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걷히고 햇빛 쨍쨍하던 지난 7월, 서울아현초등학교 2학년 7반 교실. 20여 명의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귀를 쫑긋 세운다. 이날은 교장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는 날.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구연동화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독서교육 전도사로 유명한 심영면 교장. 지난 2020년 아현초 교장에 부임한 이래 한해도 거르지 않고 1학기와 2학기에 한 차례씩 1~6학년까지 모든 학급에 들어가 책을 읽어준다. 교장만 책 읽어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현초는 “애들아 함께 읽자!”를 모토로 삼아 담임교사·학부모·고학년 학생들까지 참여한다. 실제 이 학교의 독서교육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운영된다. 첫 번째는 담임교사가 하루에 한 권, 10분씩 읽어 주는 ▲‘얘들아, 함께 읽자!’가 있다. 두 번째는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책을 읽어주는 ▲‘얘들아, 언니가 읽어줄게!’이다. 4학년은 1학년을, 5학년은 2학년, 6학년은 3학년을 맡아 각각 학급 단위로 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세 번째는 학부모가 1~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주 1회 학급단위로 책을 읽어주는 ▲‘얘들아, 우리도 읽어줄게!’이다. 20여 명의 학부모로 구성된 동아리…
2024-08-06 10:00
가르칠 것도 많은데, 초등학교에서 경제교육을 해야 하나요? 한 경제신문 기사에 따르면 서울은 82%, 전남은 33%만이 고등학교에서 경제교과가 개설되고 있으며, 고소득 학부모일수록 자녀의 경제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경제교육이 양극화에 놓여 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의 연구결과는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3명이 경제교육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경제교육이 부재함을 시사하고 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학급운영 방법으로 경제교육을 하고 있음이 모 방송을 통해 소개된 이후, 학급운영으로서의 경제교육은 젊은 교사들 사이에 꽤 인기다. 하지만 그러한 경제교육은 학급운영을 중심으로 한 개인적 차원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경제는 순환하는 것으로 상생·공존과 같은 윤리적 가치와 함께 할 때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초등학교에서의 경제교육 방향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본교는 학급당 학생수 13명 내외의 소규모학교이다. 학교 주변은 상권이 형성되기 어려운 재개발지역으로 문구점은 물론 작은 슈퍼도 하나 없다. 동급생 사이에도 경제활동 경험에 대한 편차가 컸다. 스스로 물건을 구매해 본…
2024-08-06 10:00
‘선생님의 선생님’인 수석교사들이 지난 7월 한국교원대에서 제14회 수석교사의 날 기념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미래교육의 내비게이터, 대한민국 수석교사’라는 부제가 달렸다. 말 그대로 수석교사는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활동의 최첨단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내비게이터 역할에 충실해 왔다. 수석교사제는 1980년대 초에 논의만 되고 실시되지 않다가 2008년 처음으로 시범 운영된 후 2011년 6월 29일 법제화됐다. 이후 2012년부터 공식적으로 유·초·중등학교에 도입됐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수석교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초·중·고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에듀테크 활용 등 교육현장의 모습도 혁명적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현식 한국수석교사회 회장(사진)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비롯 에듀테크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학교수업이 교육의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전인교육과 AI 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석교사가 중심이 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교육의 균형을 잡아 나가겠다”라고 했다. 올해로 교직경력…
2024-08-06 10:00
“우리는 학생 때는 하버드대 공동체에, 평생 내내 사회에 기여할 학생이다.” 하버드대 입학처 홈페이지에 ‘우리가 원하는 학생’의 기준으로 명시된 기여함이란 남에게 유익하고 이로운 행동을 뜻합니다. 타인에게 쓸모 있는 일을 할 때 돈을 벌 수 있고, 타인에게 이로울 때 누군가 나와 함께 살거나 일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러니 기여함이란 성인군자 타령이 아니라 성공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하고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입학생 선발기준을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학교 내의 봉사와 평생 내내 사회봉사를 할 학생이다”입니다. 이렇게 번역하고 보니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일전에 학내봉사와 사회봉사가 언급된 교육법이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학생의 징계 등)에 명시된 내용입니다. (1) 법 제18조 제1항에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학생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1의 징계를 할 수 있다. 1. 학교 내의 봉사 2. 사회봉사 3. 특별교육이수 4. 퇴학처분 아이고. 곡소리가 저절로 납니다. 학내봉사와 사회봉사가 ‘벌’의 개념으로 왜곡
2024-08-06 10:00
“왜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을까?” 여름방학은 언제나 짧다. 출석부 정리, 세특 기재 등 마무리 짓지 못한 1학기 업무도 한 가득이다. 게다가 2학기 수업준비도 해야 하지 않던가. 3주 남짓의 여름방학이 금세 끝나버리는 이유다. 그래도 선생님에게는 휴식이 절실하기에, 애써 시간 내고 비용 들여가며 여행 떠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터, 걱정 내려놓았던 기간만큼 그 밖의 시간에 할 일을 몰아서 해야 하는 탓이다. 늘 쉬어도 쉰 듯싶지 않다. 2학기 시작 무렵이면 이미 지쳐있는 상태다. 과연 나는 2학기를 버텨 낼 수 있을까?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이다. 지쳤다는 느낌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면, ‘휴식의 기술’을 제대로 익혀보면 어떨까? 독일의 과학 저술가인 울리히 슈나벨(Ulich Schabel)은 이렇게 말한다. “스마트폰을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두고, 인터넷과 언제라도 접속할 수 있게 해 놓았으며, 100여 개가 넘는 방송 채널을 원하는 즉시 선택할 수 있게 대기시켜 놓은 상태에서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주의력을 집중한다는 것은 온갖 초콜릿으로 가득 찬 상자 앞에 앉아 다이어트를 장담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2024-08-06 10:00
방탄소년단의 ‘DNA’ 가사에 매료되었다 2020년 12월 내 마음속에 들어온 노래가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DNA’이었다. 2017년에 나온 노래였지만, 약 3년이 지나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보았다. 휘파람 안에서 흥겨움이 넘치는 분위기였다. 어깨춤과 허밍 음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즐거웠다. 그러나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첫째, 24~28초 사이에 수많은 과학 공식과 기호가 배경으로 나온 점이다. 노래는 인문학적 요소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깨는 장면을 본 것이다. 둘째, 가사를 구성하는 메커니즘이 인문학과 과학적 요소가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즉 융합적 사고를 느낄 수 있었다. ‘융합과 창조’ 단어에 관심이 많았던 시기였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으로 ‘창의융합형’이 떠올랐다. 이런 요구는 학교에도 불었고, 학생들에게 강조하였다. 그 당시 자주 들었던 말이 있었다. ‘이제는 융합적으로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문장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 시기였다. 그러나 맹점이 있었다. 내가 융합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면 ‘과연 신뢰성이 있는가?’였다. 그래서 나부터 사고의 틀을 변화하기
2024-08-06 10:00
우리 학교는 지난 6월에 3개 학년이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6학년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는 날 학생들을 배웅했다. 학생들은 평소 등교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운동장에 모여 출발하는데 단 한 명도 지각하지 않았다. 얼굴 표정 한가득 웃음꽃이 피어난다. 학교 진입로가 좁아서 공원을 가로질러 큰길 버스 타는 곳까지 따라가니 길옆에 학부모들이 배웅하러 나왔다. 학부모 중 한 분이 자녀가 며칠 전부터 현장체험학습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현장체험학습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교육활동이다. 그런데 인솔하는 선생님들의 표정엔 불안감이 그득하다.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최근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로 제자를 잃은 강원도 초등학교 교사 두 명이 과실치사 혐의로 법정에 서면서 학교는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졌다. 이에 전국의 학교들이 계획했던 현장체험학습을 줄줄이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기도 모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와의 갈등이 깊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한다. 최근 교총이 올해 스승의 날을 맞아…
2024-07-04 10:00
지난 2022년, 강원지역 초등학교의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버스 사고로 소중한 학생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제자를 잃은 선생님들은 지금까지 죄책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교육현장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보완과 교원 보호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두 명의 인솔 교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춘천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현장체험학습 사고, 위축되는 교육현장 학교에서 진행되는 현장체험학습은 학생들에게 교실 밖 세상을 경험하고 학습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학생들은 꿈과 끼를 키우고,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배양하며, 더 나아가 자율성과 창의성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과 학습을 넘어서는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실질적인 경험을 쌓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장체험학습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로 인해 교사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체험학습을 준비하…
2024-07-04 10:00
수학여행을 떠나는 서울행 전세버스 안은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수다로 가득합니다. 출발 전날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설렘은 새벽같이 학교로 향하는 분주한 발걸음에서도, 한껏 차려입은 빳빳한 새 옷에서도 느껴집니다. 초등학교에서 제일 고학년인 6학년 정도 되면 학교를 따라오는 학부모들이 거의 없지만, 이날만큼은 무사히 다녀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자녀를 배웅하러 삼삼오오 모인 부모들이 떠나는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십니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리는 동안 담임교사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최근에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교통사고, 전세버스 주차사고로 학생을 잃고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강원도의 선생님들. 불행한 여러 가지 사고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혹시나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풀지나 않았을지, 전세버스가 무리하게 앞지르기하는 다른 차와 사고가 나지는 않을지 불안한 마음에 자꾸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지만, 불시에 일어나는 사고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01 _ 엉망진창, 좌충우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생긴 일 “내릴 때 좌우를 살…
2024-07-04 10:00
교육과정의 의미와 유형 교육과정(Curriculum)은 라틴어 ‘쿠레레’에서 유래한 것으로, 말이 뛰는 경주로를 의미한다. 즉 학생이 일정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으로 광의적으로는 교육의 전반적인 흐름으로 정의할 수 있고, 협의적으로는 교육목표 설정과 내용조직을 의미한다. 즉 교육과정이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간행동을 계획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수단이며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평가치를 달성했는지까지를 포함한다. 교육과정에 대한 전체 계획을 말하며, 학교의 지도하에 학습자가 학습해야 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는 지식과 경험의 조직·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가르치고 배워야 할 교과내용의 체계를 일컫는 교육과정은 도달해야 하는 ‘교육목표’가 있고 배워야 하는 ‘교육내용’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정해진 교육내용과 교육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학습경험을 갖도록 방법·평가·기관·운영 등에 대한 ‘의도적’ 계획이 필요하다. 교육과정의 유형은 크게 공식적 교육과정과 표면적 교육과정, 잠재적 교육과정, 영 교육과정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식적 교육과정이다. 국가교육과정의 기준을 담은 문서, 시·도교육청
2024-07-0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