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경남 양산시에 자리한 통도사에 다녀왔다. 통도사는 유명세에 비해 이곳에서 피어나는 매화꽃은 그 존재를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필자도 통도사에 여러 차례 다녀왔지만 매화의 존재는 최근에야 알게 되어 오랜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천으로 난 다리를 건너자 석당간(경남 유형문화재 제 403호)이 제일 먼저 나그네를 반긴다. 당간은 사찰 입구에 세우는 깃대의 일종으로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큰 깃발에 외부에 알려주기 위한 시설이다. 전체 높이가 무려 7.54m로 웅장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석당간의 존재조차 모르고 사찰 안으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그 옆에 자리한 통도사 부도원을 둘러본 후 사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 역시 관람객들에게 외면받는 공간이긴 마찬가지다. 통도사를 찾는 사람은 평일임에도 많았지만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필자 외에도 아무도 없었다. 다들 사찰안으로 바로 들어서고 만다. 통도사는 삼국유사 등의 기록에 따르면 신라 선덕대왕 15년(646년) 자장율사에 의하여 창건된 신라불교 개율근본도량이다. 이절에는 자장율사가 당나라로부터 가져온 불골, 불아, 불사리, 부처님의 가사가 보관
2007-03-20 11:39
매스컴에서 매일 남도의 봄소식을 전해주며 유혹하는데 집안에 틀어박혀 있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꼭 참석해 축하해야할 결혼식이 있었지만 미리 답사에 참석하기로 약속을 했었기에 한남금북정맥 2구간 답사 출발지인 흥덕구청으로 향했다. 흥덕구청과 가까운 실내체육관과 공설운동장 앞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붐비고 관광차들이 주차장을 만들었다. 약속시간에 늦는 것이 싫어 김밥 집과 슈퍼를 동동거리며 다녔고, 어머님을 모시고 교회에 가야하는 아내의 시간까지 빼앗으며 왔는데 출발시간이 한참 남았다. 늘 그렇듯 송태호 대장과 김소장님을 비롯해 먼저 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시민회관 앞을 지키고 있다. 아직 사람들과 사귀지 못한 탓도 있지만 오늘도 새로운 사람들이 많다. 아뿔싸, 아내가 집에 도착했을 시간인데 그제야 카메라를 차에 놓고 내린 걸 알았다. 지나온 여정을 글로 남기고 있는 내가 답사를 떠나면서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으면 군인이 전쟁터에 나가면서 무기를 가겨가지 않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것을 아는 아내도 전화를 받자 약속된 장소로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다. 1구간의 종착지이자 2구간의 출발지인 법주리는 차로 1구간 출발지였던 피반령을 지나야 한다. 차가 구불구
2007-03-19 13:56
3월 초순의 어느날 한통의 전화를 받고 거제로 달려갔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양영훈회장과 협회 소속 여행작가인 유연태, 한은희씨와 지심도 동백꽃 촬영에 동행하게 되었다. 거제면 소랑리에 자리한 산타모니카펜션(055-632-1571, www.santamonica.co.kr)에서 선배 여행작가들과 함께 1박을 했다. 펜션 앞으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어 전망이 빼어나고, 조용해서 하룻밤 묵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튿날 지심도행 배에 올랐다. 지심도는 거제시 장승포동의 선착장에서 약 3.8km 거리에 있는 섬으로 배로 10분이면 도착한다. 지심도는 드라마 [로망스]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곳인데, 필자는 드라마가 방영되던 2002년에 두 차례 이곳을 취재 차 다녀갔다. 하지만 5년만에 다시 찾는데다 동백꽃 필때는 한번도 찾은 적이 없어 무척이나 기대되는 여행이었다. 이곳은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 위치한 자그마한 섬이다. 면적은 0.36㎢로 약 10만평 규모이며, 해안선의 길이는 3.7km에 불과해 1~2시간이면 섬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다. 지심도는 한동안 무인도였으나 조선시대 현종 때에 주민 15세대가 이주하여 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일제시대에는
2007-03-19 09:18
창으로 비치는 초록의 옷 위에 고운 봄꽃들이 소담하게 피고 있다. 그 소담한 꽃들을 바라보며 잠시 짬을 내어 여러 마음들을 들여다보았다. 옛 사람들의 한시를 맑고 고운 우리말로 풀어놓은 손종섭의 손끝에 남은 향기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 그리고 정한의 슬픔과 인생의 무상함 같은 일상의 삶들이 눈앞에 펼쳐지듯 새록새록 다가온다. 또 젊은이의 호기로움과 세상에 대한 해학과 풍자, 삶에 대한 달관의 모습이 가슴을 들뜨게도 하고 힘이 솟게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반하고 놀란 것은 한시를 풀어낸 말솜씨였다. 아흔을 바라보는 선생은 실어증에 빠진 한자를 알짬 같은 고운 우리말로 한시를 나긋나긋 풀어냈다는데 그 맛이 달콤하면서도 질리질 않는다. 또 하나 글을 읽다 보면 한시를 풀어놓은 것을 읽는 것인지 예스런 시조를 읽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하고 선생의 말을 찾아보니 선생은 한시를 풀어내면서 시조 가락으로 옮겨 놓았다 한다. 한시를 시조의 가락으로 풀어보니 그 예스러운 맛과 우리만이 간직해온 숨결이 다복다복 살아난다며 좋아하는 선생의 모습이 절로 상상이 된다. 허면 맛깔스런 몇 편의 글을 선생의 손길로 풀어
2007-03-18 21:01
가야산에 자리 잡은 해인사에는 산내 암자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성철스님이 입적하기 전까지 기거했던 백련암 등 이름난 암자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해인사와 팔만대장경만 보고 온다.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의 명성에 가려있는 암자들을 사진으로라도 감상을 해보자. 해인사로 가다보면 1㎞ 전에 1972년 영암 대종사께서 창건한 길상암이 있다. 왼편 산중턱으로 난 꼬불꼬불 계단 길을 숨 가쁘게 올라가야 하지만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기도처로 이름이 났다. 암자로 오르기 전에 만나는 냇가에 미안마 우소비타종정께서 모시고 있던 석가모니부처님의 진신사리 34과를 모신 탑이 있다. 길상암에서 해인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또 하나의 암자가 삼선암이다. 1893년에 자홍스님께서 창건한 삼선암은 최근에 비구니 선원을 세우는 등 도량의 규모가 커졌다. 삼선암 담장을 끼고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 해인사의 일주문에서 200여m 거리에 있는 홍제암은 사명대사가 입적한 곳으로 유명하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이곳에 은거하던 사명대사가 입적하자 광해군은 스님의 열반을 애도하며 자통홍제존자(慈統弘濟尊者)라는 익호를 내리고 이곳에 스님의 비를 세웠다. 그 뒤
2007-03-18 08:12
3월 10일 많은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으로 기억되고 있는 성철 스님 등 고승들을 많이 배출한 해인사를 찾았다. 호국신앙의 요람인 해인사는 통도사,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사찰 가운데 하나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12교구의 본사이다. 신라 애장왕 때 순응과 이정 두 스님이 창건하였고 '대적광전(大寂光殿), 3층석탑, 석등'은 창건 당시의 유물이다. 이 절에 머물렀던 희랑이 후백제의 견훤을 뿌리치고 고려 태조를 도와줘 고려의 국찰이 되었다. 주차장에서 해인사로 가는 길은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산책로다. 길옆으로 대죽이 자라고 계곡에는 깨끗한 물이 졸졸졸 흐른다. 큰 나무들은 가지마다 겨우살이를 매달고 있다. 주차장 주변의 상점에서 겨우살이를 파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그림자 못으로도 불리는 영지다. 영지는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로 대가야국 김수로왕의 부인이었던 허황후가 속세를 떠나 불문에 든 일곱 왕자를 그리워하던 안타까운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는데 그중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고사목 등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천 143살이 되던 1945년 고사했다는 것만으로도 해인사의 유구한 역사를 알 수 있다
2007-03-17 20:55
바다를 건너온 봄의 전령사들이 남도에서부터 활짝 꽃을 피우며 봄소식을 전해온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콧노래를 부르며 여행지로 떠나는 것도 우리 몸에는 보약이고 생활에는 활력소가 된다. 꽃이나 사람이나 향기가 있어야 아름답다. 사군자중 하나인 매화가 바로 그런 꽃이다. 크지만 시나브로 피고 지는 동백꽃이나 화려함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벚꽃과 달리 작고 여리지만 매화에는 진한 향과 절개가 있다. 섬진강가에 있는 청매실농원(전남 광양시 다압면)의 유명세 때문에 대부분 매화하면 섬진강부터 떠올린다. 낙동강을 바라보며 토종매실 100년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원동(경남 양산시 원동면)의 매실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적다. 원동 소재지에서 1022번 지방도를 따라 물금방향으로 가면 2㎞ 거리의 고갯길 오른쪽으로 작은 주차장이 있다. 이곳이 예전 원동역 관사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관사마을이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발아래로 매화와 기찻길, 낙동강과 주변의 산들이 어우러지며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사진기만 있으면 누구나 작품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장소다. 봄바람을 맞으며 기찻길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열차가 오갈 때마다 열심히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댄다. 이곳에 원동 매실의
2007-03-15 22:47
“아버지는 쟁기지고 앞서 가시고 나는 뒤따라 간다. 커다란 누렁소 너를 내가 몰고 간다. 네가 길가의 풀을 뜯으며 딸그락딸그락 자갈길을 간다.” 어릴 때 농촌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렇게 소를 몰고 가는 장면이 눈에 선할 것이다. 아버지는 지게 위에 쟁기를 지고 앞서 가고 어린 아들은 누렁소의 고삐를 잡고 뒤따라 간다. 이따금 누렁소는 길가의 맛있는 풀을 보면 풀을 뜯어 먹는다. 어린 아들은 힘에 부쳐 소가 이끄는 데로 따라 간다. 그러면 아버지는 돌아서서 소에게 ‘이랴 이랴!’ 한 마디 하면 소는 신통하게 풀을 뜯다 말고 다시 길을 간다. 어린 시절 그 소에 대한 추억을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고스란히 피어오르게 한 책이 있어 보는 사람을 반갑게 한다. 시적인 듯 하면서도 소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구수한 목소리의 김용택의 글에 비온 뒤의 맑은 수채화 같은 이혜원의 그림이 곁들인 “이랴 자랴 누렁소야!”다. “나는 누렁소야. 내가 사는 이곳은 ‘현석이네 집’이지. 나는 작년 봄 순창 쇠장에서 이 집으로 왔어. 그때 나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젖떼기였어. 현석이 아버지는 튼튼해 보이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다른 소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나를 이곳에 데려왔지.” 이…
2007-03-15 22:46필자는 올해로 50세가 된 아줌마이다. 가요무대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40세 때부터 시청하였으되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들이 듣고 부르시는 노래들인 까닭에 가요무대에서 들려주는 소위 ‘뽕작’ 노래에 익숙하였다.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는 학업과 결혼, 사회생활과 육아로 TV를 한가하게 볼 시간이 나지 않았다. 필자의 세대는 70년대 즉 트윈폴리오, 양희은, 김세원 등 번안가요 세대, ‘꿈의 대화’ ‘나 어떡해’ 등 대학가요제 세대이다. 대중 가요를 포함한 TV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대중문화는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아야 하므로 당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와 생각 그리고 현실을 가장 가깝게 반영하고 표현한다. 필자가 오래된 구식 노래를 좋아하는 바탕에는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있다. 40대 아줌마들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물어보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미자씨의 ‘여자의 일생’을 들으면 ‘친정어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는 답변을 듣고 공감을 했었다. 친정 어머니는 ‘찔레꽃’과 ‘봄날은 간다’를 좋아하셨다. 필자가 나이든 탓인지 오래된 노래에서는 진심과 한, 여유가 느껴진다. 필자의 직업은 대학교수이다. 몇 년전 학생
2007-03-15 09:36
대한민국의 제주에 제일 먼저 도착한 봄은 바다를 건너 한반도의 남해안에 상륙을 시도한다. 그리고 연어처럼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봄기운을 퍼트린다. 섬진강에 광양매화마을이 있다면 낙동강에는 원동매화가 있다. 중앙고속도로지선인 물글나들목을 빠져나와 1022번 지방도를 타고 낙동강을 따라 올라가면 물금역을 지나 원동역으로 향하게 된다. 강변을 따라 철도와 도로가 나있어 낭만적인 드라이브길로 손색이 없다. 원동역 약 2km 전방에 하얀 팝콘같은 매화가 강변 철길 옆을 가득 매우고 있다. ‘순매원’이란 입간판이 세워진 도로변 옆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언덕길을 내려서면 매화가 지천이다. 순매원은 경남 양산시 원동면 원리 삼정지마을의 낙동강변에 자리한 매화밭이다. 삼정지란 옛날 정자나무 세그루에, 인가가 세군데 있었던데서 유래한 마을 이름이다. 천태산 자락아래의 낙동강변에 자리하고 있는데다 연중 온화한 기후라 매실 재배에 알맞은 일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곳을 지난 주말 밀양의 ‘삼량진 딸기한마당 축제’를 보고 난 후 아들과 함께 들렀다. 매화밭 입구에는 물레방아가 제일 먼저 손님을 맞는다. 물레방아 옆으로는 장독이 길게 늘어서 있어 사진찍기에 더없이 좋다. “어서 오세
2007-03-14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