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랫동안 교단에 서 왔던 사람으로서 어린이들이 순진무구하고 순수하다는 터무니없이 만들어진 빛의 한쪽만 보는 아동관에 전혀 동의 할 수 없다. 빛은 언제나 어둠을 동반한다. 몇 해 전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실 어항에 예쁜 열대어와 금붕어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실못과 연만들기하고 남은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어 금붕어를 쏘아 모두 죽여 놓았던 걸 보고 경악했던 적이 있었다. 성격이 이상한 한 아이가 그랬던 게 아니라 개구쟁이 몇몇이 재미삼아 사냥놀이를 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왜 그랬냐고 했더니 그냥 작살 놀이를 좀 해봤다고 너무도 순순하게 말을 했다. 오늘은 교실에서 싸움이 벌어졌는데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종이를 던졌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심심해서 학습장을 쓰다가 틀려서 공책을 찢어서 공쳐럼 동그랗게 뭉쳤는데 뭉치고 보니 던지고 싶어졌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다른 분단 친구를 겨냥해서 던졌다. 그러자 맞은 아이가 벌떡 일어나 교실이 떠나가라고 큰소리로 상스러운 욕을 했다. 그러자 먼저 종이 공을 던진 아이도 벌떡 일어나서 달려들더니 순식간에 엉겨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그냥 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악에 받쳐서 발로…
2007-03-23 08:37면소재지에 위치한 본교에 근무하다 올해 농촌 지역에 있는 분교로 이동을 했다. 전교생이 32명에 불과하지만 교대를 막 졸업한 새내기 선생님을 만난 귀염둥이 1학년부터 제법 덩치가 커 어른스러운 6학년까지 모두가 순진하고 밝아서 사랑스럽다. 교직원 분위기도 아이들 교육에 한몫을 한다. 적은 인원이지만 환영회와 답례도 거창하게 했고, 수시로 모여 아이들 교육과 학교 행사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 물 한 모금을 마셔도 마음이 편해야 살로 간다고 커피도 서로 타려고 경쟁을 하니 늘 작은 교무실에 행복이 넘친다. 새내기인 연진이 선생님은 학기 초에 달걀을 삶아와 전교생에게 나눠주더니 이번에는 첫 봉급을 탔다고 맛있는 떡을 해와 전교생과 직원들이 떡 잔치를 했다. ‘웬 떡이냐?’고 신이 난 아이들을 보며 나는 30년을 바라보고 있는 초임시절의 첫 봉급 타던 날을 떠올렸다. 분교에 근무해봐서 안다. 아이들 수가 적어 분교에서는 내 반 네 반이 없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서너 달만 지나면 아이들은 물론 부모님들의 성격까지 알게 된다. 그런데도 여자 1명, 남자 5명인 우리 반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운 것을 보면 담임이나 부모 마음이나 같은가보
2007-03-22 13:35오늘 하루는 즐거운 날입니다. 지금 저는 오랜만에 교장실 창 너머 속삭이는 햇살만큼 유쾌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1교시 2학년 5반 수업을 한 시간 자진해서 했기 때문입니다. 담당선생님께서 우리학교 태권도 선수들을 이끌고 대회에 참석 중이어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함께 동참하는 뜻에서 한 시간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교무부장 선생님에게 학급마다 한 시간씩 들어갈 테니까 비는 시간이 있으면 말씀해 달라고 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중학교 교실에는 26년 만입니다. 교실에 들어가니 많이 달라졌습니다. 옛날 교실이 비좁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학급당 학생수가 많이 줄어 훨씬 부담이 적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개학식 하는 날 운동장에서 한 말이 기억나는 것 있으면 무엇이든지 좋으니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반 정도 학생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 중 한 학생에게 물으니 꿈을 가지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 물었습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내 이름을 아느냐고 손을 들게 했더니 모두가 교장인 줄도 알았고 이름을 놀랍게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한 반에 몇 명쯤 알까 생각했었는데 모두 알고 있다니 놀랄 만한…
2007-03-22 13:35근무지를 옮길 때면 예기치 못한 아이들과 만날 때가 있습니다.태환이는 3년 동안 등교한 날 보다 결석한 날이 더 많았다고 했습니다. 등교를 한 날도 공부를 하다말고 슬며시 간 시간을 빼 놓아서 그렇지 결석한 날이훨씬 더 많을 거라고 1학년, 2학년,3학년 때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알려 주셨습니다. 4학년이 되었다고 다를 수야 없지요. 나랑 만나던 첫날도 살짝 얼굴을 내비친 후 사라졌습니다. 아이들 말로는 태환이 책가방은 1년 내내책상에 걸려 있다고 했습니다. 가끔씩 술을 드신 태환이 아버지의 술주정 때문에 선생님들은 슬슬 피하기만 한답니다. 방과 후에 태환이를 불렀습니다.간단한 셈은 커녕 자기 이름도 못씁니다. 부모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1학년 때 회전그네를 타다가 넘어져서 머리를 심하게 다쳤답니다. 그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현장에 없었답니다. 그래서 자기 자식이 다친 것은 담임 책임이라면서 아이 일로 속상하거나술을 드시고 정신이 몽롱할 때마다 학교를 찾아가서 선생님들을 괴롭혔답니다.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나보고 몸조심하라고 했습니다. 학교 공부가 끝나 다른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가도태환이와 나는 함께 생활을 했습니다.심부름도 시키면서 지루할 때면 태환이…
2007-03-22 08:49오랜만에 햇살을 안고 출근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구름에 가렸지만 해는 끊임없이 떠올랐고 햇살을 구름 사이로 비쳐주었습니다. 한 번도 구름이 방해를 놓는다 해도 사람들에게, 만물에 햇살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중단하거나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자기의 할 일을 계속해 왔습니다. 한결같음, 지속성, 성실, 정직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아침입니다. 어제 오후 퇴근시간쯤 교무실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께서 퇴근시간이 되어도 퇴근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행정실장님과 장 주사님은 교무실 형광등을 손질하고 계셨습니다. 학부모님과 상담하는 선생님도 계셨고 학생들과 함께 하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특히 방과 후 1학년 1반 어머님이 세 분 오셔서 골마루 바닥 청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선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교실이 모자라 1학년 1반은 전에 도서실로 사용하던 것을 교실로 바꾸었는데 바닥이 나무가 아니고 장판 종류였습니다. 책상을 놓고 걸상을 놓았던 자리라 바닥이 검게 자국 난 자리, 바닥 전체가 시꺼멓게 되어 있어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은 그 바닥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며칠 동안이나 땀을 흘리며 수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수고한 만큼 바닥이 깨끗해지지
2007-03-22 08:49학교를 옮긴지 벌써 한 달이 되어 간다. 초임 발령을 받고 몇 년간 농․어촌 지역의 고등학교에 있다가 금년에 과학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매우 우수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에 개학 전부터 마음에 큰 부담이 되었다. 개학을 하고 두 주째를 보내고 셋째 주에 접어들고 있다. 학교에서는 상․벌제라는 일을 맡고 있는데, 다들 꺼리는 업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24시간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제대로 지도해야 하는 막중한 부담감을 안게 되는 업무였다. 하지만 그런 업무 이전에 학습지도가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서선생, 학습 지도가 우선이야! 부임을 하자마자 대다수 선배 선생님들로부터 들은 말은 학생들의 학습지도에 대한 문제였다. 물론 과학고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점이 여타 수학이나 과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매우 우수한 아이들이라 많은 변수가 수업 시간에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서선생, 많은 아이들이 국어 수업을 등한시 하려고 할 거야. 아마 일반계 고등학교에 있을 때보다 많은 점들이 생소하고 어려울 거야.” “열심히 가르치면 되지 않
2007-03-22 08:45이번 3월에 학교를 새로 옮겼다. 광주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고 80년도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인문계 고등학교에 근무하다가 외지고도 또 외진 변두리, 그것도 신설 중학교로 전보발령을 받은 것이다. 인사와 관련하여 말하기로 들면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이 있긴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그냥 묵묵히 주어진 자리에 가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 속 다짐도 잠시뿐, 나의 전보소식을 접한주위 사람들의 눈빛과 반응이 참으로 다양하고 기막히기까지 하여 어쩔 때는 속이 상하고 어쩔 때는 원망스럽기조차 하다. 영전을 축하한다는 사람,벌써 교장으로 승진해서 갔느냐고 묻는 사람들의 경우는, 인사 당사자의 속도 모르고 던지는 겉치레인사로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어쩌다가 그렇게 돼버렸습니까?", "혹시 무슨 잘못을 저질러 좌천이라도 당하신 것 아닌가요?" 하며 범죄인 심리수사라도 벌이는 것처럼 꼬치꼬치 캐묻는 경우는,걸려온 전화를 당장 끊어버리고 싶고 마주보고 있는 얼굴을 빨리 피하고 싶어진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교직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학교를 옮겨 본다는 것이 그렇게 됐습니다." “좌천은 무슨 좌천이요. 그냥 좀 쉬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이런 저런해명도 해보
2007-03-21 16:05올해 분교로 와 처음 학교행사로 계획한 게 어린이회 임원 선출이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고, 선거는 참여할 때 더 빛이 난다고 하지 않던가. 적은 인원이라 임원 선출에 소홀하기 쉬운 분교의 어린이들에게 선거 과정을 자세히 가르쳐주기로 했다. 벌써 20도 넘은 얘기지만 학급 회장은 무조건 남자를 선출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여자를 학급 회장으로 선출해 곤욕을 치른 아픈 추억이 있다. 어린이회를 담당한 선배가 학급 회장 선출 조건에 남자를 빼고 1명이라고만 쓴 것을 그 학교에 처음 근무하게 된 내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게 발단의 시초였고 내가 담임을 했던 5학년 2반 어린이들은 여자를 학급회장으로 선출했다. 차점자였던 남자 어린이의 엄마가 '어떻게 여자를 회장으로 선출할 수 있느냐?'고 관리자들에게 강력히 항의를 했고, 잘못이 없던 나는 임원 선출을 다시 하라는 관리자들의 권유를 무시하면서 골치 아픈 교사로 낙인 찍혔다. 하지만 강력히 항의했던 학부모가 훗날 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고, 그 사건이 60년의 전통만 자랑하던 학교에 다른 학교보다 앞서 여자 회장을 선출하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놨다. 본교에서 계획한대로만 하면 문제
2007-03-21 15:25청소년 헌장을 우연히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문구. 그것은 바로 “청소년 여러분! 바로 당신이 주인공입니다”였다. 학교 폭력이 학교를 온통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요즘 유달리 청소년이라는 단어를 들추어내어 그들의 내면의 상담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곤 한다.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자잘한 청소년들의 사건 사고가 교사들의 수중에서 지도되어지지 않고 청소년 자체의 정화에 맡겨지고 있는 오늘의 학교 풍속도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흐름이 교육을 바꾸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청소년의 꿈은 교사의 희망입니다 청소년 헌장은 1990년 5월 12일 제정되어 1998년 10월 25일에 개정되어 청소년들의 활동에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였다. 청소년 권리 중에 있는 한 조항을 보면 “청소년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공포와 억압을 포함하는 정신적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돼 있고, 청소년 의무 조항에는 “청소년은 서로에게 정신적,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청소년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명백하게 규정하여 자라나는 청소년을 아끼고 사랑하여 이 나라의 주역이 되게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바로 기성세대들의 임무인 것이다. 그
2007-03-21 15:25오늘은 대체로 날씨가 맑다고 하니 참 좋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날씨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3월은 봄이 아닌 것 같다고도 합니다. 그 정도로 날씨는 변덕이 심하고 추위는 자주 샘을 내서 봄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무섭게 추위는 서서히 물러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하늘에 나는 새들만 봐도 다릅니다. 그들의 날개가 힘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상공을 힘차게 납니다. 봄을 즐겁게 맞이하는 생명체가 참 많습니다.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꽃들은 봄을 맞이하는 게 확연하게 다릅니다. 우리학교 담에는 노란 개나리가 선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보면 성급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잎도 필요 없습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핍니다. 오직 봄을 기다렸노라고 하면서 봄을 알리기만 합니다. 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요식행위도 필요 없습니다. 형식도 필요 없습니다. 오직 내용만을 향해 나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개나리처럼 본연의 자세, 해야 할 내용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렇게 빨리 봄을 알리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개나리에게서 배울 점이 있습니다. 온갖 격식 다 갖추며 준비하느라 본연의 임무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것입니다. 쓸데없이 형식…
2007-03-21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