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해당 영상을 촬영해 SNS에 게시, 웃통을 벗고 수업을 받은 학생 3명 중 2명은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경찰 수사 결과 여교사를 촬영한 사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형사처벌은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친구를 때리고 교사를 협박해 공포의 교실로 만든 초등학생 사건, 싸움을 말리던 교사에게 흉기를 들이댄 경기 초등학생 사건에 연이어 발생하다 보니 충격과 파장이 더 컸다. ‘새롭지도 않다’, ‘안타까운 교실 현실을 그대로 확인한 또 하나의 사례다’라는 반응 또한 많았다. 법안 통과 분위기 무르익어 늘 교권 사건이 이슈화되면 나타나는 안타까운 결말이 있다. 가·피해자 중심의 자극적 사건 보도와 함께 원인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것이다. 이번만은 그러지 않아야 한다. 분위기도 좋다. 국회 교육위 국민의 힘 이태규 의원은 교총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달 18일 생활지도법안이 담긴 초·중등교육법과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국회 교육의원도 5일, 교원의 생활 지도 권한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여·야가…
2022-09-19 09:10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그러나 파리의 노트르담을 단지 집시 처녀를 향한 꼽추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만 읽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 소설의 제목이 노트르담의 꼽추가 아니고 파리에 있는 성당 이름을 딴 것이라는 것을 상기하자. 노트르담 성당은 파리를 찾는 관광객이 가장 쉽게 자주 찾는 관광 명소이니만큼 파리의 노트르담을 다르게 읽는다면 말 그대로 노트르담 성당을 ‘둘러보았다’기 보다는 ‘낱낱이 뒤져’보게 된다. 그만큼 노트르담 성당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어지게 된다. 우선 우리는 빅토르 위고가 파리의 노트르담을 쓴 목적이 숭고한 인간의 사랑을 찬양하기 위함이 아니라 옛 건축물에 대한 사랑을 불어 넣고 새로운 건축물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오래된 건축물을 잘 보존하자는 의도였다는 것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옛 건축물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파리의 노트르담을 쓴 주요한 목적 중의 하나이며 심지어 빅토르 위고 인생 목적 중의 하나였다. 그렇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콰지모도가 아니고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이다. 노트르담 성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장광설’로 비하되기도 하며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파리의 하수도 수리 이
2022-09-15 14:59대학등록금이 동결된 지 14년째다. 반값 등록금으로 학생 부담을 줄이고, 고등교육기관에 진입하는 학생을 늘려 국가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그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살생부’로 불리는 기본역량진단 우리나라 대학은 대부분 사립이다. 사학 재정 구조 특성상 학생등록금과 법인전입금, 기부금 외에는 재원을 확보할 방법이 거의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동결에 대응할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정원을 확대해 학생등록금 재원을 늘리거나, 법인 수익사업 등을 확대해 법인재정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법인 수익을 늘리기 위해 불안정한 투자를 선택할 경우 되레 더욱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위험이 있기에 대학들은 학생 정원을 늘리는 양적성장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가 70~80%에 달하는 대학 진학률이다. 언뜻 고등교육의 양적성장이 잘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등교육의 질적 하락이 초래됐고, 이제는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마저 감축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결국 유일한 해결책은 정부 주도의 재정지원이다. 정부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거쳐 재정을 지원하는 정책을 2015년부터 실시해왔다. 여기서…
2022-09-05 07:59학생들의 기초학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1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중3과 고2 학생들의 주요 과목 학력이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낮았다. 교육양극화의 심화는 물론이다. 지난 10년간 사실상 방치된 학력 교육계 밖에서는 학력 저하의 주된 이유로 코로나19를 든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달리 본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력 붕괴’가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0년간 14개 시도교육청을 오로지한 진보교육감들의 학력 등한시 정책이 빚은 결과라는 것이다. 이들은 학력 신장이라는 교육의 기본 책무보다는 민주·인권·노동·마을공동체 등 가치 편향의 실천 교육을 강조해 왔다. 동조하는 일부 교원노조들은 기초학력진단과 학업성취도 평가를 ‘한 줄 세우기식 일제고사’라고 폄훼하며, 교육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정상적인 평가 마저 거의 폐기토록 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이명박 정부 때 전국 모든 학생이 치르는 전수방식이었다가 박근혜 정부 때 초등학생이 제외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180도 달라졌다. 중3과 고2 학생 가운데 극소수인 3%만 표본으로 뽑아 평가한 것이
2022-09-04 07:49기자, 경찰, 교사가 함께 식사하면 누가 밥값을 계산할까? 세 사람은 서로 간 이해관계가 있는 사이라고 가정하면 보다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경우 과거에는 경찰, 기자, 교사 순으로 계산을 했다고 한다. 사제관계의 뉴노멀 사실, 계산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막아서 못했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자녀나 자신의 스승에게 식사비용을 계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었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따라 이제는 교사가 학생의 요구사항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요즘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같은 표현을 어렵지 않게 사용한다. 뉴노멀 시대, 교사와 학생 간 관계는 이렇듯 격의 없이 서로에게 친근감을 표시한다. 과거 세대와는 사뭇 다른 학교 분위기다. 뉴노멀이라는 단어는 2007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오랜 경제 침체 기간에 만들어진 경제 용어다. 이 단어는 미국의 벤처 투자가 로저 맥나미(R.McNamee)가 ‘저소득, 저수익률, 고위험’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기준을 제시하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이어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교육 영역까지 침투해 우리에게 다양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시대
2022-09-03 07:59정확히 20년 걸렸다. 2001년 당시 이군현 한국교총 회장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교육정책을 바로잡고, 탈정치·탈당파적 공론화의 장을 만들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른바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감을 얻었고, 이후 이회창·노무현 대통령 후보에서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든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다. 뒤집어보면 대한민국 교육이 얼마나 일관성이 없이 오락가락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정책 공약인 것이다. 각고 끝에 지난해 7월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지난달 21일에 공식 출범했어야 할 국가교육위는 여전히 삐거덕거리고 있다. 가뜩이나 교육부 장관 인선 논란과 만5세 취학연령 하향 등 정책혼선이 가중된 상태에서 교육거버넌스의 부재는 정권의 존립 기반 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20년만의 결실, 공염불 돼선 안 돼 새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지만 교육을 둘러싼 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발을 산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등 학제 개편을 강행하려 했다. 일부 소수의 독선으로 대한민국의 교육 시계를 바꾸려 했던 것이다. 교육 혼란
2022-08-29 08:18해를 거듭할수록 학부모나 학생의 교사에 대한 부당한 교권 침해가 늘고 있다. 교총 조사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사건만 최근 5년간 1만 1148건, 교사 상해·폭행 사건 888건에 이른다. 또한 17개 시도교육청 교원치유지원센터에 교원 심리상담 건수는 최근 5년간 4만309건, 교원 법률지원은 무려 1만3409건에 달한다. 문제학생 제지 방법 없어 학생 인권 강화를 위해 상·벌점 제도가 폐지되고,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학생인권조례의 무리한 적용으로 교사가 문제학생을 제지할 방법은 거의 없다. 수업 중에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며 수업을 방해해도 말로 진정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혹여 교사가 언성을 높이거나 교실 뒤쪽이나 복도로 내보내기만 해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사례가 이제 우리 교단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을 억지로 깨우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일까?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핀란드에서는 2013년 헬싱키시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학생 한 명을 강제적으로 급식실에서 끌어낸 교사가 시교육위원회 결정에 따라 해고됐다. 이 사건은 핀란드에서 크게 논란이 돼 해당…
2022-08-28 13:18"선생님, 교과 세부능력 사항에 달랑 두 줄만 적어 주고, 그것도 다른 아이들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똑같은 내용이에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최근 어느 3학년 학생의 분노에 찬 하소연이다. 이 말을 들은 순간 한편으로는 학생에게 미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해당 교사에 대한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 당락 좌우하는 초미의 관심사 학부모들은 매년 어떤 교사를 만나는가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일반고 대다수 학생이 수시전형으로 대학진학을 하기 때문이다. 담임교사나 교과 담당 교사를 잘 만나는 게 수시합격의 비결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래서 여러 교육활동 중에서도 특히, 학생부 기록을 자상하고 성의있게 작성해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럼에도 학생의 불만이 반복되는 원인은 두 가지다. 우선, 교사가 학생부 오류 점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다. 학교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학생부 기록을 교차점검하며, 학생들에게 직접 확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교사는 동료 교사와 학생들에게 보여주기를 거부하거나, 의도적으로 학생부 점검 시기를 넘겨 마감 시간에 작성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도 이의 제기를 꺼린다. 해당 교사가 이를 불쾌하게 여길…
2022-08-28 08:17하필이면 만우절이었다. 열일곱 살 소녀들의 다소 짓궂은 장난에도 선생님들은 기꺼이 속아주셨다. 유랑극단의 변사처럼 첫사랑 얘기를 풀어내는 선생님의 유려한 말솜씨에 사춘기 여고생의 마음은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탔다. 눈부시게 만개한 벚꽃 같은 소녀들의 웃음으로 교정이 들썩였다. 모든 것이 완벽한 날이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금방이라도 별들이 쏟아질 듯 맑은 밤이었다. 흥겨운 콧노래도 절로 났다. 현관문을 열 때까지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가 나의 역할일 것이라 상상도 못 했다. 씩씩하게 엄마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볼일의 해결이 급선무인지라 일단 화장실로 향했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검붉은 피로 범벅이 된 옷가지가 변기 옆에 쌓여있었다. 너무 놀란 탓인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달려오신 옆집 아주머니의 부축을 받아 거실로 나왔다. 아주머니께서 막냇동생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갔다고 말씀해주셨다. 담담 하려 애쓰셨지만, 목소리의 떨림이 느껴졌다. ‘귀한 자식은 귀신이 탐한다더니.’ 짧은 설명 끝에 한숨처럼 내뱉는 아주머니의 낮은 혼잣말이 귀에 꽂혔다. 사고가 심상치 않다는 걸…
2022-08-27 11:13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20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개학을 맞이했다. 학생 건강을 지키며 교육해야 하는 학교의 부담은 크다. 이번 방학은 그야말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폭우는 176개 교육시설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남겼다. 교육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불쑥 나온 만 5세 취학을 골자로 한 학제 개편안은 불쾌 지수를 높였다. 교육부 장관 사퇴와 교육비서관 교체가 있었지만, 아직도 정책 형성과정 어디서 잘못이 비롯된 것인지 알 수조차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이제 이런 잘못과 실패는 없어야 한다. 신임 교육부 장관은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 입은 작고 귀는 큰 장관, 인기보다는 현장 애환 해소에 관심이 큰 장관, 교육개혁이나 혁신 같은 거창한 이슈보다는 교사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 장관이었으면 한다. 학제 개편에 가린 교권 침해 이슈 폐기된 학제 개편 논란이 더 아쉬운 것은 생활지도법 마련 등 국가적 교권 보호 시스템 필요성이 한창 이슈화되던 시점에 터졌다는 점이다. 학교와 교원의 어려움을 국민과 정부, 정치권에 제대로 알려 교권 보호 시스템을 더 강화할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갑자기 터진 학제 개편 논란으로 생활지도법 이슈
2022-08-21 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