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희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어요. 교장 선생님께 드리려고요." 우리 학교 희망반, 소망반 학생들이 교장실을 찾았다. 필자는 크리스마스 카드 두 장을 받았다. 색도화지에 겉표지에는 눈꽃 모양이 붙어 있고 'LOVE'글자와 산타 모자,크리스마스를 나타내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고맙다, 애들아! 너희도 메리크리스마스다!" 희망반, 소망반은 우리 학교 특수학급 명칭이다. 과연 편지 속에는 무슨 내용이 있을까?대표라고 신분을 밝힌 여학생은 10여 줄 이상 길게 썼다.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비친교장의 모습은 어떠할까? 주 내용을 보니 '저희 학교를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다' '더 좋은 학교를 만들어 달라' '인사를 잘 받아 주시고 농담도 잘 해 주시고 너무 재미있다' ' 건강하시고 안전 운전하세요' 등이다. 또 다른 학생도 자기 신분을 밝히고 '몸 건강' 과 '안전 운전'을 당부하였다. 특수반 학생들에게도 건강의 중요성과 교통사고의 위험이 각인 되었나 보다. 교장과 학생들과의 만남, 그렇게 많지 않다. 애국조회도 없어지고 하여 기껏 만나는 것이 복도에서의 지나침, 급식실에서의 만남 정도다. 그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교
2009-12-24 11:09어제 동료 교장의 전화를 받고수원미술전시관(수원시 송죽동 소재)를 찾았다. 뭔지도 모르고 동료 교장의 문화에의 초대가 고마워 방문하니 공식 타이틀이 '제27회 수원일요화가회 회원전'이다. 맹기호 교장이 화가로서 활동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모임의 회장인 줄은 몰랐다. 20여 명의 회원 50여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수원교육장님을 비롯해 교직에 있는 분들은 낯이 익는다. 행정실에 근무하는 초교 여자 동기도 만났다. 정년퇴직하신 분들도 보인다. "올해가 27회니 이런 짓(?)을 27년간이나 했습니다." 회장이 한 인사말이다. 농담 속에 뼈가 있다. 비하하는 말로 들리지 않고 27년이라는 역사에 초점이 맞춰진다. 1983년에 창립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아마추어들이 모여 역량을 쌓아 드디어 전문가들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맹 회장(영덕중 교장)은 말한다. "작업을 통해 독자적인 개성을 발견하고 표출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우리들의 창작 활동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한 노력이지만 그 결과로 주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여 문화적 확산을 도모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필자도 예술을 좋아한다. 음악회는 일부러…
2009-12-24 09:42맞벌이 부부, 대화시간이 부족하다. 부부가 같은 지역에 근무하고 교직이라는공통분모가 있는데도 그렇다. 누구에게 문제가 있을까? 서로 바쁘게 살기 때문이다. 아침 시간에는 딸, 아내와 아들, 필자 순으로 식사를 하고 등교하고 출근한다. 점심은 각자 학교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필자, 아내, 아들, 딸 순으로 귀가 한다. 자식들은 학교에서 저녁을 먹지만 부부가 함께 식사하기가 어렵다. 아내의 야근으로 퇴근이 늦기 때문이다. 교육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초등교사, 힘 안들이고 거저로 하는 줄 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게 교육이고 보직교사의 일이다. 그냥 대강하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하다간 학교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 사정을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아내의 일찍 귀가를 종용할 수 없다. 저녁 설거지 하고 나서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부부간 대화시간이 없다. 주말엔 그 동안 밀린 빨래며 집안 청소에 하루 해가 짧다. 1주일에 한 번 가는 산행도 간신히 시간을 맞춘다. 광교산은 멀다고 가까운 칠보산에 가잔다. 늘 가던 산행 코스가 지루하여 이번엔 화성시 매송초등학교에서 칠보산을 올랐다. 숲속 소로를 이용하니 한 사람이 간신히 다닐 정도
2009-12-23 13:52채만식 · 이병기 · 신석정 · 서정주 · 최명희 · 논개 · 매창. 이미 짐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모두 전북출신 문인들이다. 물론 논개라든가 매창의 경우 조선시대 인물인데다가 딱히 문인이라 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긴 하다. 특히 논개는 문인이라기보다 애국 충절의 표상으로 작품 속 주인공일 뿐이다. 그런데도 굳이 전북출신 문인으로 꼽은 것은 그들에 대한 추모 및 선양사업이 논개 · 매창 이름과 함께 해마다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문인 등에 대한 추모사업은 전국적 현상이다. 서희 · 조헌과 같은 외교관 · 의병장으로 기록된 역사인물에 대한 추모백일장 공모전도 있다. 잠깐 추모사업 문인들을 살펴보자. 한용운 · 정지용 · 박목월 · 박두진 · 조지훈 · 김동리 · 김현승 · 박재삼 · 이병주 · 윤선도 · 백신애 · 김유정 · 이효석 · 김소월 · 김영랑 · 조병화 · 천상병 · 윤동주 · 이육사 · 이형기 · 박용철 · 박경리 · 이상화 · 황순원 · 고정희 등 전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들 문인추모사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문학상 시상과 백일장 개최이다. 물론 백일장 없이 공모전을 하는 곳도…
2009-12-23 13:5211월 6일부터 3일간 전북 고창 미당시문학관 일대에서 미당문학제가 열렸다. 학술대회와 시인의 밤, 시인학교와 백일장, 문학강연과 미당문학상 시상식 등이 진행되었다. 이와 별도로 질마재문화축제가 펼쳐지기도 했다. 미당문학제 현장 분위기를 전한 중앙일간지에 따르면 예년과 달리 미당문학상 시상식장은 좌석이 모자라 식장 뒤편에 관람객이 진을 쳤다. “이런 변화는 그간 미당문학제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마을 주민과 고창군이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10월 20일엔 서울 문학의 집에서 ‘미당기념사업회’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홍기삼 전 동국대총장, 문학평론가 이남호 고려대 교수, 윤재웅동국대 교수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함께 한 자리였다. 사업회 총무인 윤재웅 교수는 미당전집, 미당문학사전출간, 미당학회 발족 등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당 서정주(1915~2000)는 몰라도 ‘국화 옆에서’라는 시를 모르는 30대 이상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한국현대시문학사에 커다란 산맥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서정주만큼 새까맣게 잊혀진 시인도 드물 것이다. 김대중정부 때 이뤄진 7차교육과정 개정으로 그의 시들이 교과서에서 사그리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2009-12-23 13:51객관적으로 본다는 말처럼 어려운 말은 없으리라. 특히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내가 돌아보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강한 것처럼 보여도 매우 연약한 존재인지라 자신의 약점을 속이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 곧 내 눈으로는 참된 나를 보기 어렵다. 물론 거울이라는 사물이 있어서 외양은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마음속까지 들여다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정확히 보려면 남의 눈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바둑의 복기(復棋)다. 필자가 비록 바둑은 두지 못한다 해도 가끔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대국이 끝난 다음에 해설가들의 설명과 함께 복기하는 것을 보기는 했다. 이 복기가 바로 남의 눈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며, 당시 내가 했던 것을 다시 반추해 보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9년 한 해도 이제 열흘 남짓이다. 과연 올해는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계획했었던 일은 잘 이루었는지 등을 돌아보는 때가 아닌가 한다. 초등학교 때는 곧잘 썼던 일기를 머리카락이 굵어졌다는 이유로 쓰지 않았는데 그래도 나를 한번 뒤돌아보는 것은 한교닷컴에 올린 e-리포터가 아닌가 한다. 자주는 아
2009-12-21 23:25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09년도 어느덧 10여 일을 남겨놓고 있다. 그동안 숨가쁘게 달려왔던 한 해를 정리하다보니 문득 자녀를 고등학교에 입학시킬 학부모님들이 생각난다. 지금쯤이면 평준화지역이든 비평준화지역이든 사랑하는 자녀들이 거의 다 입학시험을 치렀을 것이다. 따라서 합격의 영광을 누리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안타깝게도 실패를 경험하고 낙심해 있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합격한 학생들에게는 축하를, 낙방한 학생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인사를 보낸다. 리포터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예비 신입생 학부모님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고교생활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에 관한 것이다. 그러면서 고교 입학 전 선수학습은 어떻게 시키며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시절과 고교시절은 학습의 강도나 생활방식 면에서 마치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단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다. 작년 3월 초순의 일이다. 3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오는데 학생 하나가 "선생님-" 하고 나를 불러 세웠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새 교복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피부. 한눈에 보아도 때묻지 않은 신
2009-12-20 15:34지난 11월 12일(목)에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발표가 나왔다. 출근하자마자 어제(12월 7일) 받아온 수능 성적표를 연구부로부터 인수받았다. 그리고 시험을 치르고 난 다음 날(11월 13일) 아이들이 가채점(원점수기준)한 채점표를 꺼내 들고 비교분석(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에 들어갔다. 우선 수시모집 최저학력에 합격이 결정되는 아이들의 성적부터 확인하였다. 아이들 대부분이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에 도달하였으나 입시학원에서 발표한 커트라인에 걸려 불안해했던 몇 명의 아이들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걱정되었다. 가채점 결과, 지난 6월과 9월(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에 치른 모의고사에 비해 성적이 잘 나와 내심 좋아했던 아이들이 성적표를 받아들고 실망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더군다나 한 여학생의 경우, 언어영역에서 한 문제 때문에 등급이 떨어져(2등급→3등급)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게 되어 그 안타까움이 더 했다. 한편으로 이 모든 것이 변별력이 낮아진 수능 탓이라 생각하니 화가 났다. 오전 10시. 우리 반 아이들의 수능성적표를 챙겨 교실로 갔다. 상기된 표정으로 수능 성적표를 보며 실망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교실 문을 열기
2009-12-08 23:32신종플루 예방접종이 있는 날. 교실 문을 열자 여느 때와 달리 아이들의 얼굴은 긴장한 듯 잔뜩 굳어 있었다. 그리고 교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신종플루와 관련된 이야기로 소란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그건, 신종플루예방 접종에 따른 부작용과 관련된 연일 계속되는 방송 탓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일까? 사전 조사 시 접종을 하겠다던 아이들조차도 다시 고려해 보겠다며 접종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일부 여학생들은 주사를 맞으면 아프지 않느냐며 엄살을 부리기도 하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앙증스러운지 마치 초등학생 같았다. 순간, 예방접종에 앞서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정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잘못 알고 있는 편견과 신종플루와 관련된 내가 아는 모든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내 말을 듣고 난 뒤에야 비로소 아이들은 마음이 놓인 듯 했다. 내 이야기에도 불안하다며 접종을 거부하는 아이들과 부작용이 우려되는 아이들에게는 접종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예방접종 목적, 접종 전 주의사항, 사전예진표 작성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예진표를 나눠주고 작성하게 한 뒤, 아이들을 예방접종 대기실로 보냈다. 대기
2009-12-06 07:52모자(帽子)가 문제였다. 우리 반의 한 아이가 며칠 째 단추도 잠그지 않은 채 잠바에 달린 모자만 쓰고 다녔다. 날씨도 추운데 잠바를 걸치고 다니는 모습이 왠지 볼썽사나웠다. 수업시간이나 점심시간까지 그런 차림으로 모자를 쓰고 있어 몇 번 주의를 줬다.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다보면 교사도 스트레스 받는다. "얘, 좋은 옷을 왜 그렇게 입고 다니니?" "이거 더러운 옷인데요." 멀쩡한 옷을 더럽다고 하다니…. 정말 생뚱맞은 대답이었다.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또 한마디 했다. "왜 좋은 옷을 더럽다고 하니?" "우리를 버리고 간 에미가 사준 옷이란 말이에요. 그러니 더럽지요." 당연한 얘기를 왜 자꾸 물어보며 귀찮게 하느냐는 듯 갑자기 아이가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기도 했고 짧은 얘기 속에 담긴 원망이 너무나 커 말문이 막혔다. 그렇더라도 영문을 알아보고 아이를 이해시켜야 했다.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니?" "우리 할머니는 매일 그러는데요." "그래도 너는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마지 못해가 아니라 죽지 못해 손자들을 맡고 있는 할머니로서는 집나간 며느리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이들 앞에서 할 소리 못할 소리 다했
2009-12-03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