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해 대중문화계에서 선풍적인 유행을 몰고 온 노래를 들라면, 아마도 모델 출신 가수 손담비가 춤추며 노래한 ‘미쳤어’라는 노래일 것이다. 박자나 멜로디가 단순하면서 반복적인데다가, 의자에 거꾸로 앉아서 한쪽 다리를 돌려 옮기는 기묘한 다리 동작을 곁들인 춤이 얼마간의 파격을 수반한다. 가사도 그렇다. 가벼운 후회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투정하듯 나무라듯, 조금은 나른할 정도로 단조로움을 반복한다. 앞부분 한 대목만 옮겨보면 이렇다.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너무 미워서 떠나버렸어 너무 쉽게 끝난 사랑 다시 돌아오지 않는단 걸 알면서도 미쳤어 내가 미쳤어 그땐 미쳐 널 잡지 못 했어 나를 떠떠떠떠떠 떠나 버버버버버 버려 이 노래는 ‘미쳤어, 내가 미쳤어’를 후렴구처럼 되뇌면서 전개되는데, 허술한 감정 따라 사랑을 만들고 사랑을 정리하는 대중사회의 감정 풍속도를 보여 준다. 헤어짐에 대한 후회를 담고 있지만, 그걸 술에 취해 토로하고 있을 뿐, 그렇게 심각한 감정을 토로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그냥 ‘미쳤어, 내가 미쳤어’를 반복하는데, 그게 대중의 마음을 끌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쳤어 내가 미쳤어’라는 말의 현실적 쓰임에 있다. 미치게 된다
2009-04-01 09:00
광주터미널에서 화순방면으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용연학교. ‘관심과 칭찬 주시면 스스로 배워갈 수 있어요’라는 현수막이 한눈에 확 들어오는 학교의 모습이 여느 시골의 작은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밤새 내린 비로 흠뻑 젖은 운동장을 빙 둘러 조심스럽게 교무실 문을 두드리자 나무로 된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교무실 안에서는 용연학교의 전 교직원이 둘러앉아 라면으로 점심끼니를 때우고 있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 김철구 교장이 합석을 권했다. 교장, 교사가 허물없이 대하는 모습이 이학교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지역사회가 힘 모아 이룬 결실 교사 100명이 매월 1만 원씩 걷어 사단법인 광주청소년교육원을 설립한 뒤, 그 산하에 설립된 용연학교. 뜻이 있어도 그 뜻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기에 어떻게 그 뜻이 모이게 됐는지가 우선 궁금했다. “처음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5월 광주시교육청 안순일 교육감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었어요. 2007년과 2008년 사이에만 진급유예 된 학생이 500명에 달해 교육청에서도 해결책을 찾던 중이었죠.” 안 교육감의 말에 공감한 광주교육청 장
2009-03-01 09:00
‘경계’를 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 책의 저자 벨 훅스는 책의 앞머리에서부터 마구 경계를 긋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 영문학 교수 등의 단어를 사용해 자신의 위치와 경계를 확실히 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숨기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조차 경계심을 드러냅니다. 벨 훅스가 책의 앞머리에서 경계를 치는 순간 제 마음에도 경계가 그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아주 자연스럽게 저의 경제적 상황, 성별, 인종, 학벌 등을 고려한 나의 사회적 위치가 그려졌습니다. 경계를 긋는다는 것은 자신이 어느 위치에 놓이든 그 자체로 기분이 좋지 않은 작업입니다. 결국 인간은 혼자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기분이 개운치 않은 경계 긋기는, 겉으로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평소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서 반복적으로 하는 작업입니다.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린 학생을 보고서 그냥 지나치는 어른이 있다면, 그 순간 그 어른은 그 학생과 자기 사이에 경계를 그은 셈입니다. 불편한 진실일지는 모르겠지만 경계 긋
2009-03-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