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산을 다녀오신 친정어머니께서 ‘산에 갔더니, 할배가 왔더라.’라고 말씀 하십니다. 할배는 된서리를 뜻하는 시골어르신들의 말입니다. 이제 할배가 왔으니, 얼마 남지 않은 고춧잎이 말라버릴 것이라고 합니다. 된서리가 내린 들판은 희고 고운 망사천을 덮은 듯 그렇게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를 보여줍니다. 요즘은 산과 들이 갈아입은 가을 옷이 참으로 눈부십니다. 개옻나무의 타는 듯 붉은 색과 키 큰 나무에 속하는 백합나무 노란색을 저는 좋아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절이지만 꼭 농촌의 추수와 맞물려 항상 바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 역시 시댁이 시골인지라, 단풍구경을 가려고 하던 것을 그만두고 일을 도우러 갔습니다. 주5일제로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들과 산에서 힘들게 보내었습니다. 첫날은 마늘논에서 비닐을 덮고 그 위로 마늘싹을 올리는 일을 하였습니다. 뾰족한 갈고리로 비닐 구멍을 뚫고 그 위로 5-10 센티 정도 자란 마늘싹을 올려주는 것입니다. 보기에는 쉽고 단순하지만 긴 밭고랑에 앉아서 하고 있으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팔순의 시아버님과 칠순의 시어머님께서 열심히 하시는데, 젊은 며느리가 힘들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2007-11-12 09:5811월 10일 오후 1시 30분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한국교총이 개최한 교육자대회에 참가하였다. 체육관을 가득 채운 전국의 교육자가 한자리에 모여서 그 열기가 체육관을 달아오르게 하였다. 각시도 교육청별로 내건 현수막의 표어가 우리교육의 난맥상을 잘 대변해 주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깔끔하게 준비한 단상과 비행선과 연을 번갈아 띄워서 참가자의 눈길을 끄는 행사 이벤트도 좋았다. 식전행사로 초등무용교육연구회의 화관무는 우리의 전통문화공연을 보여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올해가 한국교총 창립 60주년을 맞는 해이어서 더욱 뜻 깊은 행사로 치러졌다. 60주년 기념 동영상도 보았고 두 번째 문화공연으로 가수 윤미진의 “함께해요! -우릴 봐요-” 와 “노래여 날아가라” 두곡은 가사내용이 행사와 어울려서 함께 부르는 참석자가 많았다. 한국교총의 20만 회원 확보 결의 식은 시도별로 회원 명부를 담은 상자를 들고 입장하여 탑 모양으로 쌓았고 시도교총 회기가 입장할 때는 기립박수를 보내며 한국교총60년사의 세를 과시하는 감동어린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이날대회의 공식명칭이 “교육대통령 선택 교육 강국 실현 전국교육자대회”였다. 17대 대통령입후보자의 교육구상을 듣는 자리
2007-11-12 08:36퇴근 시간이 되었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 끈을 졸라맨 다음 "이야기 숲길"을 오른다. 그렇게 곱디곱던 단풍도 낙엽이 되어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들으니 어느새 가을도 저만치 도망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철로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올라 가파른 길을 50m 정도 올라가다보면 숨소리가 커져온다. 학교건물과 운동장을 바라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민가와 떨어져 마치 포란 형으로 야산이 둘러싸고 있고 정남향의 본관과 후관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넓은 운동장은 2면의 테니스장을 빼고도 직선 100m 코스가 나온다. 마사토로 다져져서 물 빠짐이 얼마나 좋은지 장맛비가 와도 다음날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동편으로는 넓은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어서 놀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느티나무 그늘 옆으로는 한반 어린이들이 야외학습을 할 수 있는 “햇살마루”가 어린이들을 불러 모은다. 이야기 숲길은 오르막에서 숨을 고르고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계단을 내려가는 비탈길이 있고 다시 오르막이 있다가 운동장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래서 운동도 되면서 어린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정다운
2007-11-11 13:38가을이 저만큼 성큼성큼 큰 걸음을 걸어서 가고 있습니다. 겨울이 금새라도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할 것 같습니다.아침마다 투명한 레이스 자락을 펼친 듯 하얀 서리가 내린 들판 사이로 햇살이 눈부십니다. 빠알간 화살나무 잎의 가장자리에 흰 서리는 수를 놓은 듯 곱습니다. 어제는 학교의 화단 가장자리에서 말라가던 칸나를 베어내었습니다. 저는 이번 주 도우미 교사여서 아이들과 함께 수레에 칸나 줄기를 실어 쓰레기장에 가져다 버렸습니다. 해바라기 마른 줄기도 함께 정리를 하였습니다. 가을 저녁 무렵 비스듬히 넘어가는 햇살 사이로 이따금 노란 은행나무잎이 날아와서 금방 쓸어 놓은 길을 다시 어질러 놓습니다. 저는 이 가을걷이를 하듯 그렇게 하는 화단의 정리가 참 좋았습니다. 아직은 푸른기가 조금 남은 칸나의 줄기와 해바라기 마른 줄기에서는 짙은 가을 냄새가 배어있습니다. 짙은 커피향 같기도 하고, 묵은 메주냄새 같기도 한 뭐라 말할 수 없는 깊은 냄새가 배어 있습니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내면서 발밑에 밟히는 마른 잎의 소리와 감촉도 참 좋습니다. 긴 대나무 빗자루로 학교 진입로에 뿌려진 플라타너스의 커다란 잎사귀를 쓰는 것은 제가 즐기는 가을의 일과입니다. 새잎도 좋
2007-11-09 18:59점심을 먹고 잠시 산책을 하였습니다. 초봄 흰꽃을 두둥실 피워올렸던 목련나무의 노란 낙엽들이 화단에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우수수 떨어진 잎이 그대로 한 무더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앞 노란 국화밭에 앉아 차를 마셨습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합니다.농부들은 들판에서 바쁘듯이 선생인 저는 학교에서 그동안 이룬 실적들을 펼쳐놓는 시범학교보고회로 바쁩니다. 그리고 학교축제도 준비해야하고요. 많은 손님들이 학교에 오고, 그리고 행사 순서에 맞게 보고서며 프리젠테이션, 실적물이 나와야 하니까요. 올해 우리 학교의 독서시범 주제는 '다양한 독서 활동을 통한 자기주도적 표현 능력 신장'입니다.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독서 동아리 행사입니다. 전교생을 10개의 동아리로 만들고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한 뒤 독후 활동을 자기들 스스로 만들어 하는 것입니다. 어떤 동아리에서는 '공개수배'의 형식을 빌어오기도 하고, 연극활동을 하기도 하고, 어떤 동아리는 인형극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활동을 함께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다양한 생각이 자라고 있을까?'하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 [연어]라는 소설을 읽고 그…
2007-11-09 18:57작년(2006)부터 초등학교 1, 4학년 건강검진이 시작되었지요. 작년(2006) 건강검진을 정산하기 위해서, 1, 4학년 모두 건강검진을 했는지? 에 대하여 하나 하나 확인하고, 정리하는데, 그것 때문에 학교에 늦게까지 남는일이 많았답니다. 우리 교직원들 중많은 분들이 늦게까지 남게 되므로, 저도 당연히 퇴근후 남게 되더군요. 어떤 아이가 건강검진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체크되어 있길래 퇴근하신 담임교사에게 전화로 재촉을 했습니다. 그 아이가 빨리 건강검진 검사를 받도록 안내하라고... 몇분 안되어 담임교사로부터 급하게 전화오기를...그 아이 이름이 원래 000인데, 생기부에는 ***라는 가명이 적혀있기에 확인을 못했다고 미안하다면서 건강검진은 ***이름으로 했다니, 한번 확인해 보라고 해서 확인을 했답니다. 역시나 ***가명으로 표기가 되어 있더라구요. 그 이유인즉, 결손가정 아동이고, 사정상 이름이 ***라는 이름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셔서,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아이 이름이 ***, 000라는 두가지 이름이라는 것 요근래 ***라는 그 아이가 보건실 청소 당번으로 왔더군요. 작년(올 2월중순경) 담임교사가…
2007-11-09 09:062002년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여름수련회를 마치고 어떤 선생님께서 인천역까지 바래다 주셔서 무사히 안전하게 제가 기독교사 여름캠프 수련회에 참석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독교사 여름캠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어린이들의 건강, 동료 교사들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었고 캠프에서 일어나는 각종 안전 상황에 대처를 하는 일...이었답니다. 그 당시 늘 상 제가 가지고 다니던 수지다이오드가 있었는데 기독교사 여름캠프에 비상 약품도 준비되어 있었고, 별로 특별하게 준비할 응급약은 없었지만...그래도 제가 1~2년가량 배운 수지침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뭔가를 동료 기독교사 회원들, 캠프 참석한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했답니다. 그래서 수지다이오드를 어떤 교사에게 시범적으로 보였더니 그 교사가 기독교사 회원들 모두를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캠프 참석한 어린이들도 우루루 몰려오고요. 어떤 기독교사 회원은 저보러 "선생님, 이 어린이가 배가 아프데요"하길래 유심히 살펴보니, 정말로 배가 아플만하구나! 생각될 정도로 복부팽만에다, 통통맨에다, 여름 수련회 점심을 너무나도 맛있게 먹어 과식을 했었다나요? 제가 체험하기에 역시 소화불량엔 수지다이오드가 최고더군요 그래
2007-11-09 09:02한국 학부모들은 해외에서도 자녀들의 교육때문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본다.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선택이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면서도 "남들 다 하는데", "왠지 불안해서"라며 아이에게 경쟁을 강요한다. 한마디로 여러 곳의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기 그지 없다.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배우게 할 것인가라는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부모들의 욕심처럼 공부만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도 하나하나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선택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시절부터 이를 몸에 익히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선택하는 힘은 배우기가 어렵다. 이러한 자세는 교과서에도 없으며 단지 부모가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학부모의 영역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은 중요하다. 초등학생에게 꼭 가르쳐야 할 한 가지를 고르라면 '세상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기'이다. 아이들에게 공부라는 잣대만 들이대는 일은 곤란하다. 초등학생 때 발달시켜야 하는 것은 사회성과 공감 능력, 감정 조절력, 도덕성 등 정서이다. 인간의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어 정서 발달에 문제가 있으면 초등학교 때 1등을 하더라도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선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때문이다. 지식이 날로
2007-11-09 08:59“와, 롯데월드다” 주간교육활동계획표에 안내된 현장학습 장소를 보고 일제히 터져나온 아이들의 함성이다. 늘상 가던 박물관이나 역사유적지 같은 교육적인 장소가 아니고 자기네들이 입버릇처럼 외쳐오던 곳이니 그 아니 기쁠 것인가. 하지만 그 환호도 잠시 여기저기서 볼멘음이 쏟아져 나왔다. “근데 하교시간이 왜 4시예요?” “5시 아니 5시 반에 오면 안돼요?” “학원 가기 싫단 말예요. 아 제발요?” “선생님 사랑해요, 이번 한번만 늦게 가요.” 4시에 돌아온다는게 불만인 아이들은 사랑한다는 말로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예를 들어 짝을 바꿀 때라던지, 아님 시험기일을 미뤘을 때라던지, 고럴 때만 꼭 따라붙는 사랑한다는 말... 다 빈말임을 알면서도 기분이 좋은 것은... 어리광을 부리는 제자들이 있다는 그 존재자체만으로도 행복임에랴... 현장학습시엔 어떤 상황이든 예고된 하교 시간은 철저히 지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이들은 떼를 쓴다. 차가 밀려 어쩔 수 없이 늦게 돌아오는 상황이 되면 박수를 치고 야단도 아닌 기현상이 일어난다. “선생님, 더 놀다 가면 안돼요?” “월드컵공원에 가서 공을 더 차다 가면 안돼요?” 이렇게 놀고 싶어 하는데,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2007-11-08 08:33농어촌 학교들의 대부분은 역사가 깊고 졸업생을 많이 배출했다. 한때는 학생들이 넘쳐나 한반 인원이 60여명이나 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농어촌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희망의 팡파르로 들리고, 학생수 감소로 학교마저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다. 열악한 생활여건으로 이농현상이 시작될 때부터 농어촌 학교의 학생수 감소로 인한 교육의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문제는 학생수 감소가 농어촌 교육의 붕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교육당국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라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렇더라도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근본만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정치와 경제 논리에 꿰맞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농어촌에는 경제논리를 앞세운 통폐합 정책에 의해 많은 학교들이 문을 닫고 있다. 불도저마냥 밀어붙이고 있는 통폐합 논리대로라면 농어촌에 남아날 학교가 없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센터이자 문화의 요람이다. 소통이 이뤄지는 광장을 만들면서 지역에 다양한 정보와 문화를 제공하고, 졸업생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는 게 농어촌의 학교다. 잡초가 우거진 채 방치되고 있는 폐교는 농어촌에 살고 있거나 졸업한 사람들의 꿈
2007-11-06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