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링크로스 84번지는 방대한 정보도, 전율을 느끼게 하는 긴장감도 없는 그저 평범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책이다. 평생 뉴욕에서 글을 썼지만, 유명세가 없는 한 작가와 런던의 채링크로스 84번지에 있는 헌책방 직원과 주고받은 20년간의 편지는 평범하면서도 책의 향기와 따뜻한 인간미가 넘친다. 1949년 10월 5일 뉴욕의 여성 작가 헬렌 한프는 절판 서적을 다룬다는 광고를 보고 런던 채링크로스 84번지에 있는 마크스 서점에 절박하게 읽고 싶은 책 목록이 담긴 편지를 보낸다. 그로부터 20일 후 마크스 서점은 헬렌 한프가 요청한 책의 3분의 2를 보내왔고 미처 해결하지 못한 책은 향후 장정이 탐스러운 책으로 구하기 위해서 애쓸 것이라는 소식도 곁들였다. 독자-서점 직원의 이야기 따지고 보면 채링크로스 84번지는 헌책 구매자와 서점 직원이 주고받은 책 주문서와 책 대금 청구서라는 상업적 문서 모음집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이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구하기 힘든 책을 꼭 읽고 싶은 독자의 간절함과 그 간절함을 이해하고 독자에게 그 책을 쥐여주려고 노력하는 서점 직원의
2023-04-27 13:25“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깊어만 지네.” ‘스승의 은혜’ 곡 일부다. 이 가사는 매우 의미 있지만, 요즘에는 그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를 떠올리며 존경하는 스승님에 대한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유대인 속담 중에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부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삶의 지혜와 올바른 가르침을 전하는 스승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자녀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그들이 성장하는 모든 분야에 미치는 것으로, 어머니의 훌륭한 지도를 통해 그들의 인생은 더욱 풍요롭고 향기롭게 될 것이다. 퇴색하는 스승에 대한 의미 여기엔 ‘신=어머니(부모)=스승’의 본질적 가치는 같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철학은 유대인들만의 것이 아니며, 전 세계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 1500만 인구밖에 되지 않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차지하는 것은 유대인들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준다. 그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유대인 교육 철학의 힘이다. 우리도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부모가 스승으로서 자녀들을 대하고, 학교에서는 교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교사는
2023-04-18 09:34고슴도치는 겨울에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을 밀착시키려 들지만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면 반드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몇 번의 시도 후 그들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도 상처를 주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찾게 된다. 이것은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우연히 고슴도치의 행동을 관찰해 발견한 사실이라고 한다. 친한 사이도적정한 거리 찾아야 인간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친구 사이에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안전거리도 지켜야 한다. 지나치게 친밀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사이가 너무 가까우면 언행에서 적정선을 넘기 쉽다. 예를 들면 친하다고 반말을 하거나 별명을 부르고, 빈정거리거나 함부로 대하다가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의 나쁜 기분을 상대에게 토로하며 정신적 부담을 주기도 한다. 친근감의 표시일지라도 상대는 싫어하거나 불쾌하게 여길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예의를 지켜야 한다. 자동차도 충돌사고를 방지하려면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선을 넘지 않는 안전거리는 어떤 것인가? 사람 사이의 거리는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종일 함께 있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어떤 사람들은 무슨 일을…
2023-04-17 09:10시도 때도 없이 울리던 수업 중 인터폰도, 잠시 내려와 보라던 불호령도 이제는 수업권을 보장받으며 나만의 공간을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업무 간소화, 비대면 결재….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선택권 중에서 가장 편하게 선택한 것은 메신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메신저가 아니라는 겁니다. 혹시 ‘결재 바랍니다.’ ‘검토 바랍니다.’ 이 메시지면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나요? 결재권자들은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 채 그저 ‘결재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받고는 합니다. 어떤 계획으로 업무가 진행될지 개요도 협의가 되지 않은 채로 말이지요. 이렇게 되다 보면 당연히 결재권자인 관리자분들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업무 담당자 입장에서는 그냥 결재해주면 되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서로 오해만 쌓이는 지름길입니다. 일일이 협의하는 건 업무 간소화와 전결 규정에 맞지 않지만, 최종 책임자인 관리자분들과 큰 틀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직속 부장님과 협의하며 전결 규정대로 진행하면 되지만 말이지요.…
2023-04-13 17:58우리말에 ‘잘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것도 결과는 시작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물론 시작이 좋지 않으면 결과도 좋지 않을 것이기에 처음부터 잘하라는 일종의 권면의식이 담겨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어려서부터 가치관 교육으로 결과가 행복한 나라가 있다. 부탄은 히말라야산맥 동부에 자리한 인구 75만 명, GNP 3000달러의 작은 나라다. 이런 국가 규모에 비해 부탄은 일찍부터 그 나름의 명성이 자자하다. 공동체 의식 강조하는 부탄 그 이유가 뭘까? 이 나라는 거친 산악지역이지만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이 흐르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풍요로운 느낌보다는 척박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최근에는 수도 팀푸를 비롯해 푸나카, 공항 도시 파로 등 주요 도시는 개발이 한창이지만 아직도 고속도로는 왕복 2차선인데다 상하수도 시설 같은 도시 인프라도 매우 열악하다.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들은 볼품이 없으며, 싱싱한 생선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최근 경험에 의하면 사람들의 인상은 하나같이 순하고 정겨웠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빛나는 미소를 간직한 사람들, 그들의 마음 역시 미소처럼
2023-04-10 09:10청년들의 목소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국가기관, 지자체 등에서 청년들의 소통 공간을 지원하고, 예산을 투여해 정책 개발과 이를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 커지고 있다. 청년이란 어떤 연령대를 말할까? 한국교총 청년위원회(이하 교총 청년위) 활동을 하면서 ‘청년 = MZ세대’라는 이미지로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청년기본법’을 보면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다. 한 세대를 아우르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본래 한 세대를 보통 20년으로 보지만 지금은 그 세대 주기가 짧아졌다. 20대 초반과 20대 중반의 생각이 다르다. 같은 청년층으로 분류되는 30대 초반과 20대가 생각하는 바가 많이 다르기도 하다. 세대 간 차이 이해하는 과정 거쳐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의 정책추진단 활동을 하면서 그러한 세대 차이, 견해차는 더욱 뚜렷해졌다. 수도권과 지방 청년들의 필요가 다르고, 결혼 여부, 성별 차이, 자가 소유 여부 등 청년이라는 테두리 안에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청년정책추진단에서 회의 혹은 정책 제안 발표를 할 때 제일 많이 나온 말이 서로를 평가하거나 정책을 비판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서로의 정책이 모두 필요한 것을 인정하면서 또 생각이…
2023-04-10 09:10지난 20년 가까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한다’라고 하면 ‘왜 읽어줘야 하나? 책은 스스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없어서 그러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나아져서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 교장 선생님, 부모님이 많아졌습니다.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책 읽어주기가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아주 일찍부터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분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언어능력, 청각주의력 등 발달해 책을 읽어줘야 할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책을 읽어주면 ①소리 듣기 능력이 좋아집니다. 청각 주의력(의미 있는 청각 신호, 예를 들어 선생님이 설명하는 말, 친구들과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는 것입니다. ②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언어능력(낱말이나 문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발달합니다. 언어능력의 발달은 듣기로 시작해 점점 발달하다가 나중에 읽기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발달한 읽기 능력을 활용해 계속 읽으면서 언어능력이 더욱 발달합니다.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③이야기의 재미를 알게 합니다. 이야기의 재…
2023-04-06 16:30공직에 근무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계속해 복무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당사자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이런 경우를 위해 생긴 것이 공무원 휴직 제도다. 공무원 휴직 제도는 1949년 국가공무원법에 질병휴직이 설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점차 그 종류가 다양해져 현재 14종이 시행 중이다. 인사상 불이익 없도록 살펴야 휴직 당사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경력 단절이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한 휴직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승급,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휴직이 일신상 이유라면 일정 부분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주요 정책 이행, 강제 징집에 의한 것이라면 경력 단절은 없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육아휴직과 병역휴직이다. 국가에서는 육아·병역 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육아휴직은 저출생,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직면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국방의 의무 이행을 위한 병역휴직 또한 마찬가지다. 법에서 규정한 대로 휴직경력은 실제로 보장되는가. 교사들에 대한 인사업무에서 경력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많다. 호봉 획정, 근무지…
2023-04-03 09:10‘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란 세계 최대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AI사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채팅 서비스를 뜻하는 말이다. 챗GPT가 화두가 되면서 사회 전반에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특히 교육 현장에서도 이와 관련된 대응과 올바른 학습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역량평가로의 전환 필요해 챗GPT는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가 현재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AI 기반 지식·정보 사회로 진입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고든 무어가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서 이미 언급한 대로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새롭게 생성되는 지식과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지식과 암기, 상급학교 진학 혹은 취업 목적에 제한된 학습 틀에 갇힌다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함양하기 어려울 것이다. AI 기반 사회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음의 3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챗GPT로 촉발된 AI 기반 사회에서는 학문과 학제 간 상호 융합과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현행 교과목 편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초를 쌓고 이
2023-04-03 09:10박수레 지음|책만 펴냄 제목에 대한 부담감이나 선입견만 들어내면 남녀노소 모두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긴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라는 제목을 보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교양책이라고 생각하기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2015년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에게 설명하기 불가능한 직업 TOP 15’중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이 ‘자동차 UX 디자인’이었다니 말이다.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자동차 외관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자동차를 조작하면서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들을 디자인한다. 가령 핸들, 버튼, 룸미러, 스위치, 계기판 등을 말한다. 한마디로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만지고 보고 듣는 기기를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보기 좋게 만들고 배치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자동차에 꽃병이? 2000년대까지 생산되었던 뉴비틀에는 놀랍게도 운전석과 중앙 송풍구 사이에 모나미 볼펜을 꽂아두면 딱 좋은 모양의 꽃병이 마련돼 있었다. 자동차 역사가 시작된 초기에는 실제로 많은 사람이 차에 꽃을 꽂아두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꽃을 꽂을 수 있는 용기가 자동차 주변기기로…
2023-03-27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