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방문, 이번이 세번째다. 그런데 이전 기억이 희미하다. 처음엔 스카우트 지도자들과 함께 하였는데 용두리 마을 입구에서 내설악 깊은 곳까지 걸어서 도착, 고생한 기억이 남는다. 두번째는 교직 모임인데 전 대통령의 칩거 흔적을 보았다. 이번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제대로 보았다. 마을입구에서 마을 버스를 타니 15분이면 도착한다. 걸어서 1시간 50분 걸리는 곳이다. 제일 처음 반겨주는 것은 수심교(修心橋). 이 다리를 건너야 백담사에 도착할 수 있다. 다리 아래 계곡에 놓인 수천개의 돌탑! 우리 민족의 심성이 담겨 있다. 가족에 대한 기원을 비롯해 국가 발전을 위한 염원도 있으리라. 다리를 건너면 백담사 극락보전을 가기 위해 통과하는 세 개의 문이 있다. 현판을 보니 금강문(金剛門), 백담사(百潭寺), 설악산(雪岳山)이 바로 그 것. 백담사의 유래도 오늘 알았다. 대청봉에서 흐르는 계곡물이 이 곳까지 도착하려면 100개의 못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국어교사 출신 아니라고 할까 제일 먼저 향한 곳은 건물 모양이 ㄱ 자 형태로 된 만해 기념관. 출입구에붙은 '인도에 간디가 있고 조선에는 만해가 있다'만해 한용운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 놓아도 된다는 말
2013-11-13 17:00오늘도 네 시 전에 일어났다. 여느 때와 같이 책을 읽었다. 도둑 쫓는 이야기와 흥부전의 뒷부분이었다. 「젊은 날의 독서는 틈 사이로 달을 엿보는 것과 같고, 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노년의 독서는 누각 위에서 달구경하는 것과 같다.」는 어느 시인의 말과 같이 뜰 가운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어느 책이든 조금씩 깨달음이 온다. ‘도둑 쫓는 이야기 사오기’는 「어느 산골 나이 많은 양주(兩主)부부가 살았다. 심심함을 견디다 못한 할머니가 ‘내가 떡을 해 줄 테니 가지고 저 아랫동네에 가서 이야기 좀 사오시구려, 그러면 덜 심심할 것 아닌가? 할아버지가 떡 한 보따리 가기고 이야기 사러 아랫동네로 갔다. 먼저 말을 붙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농부가 쟁기질을 하다가 쉬면서 보따리에 무엇이 들었소이까? 떡이 들었네, 파는 것이 아니라 떡을 주려고 가져가네. 농부가 출출하던 참이라 떡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얼른 떡을 먹어치웠다. 본 것도 들은 것도 이야기라고 하던데,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새가 한 마리 날고 있었다. 이것을 보고 이야기 했다. ‘넘어온다. 엉금엉금 긴다. 제 자리에 섰다. 둘레둘레 본다. 다가가서…
2013-11-13 16:57가을이 깊어진 강마을은 점점 비어간다. 추수한 들판에 희고 고운 서리가 내렸다. 우수수 노란 은행잎이 건드리지 않아도 떨어져내린다. 붉은 화살나무 잎도 꽃잎처럼 바람에 날리고 그 사이로 작은 벌레의 주검이 보인다. 비어 있다는 것은 다시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비어 있는 공간, 비어있는 마음, 비어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화장대에 바르지 않는 립스틱이 있고, 들지 않는 가방들이 있고, 쓰지 않은 수첩들이 몇 개나 있고, 보내지 않은 편지지 뭉치가 발견된다. 일 년에 몇 번 사용할 지 모르지만 꼭 필요해 보여 샀던 전기오븐, 야쿠르트 만드는 것, 쥬스기, 커피를 내리는 기계, 작은 찜질기.... 옷장을 열어보면 더 많은 옷들이 걸려 있다. 일년에 한번도 입지 않는 코트, 스카프, 머플러. 그리고 서랍을 열어보면 옥색 개구리 모양의 반지, 팔찌, 목걸이가 수북하다.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내 옆에다 가두어 두고 나는 계속 내 삶을 비워가리라 하면서 노자 도덕경을 읽는다.이렇게 채우지 못해 안달하는내가 부끄럽고 미안하고 한심하다. 눈부신 황금비가 내리는 신갈나무 숲이 보인다. 우수수 바람에 고운 잎을 날리
2013-11-13 16:56얼마 전 e-수원뉴스 시민기자 워크숍이 강원도에서 있었다. 시민기자 모두가 카메라를 들고 취재 대기 중이어서 새로운 각도에서의 사진과 기사가 필요하다. 거진에서 점심으로 장터칼국수를 먹고 골목길을 기웃거리니 볼 만한 사진 하나가 나온다. 바로 자전거 위에 널린 무청 시래기. 골목길 자전거 두 대 위에 시래기가 올려져있다. 몸체, 안장, 핸들, 짐 싣는 곳 등 얹을 수 있는 모든 곳이 바로 건조대다. 그렇다면 이 자전거는 당분간 사람 타는 용도가 아니다. 용도가 전환되어 먹거리를 공급하는 받침이 된다. 문득, 서민들의 힘겨운 삶의 무게가 떠오른다. 그런데 기사를 쓰려고 메모리 카드를 검색하니 자전거 위에 놓인 무청 시래기 사진이 없다. ‘분명 셔터를 눌렀는데?’ ‘아, 그래서 확인이 필요하구나! 전문 사진사들은 촬영 후 자신이 찍은 사진을 확인한다. 이상 여부는 물론 원하는 대로 잘 나왔나를 확인한다. 시래기가 무엇인가? 무청이나 배추 잎을 말린 것이다. 못 살던 시절 곯았던 우리의 배를 불려 주었던 소중한 반찬이다.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면 우리집 뒤뜰이나 부엌 기둥, 앞마당 그늘진 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 당시는 귀한 것인지 모르고 가난의 상징이었다. 아
2013-11-12 17:03그 아이는 뉴질랜드에서 왔다. 현암초등학교 교육이 좋아서 찾아왔다고 했다. “우리학교 교육 좋은지 어떻게 알았지요?” 물으니 인터넷을 찾아보고 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학교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학교 홈페이지를 생각했다. ‘우리학교에서 알립니다.’ 이 작은 창문이 우리학교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든 자녀에게 전학문제가 생기면 신경을 곤두세운다. 멀리 뉴질랜드에서 환경을 바꿔 이곳으로 보내는 부모 마음이 우리학교 작은 홈페이지를 두드렸던 것이다. 학교에 대한 정보의 창문 홈페이지 관리, 잘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요즘 학교 홈페이지 학교 사진, 정보공개 때문에 누구든지 로그인해야 볼 수 있는데 클릭하면 바로 볼 수 있도록 고쳤으면 생각했다. 작년에 그 아이는 김현미 선생님 반 아이로 지냈다. 그때도 지금처럼 학교 스포츠대회를 자주 했는데 피구와 축구, 그리고 몇 가지를 했다. 그 중에서 반대 항 피구는 학급의 명예가 걸린 경기여서 틈틈이 아이들은 연습을 한다. 나는 이 반 아이들 연습을 하는 모습을 몇 번 볼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온 아이는 자기에게 온 공을 피하는데 급급했다. 혹시 공을 잡아도 던지는데 자신감이…
2013-11-12 17:02지난 9일부터 10일 양일간 인천에서 학생스포츠클럽 줄넘기 전국대회가 있어서 전남에서 선발된 우리학교 선수들과 함께 참여하였다. 아침 날씨가 차가웠지만 체육관에서는 각자 지금까지 해 온 연습을 반복하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 후 대회식을 간단히 마치고 시합이 시작된 것이다. 종목별로 강당에서 시합이 이루어져 몇 개의 팀들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하다보니 잘 수행한 팀과 못한 팀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시합에 임박하여 아마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해 온 방식대로 실수만 하지 말고 잘 하면 된다고 선수들에게 충고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선수들도 학교에서 할 때 기록만 유지하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을 완전히 깨버리는 시간이 온 것이다. 좋은 기록을 낸 학교의 선수들은 처음 들어가는 도입 부분부터 달랐고 도입이 끝나고 나니 더욱 가속도가 붙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내는 것이 아닌가?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줄넘기 분야만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아마 상당수의 학교들은 줄넘기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고 이 대회에 나왔을 것이다. 그런 그룹
2013-11-12 16:59옛날이야기나 고전문학은 대할 때마다 구수하다. 친근감이 있다. 지겹지 않다. 재미가 있다. 어떤 것은 전기 같은 느낌도 든다. 한 편의 드라마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교훈을 준다. ‘박문수전’은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작자는 누군지 모르지만 연대는 조선 영조 때다. 세 편의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실존인물로 알려진 암행어사 박문수의 행장기에서 소재를 취하여 소설화한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남궁로 군수가 시비(侍婢)로 딸을 삼아 시집보낸 일이다. 군수쯤 되는 벼슬아치가 곁에서 시중드는 여자 종을 딸을 삼아 시집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남궁로 군수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억울함을 알고 무죄 석방한 석진 군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어려울 때 그 은혜를 갚은 것이다. 은혜를 은혜로 아는 사람과 은혜를 은혜로 모르는 사람은 행동 면에서도 천양지판(天壤之判)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말미가 교훈을 준다. 남에게 악을 행하면 자기의 복을 감하는 수가 있고 심지가 곧고 남에게 선을 많이 행하면 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나라 때 배도라는 사람의 예가 나온다. 우연히 우물곁에서 보물 하나를 주었다. 배도가 보불을 제자
2013-11-12 16:57지난 밀리니엄의 세기(서기 1000년-2000년) 동안 인류의 문화사에 가장 영향력을 끼친 사람은 누구일까? 이 문제에 대해 History 채널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1000명의 인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1위는 누구인가? 뉴턴, 아인슈타인, 퀴리부인, 슈바이쳐, 아니면 영국과 바꿀 수 없다던 셰익스피어일까? 그러나 그 대답은 의외로 독일의 한 인쇄기술자인 구텐베르크이다. 구텐베르크(Johann Gutenberg)는 지금으로부터 550여 년 전인 1440년대 어느 날, 프러시아의 마인쯔(Meinz)시에서 태어났다. 청년 시절을 그는 자주 도박판을 전전하면서 떠돌아다녔다. 그는 노름 솜씨(지금의 골패)가 별로 뛰어나지 못해 번번이 돈을 잃었다. 그런데 그렇게 돈을 잃으면서도 엉뚱한 생각을 하였다. 어느 날 그는 골패에 새겨진 글씨와 그림을 보고 도장처럼 된 이 골패를 순서대로 찍어 내면 글씨를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착상이 떠오른 구텐베르크는 즉시 나무에 알파벳을 새겨 동양인들이 사용하는 도장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인류 최초로 만들어진 구텐베르크 목판 활자이며, 그의 나이 30대 중반이었다. 그는 노름판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글씨를 찍어내는 데
2013-11-12 16:56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글을 숭상해왔다. 책 읽는 소리 들리는 마을을 존경해왔고 책 읽는 사람을 존경했다. 그래서 그런지 충신과 효자를 칭송하는 비석이 마을마다 많이 있었다. 학교 폭력이나 인륜을 깨뜨리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의 책 읽기에는 과거라는 목표가 있었다. 책 읽기와 글쓰기가 입신출세의 수단이 된 것이다. 이러한 과거제도는 삼국시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독서삼품과가 그것이다. 독서삼품과는 신라 원성왕 4년에 국학 내에 설치한 일종의 관리 임용제도이다. 국학 학생들의 유교 경전 독해능력을 3등급으로 구분하여 성적을 관리의 임용에 적용하였다. 고려, 조선시대도 여러 형태로 과거제도가 나타났다. 학문을 숭상하는 분위기는 임금님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왕세자 교육은 엄격했다. 높은 학문적 소양을 가진 성군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 학습 강도가 양반들의 과거 공부보다 높았다고 한다. 이러한 왕으로 세종대왕을 들 수 있다. 세종대왕은 태조 이성계의 손자로써 태종 이방원의 셋째아들이다. 세종대왕은 어렸을 때부터 글을 많이 읽기로 유명하였다. 어느 날 세종이 몹시 아파도 계속 책을 읽자 태종이 아들의 몸을 생각해서 책을 모두 치웠으
2013-11-12 16:55“이 교장, 돈 천원 있어요?” 2박3일 e-수원뉴스 워크숍에서 객실을 나올 때 룸메이트 이용범 시민기자가 건넨 말이다. 처음엔 돈 천원 꾸어달라는 소리로 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청소하는 분들을 위한 배려다. 외국 여행에서처럼 팁을 머리맡에 놓는 것이다. 내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니 벌써 본인 침대 머리맡에 돈을 놓고 내 침대에도 놓는다. 숙박 후 천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곳에서 일하는 분들 청소할 때 기분 좋게 하려는 뜻이다. 나에게는 작은 돈이지만 그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국여행 때 ‘1달러의 기쁨’을 국내에서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용범(70) 시민기자. 이번 워크숍 참가자 중 최고연장자이다. 그러나 그는 연장자 티를 내지 않는다.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로부터 대접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게 싫다는 것이다. 그냥 친구처럼 대해 달라고 말한다. 내 스마트폰에 저장할 직책을 물으니 ‘친구’라고 흔쾌히 대답한다. ‘이용범 친구’다. 그는 1998년 농협에서 정년퇴직했다. 당시 직위는 농협공판장 차장. 1962년 입사했으니 36년간 몸담은 곳이다. 슬하에는 딸 하나를 두었다. 지금 손녀와 손자를 두고 있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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