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말 종업식을 앞두고 교무실은 분주하다. 새 학년 업무분담에서부터 아이들과 마무리학습정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생활기록부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생활기록부 마무리작업을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아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생활기록부 담당 선생님이 부른다. “생활기록부에 누락된 부분 확인하고 넣어주세요.” “등본상의 기록과 같은데요.” “아빠가 살아계시면 아빠 이름하고 생년월일 넣어야 해요. 돌아가셨으면 ‘사망’이라고 쓰고요. 우리 아이들은 너무 많이 빠졌어요.” 담당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결손 가정이 많아선지 생활기록부에 아빠 성함란이나 엄마 성함란에 이름과 생년월이 빠진 아이들이 한 반에 여섯 일곱 명은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부모가 살아계시면 넣어주는 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확인해서 기록해달라는 부탁이다. 우리 반에는 네 분의 이름이 빠져있다. 그 중 두 분은 세상을 떠났고, 두 분은 이혼. 두 아이에게 배경설명을 해주고 아빠 성함과 생년월일을 묻자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러면서 마지못해 알려주며 꼭 넣어야 하냐며 반문한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끝내고 생활기록부 마무리 작업을 막 마치자 전화벨이 울린다. 그 중 한 아이의 엄마다. 그러면서 조
2007-01-02 21:001986년에 허리케인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일이다. 유럽의 아름답고 풍부한 숲은 한 순간에 파괴되었다. 영국은 140만 그루, 네덜란드는 200만 그루, 독일은 600만 그루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태에 직면하여 생태학자와 수목학자들은 원인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사를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숲이 상대적으로 심하게 파괴된 곳을 조사해 보니 공통점이 모두 인공적으로 숲을 조성한 곳이었다는 것이다. 인간들이 똑같은 나무 종류로 해서 일률적으로 심다 보니 몇 십 년을 자란 제아무리 아름드리라고 하여도 바람이 한 번 불자 한꺼번에 쓰러진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자연의 숲은 그러하지 않았다. 수종도, 크기도 제각각인 그곳의 나무들은 큰 바람이 불자 크기 순서대로 흔들렸던 것이다. 서로 상하게 하려는 그 부딪침이 오히려 바람을 흩뜨리는 구실을 하여 숲을 지켜낸 것이었다. 이러한 점은 우리 교육에게도 주는 교훈이 있다. 학교를 보면 하나의 사회와 같다. 빈부격차를 비롯한 학력 격차도 그렇고 얼굴 생김새도 다른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들이 상호교차하며, 살아가는 작은 소집단이다. 학교를 구성하는 이런 인자들이 자연숲의 서로…
2007-01-02 16:05오늘은 새해 둘째 날입니다. 하지만 출근 첫날입니다. 학교에 들어오니 한 교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일찍부터 등교하는 학생 두 명이 보였습니다. 교무실에 들어오니 오 주사님께서 현관에서 저를 맞이했습니다. 새해에는 복도 많이 받으시고 자녀들도 잘되고 하시는 일들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웃으시면 감사합니다 하더군요. 조금 있으니 학년실에서 근무하시는 한 젊은 여 선생님께서 오셔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하더군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차 한 잔 하시겠습니까?’ 하시더군요. 손을 저으며 ‘노우 댕큐’하니 웃으시며 학년실로 가셨습니다. 조금 있으니 한 원로선생님께서 오시면서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저도 예를 갖춰 덕담을 건넸습니다. 1학년 부장선생님께서 인사를 하셨습니다. 큰 꿈을 가지시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새해 출근 첫날을 맞아 서로 웃으며 축복하고 축복받는 아침입니다. 새해 인사를 드리기 위해 교장실에 들어갔더니 교장선생님께서는 일어서서 악수를 청하며 축복을 하셨습니다. 저도 교장선생님께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큰 꿈 이루시기 바란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새해부터 감기가 들어 목
2007-01-02 16:04- 새해에는 모두 선업(善業)만 쌓으시길! 다음은 김유신 장군의 탄생 일화입니다. 리포터 여러분, 2007년 새해에도 우리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선업을 쌓아 천복을 받읍시다. 김유신의 어머니인 만명 부인이 새댁 시절 친정에 잠시 다니러 가게 되었다. 평소 검소했던 그녀는 가마도 마다하고 젖먹이 어린 딸을 건사할 여종 한 명만을 데리고 조촐하게 길을 나섰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친정에 도착할 요량으로 만명 부인은 서둘러 산을 넘기로 하였다. 그런데 산 중턱쯤에 이르렀을 무렵 길 한쪽에 쓰러져 신음하는 늙은 걸인을 보게 되었다. 만명 부인은 급히 그를 부축하여 대충 몸의 상태를 살펴보니 허기에 지쳐 탈진상태로 곧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자 만명 부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저고리 섶을 풀어 헤치고 잔뜩 부푼 젖가슴을 꺼내어 늙은 걸인의 입에 물렸다. 처음에는 미동도 하지 않던 걸인은 젖가슴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자 정신 없이 만명 부인의 젖꼭지를 빨아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계집종은 어찌할 바를 몰라 얼굴을 가리고 돌아섰다. 만명 부인은 전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늙은 걸인이 젖을 좀 더 잘 빨 수 있도록 걸인의 목덜미를 두 손으로 받쳐 주었다.…
2007-01-02 13:01선생님, 200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 하루를 편히 쉬시면서 새해 한 해를 잘 설계하고 계시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사다난했던 2006년이 저물었습니다. 저문 해를 아쉽다고 되돌아보지 말고 새로이 솟아오른 2007년의 해를 희망찬 눈으로 바라만 보았으면 합니다. 황금돼지의 꿈을 많이 꾸셨으면 합니다. 황금돼지의 꿈을 이루시는 한 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저는 오늘 편히 쉬면서 새롭게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으시는 선생님을 비롯하여 아는 분들 가운데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과 신세를 많이 졌던 분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다짐하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오늘 한 선생님으로부터 ‘새해 인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새벽이 인적 없이 밝았습니다./ 발자국으로 길을 안내하소서./ 발자국 따라 딛겠습니다./ 황금의 돼지 새해가 밝았으니/ 뽀드득 하얀 축복 더하소서.” 저도 여러 선생님들에게 새해 인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 똑같은 인사를 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새벽이 인적 없이 밝았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발자국으로 저의 나아갈 길을 안내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실의 발자
2007-01-02 08:38선생님, 지금은 2006년 마지막을 보내는 이른 아침입니다. 선생님 모두가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를 하고 계시리란 생각을 하게 되네요. 2006년 한 해는 우리에게는 너무 바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교육을 향해 뒤로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힘들어도 그러했습니다. 몸이 아파도 그러했습니다. 가정에 여러 문제가 있어도 그러했습니다. 한 해 동안 여러 선생님들의 교육활동 모습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주신 선생님들을 일일이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서는 우리 모두가 새해에는 건강관리에 신경을 좀 많이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품습니다. 그리고 가정마다 문제가 풀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주신 선생님들이 정말 고맙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어제 기간제 선생님으로 수고하시다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중도에 그만두신 선생님으로부터 대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동안 우울증세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해 왔는데 이제 다 나았다고 하면서 1월 중에 학교에 한번 들르겠다고 하더군요. 병이 다 나아 회복됐다는 소식을 듣고…
2006-12-31 14:57해마다 연말이면 언론에 10대 뉴스가 등장한다. 한국교육신문도 한 해 교육뉴스를 정리하여 발표하고 있다. 나 자신도 10개를 꼽아 보며 한해를 정리 반성하고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 모 일간지의 경우, 국내외 10대 뉴스가 선정되었는데 국내 뉴스는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2006년이 격변의 한 해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미친 아파트값, 북 핵실험 강행, 한미 전작권 갈등, 반기문 유엔총장,수영 박태환-피겨 김연아 새별 우뚝, 구속영장법-검 갈등, 취업난, 한국영화 흥행 기록 등 사회 변화에 무딘 교육자이지만 공감이 간다. 한국교육신문의 경우, 12월 18일자 제목이 시선을 끈다. "개악은 빠른 걸음, 개선은 소걸음" 참여정부의 교육에 대한 무지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10대 뉴스 중 교육자치 붕괴, 공무원연금법 개악 급물살, 통합논술 확대, 수석교사제 도입 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나의 10대 뉴스는? 월별 주요 메모를 훑어보니 무려 20여가지나 된다. 그 중 중요한 것을 순서대로 꼽아본다. 1. 교장 강습 중 분임장으로 활동, 교육대토론회 출연하고 한교닷컴 기사 모음집 발간(7,8월) 2. 안산송호중에서 수원제일중으로 근무지 이동, 새로운 교장과의
2006-12-31 14:56교사말씨란 교사가 교실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성격의 의도적인 언어사용을 지칭하며, 주로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이는 대화의 주제를 현장 상황 즉 교실 상황으로 한정함으로써 대화의 맥락이 제공되고 대화상대자 즉 학생의 수준에 맞는 언어사용을 위해 학생을 위해 언어를 단순화시키고 조정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당연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해 주어야 하고, 서로의 의견차를 좁혀 줄 수 있어야 하는 등 수업지식 전달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까지 함께 조절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교실에서는 어떤 말씨가 사용될까? 오늘 버스에서 큰소리로 나누는 중학교 여학생들의 대화는 실로 충격이었다. 선생님에게 오늘 혼이 나는 상황을 묘사하는데 그들의 대화는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아니었다. 나는 학생이 무조건 교사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와 그 지식을 전달받는 학생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의 상황은 친구들끼리의 다툼보다 더 심한 욕설과 비방의 말투가 오고 갔다. 학생들의 대화만 듣고 이를 판단하기에는 성급하지만 교사말씨에 대해서 깊
2006-12-30 17:16방학식이 있는 날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3학년 여자 어린이들 서너 명을 만났다. 얼굴도 귀엽게 생겼고 공부도 잘하는 리더그룹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교감선생님!” 하고 다가오면서 다정하게 접근해 오는 것이 무슨 부탁이라도 하려는 느낌을 받았다. “교감 선생님! 우리 4학년 때 이○○선생님이 담임하게 해주세요. 네!” “교감선생님! 꼭 부탁해요. 꼭이요.” 하면서 애교까지 부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였지만 순수한 청탁이라서 부담은 없었다. “ 그래 알았어.” 라고 한 다음 교무실로 들어왔다. 올해 신규 발령을 받아 4학년을 담임했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우리도 초임 때 그랬듯이 신규교사는 대개 4,5학년을 담임을 맡는 것이 보통이고 관행처럼 굳어온 것 같다. 저학년과 6학년 담임을 경력교사로 배치하다보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4,5학년을 맡아왔다. 이○○선생님은 올2월에 공주교대를 나와서 운 좋게 고향에서 경력교사들이 선호하는 농진 지역인 본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키가 6학년아이들 보다도 작아 처음 보는 이들은 선생님인지 몰라보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과 섞여서 놀고 있으면 아이들 같아서 어린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2006-12-29 22:43해마다 연말이면 어느 집단이고 겪는 일이지만 이번만은 유독 교직 사회에 인사에 관해 말이 많다. 교육부에서 교원에 대한 인사규정을 대폭 수정하여 그야말로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장 교사들의 생활 리듬을 바꾸는 듯 하다. 농어촌 지역에서 근무하여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더 받아야 하는 나이든 교사들은 이제는 농어촌에 소재한 학교에 근무하지 않아도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되어 다시 시내로 들어가려고 한다. 교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는 요즘, 직업 인간으로서의 교사 모습과 자연의 모습으로서 교사를 견주어 보게 한다. 교직 사회의 승진 회오리는 교단의 젊음화 열풍 환상 교직 사회가 노후화 되었다고 하여 혁명에 가까운 인사 태풍을 통해 쇄신의 열풍을 교육부에서는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 현장 교사들의 걱정은 젊음의 피 수혈에 있음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나이든 노교사들의 마음은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나이가 많은 교사가 이 시대의 교단에 조응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들을 위해 교직 사회에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으려는 교육부의 노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신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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