 싣고 옮기기도 하였다. 학습활동을 하기위해 제작 하였던 학습용 자료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학습자료 제작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을 하다보니까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곳에 책이 묶어져 있다. 내용을 살펴보니 초등학교 동화책이 묶어져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차에 싣고 학교에 와서 보건선생님께 드렸다. 지난번에도 여러 권의 만화로 보는 세계여행 이라는 책을 주었다. 보건실에서 아픈 아이들이 지루할 때 읽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건 선생님은 아이들이 보건실에 와서 그 책을 보며 무척 좋아한다며 앞으로 더욱 많이 구비
2006-09-14 08:33오늘 저녁은 기분이 좋습니다. 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그치더니만 비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네요. 우리 학생들도 때를 만난 듯 많은 학생들이 운동장 트랙을 돌고 있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운동장 트랙을 30분 정도 걸었습니다. 기분이 상쾌해지더군요.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구요. 오늘 저녁에 시간 나시면 식구들과 함께 산보를 좀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오후 보충수업 시간에 조용한 교무실에서 세 학생의 지각에 대한 반성문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세 학생의 반성문을 읽고 선생님도, 학부형님도, 택시기사님들도 모두 학생을 우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의 의지를 굳게 세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1학년 학생의 반성문을 읽어보니 평소와 같이 일어나서 평소와 같이 집에서 나왔는데 친구를 기다리다가 늦었다고 하네요. 시간이 늦어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택시기사님들이 차를 세워주지 않더라고 합니다. 거리도 가깝고 돈이 안 된다고 그러나요. 울산여고에 들어오는 길이 일방통행이라 복잡해 그러나요. 그래서 이 학생의 반응은 분했습니다. ‘택시기사님들에게 진짜 교육 다시 받고 택시운전했으면, 제발 법 좀 지키세요, 안 그럼 다른 사
2006-09-13 22:18대학에서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대학발 벤처」의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대학발 벤처란 대학에서 달성된 연구 성과나 신기술, 특허를 바탕으로 하여 설립된 기업과 대학의 교원, 학생 등이 설립한 것과 관계된 기업으로 일본 경제산업성은 2001년에 「대학발 벤처 1,000개사 창출 계획」을 발표한 후 기업 수는 금년 3월말까지 총 1,503개사에 이르렀다. 최근 대학발 벤처 기업이 총 1,500여개사로 증가한 이유는 일본은 오랫동안 불황이 계속 된 가운데 대기업은 그 동안 연구를 유보했었다. 그 결과 산업계의 활력이 저하되자 새로운 창조성의 근원을 대학에 요구했던 것이 증가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공립 대학이 독립 법인화됨에 따라 대학의 지식 발신력이나 매력을 홍보할 필요성이 강해졌다. 무엇보다 대학이 가지는 지적 재산을 유효하게 활용하자는 기대가 높아져, 교원이나 연구자와 산업·경제활동과의 관련이 보다 밀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벤처는 대학의 활성화나 세계의 여러 문제 해결에 공헌할 수 있는 것으로 그 뜻이나 철학을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경영의 어려움 등 이에 따른 과제도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2006-09-13 22:17
점심을 먹고 교정을 한바퀴 둘러보다가 학생 휴게실에 들르게 되었다. 마침 한 학생이 공중전화부스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예전의 공중전화가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콜렉트콜' 전용전화란다. 휴대폰도 없고, 동전도 없고, 카드도 없을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용방법도 간단해서 수화기를 들고 안내멘트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은 휴대폰을 다 소지하고는 있지만, 개중에는 없는 학생들도 꽤 많은 편이라, 이런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배려한 것이다. 이렇듯 거창한 것보다는 학생들의 보이지 않는 작은 곳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것이 진정한 학생복지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2006-09-13 18:19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우리 반 한 여학생이 부리나케 교무실로 달려왔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그 아이를 진정시키며 용건을 물어보았다. "아침부터 웬일이니?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이야기 해 보렴." "선생님, 왔어요. OO이가 왔어요. 교실로 빨리 가보세요." 그 아이는 앉아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며 빨리 교실로 갈 것을 재촉했다. 거의 20여일 이상 결석을 하고 난 뒤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한 녀석이었다. 처음에는 괘씸하여 원망도 많이 했지만 결석일수가 많아질수록 담임으로서 녀석의 학교문제가 걱정되기도 하였다. 아이들과 며칠을 찾아 다녀도 찾지 못했는데 녀석이 어떤 자극을 받아 학교에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여학생의 손에 이끌려 교실로 들어가자 녀석의 자리 주위에는 오랜만에 등교를 한 친구를 환영이라도 해주려는 듯 아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녀석은 생각보다 건강해 보였다. 잠시 뒤,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선생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제 학교생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잘 왔다. 어디 아픈 곳은 없니?" 나는 미안한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쓰
2006-09-13 18:19
6교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옆 반 교실에서 아이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갔더니 이번 축제에 컴퓨터게임 리그전을 하는데 그 게임의 규칙을 설명중이란다. A4 용지 한 쪽 면을 가득 채운 설명서를 읽어보았더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리포터는 그동안 나름대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가며 세대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했건만 아이들이 쓴 게임설명서를 받아든 순간, 나 역시 구세대란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야, 이게 무슨 말이냐? 선생님은 하나도 모르겠는데?" 그러자 학생들 왈, "선생님도 어쩔 수 없는 구세대군요."
2006-09-13 1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