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한 실업계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휴전선 근방에 위치한 학교로 주변 교육 환경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실업계 학교 탓인지 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열의와 의욕이 다소 부족한 편이다. 중학교 때의 학업부진으로 인해 실업계에 진학했다는 좌절감,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자괴감에 빠져있는 경우도 있고, 가정불화로 인한 결손 가정도 의외로 많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참으로 심성이 착하다. 감성이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학생들이 많다. 등교를 하다가 만나기라도 하면 으레 달려와서 환하게 인사하곤 한다. 이곳에 부임한지 어느덧 18년, 많은 제자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그 만남 하나하나를 다 기억할 순 없지만 행복과 보람을 느낀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다. 그 중에 잊을 수 없는 한제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김광복(金光復)이란 학생이 떠오른다. 8월 15일에 태어났다고 해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했다. 나는 3년 전에 그 아이를 처음 만났다. 실업계 학생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진학보다는 취업을 준비한다. 광복이도 처음엔 이에 속한 학생이었다. 입학할 때의 성적은 중간이었고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가정
2007-02-19 23:05"봉희야~! 어떤 일이 있든 무조건 아이들을 감싸 안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악하게 대하지 말거라." 18년전, 처음 교직에 들어설 즈음, 아버지께서 나를 조용히 불러 놓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실 그때는 '사람을 감싸 안는다'는 의미를 잘 몰랐다. 다른 사람들에게 악하게 대하지 말라는 의미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열정과 사랑으로 가르치고 직장 안에서 인간관계를 잘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이제 교직에 들어선지 꼭 17년이 된 지금, 아버지의 당부의 말씀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얼마 전, 한 초등학교 교사가 어린 학생을 체벌한 사건이 문제가 되더니 며칠 전에는 학생의 뺨을 때린 교사가 교단을 떠나는 불상사가 있었다. 안타깝기 그지 없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오늘을 생각해서 선경지명처럼 내게 하신 귀한 말씀이리라. 옛날에 열 살을 갓 넘을까 말까한 꼬마 신랑이 있었다. 나이가 열 살이나 많은 신부에게 장가를 간 것이다. 오늘날에도 누나 같은 연상의 여인이 배필이 좋다며 유행처럼 회자되곤 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연상의 여자와 결혼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일제 치하에 정신대로 끌려가는 것을 피하기…
2007-02-19 23:04
2월 16일, 지역교육청 인사발령 교감회의에서 편지 한 통을 전달받았다. 겉봉투를 보니 '받는 사람' 표기만 되어 있었다. 문득, '아, 바로 이게 중요한 그것이구나!'하는 감(感)이 와 닿았다. 개봉하여 내용을 보니, 이번 3월 1일자 교장 승진 임용자 인원수와개인 승진후보 순위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알려주는 이'는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사진 하단 참조] 한편 고맙기도 하다. 믿을만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발령을 기다리는 승진후보자의 궁금증을 일시에 해소해 주니 가뭄에 단비 같다. 교육수요자를 생각하여 주는 인사의 투명성도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이런 작업을 수년 전부터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이런 편지, 교직에서 한 두 번 받을까 말까다. 교감과 교장 승진 때외에는 없다. 그렇다면 이 펀지를 받는 사람이교육감과 담당 장학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더욱 교직에 정진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쁜 세상, 중요한 핵심 정보만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핵심 목적도 달성하고 그 외 부수적인 것도 거둔다면 '꿩 먹고 알먹고' 아닌지? 예컨대, 겉봉투 '보내는 사람'도 떳떳이
2007-02-18 14:50"봉주리 선생님~! 오늘 저∼ 상담할게 있는데요?" "그래요, 방과후에 찾아오렴" 점심때나 방과후가 되면 교무실로 적지 않은 학생들이 나를 찾아온다. 새학기를 앞두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다. 상담내용은 어느 대학에 지원할 것인지에 관한 진로문제로부터 시작하여 어려운 가정사 문제, 자기와 가까운 남자 친구 얘기, 혹은 심지어 성문제에 대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대부분 자기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기만 한다. 자기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렇기에 미성년이고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이지 않은가. 다만 자신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에 대한 냉철한 인식도 고민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나의 애정어린 충고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울 뿐이다. 이럴 땐 솔직히 언짢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놈 매 한대 더 준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무슨 문제로 나를 찾아 왔는지, 어떤 점에 관해 도움을 받고 싶은지 등에 상세하게 질문을 하곤 한다. 상담하다보면 눈물겨운 사연들을 자주 만나곤 한
2007-02-17 09:10어제는 종업식이 있었다. 종업식이 있기 전 교무실에서 떠나시는 27명의 선생님의 발령장과 친목회에서 전별금을 드리고서는 떠나시는 선생님의 인사말씀이 있었다. 김 부장선생님께서는 평소와는 달리 눈물을 흘리시며 이임인사를 하셨다.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떠나시는 모든 선생님이 그러하셨지만 특히 김 부장선생님에게서는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지막 메신저를 김 부장선생님께 보냈다. 감성, 지성, 외모, 사람됨이 탁월하신 선생님과 같은 분을 며느리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교무실에서 아침조례를 끝내고 운동장에서 종업식이 있었다. 종업식이 시작되기 전 우리학교의 자랑 중의 하나인 조례대 등나무 위에는 수십 마리의 작은 새들이 떠나시는 선생님과 함께 하였다. 정말 보기 좋았다. 떠나시는 선생님들과 남아있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아는 듯 계속 슬픔을 함께 하였다. 아쉬운 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함께 아쉬워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함께 가슴을 쓸어내기도 했다. 입을 열지 못하고 떠나며 보내는 선생님들 대신 입을 열어 아쉬운 석별의 정을 전해주니 정말 고맙다. 가시는 곳곳마다 함께 가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며 용기와 힘을 실어주기 바란다. 외로워할 때…
2007-02-17 09:06“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롬12:15)” 성경 로마서에 있는 말씀입니다. 부족한 삶 속에서 제가 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삶의 가르침이자 좌우명이지요. 읍 소재지 농촌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곤 합니다. IMF라는 경제적인 한파가 몰아친 이후,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서글픈 애환들이 참 많습니다. 더욱이 어려운 가정 환경에 놓인 학생들의 눈동자를 만날 때마다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할 지 그저 난감할 때가 참 많습니다. 학기 초에 제가 만난 학급 학생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다보면 절반 이상의 학생이 어려운 가정의 있는 학생들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요즘 이혼 가정이 부쩍 많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육 현장에서도 편모, 편부의 학생들을 참 많이 만나곤 합니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나이건만 삼촌집에 사는 아이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 자라나는 어린 영혼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오직 마음뿐이었습니다. 울고 있는 아이와 함께 울어주는 것, 웃는 아이들과 함께 웃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지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2007-02-17 09:022007년 새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설날 연휴를 보내고 한 열흘 지나면 입학식이 있을 것이고, 학교마다 새로 오신 선생님, 새로 입학한 아이들로 학교 분위기가 새롭게 될 것이다. 요즈음 우리 아이들이 너무 변해 버렸다고 한다. 도무지 통하는 바가 없다고 불평하는 선생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이름은 가급적 빨리 외워 부르자 새 학기가 되면 선생님과 학생들은 새로운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선생님은 학급 학생들의 이름을 다 외워 가지고 항상 정겹게 ‘영희야!, 수정아!’ 하고 부르는 데 어떤 선생님은 몇 달이 지나도록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지 못해 ‘야!’하고 부른다. 학생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일차적 행위이다. 자신이 맡고 있는 학급의 아이들, 자신이 교과지도를 하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교육은 이루어진다. 성인들도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하면 매우 기뻐하고 좋아한다. 아이들은 어떠하겠는가. 항상 학생들의 이름을 정겹게 부르면서 수업도 하고, 대화도 해 보라. 교실 현장에서 교사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차적인 일이 학생의 이름 부르기에서 비롯됨을…
2007-02-16 14:10오늘은 종업식을 하는 날이다. 차를 타고 오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았다. 선생님들이 지난 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자기 맡은 분야에 책임을 다해 주셨다. 그러하기에 좋은 결실도 보게 되었다. 서울대 3명을 비롯하여 서울 지역에만 86명이나 합격하였고 모두 461명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들의 노고가 결실로 다가와 아름답기 그지없다. 정말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 우리학교 선생님 중 인사원칙에 따라 만기가 되어 30명 가까운 선생님께서 이동하게 되셨다. 한 분 선생님께서 건강상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 면면이 살펴 볼 때에 한 분도 보내기가 아까운 성실하고 유능하신 선생님들이다. 나에게 많은 가르침과 본을 보여 주신 분들이다. 다른 학교에 가서도 우리학교에서의 아름다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으면 한다. 선생님께서몸은 떠나 울산여고에 없지만 선생님들께서 남기신 땀과 수고와 인내와 정성과 사랑과 아름다운 발자취와 그윽한 향기는 오래도록 남아 있어 온 교정을 윤택하게 하며 학생들을 살찌게 할 것이다. 선생님들에게 앞앞이 인사를 올리지 못하지만 이 글에서 간단하게나마 용서와 감사의 인사말씀을 올린다. 함께 근무한 여러 선생님들은 평생 잊지…
2007-02-16 14:08
“어렵게 공부하고 졸업하는 소영이에게 뭔가 의미 있는 것을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3년 동안 소영이가 받은 장학금을 꼬박꼬박 모은 거에 조금 더 보태 어렵게 공부하는 소영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내놓았어요. 대학 등록금을 걱정하는 소영이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며 이해를 구했더니 선뜻 따라주었어요.” 소영이 어머니 김덕순씨는 조심스럽게 장학금을 학교에 쾌척한 이유를 말한다. 올해여고를 졸업한 소영이와 소영이 어머닌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 300만원을 학교에 내 놓아 후배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소영이 어머니가 장학금을 내놓게 된 이유는 소영이와 가족들의 깊은 뜻이 담겨있다. 후배들을 위해 3년 동안 받은 장학금 내놓아 소영이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이다. 어릴 때 놀다가 뇌를 다쳐 청신경이 마비되었다.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고칠 수 없다는 소리에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소영이와 가족들은 그것을 이겨냈다. 어머닌 잘 듣지 못하는 소영이를 위해 바람 부는 들판에 내놓았다. 온실 속에 놓으면 어른이 되어 홀로 설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소영이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무척 노력했어요. 눈물도 많이 흘렸구요. 초등학교
2007-02-16 07:07하루는 연수원 숙소에서 고산(孤山) 윤선도에 관한 글을 읽었다. 고산(孤山) 윤선도는 정철, 박인로와 함께 조선조 시가(詩歌)문학의 대가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윤선도의 뛰어난 문학기질을 말하고자 함도 아니고 그분의 대쪽 같은 성품을 말하고자 함은 더구나 아니다. 그분의 삶이 주는 의미 나에게 각별하기에 그분의 인생 발자취를 대강이나마 더듬어보면서 고귀한 삶을 추앙(推仰)하고 싶다. 고산은 서른 살에 시작된 귀양살이는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배소(유배지)에서 보낸 기간만 해도 20년이 된다고 하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연수원에 온 지 2개월 겨우 지냈는데 그걸 못 참고 안달을 내다니! 아 부끄러워라. 20년의 기화요초(琪花瑤草) 어우러진 섬에서의 생활에서 얽어낸 것이 그의 시가(詩歌)문학이 아닌가? 어린 몸으로 급제하여 어주(御酒)까지 하사받았던 둘째아들의 죽음에 이어 귀양에서 돌아오던 마상(馬上)에서는 막내아들의 죽음마저 접하였다고 하니 그 슬픔 어디에다 비기리오. 그분은 막내아들의 죽음 소식을 접하고 “눈물보다 앞서 가슴이 부들부들 떨리고 두려웠다”고 썼을 정도였으니 그 고통이 어떠했겠는가? 그 동안의 유배생활을 끝내고 그리워하고 사
2007-02-15 0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