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다리는 원래 강 이쪽 사람과 저쪽 사람이 각각 다리를 세워오다가 강 중간에서 만나게 되는데, 당연히 그때가 가장 힘들다. 상대방의 방향과 속도를 헤아려 서로를 맞춰가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정지의 순간도 갖고, 또 어떤 순간에는 제 속력을 잠시 늦추기도 할 때, 적을 형제로 만들 수 있다. 그 속에 이해와 공감은 기본일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신은 그러한 섶다리의 사랑이 아닐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파견교사로 근무하게 된 올해 ‘찾아가는 고교방문 진로‧진학설명회’로 이미 많은 학교를 방문했다. 하루 간격으로 철원, 완도, 상주, 부산을 차례로 오가기도 했다. 700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고3 전체 학생을 모았지만 10명이 되지 않는 때도 있었다. 학교의 모습이 제각각인 만큼 학생들이 내보이는 진로의 무늬도 저마다 놓인 환경과 성장의 속도에 따라 다양했다. 불안감 속 스스로 꿈 키우는 아이들 여러 말들이 오가지만 1시간 동안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성공방식’을 따르지 말자는 것이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고등학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안
2023-06-05 09:10일선학교에서 학교폭력 업무담당자를 책임교사라고 하며, 책임교사는 학폭 사안이 신고되면, 최소 2주에서 최대 3주 이내에 사안을 조사한다. 이후 학폭 전담기구에서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 4가지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다. 책임교사는 관련 학생, 목격 학생, 보호자들에게 사실확인서를 받고, 관련된 사안에 대해 각종 공문을 생산하게 된다. 업무 노하우 쌓을 시스템 구축해야 이러한 학폭업무는 교사들의 기피업무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매년 업무분장 시기만 되면, 학생부장과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정해지지 않아 업무분장 발표를 미루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공립학교에서는 저경력 교사, 복직교사, 신규교사 등이 담당하고, 중등학교의 절반 가까이는 기간제교사가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매우 열악하고, 학폭 업무담당자의 고충이 심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019년, 2020년에 3년 임기의 학폭 전담 장학사를 선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교사로 전직 후 복귀했고, 올해 9월에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이후 경기도교육청은 2021년부터 5년 임기의 전문전형으로 학폭 전담 장학사 선발로 변경하면서, 이들에게 교감 자격을 부여했다. 다만 기존 3년 임기 장
2023-06-05 09:10경기교육은 ‘학생들이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로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율과 미래를 기본으로 균형 있는 사고를 갖추고,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율, 균형, 미래를 교육의 3대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특히 에듀테크를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과 지역교육 협력을 통한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은 경기교육 목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교의 요구, 지역사회의 여건과 환경, 특색을 고려해 학생에게 학습 선택권을 줄 때 가능하다. 무엇보다 단위학교가 교육과정 운영의 지역화, 다양화, 특성화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학습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교육지원청 한계 드러나 하지만 경기도내 31개 시‧군의 현실이 다름에도 6개 교육지원청이 통합 시‧군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자치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통합 시‧군교육지원청 운영은 지역교육협력을 통한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2019년부터 통합교육지원청 미분리에 따른 대책으로 설치 운영 중인 교육지원센터는 운영 규모가 작고, 한정
2023-05-22 09:10‘온고지신’. 교육을 가장 잘 대변하는 한자 성어가 아닌가 생각한다. 교사로서 늘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것으로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그들 또한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를 바란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학창 시절 은사님들이 먼저 생각나지만, 나는 어떤 스승이 될 것인가를 고민한다. 지금은 연차가 쌓여서 생활 지도뿐 아니라 교육 방법에서도 노련해졌다. 그럼에도 교육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도구를익히고 변화에 뒤쳐지지 않고 먼저 나아가려한다. 마음만은 아직 청년이라서가 아닐까. 묵묵히 현장 지키는 자랑스러운 동료들 요즘은 감동적 글귀를 봐도,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벌써 갱년기가 다가오는 것 같아 마음이 가라앉는다. 학기 초 학생들에게 학생 상담을 하면서 ‘오늘은 반드시 너희에게 감동을 줄거야’하며 맘먹어도 매번 먼저 눈물이 터진다. 학생들은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원래 눈물의 장벽이 매우 낮아서 그런 것 같다. ‘매일 늘 처음처럼’. 너무 지당한 말이지만 늘 자기를 연마하고 다독이며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 우리 교사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며 다듬어주는 교사로서의 사명으로 보이는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2023-05-22 09:10챗GPT의 등장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포레스터 리서치는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한다고 분석했다. 에듀테크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교육 현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핵심 기술은 AI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클라우드 기반 AI를 활용해 학생 교육과 교사의 행정 업무를 혁신한 사례가 많다. 다양한 에듀테크 저변 넓어져 교사들이 만든 브라질의 고마이닝은 AI와 데이터 마이닝으로 텍스트 평가와 수정을 분석하고 자동화해 개인화된 피드백과 교사 업무 시간 절감을 실현했다. 교육 기관에서 제공한 자료를 기반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과제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법도 제시한다. 산타 토익으로 유명한 뤼이드 튜터는 학습 자료 제작과 평가 시간을 줄여 교사들이 학생에 더 집중하게 돕고, 중도 탈락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감지해 참여도를 높이는 학습 콘텐츠도 추천한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에듀테크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인 투비유니콘은 AI를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진로 상담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활동 기록을 남기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사들이 NEIS에 학생 활동을 기록할 때 금지 단어,…
2023-05-15 09:10우리의 날인 스승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모든 선생님께 축하를 드립니다. 코로나가 가져온 비대면 원격교육 상황 앞에서 지난 3년간 선생님들이 겪었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제자들의 교육결손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힘을 모았습니다. 서로에게 배워가며 원격교육 기술을 습득하고, 아침이면 제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깨워가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수업결손이 훨씬 적은 학교를 만들어 냈습니다. 삶이 힘든 학부모와 사회의 좌절감과 분노가 때로는 여과 없이 교실로 밀려 들어와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고통을 잘 알기에 묵묵히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니 그동안 길러지지 못한 사회성과 소통능력 때문에 자주 충돌하고, 기초학력 부진으로 인해 수업마저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제자들 앞에서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를 필요로 하는, 내 존재 이유인 학생들 앞에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곤 합니다. 교사의 업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루 결근하게 된 초등 2학년 담임이 보결로 들어올 기간제 선생님께 제공한 하루 일정과 각 시점에서 해야 할 상세한 목록을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하루 동안…
2023-05-15 09:10교육정책적 관점에서 학폭은 매우 다루기 힘든 이슈다. 다른 어떤 교육적 이슈보다 단기간에 특정한 사건에 의해 사회적 관심을 받지만 대책 발표 이후 급격하게 관심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제든 예측하지 못한 측면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어 교육정책당국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슈라는 특성을 가진다. 학폭에 대해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 시기 이후 대략 2013년 초까지는 학폭을 범죄로 인식하고 가해행위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도입 등 강력한 정책을 편 시기라 평가된다. 이후에는 예방 프로그램 적용, 가해학생 조치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완화, 학교장 자체해결제 도입 등을 통해 학폭의 교육적 해결을 위한 시기로 전환됐다. 정도 넘는 학폭은 지원 강화해야 최근 몇 년간 학폭 대책을 논의할 때 ‘교육적 해결’ 방안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적 해결은 학교 외부 힘보다는 학교 노력을 강조하는 것이며, 사건이 발생한 후의 대책보다는 예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다. 어울림 프로그램과 같이 학폭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학급운영이나 수업과정 갈등관리, 학생간 교우관계를 든든하게 할
2023-05-08 09:10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행복하게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는 것은 어려운 역경을 딛고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직업계고에서 배출된 유능한 인재들이 산업현장 구석구석에서 피땀을 흘린 결과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만든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 또한 직업계고 출신 우리 부모 세대와 선배들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 주역에서 존폐 직면 하지만 현재 직업계고는 신입생 충원 실패와 고학력 학벌사회에 따른 인기 하락, 미래산업변화 대응 부족, 학부모들의 직업계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 진로를 담당하는 교사들의 직업계고에 대한 정보 부재, 10~20%를 제외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이 입학하는 학교 등 부정적인 측면으로 위기의식을 넘어 존폐에 직면해 있다. 이런 위기를 일찍 예견하고 농생명산업, 공업, 상업·정보, 수산·해운, 가사·실업 계열 고등직업교육 학회와 각 계열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교장단협의회 등에서 직업계고 학생 구제를 위해 사명의식을 갖고 노력해도 결과는 늘 그 자리였다.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필자는 다년간 선행문헌뿐만 아니라 관련 SNS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을 분석했다. 또 학교현장을 찾아가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2023-05-08 09:00지난 2010년 경기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최초로 제정된 이후 진보교육감이 주축이 된 서울, 광주, 전북, 충남, 제주 등 6개 지역에서 잇따라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됐다. 10년이 넘은 지금, 오히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 또는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충남의 경우에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도의회에 상정된 상태이고, 서울시는 주민발의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원 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경기도도 올해 개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교육현장 부작용 양산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인권 의식 향상, 권리 존중 등 몇 가지 장점은 있었지만, 교육 현장에서 여러 가지 폐단과 부작용, 그리고 학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등 과도한 부작용을 낳았다. 오로지 학생 인권만 강조하고 책임의식은 빠진 채 학생들의 권리와 주장만 내세운 결과 교사들의 사기와 권위가 땅바닥까지 떨어졌다. 주변을 보면 수업 시간에 이뤄지는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조차도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생활지도의 어려움으로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학생 지도 사례를 해외에서 찾아보면 우리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인권 선진국으로 불리는 영
2023-05-01 09:10요즘 교육 현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코 챗GPT다. 출시 5일 만에 100만 명, 2개월 만에 월 사용자 1억 명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교육계 역시 챗GPT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 전 직원들이 챗GPT 연수를 받고, 교육청에서 각종 특강과 연수를 운영하고 있다는 기사가 넘쳐난다. 그 와중에 지난 2월, 국내 국제학교 학생들이 챗GPT를 사용해 영문 에세이 과제를 제출했다가 전원 0점 처리됐다는 소식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우선 AI가 교육에 필요한 이유 살펴야 많은 교육 기관에서 챗GPT를 교육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각 교과에서 챗GPT의 교육적 활용 사례를 자료집으로 만들어 배포하고, 수업 사례를 나눈다. 그런데 무언가 너무 조급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교육에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슬쩍 빠져 있다.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이 적절한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보다는 마치 ‘우선 활용하고 생각해볼까?’라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교육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기에 앞서 우리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할
2023-05-01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