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순인데 많은 양의 첫눈이 내렸다. 제법 쌀쌀한 날씨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세월이 하도 수상하니 여러 가지 이변이 일어난다. 한밤중 살포시 내려 가슴 설레게 하는 첫눈이 아니었다. 그런 것을 알리 없는 아이들만 첫눈이 왔다고 아침부터 신이난다. 바람이 불든 첫눈이 내리든 교정에 있는 나무들은 묵묵히 제 할일을 다한다. 계절이나 세월이 바뀌어도 적응을 잘하고 있는 나무들을 보며 꼭 우리들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 앞에 닥친 여러 가지 현안들을 보면 나무를 닮을 수도 없다. 무작정 적응하며 내성만 기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들끼리라도 힘을 합치고, 방안을 모색하고,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의 순수를 닮고 싶은 교육자들이 자꾸 목청을 높이게 한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마구 던지면서 왜 파문을 일으키느냐고 시비를 붙는다. 지금 교육을 위한답시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몇 명의 주도하에 돌아가고 있는 꼴이 꼭 그렇다.
2006-11-08 06:50이미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우리학교는 강당이 없는 탓에 구민회관을 대관하여 종합예술제의 공연을 실시하였다. 그것도 우리학교가 속한 행정구청의 구민회관이 아닌, 다른 행정구청의 구민회관을 어렵게 빌린 것이었다.(우리학교가 속한 행정구청의 구민회관은 규모가 작아서 전교생이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아침에 월요일이라는 특수성이 맞물려 어렵게 1시간여를 이동해야 했다. 어지간한 결단이 없고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행사였다. 그래도 학생들을 위해서는 종합예술제의 공연을 근사한 장소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교장선생님과 교사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연은 성황리에 끝났고, 뒷정리도 어느정도 마무리될 무렵이었다. 그쪽(구민회관)에서는 대관만 해줬을 뿐, 뒷정리는 고스란히 우리들의 몫이었다. 어차피 우리가 사용했고 우리가 어지럽혀 놓은 것이기에 학생들과 교사들 모두 열심히 뒷정리를 하였다. 바닥청소에서부터 무대 청소, 의자정리까지 정말 열심히 했다. 학생들만 시키기 어려워 교사들도 모두 나서서 함께 했다. 정리가 끝났다 싶어, 학생들을 모두 귀가시킨 직후, 구민회관 관계자가 급히 들어왔다. '지금 2층 남자 화장실에 좀 가 보시지요. 일단 보시고 난…
2006-11-08 06:50학부모님 여러분, 지금 학교에서 자녀들이 열심히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생각들 하시겠지요. 물론 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상당수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수십 건씩 문자를 날리고 있거나 아니면 첫 시간부터 계속 눈이 빨개지도록 잠만 자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설마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하실 겁니다. 지금 인문계 고등학교 교실은 대학을 향해 잠시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졸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 교사들은 아이들 잠 깨우고 수업분위기 조성하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선생님의 강의 내용에 정신을 집중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학생들은 왜 학교에 나온다는 자각도 없이 학습의욕도 상실한 채 교과서는 꺼내놓지도 않고 잠을 자거나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거나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시끄러운 음악에 몰입해 있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그럼 교사는 뭐하는 건가, 학생들을 이끌어 수업을 하도록 지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항의를 하시거나 교사의 업무태만을 나무라시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교사가 태
2006-11-07 16:10최근 미국이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인은 약 8만 7,724명, 이는 전체의 14.5%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인구 10억을 넘는 인도, 중국은 물론 1억 3천 명 가까운 인구에다 경제 대국인 일본도 제치고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유학 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실로 세계가 깜짝 놀랄 일로 자녀교육에 삶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유난스럽고도 희생적인 교육열을 보여주는 또 다른 면모다. 거기다가 불어닥친 과잉 영어열풍과 입시과열로 인하여 유학생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여기에 쏟아 붓는 비용만도 매년 10조원에 이르는 등 유학인구는 당분간 세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하기는 오늘의 한국이 세계에 우뚝 서게 된 것도 우리나라 부모의 남다른 교육열 덕분이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교육열은 의외로 단순하다. 오로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데만 초점을 맞추어 벌이고 있는 경쟁이 우리 교육의 전부일 정도다. 그러나 성숙되지 못한 우리의 교육열은 이미 무분별한 해외 어학연수나 유학 과정에서 유학생의 부적응과 일탈, 기러기 가족
2006-11-07 15:32인천에서 쾌속선으로 약 1시간가량 걸리는 서해의 작은 섬인 대이작도에 있는 전교생 12명의 이작분교 아이들의 소원을 성취시켜 주신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님과 관계 직원 여러분께 먼저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지난 5월, 우연히 보게 된 우편물을 통해서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에서 도서 · 벽지 아이들을 위해서 실시하는 ‘소원성취 프로그램’ 사업 공모 공문을 보면서 “바로 이거야!”하면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게 되었고, 곧바로 사업 신청용 계획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항상 이작분교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줄까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이번이 참 좋은 기회라고 여겨져 부부교사인 아내와의 오랜 상의 끝에 비행기 탑승 체험과 나라 사랑 정신을 동시에 키워줄 수 있는 제주도 탐방 쪽으로 계획을 세워서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경비를 500여 만원이나 신청한 큰 행사여서 혹 지원 대상교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선정되었다는 유선 통보를 직접 받은 날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무튼, 이 사실을 수업 중에 아이들에게 말하니 아이들도 너무 기뻐 펄쩍펄쩍 뛰는 것이었다. 사실 가정…
2006-11-07 08:53한교닷컴의 E-리포터를 하겠다고 했던 것이 엇그제 같은데, 이번글이 벌써 550번째 글입니다. 그동안의 글을 가만히 읽어보니 부끄러운 내용도 보이고, 좀더 자세히 썼더라면 좋았을 것을,,,, 등등 이런 글들이 보입니다. 앞으로 글이 쌓이고 쌓이면 1000건, 2000건이 되겠지만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교육계 여러곳을 꼼꼼하게 살펴서 교육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 할 수 있는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아쉬운점은 한교닷컴 E-리포터 코너의 열기가 어느정도 올라온 다음부터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교원이 40만명 이상인데 그 열기가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는다는 것은 관심이 적기 때문은 아닐까요. 아니면 교원들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그런것일까요. 앞으로는 좀더 열기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급강하해서 매우 추워질 것이라고 합니다. 벌써 1년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시간이 빨리가는 것 같습니다. 11월이 시작되었으니 올해 새로 맡았던 학생들과도 서서히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학년이 되면 다시 새로운 학생들과 만나겠지요. 한교닷컴의 리포터
2006-11-06 21:47종합예술제(우리학교에서 사용한 용어)의 꽃은 학생들이 준비한 공연을 보는 것이다. 댄스부터 연극, 노래, 패션쇼 등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모든끼를 한꺼번에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공연의 묘미일 것이다. 학생들도 좋아하고 교사들도 좋아하니 종합예술제의 꽃으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 뒤에는 아쉬움이 매우 많이 남는다. 공연 자체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그동안 공연을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면서 느낀 것들이다. 학생들이 애로사항 없도록 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그래도 그런것들은 쉽게 해결이 가능한 것들이다. 문제는 어디에서 공연을 하느냐이다. 전교생이 들어가서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강당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된 학교일수록 강당있는 학교가 너무나도 부럽게 마련이다. 당연히 우리학교도 강당이 없다. 대학강당을 대여하면 되지만 그 사용료가 만만치 않다.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대여료를 지불해야 한다. 당연히 다른학교의 강당을 알아보지만 공연내내 학생들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어야 한다. 이것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른학교의
2006-11-06 21:47"주인정신을 갖고 있는 교장은 학교를 보는 눈이 다르다." 지난 9월, 새로 부임한 교장이 아침 모임에서 교감에게 들려주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새롭다. 교감으로서 미처 보지 못한 것을 교장의 시각에서 일러주는 데 마치 '교장 실무 연수'를 받고 있는 느낌이다. 하나하나 일깨워 주시는 교장이 고맙기만 하다. 얼마 안 있어 교장으로 나가 현장에서 맞닥뜨릴 문제를 짚어주고 해결하는 방법을 손수 보여주시니 이보다 생생한 교장 실습이 또 있을까? 37년차의 교직경험과 3년차의 교장 노하우를 가감없이 알려주시는 것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불필요한 전등은 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아침에 켠 전등을 하교 때가지 계속 켜 놓고 있다. 제일 안타까운 사람이 교장이고 그 다음이 교감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감각한 편이다. 주인정신이 부족한 것이다. 교직원 화장실만해도 그렇다. 교장은 불필요한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게 조치를 해야겠다고 말씀하신다. 곧바로 교직원 남자 화장실에 가 보았다. 나도 깜짝 놀랐다. 무려 전등이 10개나 있는 것이다. 화장실 두 칸, 소변기 두 곳, 세면대 1곳을 위해 과연 이 많은 등이 필요할까? 애당초 설계와 시공, 감리감독이 잘
2006-11-06 21:46최근 한 초등학생이 평소 자신을 괴롭히는 급우를 복수하기 위해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하여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기성세대의 무관심이 불러 낸 화(禍)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갈수록 십대 아이들의 폭력 수치가 높아지고 그 폭력성 또한 기성세대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심각하여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표면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성세대의 좀더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매번 이런 사건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가 두렵다고 한다. 그리고 자녀가 등교하여 집으로 귀가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한다며 직접 자녀들을 등·하교시키는 부모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암암리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학교 폭력을 일삼는 일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으로부터의 후한이 두려워 폭행당한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 학교 폭력이 ‘사후약방문’식으로 수습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 교실과 교무실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조회시간과 종례시간을 제외하고는 담임선생님이…
2006-11-06 20:16오늘 오후는 날씨가 좀 다릅니다. 내일이 입동이라 그런지 날씨가 예사롭지가 않네요. 비가 오고 온도가 많이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몸이 움츠려집니다. 고3학생들은 더욱 차가움을 느끼리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수능을 향한 열기로 따뜻해졌으면 합니다. 오늘 오전에 교장실에 들어갔더니 한 학부형으로부터 전화가 와 통화를 하고 계시더군요. 1학년 학부형인데 교장선생님께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이 어떤 학생인지 알아보기 위해 생활기록부를 보고 담임선생님께 물어보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은 학생으로부터 받은 여러 반성문을 가지고 와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이 학생은 결석이 잦고 조퇴도 지각도 자주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성적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애가 학교에 오지 않으면 담임선생님은 집에 전화를 합니다. 그러면 부모는 애가 학교에 가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반문을 한답니다. 또 어떤 때는 조퇴를 하고 나서는 집에도 가지 않고 공원에 가서 빈둥빈둥 논다고 한답니다. 친구들은 실업계에 다 갔는데 자기만 아버지께서 울산여고를 고집해 우리학교에 오게 된 것입니다. 가정형편은 그런대로 넉넉한 편인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2006-11-06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