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모교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지구 정 반대쪽에 있는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 타운까지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고 날아가야 할 정도로 어렵게 성사된 방문이었습니다. 레게의 전설 밥 말리와 번개 우사인 볼트의 나라이며, 캐리비언 해적의 본거지가 있던 곳입니다. 콜럼버스가 처음 도착했을 때 하도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세상에, 지상의 천국 아닌가!”하고 탄성을 질렀다던 섬나라입니다. 아침 조회시간의 충격 학교에 도착하니 저 역시 탄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충격적이었습니다. 무척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중학생 시절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낡은 칠판, 자그마한 받침이 달려있는 걸상, 뜨거운 열대 햇빛 가리개용으로 만든 창틀……. 교실을 보고 또 봐도 50년 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기가 찼습니다. 50년 전에는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기적처럼 발전하는 동안 이곳에는 시간이 멈췄었나 봅니다. 교복이 똑같았고, 선생님의 모습도 점심 메뉴도 그대로였습니다. 사회가 이토록 변하지 않은 게 더 큰 기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마침 월요일이어서 실내 체육관에서 아침 조회가 있었고, 교장선생님이 저를 전교생
2016-04-01 09:00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더욱 탄력 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우주 강대국들의 경쟁 속에서 2020년 달 탐사 계획을 시작으로 우주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우주를 향한 꿈’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계속 되어왔다. 우주는 신의 영역으로 그려졌고,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태양력을 사용했으며, 목동들은 별자리를 만들었다. 1957년 인류사상 첫 인공위성이 발사되면서 ‘우주로의 진출’이 시작된 이래, 우주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지구의 환경문제가 악화되면서 우주는 ‘확장된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기업이 ‘화성으로 이주할 사람’을 모집하자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고 한다. 여전히 우주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화성으로 수학여행’ 가는 것은 꿈이 아닐지 모른다. 우주의 모습을 그린 영화는 많다. 과거에는 막연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면, 최근의 영화들은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된 뒤 과학적 오류를 제시하는 기사들이 나오는 것만 봐도 상당 부분 타당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을 영화 속에 자연스
2016-04-01 09:00‘학생들은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고 행복할까?’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어떤 배움을 만들어 갈까?’ ‘수업에서 궁금한 내용은 없을까? 왜 질문을 하지 않는 걸까?’ 수업이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종합 퍼포먼스(performance)’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학생의 능동적 참여나 호기심은 없고, 교사의 ‘참여 독려’만이 있을 뿐이다. 교사들은 무기력한 학생들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어떤 수업이 학생에게 가장 좋은 수업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연수에서 배운 교수법을 적용해보지만, 효과는 지속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교사의 교수법 향상보다 학생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학습자의 내적 동기를 발현시키지 못하면 수업은 늘 그 자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많은 교사는 학생을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해서 ‘교육이론’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는 수업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실제나 예시자료 등을 갈망한다. 물론 이런 요구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좋은 수업을 위해서는 교육이론을 기반으로 한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핵심내용을 교사가…
2016-04-01 09:00‘알파고 충격’은 단순히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 때문만은 아니다. 1997년 5월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에게 패했을 때도,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서 IBM의 ‘왓슨’이 세계 챔피언을 꺾은 것을 보면서도, ‘언젠가는 컴퓨터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겠구나’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10의 170승’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는 무한대 경우의 수를 펼치는 고도의 마인드 스포츠 바둑이 주는 느낌은 달랐다. 지난 3천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연마한 인간의 직관과 통찰력이 그저 5개월여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키운 기계의 능력 앞에서 너무도 쉽게 한계를 보이는 듯하여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위협받는 인류의 직관과 통찰력 구글은 ‘인공지능을 만든 인류의 승리’라며 축하하고 있지만, 세계의 과학기술자들은 복잡미묘한 심경에 휩싸였다. 왜일까. 속도 때문이다. 과학기술자들은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를 넘어서는 지력을 지니려면 족히 십 년은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소위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딥러닝을…
2016-04-01 09:00처음 학생자치활동을 시작할 때 상황은 매우 힘들었다. 동료교사들은 “교과공부도 부족한 아이들에게 자치활동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며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 역시 분노조절이 되지 않아 사소한 갈등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고,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서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공존하려는 의식이 없어 학생들 간에 점점 골이 깊어지고 있었다. 또한 학교에 대한 애정이나 주인의식이 부족하였고, 전교어린이회 임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학생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교육활동은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하고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여러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협의한 결과, 학생들을 훈육 대상이 아닌 배움과 성장의 주체로 인정하는 학생자치활동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학생자치활동은 전교어린이회를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이름뿐인 전교어린이회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학생자치활동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여 추진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서 격주로 학생자치실에서 전교어린이회 정기회를 개최하여 월별 주제 토론 및 자율적 실천 방안에 대해 토의했다. 학생들은 학교현안문제에 대한 해
2016-04-01 09:00학교 교육이 ‘우등생도 잠자게 하는 교육’, ‘잠자는 교실’*이라는 말을 들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교육 당국은 여러 가지 공교육 정상화 사업으로 학교 교육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교실 수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문제의 열쇠는 수업이다. 교실 수업부터 변화·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변화가 일어나게 해야 한다. 교실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좋은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늘어나야 한다. 좋은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명품 브랜드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교사는 자신만의 고유한 수업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학생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활기 넘치는 학생 중심의 수업을 해야 한다. 브랜드가 있는 수업이란? 브랜드가 있는 수업이란 어떤 수업일까? 이는 교사가 자신 있게 내놓고 공개할 수 있는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의 기본과 응용이 병행되는 특색 있는 수업, 학생들의 변화와 욕구를 반영한 수업이다. 브랜드가 있는 수업에는 교사의 열정과 교과 지식에 대한 전문성, 교육 방법상의 기술이
2016-04-01 09:00우리나라 학생들에게 학교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그저 대학 진학을 위해 거쳐야만 하는 하나의 과정이지 않을까. 초·중·고 12년간 ‘대학입시’ 하나만 바라보며 교육이 진행되는 지금의 학교 교육은 이미 정상이 아니다. 최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 간부들과 대학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대학 신입생을 1년에 두 차례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학원처럼 봄(3월), 가을(9월) 1년에 두 차례 뽑아 입시 부담을 분산시켜 보자는 발상이다. 교육당국은 공식적 검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입시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임은 틀림없다. 수능에 목숨 거는 학생과 학부모는 일단 ‘찬성’ 분위기 1년에 두 차례 입시를 치르자는 아이디어의 기본 취지는 ‘수험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12년간의 공부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되는 ‘잔인함’과 ‘고통’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크다. 대학입시에 실패한 수험생은 1년을 기다려야 다시 기회를 얻게 되며, 그 사이에 경제적 비용과 정신적 부담은 만만치 않다. 또한 수능시험 당일의 컨디션이나 운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
2016-04-01 09:004월은 엘리엇(Thomas Sterns Eliot)에게만 잔인한 달이 아니다. 적응기를 끝낸 학생들이 온갖 문제행동을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펼쳐놓는 4월은 힘들고, 힘들고, 또 힘들다.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는 지각생과 결석생. 원인도 다양하고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혼내는 교사에게 반항적인 행동을 하거나 무시하는 학생들도 있고, 교사의 지적에 비교적 순종적인 학생들도 있다. 이중 교사들을 가장 힘 빠지게 하는 유형은 ‘순종적인 학생’이다. 왜일까?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금세 뉘우친다. “맞아요. 선생님. 제가 고쳐야죠. 내일부터는 지각(결석) 안할게요. 진짜에요”라며 얼마나 말도 잘하는지, 기특하고 대견하다. 하지만 믿고 기다린 보람도 없이 다음날이면 또 지각이고, 결석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말귀도 잘 알아듣는 것 같고, 조그만 더 힘쓰면 잡힐 것 같아 수차례 손가락 걸며 약속도 하고, 주먹도 불끈 쥐며 잘해보자는 다짐도 한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문제행동은 반복된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 … ‘그래, 그냥 학교만이라도 나와라’ 이런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면 담임교사와 학생과의 신뢰관계는 깨진다. 더 이상 담임교사는 학생의 말을 믿지…
2016-04-01 09:0001 소년기를 벗어나던 무렵, 나는 헤르만 헤세(Herman Hesse, 1877~1962)의 명작 데미안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 바로 이런 심리를 나도 느껴 본 적이 있어. 맞아, 바로 이거야!’ 하고 맞장구를 치며 공감에 젖었던 대목이 있다. 그것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실제로는 훔쳐 본 적이 없었으면서도, 자기가 남의 과수원에 들어가 사과를 훔쳤노라고 제법 리얼하게 거짓말하는 대목이다. 그 비슷한 경험을 나도 겪어 보았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착하고 바른 소년 싱클레어는 동네의 조금은 불량스러운 놀이 집단에 우연히 끼게 된다. 이 아이들은 자기가 얼마나 불량스럽고 모험적으로 영웅 같은 일탈 행동을 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어떤 아이는 무서운 주인이 있는 집에 가서 그 집 물건을 훔쳐 온 이야기를 한다. 또 누구는 학교나 규칙을 얼마나 고약하게 어겨가며 나쁜 짓을 했는지를 자랑한다. 어떤 아이는 얼마나 폭력적으로 싸움질했는지를 무용담처럼 자랑한다. 어른들을 속이고 골탕먹인 이야기는 그저 보통으로 등장한다. 우두머리격인 프란츠 크로머는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의 못된 일탈 행동들에 대해서 영웅적 용기를 떨친 것이라며 띄워 준다. 그런 짓을 해
2016-04-01 09:00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는 2010년 발명특허 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되면서 STEAM by RSP(Reverse Science from Products)라는 독창적인 교육방법론을 개발했다. 신입생이 입학하면 모든 학과가 공통으로 1년 동안 STEAM by RSP 교육을 받는다. 제품 속에서 과학적 원리를 배우고, 그 원리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면서 발명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수업방법이다. ‘발명가를 만드는 수업이냐’고 오해할지 모르지만 발명은 단지 도구일 뿐, 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창의성 교육 즉,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교사에겐 ‘찬사’, 학생에겐 ‘꿈’, 학교에 ‘생기’ STEAM by RSP 수업방법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선생님 존경합니다. 최고입니다.”라는 학생들의 찬사와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에 와서 학교생활을 너무 재미있게 지내서 행복하다.”는 학부모님들의 격려일 것이다. 과거의 방식으로 가르쳤을 때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칭찬이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에 고무되어 매 수업마다 한 명의 낙오 학생 없이 즐겁게 참여한 덕분에…
2016-04-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