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인물 감사용 골수팬은 아니지만 자칭 ‘가늘고 긴’ 야구팬인 필자에게, 해마다 찾아오는 가을은 ‘한 해를 결산하는 한국시리즈’라는 대작을 통해 늘 짜릿한 기억을 남겨 준다. 올해는 특히 정규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던 ‘롯데 자이언츠’가 하반기에 무시무시한 상승세를 보이며 8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해라 더 흥미진진했다. 어렵사리 4강에 진입했지만 더 나아가지 못하고 결국 무릎을 꿇은 롯데팀의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머릿속에 영화 한 편이 맴돌았다. 2004년 가을, ‘한국 스포츠 영화의 편견을 무너뜨린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상영된 슈퍼스타 감사용. 실존 인물인 전직 야구 선수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한, 소재 자체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세대들에게는 그 이름조차 낯선 ‘감사용’은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단 ‘삼미 슈퍼스타즈’는 16연패라는 무시무시한 대기록(?)을 남긴 팀이다. 그 엄청난 기록에 일조한 ‘패전 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 프로야구 초창기 5년 동안 1승 15패 1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마운드를 떠난 그를 스크린에 불러들인 이는 ‘김종현’이라는 신인 감
2008-12-01 09:00책 읽기를 좋아하던 저는 우리 반 아이들도 책 읽기를 즐기는 아이들로 만들고 싶어서 수백 권의 책으로 교실을 작은 도서관처럼 만들고 자잘한 일들을 함께하며 아이들과 책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즐거운 책 읽기는 아이들의 생각도 쑥쑥 키워서 저절로 사고력도 길러지고 창의성도 길러 주리라 믿으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거나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다 우연히 만난 것이 토론이었습니다. 처음 토론을 접했던 때로 돌아가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배우긴 했지만 ‘과연 아이들에게도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품고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배우는 기쁨은 정말 컸습니다. 포항공대 김병원 교수님께 일주일에 한 번씩 오후 내내 배웠는데 그때 참으로 오랜만에 ‘배우는 즐거움’을 맘껏 누려 보았습니다. 이제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그때 함께 배운 선생님들이 많게는 100명, 가까이에서 30~40명은 꾸준히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들 어디서 어떻게 실천하고 계시는지…. 1999년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토론 수업을 공개하고 난 뒤 바로 전국 교과 연구 모임을 만들어 당당하게 시작하는 것을 보고
2008-12-01 09:00
바보란 밥만 축내면서 제 구실 못하는 사람 요즘 필자의 눈길을 끈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한 장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두루미(이지아 분)와 천재 트럼펫 주자 강건우(장근석 분) 커플, 가을 밤 정취에 취해 키스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데…. 입술과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애견 (베)토벤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괴짜 지휘자 강건우(동명이인, 김명민 분)에게 딱 걸리고 만다. “흥, 귀머거리에 백치라, 바보 커플이네. 계속해 봐….” 지휘자 강건우가 청신경 종양 때문에 청각을 잃게 될 두루미를 귀머거리로, 스스로 엄청난 음악적 천재임을 모른 채 좌충우돌하는 순수한 청년 강건우를 백치라고 비아냥거리는 대목이다. 이 대사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귀머거리+백치=바보’가 된다. 바보의 뜻을 찾아보면, 지능이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 또는 어리석고 멍청하거나 못난 사람을 욕하거나 비난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바보라고 부르는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바보를 규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여하튼 통상적인 기준에 비추어 바보가 틀림
2008-12-01 09:00
가슴과 머리에서 손으로 당연한 이야기에 대해 사람들은 두 가지로 반응한다. 하나는 무 반응이요, 다른 하나는 놀라움이다. 반응이 없는 사람은 그저 지나가고 놀라는 사람은 깨달음을 얻는다. ‘글은 손으로 쓴다’는 말도 그렇게 엇갈리는 반응을 가져오리라. 자율신경계의 활동은 대개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다. 심장의 박동, 폐의 호흡, 장기들의 연동운동, 눈 깜박임 등은 그 운동을 의식한다는 것이 오히려 몸에 이상이 있다는 증좌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일 또한 그러하다. 손으로 펜을 잡고 글을 쓰면서, 혹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서 손의 동작이나 움직임을 일일이 마음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인다. 그런 움직임이 반복되고 지속되는 동안, 우리는 글을 쓴 종이를 들고 읽고 검토하고 교정을 한다. 한데 정작 그러한 일을 손으로 한다는 생각은 깊이 하지 않는 편이다. 손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 글의 소재는 가슴으로 온다. 가슴으로 온다는 말은 감동으로, 충격으로 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아침에 문득 보니 단풍이 깨어질 듯한 빛깔로 물들었다. 드디어 가을인 것이다. 공연히, 나도 모르게 ‘아!’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면 그게 감동이고 충격이다.…
2008-12-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