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안개가 낀 평온한 아침이다. 이른 아침 아름다운 풍경을 쳐다보면서 조용하게 사무실에 앉아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행복인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우리나라 전역이 평화로 가득 찬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가져보면서 엊그제의 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겨본다. 엊그제 중학생의 외손녀를 둔 어르신 한 분을 만나 외손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외손자가 크게 나쁜 짓을 한다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데 집에 와서는 자기 어머니를 아주 괴롭힌다는 것이다. 자기 엄마가 애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자녀교육에 대한 한계를 느끼면서 괴로워하고 고민하다 고민 끝에 '어머니가 자식에게 이길 것이 아니라 지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이니 애가 변해가더라는 아름다운 자녀교육 의 성공담이었다. 애의 하는 행동이 못마땅하니 어머니는 잔소리하고 바로 잡으려 하고, 잔소리를 듣는 아들은 어머니의 말에 순종하기는커녕 오히려 어머니에게 대들고 이러기를 반복하니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지쳐 자녀교육에 대해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고 애는 더욱 빗나가 집에만 들어오면 어머니에게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어머니를 못살게 한다는 것이었다. 애를 어떻게 가르쳐
2008-06-10 08:57교장이 되면 애국자가 되는가? 식당 출입문의 방충망이 망가져 새 스테인레스 방충망으로 갈았다. 헌 방충망, 손가락 구멍이 나서 그렇지 그런대로 쓸만하다. 그냥 버리긴 아깝고 재활용할 수 없을까? 아파트 배수구를 방충망으로 막는 것을 보았다. 우리 학교도 그렇게 해보자. 낙엽이나 쓰레기 들어가는 것 막고 고인물에서 모기 유충이 자랄 수 없도록 하니 일석이조 아닌가? 아침 모임에서 의견을 제시하니 행정실에서 반대 의견이 나온다.방충망은 그물망이 작아 먼지가 걸리면 바람이 통하지 않는데 배수구에 설치하면 배수에 지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반대 논리다. 묻고 싶다. "해 보기는 하였는지?" 아파트 배수구 방충망을 지켜보고 배수의 실제를확인한 사람에게 이론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코끼리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이 코끼리 모양에 대해 언쟁이 일어나면안 본 사람이 이긴다고 하더니만. 의견 제시는 좋다. 민주사회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 정상이다. 그것을 듣고 수렴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 의견이 머릿속에만 머무는 피상적인 것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자칫 오해를 하면 '귀찮은 일' 하기 싫어서 반대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렇다고 교장이 우겨 강행할 수도 없
2008-06-08 09:02어제부터 연일 교육은 속도가 아닌데 교육은 방향인데 하는 생각에 빠집니다. 방향을 잃으면 속도는 아무 소용이 없는데 하는 생각 속에 잠깁니다. 오늘 일찍 눈을 뜬 후에도 교육은 속도가 아닌데 방향인데 하는 생각 속에 깊이 빠집니다. 지금은 교육에 대해 속도를 낼 게 아니라 속도를 늦춰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누릅니다.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를 검토해 보아야 하는데 하면서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무언가 터뜨릴 것 같은 불안감이 생깁니다. 지금은 잠시 멈추어 생각을 해야 할 때인데도 오히려 속도를 더 내려고 합니다. 에라 모르겠다. 더 밟아보자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진땀을 흘리며 한참 밟고서는 후회를 합니다. 그게 아니구나, 방향이 틀렸구나, 사고 날 뻔 했구나. 잠시 속도를 줄여 다시 생각해 봐야 겠다 하지 않습니까? 잠시 멈춰 다시 검토해 봐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러기 전에 다시 잠시 멈추어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의 과정이 옳은지 그른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의 방향에 대한 여론수렴이 바로 된 것인지 아닌지, 나아가고자 하는 교육정책에 대해 대다수가동의를 하고
2008-06-08 09:01요즘 날씨가 좋지 않다. 장마 아닌 장마란 생각이 들 정도다. 비가 오고 나면 곧 날씨가 좋아지겠지 하고 기대하면 기대에 어긋나고 또 다시 비구름이 하늘을 덮고 비를 뿌린다. 그것도 큰 비가 아니고 작은 비로 마음을 적신다. 이럴 때일수록 인내하면서 마음을 다스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집 거실 한 모퉁이에는 커다란 화분에 심겨진 키가 큰 나무가 하나 있다. 아내는 이 나무가 천장에 닿을 만큼 너무 크고 물을 주면 바닥을 적시고 나무바닥을 썩게 만든다고 자꾸만 옮기자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적당한 장소이고 잘 어울렸다. 그래도 좋은 게 좋다고 마땅한 곳이라고 하는 곳에 두 사람이 힘을 모아 그 화분을 옮겨 보니 오히려 더 이상했다. 자연스럽지 못했다. 거기에다 본래 있던 구석은 더 허전해 보였다. 다른 곳에 있는 다른 화분을 옮겨 보기도 했지만 역시 어울림이 떨어졌다. 할 수 없이 원래 위치대로 옮겼다. 그 자리에 가니 어울림이 올라갔다. 보기도 좋았다. 그러니 아내의 마음속에 가득 찬 불만이 만족으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되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있는 나무에 대한 불평을 하지 않고 물도 조심스럽게 주려고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역시 사람이
2008-06-07 10:14선생님은 하루 중 아이들에게 칭찬을 몇 번 하십니까?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듯 칭찬만큼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것은 없다고 본다. 칭찬하는 사람이나 칭찬받는 사람 모두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이것이 칭찬만이 가지는 마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나로부터 칭찬을 받은 한 아이가 농담조로 한 말이 생각난다. “선생님의 칭찬은 하루 종일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어요.” 그 이후, 그 아이는 내게 칭찬을 받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칭찬거리를 만들기 위해 고민도 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시큰둥한 내 반응에 그 아이는 칭찬받는 것을 포기했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제때에 이루어진 칭찬보다 효과가 큰 것은 없다고 본다. 칭찬할 시기를 놓치기 되면 칭찬 자체가 퇴색해질 우려가 크다. 그리고 막연한 칭찬보다 칭찬받을 만한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며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학기 초, 청소 때문에 지적을 받지 않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 반 아이들은 청소에 익숙하지 못했다. 청소 당번을 정해주고 청소를 시켰음에도 교실은 늘 지저분하였다. 그것 때문에 아이들은 늘 내게 잔소리를 듣곤 하였다. 아이들
2008-06-06 20:48생일을 축하해! -선생님이 쓰는 교실 일기 어제는 현민이의 생일이었다. 교실에 들어선 현민이의 눈치를 살피니 생일이지만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미역국은 먹고 왔을까? 할머니랑 사니 그래도 미역국은 먹고 왔기를 바랬다. 묻고 싶었지만 아침 독서를 방해할까 봐 꾹 참았다. 독서 시간이 끝나고 숙제검사를 한 뒤 일기장을 미리 읽어 보았다. 생일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걸로 보아 아이가 기대하는 일은 한 가지도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작은 이벤트를 해야할 것 같았다. "얘들아, 오늘이 현민이 생일인데 친구들이 뭐 준비한 건 없니?" "현민이도 내 생일에 아무 것도 안 주었는데요?" "지난 번 바른생활 시간에 현민이에게 미리 축하 편지를 썼잖아요?" 상황을 보니 모두들 시큰둥했다. 현민이에게 선물을 줘 봐야 자기들 생일에 선물을 받지 못할 것을 미리 생각하는 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 꼭 선물을 해야 하는가 의문을 가진 아이까지 있었다. "얘들아, 꼭 돈을 주고 산 선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친구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선물이 있는데..." "예, 선생님! 편지를 쓰는 겁니다." "맞아요. 편지는 마음을 전하는 글이니까 없어지거나 닳아지지도 않고 오래도록 간
2008-06-05 17:45‘별도의 시간이 나질 않는 관계로 연수물을 드리니 도움 되시기 바랍니다’ 로 시작된 교장선생님의메신저를 통한 연수가 연재로 시작되었다. 교장선생님은 늘 여유롭다. 젊다. 정년을 1년 앞둔 나이에도 젊음을 머금고 있음은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그 중 하나가 유머감각에서 오는 순발력 때문이 아닌가 한다. 처음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3분만 지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상대를 배려함이란 많은 아마 독서나 연구를 통한 성찰에서 온 것일거다. 늘 연구하는 그런 학자적 분위기 탓인지 우리에게 주어지는 연수물은 신뢰가 더해진다. 6회에 걸쳐 제공되는 연수는 내게는 반갑고 유익한 연수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세계의 수월성 교육' 을 발표 하였다 하여 궁금하였던 차에 동기부여가 좋았던 탓이다. 이런 연수물은 무조건 읽고 저장하는 것이 지식을 얻는 방법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된 고형일(2008)의 「세계의 수월성 교육」인데 수월성 교육은 개인의 특성이 강조되는요즘, 인재를 발굴하는 방법을 포함한 인재육성에 대한 대안적 방법으로.책 한권을 읽은 효과이다. 요약본으로 정리하여 별도 저장해두었다. 수월성 교육의 목표는 우수 학업성취뿐 아니라 타인배려, 팀워크, 의사소통, 책무
2008-06-05 00:13벌써 교직 경력이 27년을 넘었다. 그 사이에 나를 거쳐 간 제자들이 800명을 넘는다. 그 동안 나름대로 보람된 교직 생활의 추억도 많았고 가슴에 남은 후회와 회한의 기억도 있다. 오랜 세월 함께 한 제자들이 있는 가하면 소식조차 알 길 없는 제자들도 많다. 이제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가장 아쉬운 점이 제자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따로 파일을 만들어 그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그들의 기록을 따로 남겨 두지 못한 점이다. 아이들이 보낸 편지나 학급 문집의 형태로 기록물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단편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 살기 급급해서, 아니면 체계적으로 가르쳐 준 선배나 멘토를 두지 못했고 그런 충고를 해준 사람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인터넷을 활용한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기록물이나 교단일기를 모아 두기 시작하면서 좀더 적극적인 기록 활동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교단에 서 있는 동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아동 개인별로 기록하거나 사진과 에세이를 곁들여 남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이다. 비록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성실하게 기록하고 보존하여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나가는 순간에 어떤 형식으로든지(학급 문집이나
2008-06-04 11:41문득 2003년 동아일보 주최 12월 인터넷 생활수기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 기자와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우선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잠깐 언급해 보고 싶다. 기자: 선생님, 직업이 무엇입니까? 환희: 교사입니다. 기자: 어느 학교에 근무하십니까? 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에 근무합니다. 기자: 제가 강릉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데 그곳에 문성고등학교라는 학교가 있습니까? 환희: 예, 역사가 짧지만 명문 사학고로 발돋움하고 있는 학교입니다. 기자: 남고입니까? 여고입니까? 환희: 남․여 공학입니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기자: 예, 그렇게 하세요. 환희: 오늘 인터뷰 내용 동아일보 기사에 나옵니까? 기자: 아마 내일 신문에 나올 겁니다. 환희: 그렇다면 제 이름 앞에 강릉문성고등학교라는 학교명을 꼭 좀 써 주시면 안 될까요? 기자: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환희: 농담입니다만 기자 선생님처럼 강릉에 있는 저희 학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저희 학교를 알리려고요. 기자: (웃으면서) 하 하, 학교를 PR하는 방법이 대단하군요. 환희: (멋쩍어 하면서)별 말씀을……. 그리고 다음 날, 출근길에 고속버스터미널에 들러 동아일보를 한 부 샀다.
2008-06-03 09:07통합교실 1층에서 갑자기 여교사들이 분주하게 드나들었다. 아나바다 이밴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는 나름대로 원칙이 있었다. 첫째, 수익금은 현재 10명의 생활보호 대상자 에게 방학중 지급되지 않는 급식비를 지원한다. 둘째, 1인 1물건이상 내기. 셋째, 예매는 불가. 점심시간 한 시간동안만 실시. 넷째, 아끼고 잘 쓰던 물건이 내게는 필요없어 졌으나 다른 사람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것. 다섯째, 모든 물건은 500원에서 5,000원 미만에 거래. 여섯째, 5,000원이상 거래하면 영수증 철(동창회에서 지원)1개씩 사은품 지급. 일곱째, 거래 시 동전과 1000원짜리를 준비할 것. 학교 축제의 일환으로 교사들만 참여하는 장터는 몇 년 전부터 년 2회씩 진행되어지고 있었다. 계절마다 집안정리를 하면 성장하는 아이들의 옷이며 가방 살림살이 등을 정리하고 나누기도 하는 기회이다.그것이 제자사랑을 실천하는 기회이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내어 놓은 물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물건을 수집하는 가운데 교류되는 정은 벌써 한 가족이 되어 ‘공동체의식'을 함양 할 수 있었다. 물건마다 사연이 깊고 다양하였다. 사랑이 젖어있는 아이들의 깜직한 청자켓, 원피스, 책과 가방, 신발
2008-06-02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