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글을 ‘스스로’, ‘깊이 있게’, ‘읽기’를 바랐다. 참고서나 선생님 도움 없이도 표현되지 않은 의미까지, 작가의 의도까지 읽어내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스스로 읽어내는 능력이 곧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읽기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바쁜 공부를 하다 보니 스스로 꼼꼼하게 읽지 않고 출판사가 요약해 놓은 것을 보고 기억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스스로 읽어서 의미를 파악하지 않고 누군가가 요약해 놓은 것을 보거나, 쉽게 풀이해서 말해주는 것을 들어서 알게 되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누군가가 요약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누군가 해석하고 요약한 것’은 그의 가치관이나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읽는 즐거움을 누리며 저자와 직접 교감하는 주체적인 독자가 되려면 스스로 읽어야 한다. 국민참여재판 형태로 설계한 모의재판수업의 실제 더불어 읽기를 통해 인물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이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타인의 공감과 수긍을 이끌어내는 힘 즉, 읽은 내용을 근거로 논리적 구조를 갖추어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이런 의도로 탄생한 것이 모의재판수업이다. 모의재판에
2016-03-01 09:0001 단테의 신곡(神曲)은 쉬 접해지지 않는 고전이다. 문화사적으로는 르네상스의 새벽을 열게 한 작품이다. 단테의 신곡을 이런 정도의 지식으로 기억하기만 해도, 그 교양은 돋보인다. 돋보이려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기에는 이런 지적 허영심으로 독서 의욕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 허영심의 또 다른 면모가 곧 ‘강력한 동기 개발’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신곡은 책을 들자마자 몰입하여 정신없이 읽게 되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작품의 배경이며, 문화사적 맥락이며, 내용의 종교적 우의(寓意), 사건의 상징성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방학에 어떤 독서교육 프로그램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과 단테의 신곡을 읽고 독서 토론하는 훈련을 해 보았다.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효과를 주려면, 이 책을 어떤 관심의 코드로 읽어야 할지 정하는 것도 중요했다. 무수히 많은 의미의 코드들이 이 작품에 잠복해 있으나, 그걸 다 건드리지 말고 좀 단순히 접근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이 작품을 통해서 ‘벌(罰)’의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고전을 아이들과 더불어 읽을 때는 가급적 특정 관심거리(topic)를 설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읽어내는 지도…
2016-03-01 09:002015년 임용시험 심층면접에서는 ‘교무행정사와 마찰이 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와 ‘선배교사와 시험출제로 갈등이 생겼을 때 설득의 3요소를 반영하여 대화하는 방법을 말하시오’라는 질문이 나왔다. 교직 사회에서 얼마나 ‘소통’과 ‘갈등해결기술’이 절실한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아직까지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혀있듯이 갈등(葛藤)은 칡(葛)과 등나무(藤)가 서로 얽혀있는 것을 의미한다.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성질 때문에 서로 얽힐 수밖에 없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갈등은 불필요하고 불편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좌절과 분노를 가져오지만, 칡과 등나무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면 개인이나 집단이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갈등이 생겼을 때 관계만을 중시해 덮어두거나(회피), 넘어가려는(보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양산하게 되고 발전의 계기가 된다. 갈등을 해결하고자 할 때 가장 절실한 것이 바로 ‘소통’이다. 임용고시에 출제되었던 설득의 3요소인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를 기준으로 어떻게 하면 동료
2016-03-01 09:00포퓰리즘은 시대가 불안정하고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기회주의적 정치인과 근시안적 대중의 만남에서 나온다. 이런 포퓰리즘은 20세기 초 남미에서 정치적 편의주의, 기회주의로 발전하였다. 남미 정치인들은 정치권력을 위해 ‘무책임한 경제정책’을 남발했다. 무책임한 경제정책은 국내 수요 확대를 위해 임금을 인상하고, 정부 지출을 늘리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고관세와 환율 고평가를 선택하고, 가격을 통제하고 기간산업을 국유화하고, 사회복지를 확대하고, 민족주의를 표방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경제에 대하여 정부가 강한 개입 정책을 실시한다. 경제적 포퓰리즘에 의해 결과적으로 정부 부문의 비대화, 탈세를 포함한 부패의 만연, 재정적자의 증대, 대외 채무 증가, 해외자본 의존이 심화된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남미의 대표적인 포퓰리즘이 바로 페론주의이다. 페론주의는 결국 경제 위기를 초래하여 아르헨티나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 일반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복지 포퓰리즘 비용 무엇보다도 위험한 포퓰리즘은 복지 포퓰리즘이다. 복지 포퓰리즘은 모든 국민의 복지를 향상하겠다며 무분별하게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 의료, 주택과 같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2016-03-01 09:00교육부는 지난 1월 청와대에서 ‘모두가 행복한 교육, 미래를 여는 창의인재’를 주제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연두 업무보고를 했다. 2016년도 교육부 업무계획에는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사회가 원하는 인재 양성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서비스 제공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는 학교 환경 조성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 교육 등 다섯 가지 주요 계획이 제시됐다. 그러나 교원 사기진작과 전문성 신장, 교권보호 등 교원 핵심정책을 소홀히 취급했고, 교육재정 확충, 소규모 학교 살리기, 입시교육 탈피, 학교폭력예방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교육비 잡자’ … 영어도 쉽고, 수학도 쉽게 교육부는 올해 전면 시행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기존 선도학교(811교)와 신규 운영학교(653교)를 1대 1로 연계하여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또한 도농 간 격차가 없도록 농산어촌 모든 중학교(1,228교)에는 진로체험버스와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을 확대한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과 영어는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교과로 탈바꿈한다.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성공경험과 자신감을 갖도록…
2016-03-01 09:00“선생님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자!” “구호만이라도 반갑다!” “가르치는 교육에만 전념하고 싶은 것은 교사의 가장 오랜 염원이다.” 이런 교사들의 소리에서 알 수 있듯이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업무정상화 계획’은 올바른 교육을 위한 훌륭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교사들에게 환호받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는 볼멘 목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다. 아마도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학교업무정상화 계획의 ‘이상’이 갖는 문제점과 ‘현장’에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나름의 보완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부장교사 기피현상부터 해결해야 사람의 힘은 허리에서부터 나온다. 학교 교육력은 학교 조직의 중견 간부인 ‘부장교사의 힘’이 근간이다. 승진의 포부를 가지고 부장직을 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봉사하는 마음으로 부장직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장교사에 대한 처우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교육공무원은 단일호봉제라서 승진을 해도 급여가 동일하다. 더욱이 보직 개념인 부장교사는 평교사보다 업무는 엄청나게 늘어나지만, 수당은 담임교사의 절반…
2016-03-01 09:00자연(自然)이란 ‘스스로(自) 그러함(然)’을 의미한다. ‘저절로 그러함’에 어긋나면 그 본성을 잃게 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본성에 인위적인 행위를 가했을 때, 물은 우리에게 반격을 가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의 자연성을 해치게 되면 반란을 일으킨다. ‘비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편견과 같은 인위적인 관념들을 제거하고 아이들을 바라봐야 한다. 잘못된 인식과 편견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순수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 피그말리온과 낙인이론은 그 현상을 잘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개념의 옷’을 입혀 학습자를 그릇된 인식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판단을 중지해야 한다(epoche). 그래야만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 함양에 힘쓸 수 있다. 자연성을 해치는 순간, 반란이 시작된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사상가 엘렌 케이(Ellen Key)는 “주지주의 교육은 정신적 살인이다. 교육의 비결은 교육하지 않는 데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이들의 자연성에 어긋나는 교육은 인성을 해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노자는 인성 회복을 위한 이상적인 삶으로서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강조했다. 무위자연이란 순수한 자연에 인위적
2016-03-01 09:00학생들은 호소합니다. 선배는 그저 무섭고, 어렵고, 불편한 존재로 여겨진다고. 만만한 게 후배인지라 괜히 지나가는 후배를 붙잡아 꼬투리 잡고 시비 건다고 합니다. 교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동문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상황은 아이돌 가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누가 선배인가를 따지기 위해 나이를 묻습니다. “그럼 내가 한 살 더 많네, 으흠.” 한 명이 갑자기 무게를 잡고 상대방을 하대합니다. “아, 예.” 상대방은 예의를 갖추고 머리 숙여 깍듯이 인사를 올립니다. “그런데요, 제가 일 년 먼저 데뷔했는데….” 나이로 밀리자 연륜을 따집니다. “어…. 데뷔 선배님이시군요.” 갑자기 관계가 역전되고 곧바로 존댓말이 튀어나옵니다. ‘군기’ 잡는 선배 … 무섭고, 어렵고, 불편한 존재 참으로 웃기는 모습입니다. 아니, 가수가 굳이 따진다면 누가 더 노래를 잘하는가를 따져야지 무슨 나이나 데뷔연도를 따집니까. 그런데도 나이, 학년, 입대, 입사 등 연도를 따지고, 연배를 따지고, 기수를 따집니다. 이 때문에 우습지 않은 상황도 발생합니다. “군기를 잡겠다”며 군기반장을 자처하는 선배가 등장하면서 눈꼴사나운 폭언과 폭행 사고도 발생합니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2016-03-01 09:00작은 학교는 성공적인 학교의 필요조건 나는 학교가 작아지는 것이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학교가 작아지는 것은 교육적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인 것이다. 대규모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교육적 성장과 경험보다 집단의 교육적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서지오바니, 1994). 그러나 성공적인 소규모 학교에서는 교육주체인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비전과 철학의 공유를 통해 학교를 변화시키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김춘진, 2010). 이러한 맥락에서 ‘작은 학교’가 성공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성공적인 학교의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정일환, 2005 ; 사토 마나부, 2000 ; 달링-하몬, 2002 ; 서지오바니, 1994). 외국의 연구(코튼, 2001 ; 달링-하몬, 2002)는 소규모 학교의 효과성을 입증하는 주요한 요소들을 지목하였다. 성공적인 소규모 학교는 고도의 자율성을 지니며, 안정적인 심리적 및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며, 자기선택적인 학생집단과 교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성공적인 소규모 학교는 학교계획의 융통성, 자기창조적인 비전과 미션, 투명한 학교운영, 학생에
2016-03-01 09:00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문·이과 구분 및 수능과목 중심의 지식 편식 현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됐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력과 서로 다른 지식을 융합, 활용할 수 있는 창의 융합형 인재양성을 위해 지식위주 암기식 교육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개정방향 및 주요 내용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이 제시됐다. 초·중·고 전반에 걸쳐 학습 후 도달해야 할 6개의 핵심역량을 설정했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융합 사고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이다. 인문·사회·과학기술에 관한 기초소양교육을 강화한 것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이다.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기초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고교 공통과목을 신성하고 선택과목의 다양화를 추구했다. 고교 공통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등으로 구성했다.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과정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초·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SW)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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