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사들의 연수 방향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 교사는 타인으로부터 전문성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학문적 분야에 뛰어난 교수, 학자가 관련된 전문 지식을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교사는 그 지식을 획득하는 처지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의 연수 방식이 변했다. 강사에게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전문가로서 함께 토론하고 거기서 각자 필요한 지식을 공유한다. 그래서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연수를 진행하고 강사도 선생님들을 초청한다. 이런 덕분에 내가 강사로 초대된 것이다. 올해 들어 선생님들께 강의를 제법 많이 했다. 그런데 글쓰기 강의는 부담이 많이 된다. 글쓰기 기술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범을 보이기도 어렵다. 평면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김연아 선수도 강의실에서 피겨스케이팅 타는 법을 강의하라고 했다면 난감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얼음판에서 무릎이 깨져야 스케이트를 잘 타듯, 글쓰기도 직접 써봐야 느는 것이다. 강의에 앞서 구양수의 베개를 소개했다. 구양수는 당송 8대가이다. 그는 가난해서 문구(文具)를 사지 못해 어머니가 모래 위에 갈대로 글을 가르쳤다. 구양수는 글을 잘 쓰기 위한 것으로 다독(多讀), 다작(多作, 혹은
2012-10-01 14:37십대는 성적과 진로에 고민이 많은 시기이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을 해야 잘 할지, 그 일이 적성과 맞을지, 도무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도 마찬가지이다. 놀라운 사실은 중학교 때 계속 가슴에 품었던 꿈을 바꾸게 된 이유는 한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이다. 그러고 보면 선생님의 아이들의 마음 도둑이 될 수 있다. 관심이 없었던 것도 관심으로 이끌어 내는 선생님, 그것도 수업을 통하여... 아이들의 마음을 울린 수업, 그것은 그냥 이루어진 수업이 아니었을 게 분명하다. 지금 우리 공교육이 위기를 맞이한 이유를 생각하면서 문제는 아무런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선생님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이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부모의 강요에 못이겨 학원으로 끌려다니는 상황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아픔을 통한 성장과 평상시의 수업을 통하여 아이들의 꿈을 심도록 하는 열정있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본다. 한 학생의 서신에서 아픔을 이겨내고 꿈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먼저, 중학교를 졸업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계속해서 관심 가져주신 점 감사합니다. 통역관이라는 제 꿈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고 조언도…
2012-10-01 14:36오랫동안 교육현장에서 살아 온 탓인지 몸에 밴 것 가운데 하나가 길거리를 지날 때면 자녀와 함께 걷는 엄마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에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 뿌리라 할 수 있는 유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한 이후 부터이다. 사실 좋은 씨앗이 아니고는 좋은 싹이 나오지 않고 좋은 싹이 아니고서는 좋은 꽃이 필수 없는 것처럼, 부모들은 자기 아이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면 반드시 그 속에서 자기의 전날의 모습 그대로를 찾아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성직자가 되어 목회자의 길을 가고 있는 한 제자도 걷기 시작한 자기 아이의 모습에서 어렸을 때 자기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와 아이들의 본래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체형을 비롯한 겉 모습과 달리 생각의 창을 바라보면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온 아이를 붙들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놀았느냐고 꼬치꼬치 캐면서 호되게 야단치는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아이를 걱정해 따뜻하게 타이르는 어머니에게 버릇없이 반항하는 아이도 있다. 이런 어머니와 아이는 자칫하면 가정의 화평을 뒤흔든다. 그와는 반대로 어머니가 이르는 말에 대해서는 무엇이든지…
2012-09-26 11:54한 중앙 일간지에 실린 인터뷰 기사 ‘최보식이 만난 사람- 평생 지방시인 도광의’를 읽었다. ‘평생 지방시인’이라 그렇듯 큰 지면의 인터뷰 대상이 되었는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기사를 읽고 나니 확실한 깨달음이 생긴다. ‘평생 지방시인’은 기자의 질문에 “내가 너희보다 못한 게 어딨나, 내가 왜 굽실거려야 하나”라며 강변한다. 많은 지방 문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도 남음이 있는 일갈이다. 지방 문인들의 자존심을 옹호해주는 어떤 울림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겪은 바에 의하면 지방 문인들이 전부 도광의 시인같지는 않아 보인다. 서울로의 심사 의뢰가 그것이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학생 대상의 백일장, 공모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개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해당 지역 문인협회가 주관한다. 그런데도 그 심사는 서울에 의뢰한다. 가령 올해 14회째를 시행한 ‘정지용청소년문학상’, 11회째인 ‘정지용백일장’을 예로 들어보자. 정지용백일장의 경우 초‧중등부는 실시 당일 지역 문인협회 심사를 거쳐 발표한다. 하지만 고등부와 대학‧일반부 결과는 대략 보름쯤 후에 발표한다. 응모 원고를 서울로 보내 심사하기 때문이다. 올해로 6회째인 ‘상춘곡문학제 전국백일
2012-09-26 11:52지난 달, 태풍 볼라벤으로 우리 학교 피해를 보았습니다. 교사 전면에 붙어 있던 교표가 바람에 날라가 버린 것이죠. 다행히 수업시간이라 학생들은 교실에 있었고 그 아래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다행입니다. 행정실장에게 원인을 분석해 보라 하니접착불량을 꼽습니다. 그 아래에 붙은 시계는 용접을 하여연수가 경과했는데도 끄떡 없는데 작년 봄에 붙였던 교표가 떨어졌으니 말입니다. 교표 무게가 가벼워 설치업체가 실리콘으로 고정시킨 모양입니다. 해당업체에 연락을 하니 사후 서비스로 보수하여 준다고 합니다. 오늘 드디어 사다리차가 오고 떨어졌던 교표가 다시 올라갑니다. 교장으로서 기록을 남기려고 카메라를 들고 나갑니다. 이번엔 용접을 하기 바랬는데 나사로 고정시킵니다. 볼트와 너트로하여야 하는데 녹슬지 않는 나사로 고정시킨다고 합니다. 교표가 올라가니 학교가 학교처럼 보입니다. 그 동안 휑하니 빈 교표의 빈자리를 바라보니 마음도 허전했습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교장은 이것을 유심히 바라다 봅니다. 그리고 빨리 교표가 제자리에 붙기를 바랍니다. 몇 번 재촉 끝에 오늘 교표가 다시 붙는 것입니다. 저는 학교 시설물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2012-09-26 11:49요즘 '힐링'이란 단어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왜 그런가?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물어보자.청소년들이 열광에 빠진 톱스타들도 아프고병을 고치는 의사도 아픈 곳이 없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유명한 설교가 스펄전 목사도 나이 70이 넘어 자기를 병문안 온 사람들에게 아프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 했다. 분명히 아픈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아픔이 무엇 때문인가를 자신에게 묻지도 않고 그저 아프다는 것이다. 대선 출마자도 진정한 아픔의 체험은 없으면서 아픈척하니 사람들이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우리 학생들은 너무 공부에 시달려서 아프고, 어떤 학생들은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공부하는 척 하면서아파한다. 서민들은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여 아프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말을 안들어 아프단다. 그러나 이 아픈 증상을 본인이 모른다면 해결책이 없으므로 다른 사람의 조언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참 성장해 가는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미루고 당장 재미있는 일에만 몰두했던 것이 불행한 성인기를 보내고 있는 어른들의 공통적인 과거이다.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재미있는 일 속에
2012-09-26 11:49왜 공부해야 할까요? 무엇을 위해서 공부해야 할까요? 그럼 우리 교사들은 왜 무엇을 위해서 수업을 하고 시험을 보고 아이들을 교육할까요? 우리 아이들은 말합니다. 노숙자로 사는게 편해 보여요. 아르바이트하며 살 거예요. 나 대학 안가요. 그러니까 나 공부 안 해요. 나 외국 안가니까 영어공부 할 이유 없어요.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들려줄 수 있는 공부의 목적을 퇴계 이황 선생님의 음성을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은 잘못을 지적받아도 화를 내지 않는다고 퇴계 선생님은 말합니다. 배우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스스로 부족한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잘못을 지적받으면 화를 내는 것이라고 말하며 배움은 바로 나를 돌아보며 늘 나의 부족함을 스스로 인식하고 채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공부한 사람은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의 잘못을 지적해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내 잘못을 교정받고 수정하면서 하루 하루 어제와 다른 오늘의 시간을 사는 것이 진정으로 공부한 자, 배운 자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남을 배려하는 사람입니다.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
2012-09-25 18:09“아이들은 어른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지만 행동은 꼭 따라한다.” 이 말은 미국의 소설가인 제임스 아서 볼드윈 (James Arthur Baldwin)이 한 말이다. 자녀 교육의 핵심은 부모 자신이 참된 삶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와 아이는 상대적이다. 아이가 있기 때문에 어머니라고 불리고 또 어머니가 있기 때문에 아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어머니와 아이는 완전히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요즘 어머니들은 자기 본위로 아이들을 흔히 보고 있다. 그래서 달갑지 않은 모자단절의 현상까지 때로는 나타나고 있다. 흔히 “요즘 아이들은 어머니를 어머니로 생각하지 않는다.” 던가, “조금도 어머니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없다” 던가 “아이들이 구실만 붙이고 솔직하지 못하다” 던가 “아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들 어머니들이 가끔 털어 놓는 것을 듣게 된다. 이렇게 요즘 아이들이 그전 아이들에 비해서 너무 많이 변하고 있는데 모두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어머니의 눈에 비치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머니들 자신의 전날의 모습이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또 요즘 아이들이 어머니를 보는 눈도 무척 달라지고…
2012-09-24 09:42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에서 진로교육 차원에서 미래 그리기라는 것을 한다. ‘미래 명함 만들기’라는 것이다. 10년 후, 20년 후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으로서 꿈 키우기 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된다. 요즈음 아이들이 그리는 자신의 미래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가수나 운동선수가 당연히 많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은 자란다. 우리는 흔히 가수나 운동선수가 못 되더라도 언젠가 우리도 누군가의 ‘어머니’나 ‘아버지’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년퇴직을 하시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당연히 정년퇴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당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당연한 일’.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까지 저절로 찾아오는 ‘당연한 일’이 나에게만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교단 교사 30년을 넘긴 오늘 느끼게 된다. 정년퇴직을 하시는 선배들을 보면서 정년까지 교단에 있는 것이 전혀 힘든 일이 아닌 줄 알았었다. 이루어지지 못할 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살다보니 남에게는 ‘당연한 일’이 나에게만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년을 생각해야하는 연배에 이른 요즈음에는 세상의 일상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평범
2012-09-24 09:40산바 태풍이 지나간 지 며칠이 되어도 산바는 계속 맴돈다. 바람이 너무 거칠었기 때문이다. 사정없이 나무를 흔들고 건물을 흔들고 모든 것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학교 뒷산을 오르니 흔들렸던 나무들은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에서 산소를 내품고 있었다. 바람을 이긴 작은 새들은 날 보란 듯이 여기저기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풀벌레소리도 더욱 힘찬 소리로 가을을 알리고 있었다. ‘포플러’라는 시를 접한 적이 있다. “키장다리 포플러를/바람이/자꾸만 흔들었습니다./포플러는/커다란 싸리비가 되어/하늘을 쓱쓱 쓸었습니다./구름은 저만치 밀려가고/해님이 웃으며/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바람이 포플러를 자꾸 흔들어대니 포플러는 커다란 싸리비가 되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싸리비밖에 없다. 자기의 힘으로 쓸기가 어려우니 바람을 이용해서 하늘을 쓱쓱 쓴다. 정말 포플러는 지혜롭다. 우리 학생들도 포플러와 같은 지혜로운 학생이 되면 좋겠다. 선생님이 바람이 되어 날마다 불어와도 조금도 화내지 않고 짜증내지 않고 바람을 이용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서 자신을 자신답게 만들어 간다. 선생님은 고마운 바람이다. 때로는 미풍일 때도 있지만 태풍일 때도 있다. 그 때는 감당이 어렵
2012-09-24 0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