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다 썼어요!” 그가 내게로 다가왔다. 함박웃음을 띤 채로. 발걸음은 경쾌했다. 어깨는 당당했다. 마침내 그가 교탁 옆에 도착한 순간, 나는 보고야 말았다. ‘여백의 미’로 가득 찬 활동지를 말이다. “아까 분명히 말했죠? 글쓰기 할 때 최대한 빽빽하게 쓰라고요. 열 줄 꽉 채우라고 했잖아요. 조금 더 채워 오세요.” 내 말에 학생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미간이 좁아지다 못해 두 눈썹이 만나려는 순간, 굳게 닫혀 있던 그의 입이 열렸다. 설마, 담임인 내게 반기를 들겠다는 건가? “선생님이 그때 엔터키 많이 치라고 하셨잖아요!” 맞다. 내가 분명히 그렇게 가르쳤다. 심지어 엔터키는 사랑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다니!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이걸 이해하기 위해선 ‘문단 나누기’ 기술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 글쓰기: 엔터키 적당히 -SNS 글쓰기: 엔터키 많이 필자는 5년째 반 학생들에게 블로그를 가르치고 있다. 매년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엔터키를 아낌없이 누르라는 것이다. 글이 조금만 길어질 것 같으면? 거침없이 문단을 나눠야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스마트폰 때문이
2025-03-10 08:23새 학년을 맞이하는 때다. 올해부터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위해 새롭게 추진되는 교육이 있다. 바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다. 교육부는 2024년 사회정서성장지원과를 신설하고, 초‧중‧고에 사회정서교육의 진행을 위한 학습 모듈을 개발하여 보급했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모듈은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함께학교’ 플랫폼에 탑재되어 있다.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의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계별 모듈은 6차시로, 단계별 교육을 모두 이수하면 총 24차시의 교육이 된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120여 명의 핵심강사를 양성하고 이들을 통해 600여 명의 선도교사 교육을 진행했다. 이렇게 양성된 핵심강사와 선도교사는 시‧도교육청에서 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초‧중‧고교에 안착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1. 마음 건강 관리 최근 많은 학생이 친구들과의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자신의 마음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도 알아보면서 서로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이 새
2025-03-10 08:22최근 방영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고난과 선택을 잘 보여줍니다. 고통스러워 방황하는 인턴 양재원에게 주인공 백강혁 선생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너도 너만의 이유를 찾아. 깨져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그런 이유. 이 퍽퍽하고 꺼끌꺼끌한 이 길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걸어가기에는 너무 되다. 넌 아직 그 이유를 못 찾은 것뿐이야.” 교육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우리들에게 던지는 깊은 질문처럼 다가옵니다. 학기 초 학생들의 끝없는 요구, 실시간으로 터지는 다양한 사태에 대응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총알이 흩날리는 전장을 누비는 병사들 같아 보입니다. 퇴직하는 선생님이 전쟁터에 전우를 남겨두고 떠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했던 말이 와닿습니다. 그러한 속에서도 버티려면 ‘아무리 깨져도 절대 변하지 않을’ 그런 이유가 하나쯤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내가 이 길을 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여기에 와 있었고, 운명처럼 주어진 이 길에서 만난 제자들을 위해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목표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병원에도
2025-03-03 09:10“선생님, 이 유튜브 영상이 진짜인가요?” “카톡으로 친구가 보내준 글인데, 이게 사실일까요?” 교실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해 부산의 한 고교에서 발생한 딥페이크 사건과 이후 밝혀진 청소년 디지털 범죄 통계는 우리 교육이 직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학생들은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 데는 능숙하지만, 그 기술이 지닌 영향력을 이해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를 보인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4명 중 3명이 가짜뉴스에 노출된 경험이 있으며, 그중 1명은 허위 정보를 사실로 오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학생들에게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건강하게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준다. 교실의 새로운 과제로떠올라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읽기와 쓰기라는 기초 문해력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본적인 문해력이다. 2023년 OECD의 PISA 결과가 보여주듯, 읽기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온라인에서도 정보의 신뢰성을 더 정확하게 판단한다. 기초 문해력은 디
2025-03-03 09:10학교는 하나의 지역 또는 사회의 일원에 속한다. 지역 또는 사회를 떠난 학교란 존재할 수 없다. 학교가 지역,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애국심을 가지려면 우리가 사는 국가의 역사, 특성, 문화 그리고 미래상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 바다 헌장’ 선포 배경 국민이 애국심을 가졌을 때 그 사회가 발전하고 미래를 가꾸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애국심을 발휘했을 때 국가의 꿈과 내일, 미래가 있다. 애국심을 키우기 위해서는 해양 교육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양 교육을 통해 바다를 미래의 희망과 도전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애국심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려서부터 해양 국가 및 지역의 특성과 역사 등을 찾고 고찰해 해양 국가에 맞는 해양 문화를 꽃피워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1996년 5월 31일을 바다의 날로 지정했다. 신라 해상왕 장보고 대사가 전라남도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해가 828년 5월이었다. 그래서 5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하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는 제1회 바다의 날을 기념해 ‘국민 바다 헌장’을 선포함으로써 우리나라를
2025-02-17 09:10매사에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할 수 있다’는 신념이 부족하면 무슨 일이든, 특히 어렵게 보이는 일에는 주저해 추진력이 약해지기 쉽다. 다들 자신감있는 사람이 되기를 갈망하지만 자신만만하고 잘난 체하는 사람과 혼동해 그 옆에서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에대한 믿음 변질돼선 안 돼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냉정하고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며 거만하거나 조급해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상대방에게 큰 신뢰감을 심어주며 영향력을 미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만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판단과 선택만 옳다고 굳게 믿으며, 자신의 주장에 반하는 객관적인 사실이나 남의 충고도 듣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편협한 무지의 소산이며 맹목적인 독선과 아집으로 단체나 조직의 역량을 소모한다. 자만심은 흔히 미숙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다. 저명한 사상가들의 삶과 생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터무니없이 찬양하거나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학문적 깊이가 얕음을 부지불식간에 드러낸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자신을 믿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믿음이 도를 넘어서면 자만심으로 변질된다. 자신감은 본인 능력과 장단점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토대로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
2025-02-17 09:10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 교육 공동체는 어떤 질문을 할까요? 각자의 역할과 입장에서 다양한 질문을 할 것입니다. 이때 공통으로 품은 질문은 아마도 ‘사람’에 대한 질문일 것입니다. ‘어떤 학생을 만나게 될까?’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까?’ 두 질문은 교사 입장에서는 함께 일을 추진할 동료 교사와의 만남, 자신이 가르치게 될 학생들과의 만남을 의미합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함께 배우고 성장할 친구와 자신에게 가르침을 줄 교사와의 만남입니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배움의 성장을 위해 누구를 만나는가는 아주 중요합니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선생님과 학생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시작부터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수용해야 하는 데서 불안과 불만이 만들어집니다.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이상 질문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전제조건을 받아들이고 다시 질문해 볼까요? 갈등을 없애려면? 최근 교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학생들 간 갈등을 없애려면?’ ‘학부모의 민원이 없어지려면?’ 이 역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입니다. 갈등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살펴볼까요? 자신만을 위한 행동과
2025-02-13 16:15“선생님, 특수교육은 왜 장학이 없어요?” 어느선생님의 하소연이었다. 특수학교에 근무하면서 딸에게 특수교사를 권유했으나지난 3년간 근무하던 딸이 퇴직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지만, 혼자 감당해야 할 무게가 벅찼고, 특수교사를 권유했던 것이 엄마로서 무척 미안하다고 했다. 선배 특수교사로 미안했고, 평소 특수교육에서 ‘장학’이 강조돼야 함을 말했던 터라 더없이 속상하고 눈물이 났다. 개별화 교육계획 수립 중요해 지난해 10월, 인천 초등 특수교사를 하늘의 별로 떠나보낸 후 우리는 특수교육 현장의 총체적 난국을 가슴 저미게 마주했다. 5년 차 교사는 과밀학급 학생을 오롯이 감당하며 과중한 업무에 치여 있었다. 사실 특수교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오래전부터 직면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49재 추모 집회에서 충남교총 특수교사 대표로 발언하며 앞으로 더는 특수교육 현장에서 이처럼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2024년 기준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역대 최대인 11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교육부는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기간제 특수교사 지원을 확대하고 특수학교(급)를 확충해 과밀 수준을 6%로
2025-02-10 09:10지난 1월 인성교육실천사례연구발표대회 1등급 수상자들과 함께 영국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인성교육으로 유명한 버밍엄대의 주빌리센터와 옥스퍼드대 인성연구소 등을 방문하면서 영국이 올바른 품성을 갖춘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하는데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글로벌 지도자 양성에 인성 강조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동안 강조해 온 시민교육을 인성교육의 큰 틀 안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가령, 주빌리센터는 지적 미덕, 도덕적 미덕, 시민적 미덕, 행동 미덕으로 인성이 구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 네 가치가 조화를 이뤄야 완전함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영국은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덕목인 시민교육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훌륭한 품성을 가진 글로벌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시민성뿐만 아니라 포용력, 용기, 절제, 사랑 등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눈에 띈 것은 2019년부터 학교평가와 연계해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영국 학교는 학생 학습 능력뿐 아니라 인성도 적극적으로 함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성교육을 잘 실천하고 있는 학교들이 학교평가
2025-02-10 09:10학교의 2월은 새 학년 새 학기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담임교사, 학교폭력 전담 교사, 학생부장 등은 기피 업무 1순위다. 대부분 학교에서 담당자를 구하지 못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각종 민원과 복잡한 업무로 인하여 새로운 업무를 요청하는 교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학생 생활지도 담당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예측 불가능한 업무 학교에는 여러 가지 부서가 있다. 학교마다 부서명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살펴보면 교무업무를 관장하는 교무부, 수업이나 교육 활동을 연구하는 연구부, 학교의 디지털 장비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부 등이 있다. 부서 대부분은 업무를 계획하고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 일을 추진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고 계획적으로 추진한다. 쉽게 말하면 예측이 가능한 업무를 추진하기에 계획대로만 추진하면 된다. 학생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학생부는 초점이 다르다. 학생부는 학생이 교칙을 위반한 행위를 했을 때 움직인다. 학생들 간의 폭력 행위가 발생한 때도 해당한다. 선생님과 학생 간의 교육 활동 침해 사안도 학생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처리하기도 한다. 대부분 예측이 불가
2025-02-10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