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역에서 야간열차를 탔다. 부다페스트까지 약 9시간이 걸린다. 6명이 함께 타는 비좁은 쿠셋(침대칸) 꼭대기 칸에서 선잠을 잤던 것 같다. 덜컹거리는 소리에 가끔 잠에서 깼고, 지금쯤 국경을 넘어가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가끔 차창을 스쳐 가는 가로등 불빛에 눈이 부시기도 했다. 부다페스트역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였다.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역사 밖으로 나오니 이방인을 제일 먼저 반기는 건 역시나 잿빛의 하늘이었다. ‘동유럽표 가을 하늘’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우중충한 하늘. 어디에선가 잔뜩 몰려온 두터운 먹구름이 부다페스트 시내를 뒤덮고 있었다. 무거운 트렁크를 끌며 반질거리는 돌바닥 길을 가는 동안 귓전에는 내내 ‘글루미 선데이’의 아련한 선율이 맴돌았다. 헝가리 하면 반사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음악. 1935년 헝가리의 무명 작곡가 레조 세레스는 연인인 헬렌에게 실연당한 아픔을 담아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을 썼다. 그런 사연이 있어서일까? 음반이 출시된 지 8주 만에 헝가리에서만 187명의 자살자가 나오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이 노래를 들으며 목숨을 끊었다. 레조 세레스 역시 자기 노래 때문…
2023-07-05 10:30디지털 대전환 시기를 맞아 미래사회는 변화의 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럴수록 미래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며, 교육의 중심인 학교에서부터 그 방향을 바르게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경기교육은 ‘자율·균형·미래’의 3대 원칙을 바탕으로 기본과 기초를 갖춘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기초역량과 기본 인성교육 강화, 인공지능 기반 에듀테크 활용 교육 확대, 지역교육협력 플랫폼 구축으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미래사회에 걸맞은 교육의 방향을 세워가고자 한다. 기초역량의 강화 기초역량은 무엇보다 학생이 갖춰야 할 행복의 중요 조건이다. 향후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포함해 의사소통능력·학습력 등 기초역량을 먼저 갖춰야 한다. 경기교육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멘토링 플랫폼을 구축하고, AI 코스웨어를 활용한 1:1 학습운영, 기초학력학습지원 전문교사 인력풀을 구성해 학생의 기초에서부터 심화에 이르기까지 학습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떨어진 기초체력과 학습, 사회성 회복을 위해 초등 3·4학년을 중심으로 맞춤형 ‘더(T·H
2023-07-05 10:30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가 지난 16일 공개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사례는 충격적이다. 실제 이런 일이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학생을 눈으로 흘겨봤다고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고, 급식에 나온 반찬을 골고루 먹으라고 했다가 아동학대범으로 몰린 교사도 있다. 시험문제를 어렵게 출제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 여교사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팔에 댄 뒤 아동학대로 신고한 남학생, 심지어 교사를 폭행하고서도 아동학대로 맞고소한 학부모 등 교육현장은 지금 무차별 아동학대 신고에 고통받는다. 이러한 사례들은 교총이 지난 6월 1일부터 7일까지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권침해 및 학습권 침해를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무분별 아동학대 신고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급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발생했다. #01 어느 유치원 교실. 엄마한테 가겠다고 뛰쳐나간 원아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드러누워 발을 구르는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이를 본 학부모가 ‘아이의 팔을 잡아끌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선생님이 친구들끼리 박치기를 시켰다”는 유치원생의 거짓말 때문에 곤욕을 치른 교사도 있다.…
2023-07-05 10:30인사동에서 점심 모임이 끝나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 매우 두꺼운 신간으로 나온 말씀 등불 밝히고를 찾았다. 저자(김기석)가 신학자이자 목사이고, 목회 현장의 설교를 책으로 낸 것이어서, 나는 당연히 이 책을 ‘종교’코너로 가서 찾았다. 그러나 책은 그곳에 없었다. 직원에게 문의하니 책이 있는 곳을 검색하여 알려 준다. 책이 있는 곳은 ‘인문학’코너였다. 나는 이 책을 소개하는 북 토크(Book Talk) 영상을 이미 보아 두었다. 저자가 목사이면서 문학평론가였다는 사실도 알았다. 나는 서점이 이 책을 인문학 서적으로 분류하여 배치해 놓은 데에 흔쾌히 동의하였다. 신학자인 저자는 성서를 다양한 인문학 코드(특히 문학적 코드)로 불러와서 해석의 정교함과 수월성을 보여 주었다. 많은 인문 고전이 성서로 와서 성서 해석의 풍성함을 도움으로써, 성서를 통한 실천적 지향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서점을 나오려다가 작년 여름에 내가 편저한 책 한글의 최전선, 지구촌 한글학교 스토리가 궁금했다. 이 책은 지구촌 각지에서 디아스포라 코리안으로 살아가는 750만 재외동포들이 각기 거주지역 커뮤니티에서 주말학교를 세우고, 자녀들에게 한글과 한국어 그리고 우리 역사와 문화
2023-07-05 10:302023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87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는 전형적인 학교폭력으로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엄석대라는 인물이 나온다. 엄석대 왕국의 위용은 대단하여 전학을 와서 그나마 저항하던 한병태마저 굴복하게 만든다. 엄석대의 왕국이 무너진 것은 학교폭력을 방조하던 ‘최 선생’에서 ‘김 선생’으로 담임이 바뀌게 된 다음부터다. 김 선생은 우선 엄석대를 체벌하여 잘못을 자백하게 한 뒤, 학급의 아이들에게 엄석대의 잘못을 하나씩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했다.결국 엄석대는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들은 폭력에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36년 전 국내 유수 문학상의 대상까지 받은 이러한 이야기가 2023년에 교실에서 펼쳐진다면 결론은 전혀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일단 엄석대나 그 학부모는 체벌을 가한 김 선생을 아동학대죄로 경찰에 고소할 것이다. 그렇다면 김 선생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를 드나들고, 기소라도 당하면 형사법정을 드나들어야 한다. 피해학생들이야 형사미성년자라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엄석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알린 학부모는 엄석대와 그 부모로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다. 학교폭…
2023-07-05 10:30최근 아동학대 신고가 증가하면서 안타깝게도 교원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이 이뤄지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직위해제는 징계처분은 아니지만,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고 승급·보수 등에서 불이익한 처우를 받게 되는 인사상 불이익 처분에 해당합니다. 직위해제 처분에 따른 조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직위해제 사유 「교육공무원법」 제44조의2에 따라 아래와 같이 직위해제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나쁜 자 2.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자 3.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 청구된 자는 제외) 4. 아래의 비위행위로 감사원·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 가. 횡령·배임·절도·사기 또는 유용 등 나.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성폭력범죄 행위 다.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성매매·성매매알선·성매매 목적 인신매매 등 라.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른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행위 마. 「아동복지법」에 따른 금지행위(성적·신체적·정서적 아동행위 등) 2. 복무상의 불이익한 조치 국
2023-07-05 10:30들어가며 학교자치, 교육자치, 학교 민주주의, 학교 자율경영, 학교자율화 등 그동안 학교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와 현장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정부에서도 이와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1999년, 학교에 자율성을 보장하여 단위학교가 주체되어 학교교육과 관련한 핵심적 의사결정을 하는 학교단위 책임경영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학교자율화 정책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 되었음에도 2018년 OECD 국제통계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학교교육체제 내에서 학교가 차지하는 의사결정 비율은 OECD 평균인 3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로 나타났다(박은주, 2021). 이제 미래사회의 변화 요구에 부응하고, 미래학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다양성·유연성이다. 학습자의 특성과 요구, 지역의 실태 및 개별학교의 특수성에 맞춰진 ‘학교자율운영’은 큰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학교자율과 학교자율역량의 의미와 교육공동체가 함께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학교자율운영을 위한 실천사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살펴보고자 한다. 학교자율의 의미 김용(2022)에 의하면 1990년대 중반 학교단위 책임경영제, 학교자율화 정책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는 학교자치가 학교 변화로…
2023-07-05 10:304일 도쿄 KKR호텔에서 열린 제34회 한·일교육연구발표회에 앞서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주정 광주 진남중 교장이 '전인교육의 중요성 및 실행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왼쪽)이 일본교육연맹 우에무라 히로시 회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발표회를 마친 양단체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3-07-04 17:16경기 숙지초(교장 이순호)는 '사랑.도전.성장하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 특색 사업으로 학기별 온종일 책과 노니는 날을 지정하여,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친구와 함께 읽기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읽기를 실천하고 있다. 새 학년 준비기간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학년별로 도서 선정과 독서 활동 내용을 미리 정해 운영된다. 학교 도서관과 연계하여 다양한 책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든 교사가 밀도 있는 협의를 거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루하지 않고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6월 29일 숙지초는 하루 종일 책과 노니는 아이들의 소리로 모든 학년 모든 교실이 북적북적했다. 1학년은 파닥파닥 해바라기 책의 내용으로 만든 노래를 부르며 책 내용을 떠올리며, 나에게 힘이 되는 존재를 같이 이야기 나누며 협동화 그리기와 보석 십자수 해바라기 만들기 시간을 가졌다. 2학년은 진정한 일곱 살을 함께 읽으며 진정한 아홉 살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친구들과 서로 이야기했다. 3학년 교실에서는 최기봉을 찾아라 나는 3학년 2반 애벌레입니다를 읽고 교실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국어사전’을 활용해 온 작품에 나오는 낱말 찾기 북크닉을…
2023-07-04 14:55경기 성지초(교장 박연실)는지난달30일 성지 뮤지컬 발표회를 개최했다.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직원 등 교육가족 모두의 화합과 예술의 장이 되어준 뮤지컬 발표회에서는 1학년부터6학년까지 전교생이 참여하여 빛나는 무대를 완성했다. 1부에서는 어느덧 유치원생 티를 벗은 1학년 학생들이 가족의 사랑을 노래하는 공연으로 첫무대를 열었다.이어지는 무대에서는 3학년이 더욱 의젓해진 모습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을 재구성하여 멋진 무대를 꾸몄으며 5학년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으로 희망의 메세지를 전했다. 2부에서는 2학년이 꾸미는 성지 위키드 공연과 4학년 학생들이 전하는 성장이야기, 마지막으로 6학년의 대한독립 만세 공연으로 웅장함까지 느낄 수 있는 무대를 보여주었다.각 학년의 뮤지컬 사이 사이에는 노래와 춤, 줄넘기, 마술, 버나와 스트레칭 등 각자의 장기를 마음껏 선보이는 장기자랑도 하며 모두가 협동하며 주인공이 되는 진정한 인성교육의 현장을 볼 수 있었다. 결코 쉽지 않은 발표회를 위해 한 학기 동안 땀흘리며 호흡을 맞춰온 학생들이 발표한 것은뮤지컬 그 이상이었다.…
2023-07-04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