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조용한 스승의 날을 맞이한 것 같아 기쁘다. 예년과는 달리 교원들을 폄하하는 기사나 부정적인 언론보도가 적었다. 나라 전체를 뒤 흔든 학교폭력 때문이어서 그런지 앞을 다투어 대서특필하던 교원 비리도 적었다. 물론 교원들의 자정 노력도 한몫한 면도 없지 않지만 고발하려고 찾으려면 왜 없지 않는가. 우리 속담에 “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란 말과 같이 왜 작은 잘못이 없겠어요. 매년 스승의 날이 있는 오월은 오히려 교원들에겐 짜증스런 달이 되었다. 그래서 교원들은 스승의 날을 다음 해 2월로 옮기자는 의견도 나왔고 심지어는 아예 없애버리자는 주장까지 한 것이다. 스승의 날이 아니라 교원들에게 치욕의 날이 된 것이다. 교원들의 노고와 고마움을 되새기는 스승의 날이 어제부터인지 그 흔한 카네이션 한 송이도 눈치 보면서 받아야 하는 현실에서 스승 존경의 마음을 어떻게 바랄 수 있겠는가. 그 동안 세상이 아무리 많이 변했다 해도 우리 민족 핏속엔 과거의 “군사부일체”의 DNA는 남아 있다는 생각이다. 교사는 사랑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은 존경 속에서 배우는 것이다. 이 배움에는 단지 지식의 습득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의…
2012-05-22 13:53지난 주말 우여곡절 끝에 광주대 백일장을 다녀왔다. ‘우여곡절 끝에’라고 말한 것은, 물론 그만한 까닭이 있어서다. 광주대 전국고교생백일장은 1차 예선 통과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우리 학생들 2명도 예선을 통과했다. 예선 응모자 8명은 앞서 실시한 교내백일장 수상 학생들이다. 그냥 수상 학생들이 아니다. 광주대학교 백일장 개요를 설명해주고 예선 통과시 갈 수 있다는 학생들로만 예선에 응모했다. 다른 2명도 추가했다. 공모전 응모를 위한 녹색에너지체험전 관람이 목적이었다. 물론 해당 학생들이 응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백일장 이틀 전 한 학생이 할머니 생신을 들먹이며 못갈 것 같다고 말해왔다. 부모와 함께 금요일 밤에 대전으로 가야 하기 때문 토요일 백일장 참가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안될 일이었다. 학교를 대표한 백일장 참가가 가정사보다 우선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당연히 2대가 함께 가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학교 일이 있는 손녀까지 굳이 데리고 가려는 것은 아니지 싶다. 학생이 제 엄마와 통화 후 백일장 참가쪽으로 결론이 났다. 휴우, 하며 안도하고 퇴근했는데 학생으로부터 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아파서 금요일 하교 후 부모와
2012-05-22 10:23늦게 핀 연산홍이 더욱 빛나고 있다. 붉기가 더욱 선명하고 환하다. 더디 핀다고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때가 되니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연산홍에 대한 사랑이 식어질 때면 또 색다른 연산홍이 미를 선보이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매력에 빠지게 만든다. 선생님들은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사람들에 눈에 띄지 않았지만 보배는 잘 간직하고 있다. 발견되어지면 그 때의 아름다움은 빛을 더해가며 아름답고 귀함에 매혹되고 말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바쁘다. 시간이 없다.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가정의 일 때문만이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다. 업무 때문만도 아니다. 시간만 나면 책을 보아야 하고 시간만 나면 생각을 하여야 하고 시간만 나면 교재를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빠도 배우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는 분이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은 배우는 일에 집중을 한다. 배우면 배울수록 기쁨을 더해간다. 진리를 깨달을수록 즐거움이 넘친다. 선생님의 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공자께서는 논어 학이편 제1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라고 하셨다. 배움은 기쁨이다. 배움은 즐거움이다. 배움은 행복이다. 배움은 자산이다. 배움
2012-05-22 10:19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영화를 보면서 인생살이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배우는 재미가 솔솔하다. 상당히 오래전에 나온영화인데 '주유소 습격사건'이란 영화가 있다. 이는주유소를 습격한 4인방이 펼치는 하룻밤 이야기이다. 돈만 밝히는 코치가 싫어 운동을 그만둔 야구선수 출신의 '노마크', 밥 먹을 때도 음악을 들어야 소화가 되는 어설픈 락커 '딴따라', 전위적인 누드를 즐겨 그리다 자기 인생의 밑그림도 못그려 놓은 화가 '뻬인트', 험상궂은 얼굴 때문에 여학생의 짐을 들어줘도 강도로 오인받는 '무대포'의 등장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 무대포가 싸움을 할 때 여러 명이 달려들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이 대답이 주는 의미가 마음에 남는다. 그의 입에서 나온 답은 “한 놈만 패!" 라는 것이다. 천리길도 한걸음에서 시작되듯이, 목적 달성을 위해 시작은 모두가 아닌 한 놈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레이저와 돋보기의 원리를 이용하여 대화를 이끌어 간다. 레이저와 돋보기의 공통점은 빛을 한 곳으로 응집시카는 역할을 하기때문이다. 이렇게 응집된 빛은 철판도 뚫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나온 말이 '레이저 사고'(또는 돋보기 사고)이다. 요즘 아이들의 성향을 보면 끈질기
2012-05-21 09:51오늘도 기숙사 커텐을 열었다. 맑고 푸른 하늘은 수정과 같았다. 우리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마음이란 생각이 든다. 어젯밤도 커텐을 열었다. 자랑스러운 꽃과 나무 그리고 자연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키가 큰 대나무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공부하는 교실과 골마루의 형광등 불빛이 환하게 밤을 밝혀주었다. 불빛을 의지해서 면학에 몰두하는 학생들을 떠올리니 대견스럽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니 고마운 마음만 일어난다.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 3장을 읽었다. 3장은 꽤 길다. 한 번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3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떠올랐다. 우리 선생님들이 가져야 할 마음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우선 최선을 다하는 마음의 자세가 돋보였다. 양혜왕은 나라를 다스리는데 마음을 다하였다. 정성을 다했다. 지혜를 다했다. 최선의 방법을 취했다. 오직 백성들이 잘 살기를 바라면서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았다. 꾀를 부리지 않았다. 적당히 하지 않았다. 우리 선생님들도 양혜왕과 같으면 된다 싶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고 땀을 흘리면 된다. 적당히 하지 않고 꾀를 부리지 않으면 된다. 나름대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
2012-05-21 09:49오늘도 아침 일찍 기숙사 커텐을 열었다. 새벽하늘은 언제나 믿음직스럽다. 자연은 언제나 엄숙하다. 언제나 말이 없는 나무와 식물은 언제나 정이 간다. 말이 없으니 더욱 마음이 끌린다. 자연이 언제나 우리 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3년 전에 읽었던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제 눈이 흐려 글씨가 작으면 책을 읽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좀 글이 큰 책이 있어 그것을 들고 아침에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 1장과 2장을 읽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깊이가 있는 책일수록 다시 읽으면 마음을 새롭게 한다. 맹자는 언제나 仁義(인의)를 강조한다. 仁義(인의)는 사랑과 올바름이다. 맹자는 현자답게 마음의 양식을 얻기를 원하였다. 양혜왕은 역시 왕답게 육체의 유익과 즐거움을 구하였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다. 오늘 아침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 1장과 2장이 주는 교훈을 몇 가지 얻게 된다. 첫째가 선생님은 사랑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사랑의 마음은 부모님을 감동시킨다. “인(仁)하고서 부모님을 버리는 자가 있지 않다”고 하였다. 사랑의 마음
2012-05-17 11:38화단에 꽃이 피었다. 형형색색 고운 색깔이 반짝이고 있다. 어서 와서 보아달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외면하여도 실망하지 않는다. 다음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고 다음에 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 그 다음 사람이 지나가도 역시 실망하지 않는다. 그 뒤를 따라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보아주지도 않고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꽃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맑고 고운 색깔로 홀로 빛나고 있었다. 꽃들은 알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꽃들을 바라볼 사람은 분명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꽃을 감탄할 사람은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지나쳐도 분명 그 사람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꽃들을 닮은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알고 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배은망덕한 행동을 하여도 참아내는 이유가 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외면하는 학생이라고 하여 그냥 방치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수많은 선생님들이 고통 속에서도 사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2012-05-16 14:41오늘 아침도 기숙사의 커텐을 열었다. 활짝 핀 연산홍의 아름다운 꽃은 온데 간데 없었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은 보였다. 푸른 잎이 보였다. 내년을 기약하며 사라진 꽃이 아쉬웠다. 실망하지 않고 낙심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오늘 아침에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봉직하시다가 명예퇴직을 하신 선생님의 시를 접했다. 정말 아름다운 시였다. 감동을 주는 편지였다. “묵상은 내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것/ 오늘은 무슨 나무를 심을까요? 어떤 돌을 들여놓을까요?/ 용서라는 나무 한 그루 희망이라는 돌 하나 사랑이라는 나무 한 그루 인내라는 돌 하나…” “아직 볼품없는 몇 그루 안 되는 정원이지만 무성한 숲이 되어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고 풍성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그런 마음의 정원을 그려보며 가꾸어 가렵니다.”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기다림이 있다. 인내가 있다. 목표가 있고 꿈이 있다. 소망이 있다. 사랑이 있다. 믿음이 있다. 우리 선생님들은 지금도 내 마음의 정원을 가꾸고 있다. 내 마음의 허전한 정원의 빈 자리에 희망을 심는다. 꿈을 심는다. 사랑을 심는다. 의(義)를 심는다. 인내의 돌을 갖다…
2012-05-16 11:14'스승의 날' 수학여행 버스 안에서의 아이들의 깜짝 쇼 5월 15일 스승의 날. 학사 일정에 따라 2학년 수학여행 일정이 잡혀있는 날이다. 하필 스승의 날에 수학여행 일정을 잡은 것에 볼멘 소리를 하는 선생님도 있었으나 갈수록 퇴색해져 가는 스승의 날 어차피 잘된 일이라며 내심 반기는 선생님도 있었다.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였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난 뒤 주섬주섬 옷을 갈아 입었다. 집결시간 6시까지 시간이 남아 지각할 소지가 있는 몇 명의 아이들에게 아침 일찍 염치를 불구하고 전화를 걸었다. 아이들 대부분은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어떤 아이는 집결지인 종합경기장으로 가는 도중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지각을 자주하여 늘 핀잔을 들었던 녀석들인데 의외였다. 6시. 집결지인 종합경기장에는 미리 도착한 아이들이 반별로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인원 점검이 끝나고 배웅나온 선생님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가 서서히 움직이자, 아이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헜다. 그 소리는 마치 틀에 박힌 학교생활으로부터의 해방감에서 나온 것처럼 들렸다. 잠시 뒤, 실장의 선창에 아이들은 스승의 날 노래를 합창하였다.
2012-05-15 10:50매년 5월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졸업한 제자들로부터 안부 전화를 자주 받는다. 교직 경력 20년이 지났지만 내가 담임을 한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이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가끔 기억이 나지 않을 때는 지나간 졸업 앨범과 교무 수첩을 뒤적이며 얼굴과 이름을 확인할 때도 있지만. 그러나 학창시절 유난히 말썽을 많이 부렸던 아이들의 경우, 수년이 지난 뒤에도 그 이름과 얼굴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졸업 후,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안부 전화를 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학창시절 말썽을 부려 학생부 출입을 자주했던 일명 문제아들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들 또한 그런 제자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한다. 아마도 그건,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퇴근 무렵. 주머니에 있던 휴대 전화의 벨이 울렸다. 발신 전화번호가 낯설었다. 전화를 받자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울러 나왔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몇 OO회 졸업생 OOO입니다. 기억나세요?" 오랜 세월이 흘렸지만 그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 내는데…
2012-05-15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