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울산여고에 교감으로 부임할 때 "교육은 사랑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학생들을 사랑하고, 나와 함께 생활하는 동료 선생님들을 사랑하고,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를 사랑한다면 교육의 발전은 물론 생활의 만족과 행복을 가져줄 것입니다"라고 인사를 했었다. 지난 3월 농소중에 부임하면서도 비슷한 인사말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은 사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랑이 밑바탕이 돼 있으면 교육은 반드시 잘되게 되어 있다. 나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내 자식처럼, 내 형제자매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보나마나 관심은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에게 감동과 만족을 줄 수 있는 수업을 할 것 아니겠는가?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면 시간, 열정, 노력 등 모든 것을 투자할 것이고 최선을 다할 것 아니겠는가? 학교 식당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학생들을 내 자식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음식을 얼마나 정성껏 만들겠는가. 혹시 식중독이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주변을 언제나 청결하게 하지 않겠는가. 숟가락, 젓가락, 음식그릇 할 것 없이 깨끗하게 소독하며 철저하게 위생관리를 하지 않겠는가. 혹시 음식이 적어 더 먹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으면 어떻게 하겠나.…
2007-06-12 08:40어느 순간부터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고, 미래의 모습을 다듬어 보고 싶었다. 어느 순간이랄 것도 없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젊은 사람들이 부러워지고 부터이다. 제법 나이를 먹고 남보다 많은 세월을 흘러왔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새로운 인생 설계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밀려왔다. 뭐랄까. 인생의 정상을 밟지는 않았지만, 이제 정상에서 내려가는 느낌을 가졌다고나 할까. 전에는 머리가 희고 풍기는 인상이 어른스러우면 경외감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위치에 다다르니 뭔가 불안한 느낌이다. 입 밖에 꺼내기는 두려운 면도 있지만, 운이 좋아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 날 갑자기 불행의 태풍이라도 오면 여기에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조심스럽게 아주 신중하게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불뚝불뚝 일어선다. 그동안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을 애써 하지 않았다. 마음을 앞세워 젊은 축에 드는 것처럼 행동하며 살았다. 정상을 향해서 달리기 바빴고, 주위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삶의 즐거움만 찾아다니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너무 외향에 치중하며 걸어왔다. 남이 어떻게 볼까. 남보다 멋있게 걸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
2007-06-12 08:40싱그러운 신록의 계절도 지나고 무더위가 찾아오는 초하의 계절에 접어들면서 여러분의 몸과 마음도 한층 튼튼해지고 넓어졌으면 한다. 입학식 하던 날 그 순수했던 마음과 초롱초롱하게 빛났던 눈동자가 소수이긴 하지만 양심을 저버리는 언행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몹시 가슴이 아프고 마음 한 편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하나같이 착하고 아름다운 인물들인데 왜 무리만 지면 예와 규범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어기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구나.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철이 없고 자제력이 부족하여 규범을 어길 수도 있지만 뻔히 잘못인줄 알면서도 쉽게 규칙을 어기는 모습들을 보면 마음이 안타깝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성현들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누구나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도리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반복된 실수를 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사회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누를 끼치게 된다. 작은 댓글 하나가 소중한 생명마저 앗아가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한번 실수는 예쁘게 봐줄 수 있지만 반복되는 실수를 내버려두거나 쉽게 용서를 해 주다 보면 학교는 질서를 잃고 착한 학생들
2007-06-11 12:54우리 학교 교육목표는 '기초와 기본이 제대로 되고 큰 꿈과 큰 비전을 품은 탁월한 인간 육성'이다. 이렇게 교육목표를 정한 이유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학력향상의 밑바탕인 기초교육과 좋은 사람의 밑바탕인 기본교육을 잘 시켜 '실력'과 '사람됨'의 두 날개를 달고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 꿈을 가지도록, 각계각층에서 탁월한 인간 즉 유능한 인간, 성실한 인간, 건강한 인간, 위대한 인간, 훌륭한 인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꿈을 가지라고는 하지만 큰 꿈을 가지라든가 탁월한 사람이 되라고는 강조를 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탁월한 사람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월한 사람은 누구든지 될 수 있고, 누구든지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누구든지 큰사람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 자료에 의하면 보통 사람들은 그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500~700개의 다른 기술과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무한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그들이 가진 능력을 잘 찾아내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게 우리 선생님들의 몫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한없는 가능성을
2007-06-10 09:21가정의 달 마지막날인 5월 31일 충청북도교육청 대강당에서는 제5회 충북학생 효도대상 시상식이 있었다. 이기용 교육감과 본청 교육국장, 각과 과장, 장학관, 직속기관장, 시군교육장, 교육위원회 의장 및 위원, 시군운영위원회협의회장, 청주 청원지역 학교운영위원장, 수상자 학교장 및 담임교사, 수상자 가족, KBS청주방송국 임직원 등 총 245명이 참석가운데 효도대상으로 초등 1명, 중등1명씩 섬김상으로 교육감상과 장학금으로 50만원을 수여하였다. 효행대상(사랑상)은 KBS청주방송총국장상이 주어졌고 효행상 3명은 상장과 부상이 주어졌다.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 4학년에 다니는 김예슬 어린이가 초등 효도대상 섬김상을 수상하여 조회시간에 상패와 상금(통장으로 입금 50만원)을 전달한다음 전교생 앞에서 예슬이 효행을 소개하며 가슴뿌듯한 마음으로 인성교육을 하였다. 예슬이는 부모의 이혼으로 3세부터 외할머니댁에서 생활하였으며, 어머니는 성남에서 전자회사에 다니며 생계를 보살피고 있으나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외할머니댁은 치매가 있으신 외증조할머니까지 함께 생활하는 관계로 생활도 넉넉하지 않음은 물론 많은 일손이 필요한 농촌실정으로 어린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로서 감당
2007-06-09 08:57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시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기초와 기본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해 무너지고 기본이 바로 서지 못하면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기초와 기본을 잘 다져야 하지만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은 기초와 기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기초와 기본의 바탕 위에 뛰어난 실력과 좋은 성품을 지닌 사람다운 인물로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초교육을 놓치지 않도록 학생들이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에 대한 분별력을 갖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이상하게도 학생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별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더욱 관심을 쏟고서 열심히 하는 것을 얼마나 많이 보는가? 덜 중요한 것 먼저 생각하고 덜 중요한 것 먼저 행하고 덜 중요한 것에 목숨 거는 그야말로 거꾸로 사는 어리석은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학생들의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뭐니 뭐니 해도 공부다. 배우는 학생이 공부보다 앞서는 것이 있다면 우선순위를 무시하는 것이다. 배우는 학생이 공부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되나? 때를 놓치고 나면 공부다운 공부를 못하게 되고 나이 들어 공부하려면 공부가 오히
2007-06-07 21:05밤꽃내음이 강마을에 무성합니다. 비릿한 내음이 바람을 타고 2층 교실로 운동장을 휘젓고 다닙니다. 멀리 모심기가 한창인 논이 보입니다. 요즘에야 모심기가 큰일이 아닙니다. 모판을 떼어 내어 논둑에 두면 기계로 금방 해 치우기 때문이죠. 저도 그렇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기계 모심기가 끝나면 군데 군데 빠진 곳에 손으로 빠진 부분을 메워주어야 하고 논주위도 골라주어야하니까요. 이것도 한나절 일이었습니다. 시댁 어르신들은 모두 칠십과 팔십의 노인입니다. 그 연세에 여덟 마지기의 농사를 손수 지으십니다. 물론 작은 밭에 채소도 길러서 팔기도 하고요. 잠시도 쉬지않고 몸을 움직이시는 시어머니는 걸음걸이가 저보다 빠릅니다. 밥도 빨리먹고, 밭을 오르는 발걸음도 아주 가뿐하십니다. 그러다 밤이 되면 끙끙 허리가 아파서 앓으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도 첫새벽에 일어나 밭엘 다녀오십니다. 남녘의 밤꽃은 오월 말에 피기 시작하여 유월 되면 절정을 이룹니다. 흰 물감을 뿜어 놓은 듯 산 허리가 하얗게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날은 코끝에 땀방울이 맺히고, 개구리 울음이 들리는 초여름이 다가서 있습니다. 이 때 쯤이면 감자를 캐기도 하고, 봄에 심은 고추모종의 첫물
2007-06-07 16:30수업을 하다가 아이들이 장난을 하고 떠들면 나는 곧잘 " 야~ 저쪽 동네 지방방송 꺼라" 하고 수업을 이어가곤 했다. 아마 그때는 그만큼 라디오가 생활과 밀접하여 그 말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는지 모른다. 그러면 아이들도 곧 알아듣고 자세를 바로 하여 수업에 임하곤 했다. 근래 접어들어선 수업 중에 아이들이 엉뚱한 발언을 하여 분위기를 깨트리거나 내 말을 멋대로 해석해서 또 엉뚱한 질문이라도 해오면 나는 "얘들아 ~ 악플 달지 말자” 하고 수업 분위기를 바로 잡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반응이다. 나이 지긋한 선생이 뜻밖에도 저희들 전용어일 것 같은 인터넷 은어 를 재미있게 구사하는 것에 대한 반가움의 표시일 수도 있고 의외성에 놀랐다는 반응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것이 그 수단과 방법이 다를 뿐이지 옛날에도 어떤 말이나 글에 반응을 하고 대꾸를 하는 것은 통상 있었지 않았나 싶다. 의사소통의 자연스러운 한 양식이었던 셈이다. 말이나 글 속엔 의미가 있고 감정이 내포되어 있어서 접하게 되면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자극하게 되고 곧 반응을 보이게 된다. 행복하게 느꼈다면 행복한 반응을, 분노를 느꼈다면 분노의 반응을
2007-06-06 06:52내일은 현충일입니다. 현충일 훈화를 2학년 개구쟁이들 앞에서 합니다. “내일 학교에 나오지 않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재영이가 외칩니다. “내일 영석이 생일이래요.” 영석이는 근 이완증(유전염색체 결함으로 근육이 줄어들고 관절이 굳어가는 병)이라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반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런 아이가 내일 생일이라네요. 우리반은 13명 아니 1명 여자아이가 전학을 와서 14명이 되었네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인지라 아직 참 이쁩니다. 그런데 하늘은 어찌 그리 가혹한 시련을 우리 아이에게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영석이네는 다문화가정입니다. 참 어렵게 사시는 분들입니다. 어머니가 하루 종일 학교에서 아이와 같이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올해 초등학교에 청소용역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래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영석이 어머님이 학교에서 청소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런 영석이가 생일이라네요. 8년을 잘 견디어 내준 우리 아이가 너무 기특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생일 케익 하나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가 있는 곳에는 제과점이 없습니다. 차를 타고 인근 면소재지까지 다녀와야했습니다. 제과점에서 고깔도 주더라고요. 엄마가 퇴근하시고 집
2007-06-05 16:50오늘 우리학교는 개교기념일입니다. 모두가 하루를 쉬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웃 신설학교 개교기념식에 참석하러 가게 됩니다. 우리학교는 1953년에 개교하여 5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입니다. 울산에서 일곱 번째로 오래 된 학교입니다. 만 명이 넘는 인재를 길러낸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좋은 학교에 근무한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주에는 우리학교 동창회장님을 만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동창회 회장님께서는 이웃 농협에서 조합장으로 계시는 분이십니다. 동창회 회장이 되기 전부터 우리학교에 관심이 많으셔서 1사 1학교 자매결연을 맺어 많은 지원을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이번에 만났을 때도 모교의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현재 도와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낙후된 환경을 개선해 줄까를 고민하기도 하셨습니다. 이웃 신설학교에 비해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고 학교를 다시 살려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계셨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많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학교 형편을 말씀 드렸습니다.
2007-06-05 0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