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장날 고르고 또 골라 사서 심은 고구마 줄기가 텃밭을 온통 덩굴로 엮어버렸습니다. 첫 서리가 내리고 고추밭 고추가 과수원 사과보다 더 빨게 질 즈음, 올해는 추위가 빨리 올 거라며 어머니는 고구마 캐기를 서둘렀습니다. 내가 덩굴을 몰아 가생이로 넘기고 어머니와 누나는 호미로 조심조심 둔덕을 헤치면, 땅속 빠알간 고구마가 얼굴 내밀며 웃었습니다. 자루에 담으며 나도 누나도 웃었습니다. 고랑 저만큼 앞서 나가다 호미 들고 땀 씻는 어머니. 어미니 입가에도 웃음꽃이 핍니다. 바람이 뱅시레 지나갑니다.
2007-12-26 11:01
표현과 내용이 일정한 수준을 넘은 글들이 많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다음 두 가지 점이 아쉬웠다. 우선 짜임새가 탄탄하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다. 논리든 이미지나 분위기든 간에, 연쇄 혹은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 어떤 중심과 줄기가 있어야 수필은 통일성을 얻는다. 규범적 형식이 없는 게 수필이라고 하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짜임새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다음으로, 제재를 선택하고 바라보는 데 있어 균형 감각이 아쉬운 작품이 많았다. 글은 혼자 쓰지만 여럿이 읽을 것이므로 느낌과 생각, 있는 것과 있어야 할 것, 개인적 취향과 사회적 규범 등에 대한 관점이 균형을 유지하거나 합리성을 지니고 있어야 설득력과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각 응모자가 낸 글 전체를 대상으로 역량을 보면서 작품을 골랐는데, 마지막에 개성이 다른 셋이 남았다. ‘나침반’은 짜임새가 있고 문장이 견실하다. 제재가 새롭지 못하며 관점도 다소 경직된 게 흠이다. ‘내 마음의 집’은 묘사가 섬세하고 치밀한데다 내용에 욕심을 부리지 않아서 아주 잘 읽힌다. 그런데 장점이 약점이 되어 다소 감각 위주로 흐른 감이 있다. ‘백령일기’는 일기투를 빈 수필이다. 간결하고 명징한 언어로 삶의 기
2007-12-26 11:00
떠올리면 그리워도 다시 살아보라면 머리를 가로 저을 수밖에 없는, 너무 외로웠던 섬 백령도. 섬에 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건 그리움의 본질이었다. 그리움의 본질은 외로움이었다. 섬과 그리움과 외로움은 동류항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책도 읽고 글도 썼다. 그만큼 쓰는 것에 대한 집중력이 살아났고, 자기 성찰의 시간도 늘어났다.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은 그리워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빠 왜 섬에 가? 꼭 가야 돼. 안가면 안 돼?” 여고 1년생이 되는 딸애가 내 허리를 끌어안고 안타깝게 물어오던 날이 기억난다. 나는 점수 따러 간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내 허리를 잡은 딸애의 가는 팔을 어루만지며 변명처럼 말해주었다. “미안하다. 내 인생의 반전 같은 거라고나 할까. 총각시절 첫 부임지 작은 학교에서의 열정과, 사랑, 낭만, 그런 것들이 그립기도 하고…” 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간절하게 ‘그래도 안가면 안 돼’ 라는 말만 되풀이했었다. 딸의 여고시절 3년 동안 떨어져 살았다. 이 글을 빌려 나 없이도 잘 살아준 아내와 아들, 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2001년 단편소설 가작, 올해 수필 부문 당선
2007-12-26 10:59
7. 6. 수. 안개 오락가락 지난 주말에 휴가를 다녀왔다. 토요 휴업일을 끼고 이틀간 연가를 내서 4박5일의 휴가를 얻었다. 백령도에서 나오는 날도 안개가 끼어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고 두 시간이나 대기하다가 배를 탈 수 있었다. 나올 때부터 불안했던 뱃길이 백령도로 들어갈 때는 사흘간이나 연안부두 대합실에서 대기하는 불상사를 겪어야 했다. 공식적으로 한 학기에 두 번씩 활용할 수 있는 연가가 허락되어야 겨우 사오십 일 만에 집에 와보는 것이다. 밑반찬도 만들어 와야 하고 가족들도 만나봐야 했다. 오랜만에 갇혀있는 것 같았던 섬을 떠나 배를 탄다는 것은 삶을 새롭게 충전시키는 아주 중요한 활력소가 된다. 같은 섬에 있는 중고교에서는 한 달에 한번 꼴로 육지에 나간다고 한다. 일 년에 7,8회쯤 될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일 년에 4회 정도. 그나마도 관리자에 따라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한다. 문제는 학교분위기다. 얼마나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휴가를 얻는 결재과정부터 돌아올 때까지의 마음 편안함이 변수였다. 이번 휴가는 눈치 보며 나온 휴가였다. “여보, 휴가 나온 당신 아들하고 똑 같은 게 있어. 어디 지그시 앉아
2007-12-26 10:57“원장 사퇴한다고 끝날 일인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 홈페이지 등에는 성탄절인25일에도 교육부의 무사안일과 책임회피를 성토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항의성 글들이 쏟아졌다. 평가원 홈페이지에는 “평가원의 자존심과 학생의 인생 중 무엇이 더 중요한 가”라거나 “이의심사위원 11명 중 1명만이 외부 인사라니, 폐쇄적 이의심사가 문제를 키운 것 아닌가” 등 평가원을 비꼬는 글들로 도배되었다. 평가원은24일 물리Ⅱ 복수 정답을 인정함으로 인해 등급이 바뀌는 수험생이 1016명이라고 밝혔다. 큰 변동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물리Ⅱ를 선택한 학생들의 성적이 상향 조정되면서, 과학탐구 영역 중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고, 여기에 문・이과 ‘교차지원’ 제도까지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수험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인 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강정 평가원장은 이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교총도 논평을 통해 “평가원이 문제 발생에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수능시험의 출제, 관리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교육부
2007-12-26 10:03
한국교총(회장 이원희)은 동북아역사재단 후원으로 전국의 초.중.고 선생님 54명을 대상으로교단에서 생동감 있는 독도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독도-울릉도 탐방'프로그램을 2박 3일간 운영하였다. 23일 독도를 배경으로 '독도는 지키고 간도는 되찾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 러.일 전쟁당시 무력으로 울릉도를 점거해 일본군 통신기지와 막사터로 활용 되었던 곳에서 울릉군청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2일 석포전망대에서. 일본 막사터에서 불과 20여 미터 거리에 있는 석포전망대에서 22일 역사탐방팀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독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동도와 서도의 전경을 학습자료화 하기 위해 자료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독도 관련 자료들을 학습자료화 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 독도와 관련된 역사와 생태계를 멀티미디어실에서 영상을 통해 학습하고 있다. 22일 울릉읍 대아리조트에서 역사탐방 팀원들이 '도전 독도 골든벨'을통해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역사탐방 팀원들은 22일 경일대 이범관 교수의 강의 등을 통해 '독도 퍼즐대회'를 하며 독도의 기초개념 등을 학습 할 수 있었다.
2007-12-24 14:43대통령 선거 때마다 각 후보들은 유권자의 관심을 사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그럴듯한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새 대통령이 당선될 때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엄청난 기대를 한다. 그 공약이나 기대대로 되었다면 이미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모든 부문에서 가장 이상적인 국가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16대 대통령까지 이어지면서 선거공약이 제대로 실천된 예는 하나도 없고, 국민이 기대했던 바대로 실행된 것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말하려는 것은 참여정부에 대해 너무 실망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이 교육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면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교육정책들을 중단하거나 반대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산적한 교육문제들 중에 임기 5년 동안에 최소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첫째, 코드인사를 지양하고 전문성 위주의 인사를 해주기 바란다. 참여정부 실정의 근본 원인은 코드인사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일은 전문적인 활동이다. 국방․외교나 경제 분야에 전문가가 필요한 것처럼 교육 분야에도 교육전문가가 필요하
2007-12-24 13:35
제17대 대통령을 선출하던 12월 19일 국민의 권리부터 행사하고 한국전쟁 초기 미군에 의해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당한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와 추풍령을 다녀오기 위해 차를 몰았다. 노근리는 경부고속도로 황간 IC에서 가깝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 만나는 4번 국도에서 좌측 영동읍 방향으로 달리면 도로변 우측에 ‘노근리사건 현장입니다’라고 써있는 안내판이 보인다. 화살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앞에 노근리사건 역사의 현장인 쌍굴다리가 우뚝 서있다. 노근리사건은 1950년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남쪽으로 향하던 피난민들이 미군의 무차별 총격을 받아 300여 명의 희생자가 생긴 대량학살 사건이다. 더구나 대부분이 노인이나 부녀자이고 젖먹이까지 미군의 총탄에 억울하게 희생됐다. 역사 속에 묻혀있던 진실이 모두 밝혀질 만큼 좋은 세상이 되었건만 방명록과 안내책자를 보관하는 낡은 상자, 사진이 잘 보이지 않는 허술한 게시판, 허름한 벽에 사건이 나던 날을 그린 그림이 초입에서 낯설게 맞이한다. 날짜별로 사건개요가 써있고 사건의 위치도가 그려있는 노근리 사건 안내판 옆에 '사건의 진상규명과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하여 현장을 훼손하거나 변형시키는 일이 절대 허용
2007-12-23 13:58
인천의 숭덕여고의 수시전형에 합격한 42명 과 인송중학교 학생 40명으로 구성된 ‘태안반도 해안 및 바다 살리기’자원 봉사단이 조직되어 12.22일 홍배식 숭덕여고 교장을 비롯한 교사 4명의 인솔 하에 봉사 장소인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기에 태안군청에서 원유제거단계가 많이 마무리된 곳에서 작업하게 되었다. 만리포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바다에 떠 밀려오는 기름찌꺼기, 원유 덩어리, 타르 등을 준비해간 헌옷, 흡착포 등으로 제거하는 활동을 벌였다. 학생들도 처음 도착했을 때 사실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본 까만 기름으로 뒤덮여있는 바다, 바위들의 장면과는 달리 많이 깨끗해진 모습에 의아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봉사를 하다 보니 아직도 기름이 떠있고, 찌꺼기가 군데군데 남아있는 것을 보며 겉보기와는 다른 해수욕장 환경의 심각성에 모두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걸어다니면서 원유찌꺼기를 조금이나마 더 제거하기위해 발에 부착한 흡착포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맣게 변했다. 외면상으로는 깨끗해 보이는 모래도 조금만 걷어내면 타르로 뒤덮여 까만 모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에서는 파도에 기름덩어리와 번들번들한 기름…
2007-12-23 13:58
- 춤추자 노래하자 내 사랑, 부평여중 - 부평여자중학교(교장 노시백)는 12.21일, 부평에 소재한 주안장로교회 대성전에서 교직원 및 학생 학부모 지역 등 1천5백여명이 참석한가운데 ‘2007 부평여중 뮤지컬 페스티벌- 춤추자 노래하자 내사랑, 부평여중 ’을 개최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공연은 요즘 학생들의 성적, 부모와의 갈등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과거로 돌아가거나 서로의 입장이 바뀌는 설정 등 참신한 내용에 다양한 노래와 춤을 선보여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연이 되었다. 본선에 오른 5팀 모두 음악과 교육과정과 연계해 1년 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또 부평여중 뮤지컬 댄스와 부원중, 부개고 댄스 공연도 곁들여져 학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또 3학년 음악과 수업과 연계하여 유명 뮤지컬 배우(2007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주역 김선영)의 초청 강의와 다양한 뮤지컬 공연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문화예술 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연극 강사를 초빙하여 전문적인 수업을 받게 하는 등 1년 여에 걸친 부평여중의 체계적인 교육과정 기획과 추진력에도 박수를 보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이 행사는 교육인적자원부에
2007-12-23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