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2학년 ○반 담임인 A교사는 1학기 동안 일부 아이들의 소소한 일탈로 얼굴에 그늘이 지곤 했다. 한 명의 제자를 전학까지 보내면서 의기소침은 더해갔다. 여름이 가고 2학기. A교사가 수업공개에 나섰는데 담임 반이 아니었다. 마음에 짚이는 게 있어 “왜 선생님 반과 하지 않으세요?” 물었다. A교사는 잠깐 고민에 잠기더니 결국 본인 반에서 공개수업을 하겠다고 했다. 공개수업 사전 대화에서 A교사는 “우리 반은 5개 중국어반 중 집중도와 학업 성취도가 가장 낮지만 게임수업을 할 때는 가장 적극적이고 명랑한 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만큼 재미있고, 즐거워야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데 어떻게 하면 흥미로운 수업을 만들 수 있을까가 요즘 고민”이라고 했다. 그리고 본 수업의 목표는 교통수단과 장소명사를 발음이 부정확해도 중국어로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A교사와 아이들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마음 속 괄호 안에 넣어두고 수업나눔에 임했다. 공개수업에서 A교사는 아이들을 중국어 이름으로 불렀다. 제 이름을 불렀는데 못 알아들을 땐 친구들이 “너 이름 부르시잖아~” 알려주기도 했다. ‘아이엠 그라운드’, ‘파리채’ 게임으로…
2017-01-16 09:42많은 교사들, 특히 고교 교사들은 ‘입시’라는 장벽과 ‘배움중심’, ‘활동중심’ 등 여러 교수-학습전략으로 교실수업을 개선해야하는 과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다. 일반계고인 우리 학교 교사들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초가을 1차 지필평가를 앞둔 어느 날, 사회 선생님의 2학년 이과 반 생활윤리 수업을 보게 됐다. 수업 전에 수업 의도나 고민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데 선생님은 시수에 비해 교과 내용이 많아 진도 빼기도 바빠 평소 학생들과 활동위주 수업보다 강의식수업을 하는 것에 고민이 있었다. 또 이과 반은 수능에서 사탐을 선택하지도 않고 성적에도 반영 되지 않아 시험에 임박해서는 수업하기가 미안하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래서인지 몇몇 아이들은 수학이나 영어책을 꺼내놓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롤스의 정의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다. ‘원초적 입장’이니‘무지의 베일’이니‘무관심적 합리성’이니 하는 난해한 말들과 중간중간 질문이 이어졌다. 대답없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스스로 답하곤 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책상을 모둠별로 배치하거나 토론을 유도하지 도 않았다. 따라서 토론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도 없었다. 그렇게 홀로 수업을 진행하
2017-01-08 09:22교사란? 수업이란? 교육이란?아이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원들의 영원한 숙제들을 수석교사와 함께 고민하고 성찰하는 ‘수업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생생한 ‘수업나눔’ 경험을 토대로 교사로서 신념 세우기, 학생과 관계 만들기, 의미 있는 배움 만들기, 삶과 연결하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얼마 전 한문교과의 허생전 수업을 나눈 적이 있다. 허 생이 마을의 제일가는 부자를 만나 돈을 빌리는 장면을 한문으로 읽으며 그 뜻을 알아가는 수업이었다. 교과 특성 상 수업은 아이들에게 다소 지루한 듯 보였는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너희가 이 부자라면 허 생에게 돈을 빌려 줬을까?’ 질문을 던졌다. 엎드려 열심히 필기만 하던 아이들은 고개를 들었고 교실은 금세 생기를 띠며 술렁였다. 평소 주관이 뚜렷하던 서영이가 "저는 절대 안 빌려줘요" 단호히 말하며 "왜냐하면 저는 허 생이 싫거든요"라고 묻지도 않은 이유까지 설명했다. 박지원의 ‘허생전’은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사대부의 무능과 허위의식을 비판하며 지배층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이다. 한자 원문을 공부해 보다 깊은 의미를 알면 깨달아지는 이치를 통해 인성교육을 하는 것이 학습 목표였음
2017-01-02 15:54다가오는 미래 사회에서 교직은 없어질 직업일까?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므로 학습을 돕는 일 즉,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 혹은 기계는 계속 필요할 것이다. 이 질문은 기계교사가 주로 그 일을 담당할지, 아니면 인간교사의 역할이 계속 중요할 지에 관한 것이다. 인간교사의 필요성 정도는 기계교사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찾아 적극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의 기계교사는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뿐만 아니라 직접 대면하지 않고 기계의 힘을 빌려 교수행위를 하는 ‘인강’(인터넷강의)까지를 포함한다. 교직이 살아남는 직업이 되려면 그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그리고 새로운 역할에 부응하기 위해 교사가 갖춰야 할 역량과 교수법은 무엇일까? ‘기계와의 경쟁’에서 브린욜프슨과 메카피는 머지않은 미래에 교수, 법률가 등 많은 화이트칼라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과거 18세기의 제1차 기계 혁명에서는 기계들이 인간의 팔다리를 대체함으로써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2차 기계 혁명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두뇌까지 대체함에 따라 화이트칼라 노동자도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2016-12-16 14:00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개최한 ‘제8회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한 우수사례 공모전’ 결과가 5일 발표됐다. UCC, 포스터, 교육자료, 수기 부문에 211건의 작품이 접수됐다. ‘교육자료’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교사 3인의 다문화교육 이야기를 소개한다. 실천으로 내면화해야 진짜 다문화교육 ◆최윤아 인천동양중 교사=최윤아 인천동양중 교사는 “중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은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구체적으로 정립해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과 행복을 인지하는 다문화교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그동안 중‧고교의 다문화교육은 외부 강사에 의한 일회성 교육에 그치거나 사회교과 정도에서만 다루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료개발 시 다문화 교육의 ‘내면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교육 후 ‘식상하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내면화에 실패한 교육이라는 설명이다.자료는 1학기 ‘그림책 출판하기’, 2학기 ‘건의문 쓰기’를 중심으로 개발됐으며 단계별 활동지와 활동 방법이 담겼다. 그림책 출판하기는 국어, 도덕, 미술
2016-12-15 18:45교총 종합교육연수원이 겨울방학을 맞아 제97기 교육전문직 동계특강을 마련했다.수년간 출제경험이 있는 교육전문직 출신 강사진이 △기본과정 △심화과정 2개 반을 편성․운영한다. 각 시․도별 출제문항을 정확히 분석해 적중률 높은 맞춤식 강좌를 제공할 계획이다.교육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유․초․중등 교원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기본역량 강화를 위한 기본과정 80명, 실전대비를 위한 심화과정 3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기본과정은 △시험 준비 안내 및 정책토론 △장학, 인사, 학사 실무 이해와 현장적용 △교육정책 논술 실제 등의 강좌로, 심화과정은 △교육정책 논술 실제(첨삭지도) △사업기획안 작성 실제(첨삭지도) △면접 이론과 실제(심층면접, 집단토의) △서술형 대비 문제풀이(장학․인사․법규․교육과정․교육학 등) 강좌로 구성했다. 강좌기간은 2017년 1월16일∼1월20일(5일 40시간)이며 장소는 교총 연수실(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이다. 신청방법은 교총 종합교육연수원 홈페이지(www.kftaed u.or.kr) → 회원 가입(교총 홈페이지와 별도) 및 로그인 → 바탕화면의 제97기 교육전문직 동계특강 선택 → 신청하기 선택 순으로 하면 된다. 문의=02-57
2016-12-15 18:42가르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가르침의 본질은 무엇일까? 학생들도 교재를 갖고 있고, 그들 스스로 책을 읽을 줄 알며 이해할 수도 있을 텐데 과연 가르친다고 하는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연구원에 근무하다가 학위를 마치고 귀국해 곧바로 교수가 된 나에게 떠오른 질문들이었다.이런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교수법에 대한 다양한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그런 책들을 통해 많이 배울 수는 있었지만 목마름은 해소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책들은 가르침의 기법을 소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었고, 그 기법을 잘 익히면 최고의 교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들게 했다. 그러나 따라 해봐도 학생들을 배움의 희열로 이끌 수가 없었다.남들이 사용하는 기법을 그대로 사용하면 자신도 성공적인 강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백유경에 나오는 첫 번째 비유인 ‘소금만 먹은 사람’과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잔칫집에서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싱거워 맛이 없다고 불평했다. 주인이 그 말을 듣고 음식에 소금을 넣어줬다. 그는 소금을 넣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생각했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소금 때문일…
2016-12-10 12:40한국교육정책연구소가 주최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2016년 현장교원중심 국가교육과정 4차 포럼'이 2일 서울 우면동 교총회관에서 열렸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성공적 현장 안착, 이제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한 교육과정의 효과적 적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1~3차 포럼을 종합·정리하는 소규모 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홍배식 인천 숭덕여고 교장이 맡았다. 주요 토론내용 ◇ 이경호 서울이태원초 교사=기초학력 부족 학생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기본지식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 토의·토론식 학생참여수업을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생중심의 심층적 학습과 동기 고취를 위해 교수·학습과 교과시간 활용에 대한 교사의 재량권 확대도 필요하다. 다수의 교육선진국은 성취 목표만 제시하고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에 대한 교사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또한 학생참여형 수업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역량 강화가 수반돼야 한다. 거꾸로 수업, 하브루타 수업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론적, 추상적만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체험형 연수를 보강해야 한다. 강의식·암기식 수업에
2016-12-04 20:44미국에 교환교수로 나가 강의를 하고 있던 때다. 같은 과 교수로부터 국제전화가 왔다. 요지는 졸업생 한 명이 대학 홈페이지에 자신이 4년간 들었던 전체 교수들의 강의에 대해 실명까지 거론하며 평을 올렸는데 부정적으로 거론된 교수들이 상처를 많이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강의에 대한 평도 있다고 했다. 궁금해서 물었더니 이런 내용이었다. ‘박남기 교수, 그는 무서운 사람이다. 30분만 강의를 들으면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 그 말을 전해 들으며 함께 파안대소했다. ‘맹랑한 녀석.’ 그러나 그의 평에 대해 나도 반박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나는 첫 강의부터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작업을 시작한다. 첫 시간 ‘학문의 세계’에 대한 특강에서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비롯한 몇 가지 자료에 근거해 학문이란 것이 무엇이고, 그 중에서 인문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비교해 어떤 특성을 가졌으며, 인문사회과학을 공부하는 교수와 학생들의 역할은 무엇이 돼야 할 것인가를 설명한다. ‘어느 한 패러다임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패러다임을 여행하고 탐구하며 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론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인문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의 역할이다. 한…
2016-12-02 15:22출간, 정보교환, 진로진학 강의 등 100여명 참여대도시보다 소외된 지역에 찾아가는 콘서트 추구교사만의 내공으로 ‘똘똘’…사교육과 ‘맞짱’ 각오 “교사들의 전문성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교단 현실이 학교폭력, 공무원 연금 등 미담보다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교사들의 교육적 재능을 나누고 대중화할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9월 출범한 ‘가르치는 사람들의 재능나눔 네트워크(Teacher's Network for Talents, 이하 TNTs‧티엔티즈)’의 슬로건은 ‘가르치는 사람들을 밖으로! 밖으로! 그리고 그 에너지를 안으로! 안으로!’다. TNT 폭약처럼 교사들의 폭발하는 에너지를 발산하자는 의미다. 16일 서울 EBS본사에서 만난 정동완(경남 김해율하고 교사) 회장은 “교사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이끌 공식 단체를 만들자며 탄생한 것이 티엔티즈”라며 “교과, 입시 등 공통 관심사를 매개로 출간과 정보 교환,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사회가 살만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였다”며 “영재, 천재라는 미명 아래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성공한다는
2016-11-20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