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공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다. 공부는 사소하고 작은 것이다. 이 경구 같은 말은 요새 내가 종종 교육현장에서 느끼게 되는 깨달음이다. 저 화려한 놀이공원, 저 현란한 텔레비전 쇼에 비하여 공부가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가. 조용히 책상에 앉아 이리저리 생각에 몰두하며 앉아있는 모습은 초라해 보이고 궁상맞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거기엔 작은 겨자씨 하나가 하늘을 덮을 만큼 큰 나무로 자라나듯 무한한 희망의 씨앗이 내재하여 있는 것이다. 나는 일본말을 모른다. 꽤 오래 전에 일본말을 배워보려고 기초일본어 교재를 구입해서 조금 본 일이 있다. 그때 언뜻 눈에 띈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로 `지식`이라는 일본말인데 무엇인가를 잘게 쪼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지금은 그 단어마저 잃어버린 상태인데 그 설명만은 오래 되었어도 잊지 않고 가끔 생각나 수긍을 하게 된다. 원자니 반도체니 광통신이니 나노기술이니 하는 첨단 기술이 모두 끝없이 작고 정교하게 쪼개는 것이 아닌가. 수백만 분의 일의 오차도 없이 정밀을 요하는 것이 아닌가. 지식, 즉 무엇을 알아가는 과정은 이렇게 작고 정밀한 것을 향하여 나
2007-04-05 16:39오늘은 금년 들어 가장 하늘이 맑고 밝은 날인 것 같습니다. 구름 한 점 없고 티없이 맑은 날입니다. 수정 같이 맑고 고운 하늘입니다. 오늘이 알고 보니 우리나라 24절기의 하나인 청명입니다. 글자 그대로 청명한 날입니다. 음력 3월인 청명은 보통 식목일과 겹치는데 오늘이 그러합니다. 청명 보통 한식 하루 전날이거나 한식과 같은 날이 되는데 이번에는 한식 하루 앞날입니다. 오늘과 같이 날씨가 맑고 밝은 청명일을 기해 농부들은 봄일을 시작하는 날 아닙니까? 씨앗도 뿌리고 나무도 심고 논밭도 갈아붙이고 농기구 손질도 시작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때 농부와 같이 우리 선생님들은 교육농사에 대한 다듬질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이제는 바깥 정비도 어느 정도 끝이 났습니다. 안에도 많은 손질을 했습니다. 도서실도, 과학실도, 컴퓨터실도, 음악실도, 가사실도, 각종 특별실에도 열심히 정비하고 손질을 하고 깨끗하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농부가 농가에서 논밭을 갈아붙이고 농기구 손질을 하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교실환경을 꾸미고 유리창을 청소하고 교실바닥을 깨끗하게 하며 거울을 손질하며 각종 과학실험도구를 손질하며 컴퓨터를 점검하는 것을 보면서 지혜로운 농
2007-04-05 08:58올해 3학년 담임을 6년만에 맡았다. 그동안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해 3학년 담임을 하지 않았었다. 오랫만에 3학년 담임을 맡게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오랫만에 3학년을 맡은 탓인지 학기초 며칠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부서업무에 담임업무까지 여러가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나날이었다. 이런 와중에 학기초면 항상 해야 하는 일을 잊고 지나가 버렸다. 다름아닌 학생사진 수합이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비치하는 학생사진첩을 만들고 교무수첩에도 붙여야 하는데, 그냥 시간이 지나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사진첩을 제출해야 하는 날짜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지만 뒤늦게 사진을 수합하자니 왠지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방과후에 교실에서 학생들의 사진을 직접 찍기로 했다. 미리 학생들에게 예고를 했다. 당장 내일 방과후에 사진을 찍겠다고,,,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딱 두가지로 나누어졌다.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에 사진관에 가서 찍겠다는 쪽과 사진을 그냥 찍겠다는 쪽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사진을 직접 찍어오겠다는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하도록 했다. 대략 학급생들의 1/3정도가 그들이었다. 나머지 2/3는 그대로 찍기로
2007-04-05 08:55오늘 아침도 싸늘합니다. 막바지 꽃샘추위가 아쉬운 듯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어색한 만남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길가에 핀 벚꽃과 맞은편에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인부들의 모닥불이었습니다. 화사하게 핀 벚꽃이 의아해할 정도입니다. 눈길이 벚꽃으로 가지 않고 모닥불로 갑니다. 봄에서 겨울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조용한 변화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가로수에 핀 하얀 벚꽃은 녹색을 머금기 시작했습니다. 개나리꽃도 마찬가지입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들도 잔잔한 아기 잎들로 녹색천국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막판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쁘게 고개를 내미는 것이 마치 세상을 처음 만나는 어린아이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매사에 막판 꽃샘추위처럼 방해를 놓는 것이 꼭 있습니다. 4월을 방해하는 황사가 있었습니다. 4월을 방해하는 쌀랑한 추위가 있었습니다. 4월을 방해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4월의 봄은 아무도 못 말립니다. 방해를 방해로 여기지 않습니다. 4월의 봄의 대세 앞에 몸부림으로만 여깁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만 여깁니다. 그러니 잘 견뎌내고 잘 이겨내며 4월을 제 자리에 제 모습으로 갖다 놓는 것을…
2007-04-04 08:59벚꽃의 계절이다. 시골 학교에 근무하다보니 눈만 들면 눈부시게 피어난 벚꽃들이 나를 부른다. 다행히 큰 비나 센 바람이 불지 않아서 이대로라면 며칠은 더 신부의 화사한 웨딩 드레스처럼 깨끗한 벚꽃의 향연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자연이 주는 이 황홀한 시간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렇게 깨끗한 아름다움을 외면하고 살았던 시간이 참 길었었다. 참 오랜 동안 벚꽃을 미워한 적이 있었다. 벚꽃이 우리를 아프게 했던 어느 나라의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 시절 단순하기 그지 없는 학교 교육으로 내 머리에 각인된 탓이었다. 사춘기 시절, 일본어를 배울 기회가 있었을 때에도 우리 나라를 지배했던 나라의 언어라는 이유만으로 배우지 않을 만큼 국수주의자에 가까웠으니 벚꽃을 구경하러 다닌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니, 돌이켜 생각하니 꽃에게 참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미련스럽기도 하다. 편향된 교육이나 일방적으로 주입된 개념을 바르게 잡는 데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내야 하는지 스스로 겪은 탓에 아이들 앞에서 지식을 가르치는 일을 참으로 조심해야 함을 느낀다. 잘못된 지식은 오히려 가르치지 않음만 못한 것이다. 바로 잡기 위해서는…
2007-04-04 08:57하루의처음을나는 학교 교문 앞에서시작한다. 아침 8시가 되면 어김없이우리 학교 교문 앞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파란색과 빨간 색이 어우러진 RCY 지도교사 복장으로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대고 있다. 손짓으로 수신호를 하면서 복잡한도로에서학생들의등하굣길의 안전 지킴이로서 교통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학교 앞에서 10여 회 정도의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곤 했다. 우리 학교 학생과 교직원이 교통사고로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학생들의 무단 횡단에 따른 문제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학교 앞에 신호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생 치안에분주한 경찰관이 매일상주해서 대신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또 학부모들께 생업을 제쳐두고 학교에 나와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한 교통지도 활동에 나와주십사하고 부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결국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마땅히 담당해야 할 몫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오전과 오후 등하굣길에 도로 한 복판에 서서 교통지도를 하는것도 낯설었지만,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교통 순경도 아닌데 무얼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하느냐는 식이었다. 그저 교통
2007-04-03 21:02오늘아침은 반짝 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어제까지는 황사가 애를 먹이더니만 오늘은 추위가 그러합니다. 역시 4월은 장난이 아닙니다. 심상치 않습니다. 잔인할 뿐만 아니라 애물단지입니다. 차라리 춥든지 아니면 따듯하든지 해야지 그러하지 못하고 변덕을 부리고 심술을 부립니다. 그것도 첫날부터 3일째 되는 오늘까지 계속 그러합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꺾이고 말 것입니다. 사람들의 말없는 수고에 기가 죽을 것입니다. 어제는 전국 곳곳에서 황사의 미세먼지를 제거한다고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각 거리마다, 비행장에서는 비행기까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차까지, 학교에서는 교실, 골마루까지 황사를 제거한다고 많을 애를 썼었는데 오늘은 싸늘한 아침, 서늘한 오후를 예고하면서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서거나 위축되어서는 안 되고 당당하게 앞으로 전진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 우리학교에서 남목으로 가는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길에는 많은 봄꽃들이 피어있었습니다.벚꽃과 개나리꽃이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길 앞에는 벚꽃이 줄을 서 있고 약 5,6m 뒤에는 개나리꽃이 피어있는 것이 이색적이었습니다. 벚꽃만 피어있는 것보다 개나
2007-04-03 08:57유치부 과정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다 병설유치원으로 돌아 온지 1개월이 되었다. 그간 다양한 장애를 경험한 터이고 특히나 심리진단에 관심이 큰 터라 아이들의 장애상태를 파악하는데 남다른 안목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반 아이 중 유달리 주의가 산만하고 행동조절능력이 부족하며 표현 언어에 심각한 결함이 보이는 아이가 관찰되었다. 알아본 결과 어머니가 조선족 출신으로 완벽한 한글 구사를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이의 언어적 결정적 시기 때 대부분 할머니에 의해 양육되었었다. 아이는 3음절의 단어 중 가운데 한 음절을 생략시키는가 하면,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을 하고 간혹 급할 때는 괴성을 지르는 듯한 외마디로 표현하기도 한다. 부모는 모두 하루 12시간 교대하는 직장에 다니고 어머니는 아직도 다른 사람과 자유스럽게 표현하는데 한계를 지니고 있어 대부분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해야 했다. 이럴 때 교사는 아이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부모가 아이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야 하고 혹여 부모님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대부분의 부모는 신체상 문제가 없을 경우 아이의 문제를 쉽게 받아 들리려 하지 않는다. 조금
2007-04-02 22:40길게만 느껴진 3월이 끝나고 4월이 다가왔습니다. 정말 4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누가 그걸 잊을까봐 첫날부터 중국발 황사가 내습하였습니다. 그것도 사상최악이라고 합니다. 전국에 황사경보가 내릴 정도였습니다. 원치 않는 황사가 우리를 괴롭힙니다. 건강을 위협합니다. 목을 상하게 하고 피부를 상하게 하고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오늘 아침 황사경보가 해제되고 황사가 사라진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황사기운이 오늘 오전까지는 계속 되고 이번 주에도 계속 황사가 이어진다고 하니 대비를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되도록 운동장 수업도 피해야 할 것 같고 피부노출도 삼가야 할 것 같습니다. 목이 약한 학생들은 마스크를 늘 준비해서 목을 관리해야 할 것 같고 알레르기 피부병이 있는 학생들은 피부노출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출근을 하니 황사경보가 해제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황사먼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은 맑고 푸른데 푸르름이 덜합니다. 찬란한 햇살이어야 하는데 햇살이 힘을 잃었습니다. 오늘 같으면 동대산은 아름답고 당찬 모습을 보여줄 터인데 희미하게 다가옵니다. 상공을 나는 비행기도 그 어느 때보다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황사먼지 때문입니다.
2007-04-02 08:54벌써 3월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3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 몰랐습니다. 나이만큼 세월이 빨리 지나간다는 말이 실감이 되기도 합니다. 아마 20대는 20km만큼 서서히 지나갈 것이고 30대는 30km만큼 서서히 지나갈 것이며 40대는 40km만큼 좀 빠르게 지나갈 것이며 50대는 50km만큼 빨리 지나갈 것입니다. 저는 50km만큼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60, 70대는 점점 60,70km만큼 더 빨리 지나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아마 3월만큼은 그렇게 빨리 지나가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아마 여러 선생님들께서는 3월이 제발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바랐을 것입니다. 너무나 바쁘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정신을 없을 정도로 바쁩니다. 점심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쁩니다. 어떤 선생님은 너무 힘들어 입안이 다 헐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감선생님을 위시하여 감기는 기본입니다. 그 정도로 힘이 듭니다. 교재준비하랴, 학생지도하랴, 환경미화하랴, 학습자료 만들랴, 교통지도하랴, 식당 질서지도하랴, 청소지도하랴, 학생들 이름 외우랴, 자기가 맡은 계획을 수립하랴, 정말로 정신없이 돌아
2007-03-31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