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일주일을 남겨놓고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나 3학년 담임이라면 학급의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 같으리라 본다. 그런데 요즘 3학년 담임의 또 하나의 고민이 늘었다. 그 고민은 바로 수능원서를 접수하고 난 뒤 수시 모집에 최종 합격한 아이들의 수능시험 응시여부에 관한 건이다. 본교의 경우, 수능 원서를 제출한 144명의 아이들 중 80여명의 학생들이 수시 모집에 합격하여 구태여 수능시험에 응시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일부 선생님들은 수시 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의 수능 미응시가 지금까지 수능 공부를 꾸준히 해 온 아이들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수시 모집에 합격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능시험에 응시할 의사가 없어 수능 당일 많은 결시생이 생기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강제로 수능시험을 보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본교는 수시 모집 합격에 관계없이 수능원서를 제출한 모든 아이들이 수능시험에 응시하도록 설득 내지 권유하고 있다. 물론 수능시험이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인 것은 분명하나 고등학교 3년 동안 배운 내용을 아이들 스스로가 한번쯤…
2006-11-09 16:52우리 학급은 화장실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화장실내 청소는 고학년이 맡고 있지만 화장실 앞 청소는 우리 학급이 맡을 수밖에 없다. 물감을 사용했던 시간이나 서예시간, 점심시간 전이나 직후는 화장실 앞을 상상해 보라. 그래서 교사용 의자 뒤쪽에 아예 물걸레를 세워 놓았다. 상황을 보고 틈만 나면 나가서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화장실 앞을 닦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유달리 환풍기 소리가 크게 들렸다. 환풍기 쪽으로 갔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로25, 세로 30센티미터 되는 환풍기가 온통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환풍기 바람에 먼지자락이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교사용 화장실 위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동안 왜 안보였을까? 마침 교장선생님께서 지나가셔서 말씀 드렸더니 조금 후에 기사님께서 올라오셨다. 기사님께서는 아주 쉽게 환풍기 덮개를 분리시켰다. “이렇게 쉽게 분리되는 것을 그동안 왜 두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니 “저도 환풍기가 이런 상태인 줄 몰랐어요.” 하셨다. 환풍기 덮개를 흐르는 물로 닦았더니 아주 깨끗해졌다. 그리고 다시 제 자리에 끼워 놓으니 주변 환경과 어울리며 보기 좋았다. 학교마다 화장실에 환풍기가 있을 것이다. 환풍기는 다소…
2006-11-09 16:51‘이인삼각(二人三脚)’이라는 경기가 있다. 비교적 어렵지 않은 게임이지만 둘 사이에 어지간히 호흡이 잘 맞지 않고서는 넘어지기 일쑤인 협동경기다. 대학입시는 마치 토끼와 거북이가 짝을 이루어 벌이는 ‘이인삼각’ 경기라는 생각이 든다. 공교육과 대학 중 누가 토끼고, 누가 거북이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비록 키가 다르고 보폭도 제각각이지만 어깨동무를 하고, 조심스럽게 구령에 맞춰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멀고 먼 레이스다. 뛰다가 걷다가 박자가 엇갈려 필요하면 잠깐 멈추어 함께 “발 바꾸어 가”라는 구령으로 보폭을 맞춘 뒤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달려야 한다. 두 다리를 끈으로 적당하게 묶은 채 둘이 협조해야만 잘 뛸 수 있다는 점에서 공교육과 대학은 이인삼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입시에서의 논술, 구술면접이 교육현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역 외고 입시 관계자들이 ‘공동 입시문제출제 관리본부’를 설치하여 2008학년도 구술·면접시험 문제를 중학교 교과 과정 수준에 맞추어 출제함은 물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아 논란을 빚었던 외고 입시 문제를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논술을 비롯한 대입 전형과 교육 현안 논
2006-11-09 13:15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둥근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얀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깨끗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향한 무언의 미소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를 향한 미소 띤 얼굴은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조용한 미소는 꽃보다 향기롭습니다. 깨끗한 미소는 국화향기처럼 번져갔습니다. 이른 아침 현관에서 밀대로 청소하시는 오 주사님의 조용한 미소는 둥근달 이상이었습니다. 그분의 아름다움은 가을꽃 이상이었습니다. 교문지도를 위해 7시 40분에 출근하시는 선생님께서 ‘안녕하세요’하면서 띠우는 조용한 미소는 역시 아름다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조금 전에 ‘조용한 미소는 꽃보다 향기롭습니다.’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 글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조용한 미소는 꽃보다 향기롭습니다. 조용한 미소를 얼굴에 담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용한 미소를 서로 주고받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인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조용한 미소를 주고받는 일은 분명 향기롭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미소를 얼굴에 담고 산다는 것 자체
2006-11-09 11:43올해도 여지없이 입시 한파가 찾아 올 것 같다. 입동(立冬)과 동시에 갑자기 찾아 온 추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저 멀리 산자락에 쌓인 눈은 어느 새 겨울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아침 등굣길 갑자기 찾아 온 한파에 아이들이 저마다 두꺼운 옷을 입은 탓일까. 아이들의 몸놀림이 그렇게 자연스럽지만은 않다. 그리고 학교까지 아이들을 태워주고 돌아가는 부모님의 얼굴 위로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그런데 수능시험 10여일도 채 남겨 놓지 않고 있는 고3 교실은 마지막 1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아이들의 향학열로 불타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추위 또한 저만큼 물러나는 듯 하다. 1교시 2학년 영어시간. 아이들에게 추위 때문에 정신마저 헤이 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선생님인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양복 상의를 벗고 교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교실 문을 열자, 밀폐된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장난을 심하게 한 탓인지 뿌연 먼지가 자욱하여 호흡조차 힘들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아이들에게 교실 환기를 위해 모든 창문을 열게 했다. 그러자…
2006-11-08 22:05오늘 이른 아침 둥근달은 환하게 다가왔습니다. 수능 1주일을 앞두고 등교하는 3학년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듯했습니다.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고 아침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해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격려하는 듯했습니다. 어느 때도 발견하지 못한 둥근달이었습니다. 하얀 달이었습니다. 마음에 불안과 초조를 안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안아주고 달래주는 듯했습니다. 학생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았습니다. 학생들에게 큰 안정을 가져다 줄 것 같았습니다. 고3학생들은 어느 때보다 차분해 보였습니다.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가 서려 있는 듯했습니다. 처음 겪었던 중3의 과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힘든 관문입니다. 뚫어야 할 문입니다. 통과해야 할 문입니다. 선택된 자들만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좁은 문입니다. 가려고 하는 학생은 많아도 한정되어 있기에 좁은 문입니다. 그래서 이 문을 통과하려고 막판까지 힘을 쏟습니다. 집중을 합니다. 끈기와 인내로 이겨냅니다. 그러기에 그들의 모습이 대단해 보입니다. 그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들의 학생들이 뿌듯해 보입니다. 함께 수고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굉
2006-11-08 22:04어제는 입동이라 그런지 겨울맛을 약간 보게 했지만 오늘은 조금 풀리는 것 같네요. 이제 아침 6시 반 출근시간에 미등을 켜고 출근해야 할 정도로 어두워지고 있네요. 오늘 아침 출근을 하니 푸른 하늘에 보이는 것은 둥근달이었습니다. 보기가 참 좋네요. 현관을 들어서니 새로 눈에 들어오는 게 겨우내내 피는 양배추였습니다. 군데군데 심겨줘 있더군요. 이웃 동사무소 동장님께서 직원들과 함께 직접 오셔서 500본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분들의 관심과 사랑과 정성이 겨우내내 학교를 아름답게 해 줄 것입니다. 이제 손꼽을 정도로 수능이 다가왔습니다. 이맘때면 긴장으로 인해 집중력을 잃고 불안하고 초조해 마무리를 잘못하는 고3학생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긴장을 풀고 불안 초조를 물리치고 안정되고 편안한 가운데 집중력을 높이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월드컵 축구경기를 비롯하여 중요한 국제축구경기를 볼 때 마지막 때에 꼭 필요한 것이 집중력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기고 있다가 마지막 5분 집중력을 잃고서 동점골을 허용한다든지 역전골을 허용하는 경우를 종종 보지 않습니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갖고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동점골이나 역전골을 허용하지…
2006-11-08 14:35학교 가까이에서 아파트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처음엔 굴착기와 중장비, 대형 트럭에서 나오는 소음과 진동 그리고 먼지로 학습에 지장을 주더니 이제는 시각적으로 학교를 위협한다. 운동장에서 학교 건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건물 위로 타워크레인이 팔을 뻗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체육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시각 공해에 해당한다. 맑은 가을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구름이 정상인데 '저건 아니다' 싶다. 교문 밖을 나가 살펴보니 학교 울타리에서 5M 도로 하나 사이를 두고 타워크레인이 뻗쳐 있다. 학교 건물 위까지 보인 것은 착시현상이었다. 그러나 저것이 수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수업시간에 주위를 산만하게 하여 수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교사나 학생이 심리적으로도 위축이 된다. 자기도 모르게 공포와 위협을 느낀다. 이럴 경우, 시각적 피해 개념이 새로이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것을 막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학교에서는 수업권, 학습권이 중요한 것인데 전문가적 도움이 아쉬운 순간이다.
2006-11-08 06:54A시에 있는 B초등학교. 점심시간을 알리는 벨소리가 그치고 나자 바로 교내방송이 울린다. “5학년 3반 C선생님 교무실에 전화 와있습니다.” 휴대전화가 보급되어있지 않은 시절이고 일반전화도 각 교실 까지는 설치되지 않고 인터폰시설도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라서 이렇게 시도 때도 없는 전화를 이런 식으로 받아야 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서둘러 달려와 수화기를 드니 “여기 D파출소인데 요. B초등학교 C선생님 맞습니까?”하는 약간은 퉁명스러우면서도 사무적인 말투의 경찰관의 말이 들려온다. “네 그렇습니다만...” “지금 곧 D파출소로 오셔야겠는데요. 여기에 학생을 한명을 보호하고 있거든요” C선생은 오늘로 벌써 사흘째 결석을 하고 있는 훈이를 퍼뜩 떠올렸다. “그 아이가 혹시 김용훈 아닌가요? 그런데 무슨 일로...” “아무튼 와 보시면 아니까 빨리 오세요.” 수화기를 놓자마자 학교 오토바이로 달려간 C선생이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한쪽 구석 소파에 훈이가 초췌한 모습으로 앉아있고 그 옆에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서너명이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다. 훈이는 4학년때 어머니가 생활고 때문인지 훈이 아버지와의 불화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가출한…
2006-11-08 06:53새벽에 창문을 열어보니 주차된 자동차들 지붕 위에 첫눈이 새하얗게 내렸더군요. 내심 그렇게나 기다리던 첫눈이 입동인 오늘 11월 7일 새벽에 드디어 내렸던 겁니다. 떡가루처럼 새하얀 첫눈을 보니 가슴이 마구마구 설레더군요. 한참이나 창가에 서서 첫눈을 감상하자니 문득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이 생각났습니다. 그 소설 첫머리에는 눈 내리는 날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건너편 자리에서 처녀가 다가와 시마무라 앞의 유리창을 열어 젖혔다. 차가운 눈 기운이 흘러나왔다. 처녀는 창문 가득 몸을 내밀어 멀리 외치듯, "역장님~, 역장님~" 하고 외친다. 등불을 들고 천천히 눈을 밟으며 온 남자는, 목도리로 콧등까지 감싸고, 귀는 모자에 달리 털가죽으로 내려 덥고 있었다. 벌써 저렇게 추워졌나 하고 시마무라가 밖을 내다보니 철도의 기관사인 듯한 가건물이 산기슭에 을씨년스럽게 흩어져있을 뿐, 하얀 눈빛은 거기까지 채 닫기도 전에 새까만 어둠에 삼켜지고 있었다. 어때요, 멋지죠? 모르긴 몰라도 눈 내리는 날의 환상적인 풍경을 이보다 더 잘 묘사한 소설은 없을 겁
2006-11-08 0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