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서 지난달 30일 발표한 유보통합 추진 방안은 현장과의 공감이나 소통 없는 일방적 발표로 당혹감을 줬다. 그동안 유보통합은 영·유아교육을 양질의 교육으로 끌어올리고 회생 발전시키고자 하는 구름 속 감춰진 태양 같은 정책이라는 기대가 있기도 했다. 현장 공감 없는 일방적 추진 안 돼 정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1단계로 내년까지 격차 해소를 위한 과제를 우선 추진하고 통합 기반을 마련한다고 한다. 격차 해소를 위해 이뤄지는 2년간의 노력은 학부모가 겪고 있는 교육비와 돌봄 부담을 대폭 경감하고 유치원의 돌봄 기능을 늘리는 예산 지원에 맞춰져 있다. 이후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통해 본질적인 개선 부분을 논의한다. 2025년부터 새로운 통합기관으로 전환하는 방향과 교사, 교육과정, 시설설립 기준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태어났을 때부터 누구나 차별 없이 좋은 교육과 돌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발표안의 주요 내용과 진행 과정을 보면 ‘현장의 유보통합에 대한 추진 기대와는 방향이 다른 곳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생긴다. 먼저 정부는 유보통합추진단 구성과 추진위원회 논의의 시작을 아무런 소통 없이 깜짝…
2023-02-13 09:10새 학기를 준비하는 2월, 새로운 학생들과 학부모를 맞을 생각에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어떤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급 경영을 힘들게 하지는 않을지, 만약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하고 있다. ‘예방’ 아닌 ‘해결 절차’ 연수 필요해 교권 침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겠지만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결 방법을 교사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실제 교권 침해를 신고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가 정말 많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실제로 경험한 교사들의 사례 안내가 부족한 점이 교사를 망설이게 한다. 이에 교육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직원 대상 교육활동 침해 예방교육은 교권 침해 해결 절차를 꼭 다뤄야 한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가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하게 돼 있지만, 절차를 잘 알고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이다. 심지어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교사도 많다. 교직원 대상 교육이 교권 침해 예방 방안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부와 교육청 주도의 실제적인 교권
2023-02-13 09:10최근 드라마 ‘더글로리’가 인기를 얻으며, “심각한 학교폭력 때문에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심의회를 진행하면서, 또는 변호사로서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면서 느끼는 것은 ‘심각한 학교폭력은 오히려 해결이 쉽다’는 것이다. 심각한 학교폭력은 보통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사제재가 가능하고, 피·가해자가 워낙 명백해 학폭위에서도 큰 고민 없이 처분 수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개입으로 해결 어려워져 한때 친한 친구였던 A와 B는 어떤 계기로 감정이 틀어졌고, 그 과정에서 B가 A를 밀치며 욕설하는 일이 발생한다. A는 B 때문에 속상하긴 했지만, B가 사과만 해준다면 다시 예전처럼 B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보호자들이 개입하면서부터 발생한다. B의 보호자는 자녀가 ‘가해자’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변호사를 선임한다. 이에 A의 보호자도 가만히 있다가는 B측에 밀릴 것 같다는 생각에 변호사를 선임하게 된다. 이렇게 양측에 선임된 변호사들은 학교에 내용증명을 보내며 학교와 담당교사를 위협한다. 교사들은 중간에 낀 채 말 한마디라도 잘못할까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교폭
2023-02-06 09:10국가 근대화를 목표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한 이래 대한민국은 철강, 기계, 선박, 자동차, 전자 분야의 산업을 고도로 발전시켜 오늘날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가 수지가 적자를 기록했고, 반도체 제품의 수출 부진으로 올해 국가 경제 상황은 어두울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 시점에서 창의적 소프트웨어(이하 SW)는 대한민국이 도전해야 할 또 하나의 기술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 다양한 고급 인재 양성 프로그램 가까운 중국은 SW분야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알리바바와 같은 세계적 기업을 길러내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를 양성해 그 규모가 엄청나다. 팬데믹 상황 동안 세계 경제가 깊은 늪에 빠질 때 미국은 SW산업을 통해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했다. 대형 매장에서 계산 점원을 배치하지 않고 자동 계산을 해주는 ‘아마존 고’의 출시, 전기자동차 생산공장에서 SW로 점철된 스마트 로봇을 배치하는 테슬라의 기술 혁신과 같은 사례들이 이를 설명해준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나서서 SW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먼저 SW중심대학 사업을 꼽을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2023-02-06 09:10지난해 11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윤석열 정부 취임 6개월 만에 내각이 완성됐다. 교육부 장관은 백년지대계인 국가교육업무를 관장하며, 사회 전반의 정책을 조정하는 사회부총리를 겸한다.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고교다양화 300’을 추진하고, 국가수준학업성취도 전수조사를 통해 각 학교가 학생을 소홀히 할 수 없게 하여 학교교육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조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반면 입학사정관제 도입과 고교다양화에 대한 학교서열화 등은 과로 평가받기도 한다. 현장 교원들의 신뢰가 우선 이와 같은 공‧과는 평가자에 따라 논란이 있으나 이번에도 이 장관은 교육 관련 변화와 혁신의 어젠다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한 기대 분위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 교육부 수장으로 교육정책 추진의 밑그림 그리기를 마친 취임 후 3개월의 시점에서 앞으로 성공하는 교육부 장관으로 남기 위한 조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임기 초반 대형 교육정책보다는 교육현장의 작은 정책부터 성공을 이끌어 일선 현장 교사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 교육계와 청소
2023-01-23 09:10최근 교육부가 교육의 질 제고와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해 현행 4년제인 교‧사대 중심의 교사 양성 체계를 6년제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체제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교원 인사제도의 핵심인 양성제도를 획기적으로 혁파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우선 내년에 교대와 사대 각각 한 곳씩을 교전원으로 시범 운영하고, 교전원을 졸업하면 신규교사 임용시험 없이 정교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양성제도, 양성기관, 임용제도, 인사제도 등을 송두리째 바꾸겠다는 취지다. 이 정책은 현재 침체된 교육을 쇄신하고, 교육의 주체인 교원 인사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편한다는 대의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골격인 인사제도를 사회적 합의, 국민적 동의 없이 바꾼다는 입장에서 우려가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재직 교원 역량 강화가 우선 사실 교전원이 도입되면 법학전문대학원처럼 다양한 배경의 예비 교사들을 양성할 수 있고, 초‧중등 간 칸막이가 사라져 유연한 교사 배치가 가능하게 된다. 교전원 개편 과정에서 학령인구에 맞게 교사 정원을 구조 조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교원 양성의 폐쇄성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는 하다. 하
2023-01-23 09:10한 제자가 붓다에게 물었다. "제 안에는 마치 두 마리 개가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마리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온순한 놈이고, 다른 한 마리는 아주 사납고 성질이 나쁘며 매사에 부정적인 놈입니다. 이 두 마리가 항상 제 안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어떤 녀석이 이길까요?" 붓다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고는 아주 짧은 한마디를 건넸다.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일자천금이요, 촌철살인이다. 어려운 낱말을 쓰지 않는다. 알아듣기 쉽게, 그것도 비유의 극치를 보여준다. 위의 일화를 주제로 한 권의 철학책이 나오기도 하고 자기계발서로도 만든다. 온갖 실증자료와 실험 연구 자료를 보태서 서점에 가득하다.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은 매우 쉽게 가르쳤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교육학 서적에 가득한 철학 용어나 심리학 용어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위의 일화는 우리 1학년 꼬마들에게 들려줘도 금방 이해했다. 그래서 사소한 일로 친구들과 다투거나 토라질 때 꼭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가르침의 기술이 필요한 때마다 붓다가 제자들과 나눈 일화를 즐겨보았다. “글눈이 떠서 세상이 신기하다던 아이들의 글들이 보고 싶다” 어떻게 쉽게, 빨리 이해시킬 수 있는지…
2023-01-16 09:10“선생님들은 방학이 있어서 좋겠어요.” 교사라면 흔히 들었을 말이다. 부러움과 푸념 섞인 이 말에 살짝 억울한 마음도 든다. 근무, 출장, 연수 등 이것저것 떼고 나면 늘 진짜 방학은 얼마 남지 않기도 하지만 생략된 많은 말들이 따가운 가시로 박히기 때문이다. 교사의 하루가 얼마나 쉼 없이 돌아가는지, 학생들은 얼마나 변했는지,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교내·외 업무가 얼마나 다양한지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직장인이라면 어려움이 없을 수 없고, 누구나 나의 업(業)이 가장 힘들고 버겁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가르치는 일과 학생들과의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람에 대해 온 마음을 써야 하는 교사라는 직업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조심스럽다. 교사에게는 번아웃에서 벗어나 다시 나아갈 수 있는 ‘방학’이라는 동력이 필요하다. 나를 위한 핵심 과제 준비해야 방학 전 학생들에게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제시하고 계획을 짜게 하거나 취미 활동, 운동, 자기주도학습 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방학을 보내며 어떤 핵심 질문을 만들어야 할까? 교사의 핵심 질문은 공통적이며 개별적이다.…
2023-01-16 09:10“교장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학년부 소속으로 학생 생활지도에 열심인 선생님이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교칙을 자주 어겨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많이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담임의 생활지도가 공정하지 못해 지도에 따를 수 없으니 앞으로 학생을 지도하지 말고 전화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하며 조언을 구했다.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학생에 피해 학교폭력으로 신고된 학생의 학부모는 왜 담임이 직접 전화를 하지 않느냐며 따지기도 한다. 학교에 직접 전화해 “왜 다른 사람이 전화하게 하느냐. 그런 일도 안 하면서 담임이라고 할 수 있냐”는 항의에 교감선생님이 면담을 하면서 달랜 일도 있다. 매우 화가 난 학부모가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목소리를 높인 일도 있다. 사연을 들어보니 학급 카톡방에서 담임이 자신의 자녀를 ‘빌런’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중학생에게 그런 용어를 쓰는 사람은 자격이 없으니 담임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메신저에는 몇 명의 아이들이 함께 지칭돼 있고, ‘열심히 잘 해서 빌런을 탈출하길 바란다’는 담임의 글이 보였다. 앞뒤 말은 그 학부모에게만 안 보이는 것 같았다.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일도 있
2023-01-09 09:10최근 교육부에서는 고교 내신성적 산출방식을 현재 중 1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언론에 발표했다. 현재 초‧중학교에서는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고 1학년만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육계에서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정책 및 현행 수능시험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정책이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내신성적을 절대평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상대평가로 교육 현장 왜곡 심화 또한, 현행 고 1학년만 상대평가를 실시하게 되면 1학년 성적의 영향력이 매우 커져 고교 입학 전인 중 3학년 과정에서 사교육이 과도하게 작용하게 된다. 또 고 1학년 때 석차 등급이 저조한 학생은 2~3학년 때 수능에만 몰두하게 되어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중학교에서 수학과 영어를 잘하던 학생이 고교 입학 후 성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졸업생이 학교로 찾아와 “중학교 때는 수학과 영어 과목에서 거의 만점을 받아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상대평가를 실시해서 그런지 제가 받은 점수가 친구들의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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