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아침 일찍 길을 떠났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하는 여행은 늘 가슴이 설렌다. 오전 여덟시. 숙소를 떠난 우리부부는 부산역에서 9시19분발 S트레인 제4871호 열차에 올랐다. 향긋한 경유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길 무렵 스피커에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이 열차는 9시30분 부산역을 출발하여 구포, 진영, 창원, 마산, 진주, 북천, 하동, 순천 그리고 종착역인 여수엑스포에 도착합니다. 고객님들의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 저희 직원 일동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내 멘트가 끝나자 기차는 드디어 그 육중한 몸을 서서히 꿈틀대기 시작했다. 시속 60킬로미터 정도로 차분히 굴러가는 기차는 더없이 편안했다. 철로를 스치는 바퀴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정겹다. 눈을 지그시 감고 차창 밖으로 끊임없이 스쳐지나가는 평화로운 산야를 흥미롭게 감상한다. 때 이른 6월의 불볕더위가 이곳 구포 접경으로 접어들자 이미 저만치 뒷걸음질을 치는 듯하다. 아니 오히려 세상은 온통 청량한 색깔들로 가득하다. 아, 좋다! 좋다는 말 이외에 어떤 형용사가 더 필요하단 말인가. 좌석을 잡은 손은 가볍고 엉덩이는 들썩여진다. 창가에 앉은 아내는
2014-08-11 13:40지난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중국의 명승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타이항 산 대협곡을 다녀왔다. 타이항 산과 함께 유명해진 허베이 성 석가장은 석 씨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한족의 발상지인 황하의 북쪽에 위치한다. 25일 오후 10시 10분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2시간 20분이 걸려 석가장의 정정공항에 착륙한다. 석가장은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느려 현지 시각은 11시 30분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1시간 정도 시내로 이동해 숙소인 화팅 호텔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입구에서는 ‘한국고객님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 로비에서는 따뜻한 물수건‧차‧방울토마토를 들고 반갑게 맞이하는 직원, 방에서는 탁자 위에 놓인 ‘최선을 다하겠다.’는 멘트와 침대의 종이학이 잠자리를 편안하게 해준다. 여행은 삶에 활력을 만들어내는 행복충전소다. 늦게 잤지만, 일찍 일어나 아내와 함께 호텔에서 가까운 호수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다. 여럿이 모여 운동을 하거나 색소폰 연주 등 취미생활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여유로워 보인다. '늘 처음처럼'이라고 직원들의 질 좋은 서비스가 호텔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조운묘로 가는 차…
2014-08-07 15:40초복을 지난 오일장은 옥수수, 고구마 줄기, 열무 등속의 푸성귀로 넘쳐난다. 장날 이른 아침 시골버스 문이 열리면 내리는 사람은 대부분은 할머니들이다. 장날을 맞아 물리치료도 받고 휴가 온 자식이며 손주에게 줄 먹거리라도 산다고 서두르지만, 마음만 앞서간다. 여름 아침 시장은 부산하고 혼잡스럽다. 시원찮은 걸음으로 인파를 헤치며 이곳저곳 가격을 알아보는 할머니 중 꽃무늬를 수놓은 모시 저고리를 입은 할머니가 눈에 띈다. 모처럼 읍내 외출한다고 손질해 놓은 모시옷을 입은 모양이다. 모시옷! 이는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삼베와 더불어 여름 한 철을 지내는 중요한 옷이다. 하지만 손질과 관리가 까다로워 한량들이나 입으면 제격이라고들 한다. 양잿물에 담가 햇볕에 바래고, 풀을 먹여 다림질하여 입으면 그 까슬함은 칠팔월의 염천도 쫓아낸다. 하지만 이 하얗고 연푸른 까슬함 뒤에는 우리 여인네의 한이 숨어 있다. 그 한이 얼마나 진했으면 길쌈을 애쌈이라고도 하였을까? 나의기억 속 어머니는 농번기를 제외하곤 사시사철 한평생 모시를 손에 놓으신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어떤 때는 밥에도 반찬에도 모시 나래끼가 들어 있는 적도 있었고 이게 원인이 되어 음식 정갈하게 못 한다고 아
2014-08-07 15:27미래사회 트랜드 가운데 하나가 '통섭과 융합'이다. 그래서 교육분야에서도 문과, 이과의 통합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인문과 결합하지 않은 기술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한 스티브 잡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통섭’하고 ‘융합’하는 균형 잡힌 인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최근 몇 년간 인문학 관련서가 쏟아졌고, 각 기관이나 대학에서도 인문학 관련 강좌를 수없이 개설하고 있다. 인문학이 마치 편향된 사회를 위한 만병통치약처럼 거론된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어떤 식으로 중요한지 잘 설명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문학은 정말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은 아직도 거리가 있다. 누구에게든 갖다 붙이기만 하면 융합적 인간이 되는 걸까? '엔지니어의 인문학 수업'을 쓴 새뮤얼 플리먼은 이 질문에 단순하게 대답한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엔지니어에게는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인문학을 말해 주려 하는 대상은 바로 엔지니어, 공학도다. 엔지니어가 직업의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하느라 균형 잡힌 인간이 되지 못하고 삶의 결핍과 불만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인문학과 교양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2014-08-07 15:14유럽의 신화는 알프스 산맥 이남 지중해 지역에서 생겨난 그리스 신화와 알프스 산맥 이북의 광범위한 유럽지역에 퍼져 있는 북유럽 신화가 있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 신화는 큰 인기를 누리지만, 그에 못지않게 재미있는 북유럽 신화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반지전쟁, 호빗, 해리포터 등과 같은 소설, 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에 힘입어 많은 관심을 끌게 되었다. 북유럽 신화에서 주를 이루는 것은 신들과 거인, 난쟁이들이 서로 대립하며, 수많은 형태의 내기, 겨루기, 보물, 모험 등이다. 1. 신과 거인의 조상 태초의 거대한 생명이 탄생하니 태초 거인 이미르와 거대한 암소 아우둠라 한 마리가 저절로 생겨난다. 태초 거인 이미르는 아우둠라의 젖을 먹고 살았다. 암소는 소금기 섞인 돌을 핥고 살았다. 암소가 소금 돌을 핥자 남자 부르(Buri)가 생겨나고 그가 신들의 조상이다. 그는 아내도 없이 혼자서 아들 ‘뵈르’를 낳았다. 뵈르는 뒷날 거인 여인 베스틀라와 짝을 이루어 오딘, 베, 빌리 세 아들을 낳는다. 그리고 태초 거인 이미르는 젖을 먹고 열심히 잠을 자면서 계속 거인들을 낳았다. 뵈르의 아들들은 거인들이 이렇게 많아지자 거인 이미르를 죽였다. 이때 거인의
2014-08-07 14:16홍콩과 마카오는 반환된 후에도 당분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중국과는 엄연히 다른 나라로서 이민국을 통해야 입국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홍콩과 마카오 여행은 필수코스지만 중국 정통의 분위기를 만나볼 수 있는 심천은 선택코스에 해당한다. 심천(Shenzhen, 深圳)은 홍콩과 경계를 이루며 주룽반도의 북부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선전강 연안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1979년 경제특구로 선포된 심천에 대해 알아보면 중국 남부의 광둥성 땅으로 강과 호수가 많아 심천이라는 지명이 유래됐다. 해안가 항구도시의 지리적 이점 때문에 해상무역이 발달하였으며, 사계절 꽃이 피어나는 아열대 해양성 기후로 주변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또한, 등소평의 개방과 개혁의 산물로 만들어진 중국의 홍콩이다. 홍콩을 찾는 여행객의 중간 기착지이며, 평균연령이 30세에 불과한 젊은 도시로 주민들의 생활 수준과 교육수준이 높다. 중국부자의 30%가 사는 4대 금융도시로 1천여만 명이 거주하는 신흥 산업도시이며, 제주도를 모델로 만든 깨끗한 도시이기도 하다. 남녀비례는 1:7로 불균형을 이룬다. 홍콩과 심천을 연결하는 KCR 기차에 올랐다. 일등석이라 의자의 쿠션이…
2014-08-04 10:15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화려한 명품 거리,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야시장, 형형색색의 화려한 간판. 홍콩은 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팔색조 매력의 도시다. 아침 일찍 일어나 1시간 넘게 호텔 주변을 걸었다. 덕분에 다양한 벽화, 아침 운동하는 노인들, 복권판매소 앞 풍경, 도심의 교회, 베란다 밖으로 빨래를 걸어놓은 모습 등을 관찰했다. 복권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똑같은가보다. 홍콩에는 복권을 사기 전에 꼭 가는 사원이 있을 정도로 복권이 생활화되어 있다. TV를 켜고 한류열풍도 확인한다. 홍콩의 신랑은 신부 측에 사례금을 지불하고, 호텔에서온종일 이어지는 잔치까지 책임져야 하니 부담이 크다. 초대받은 하객들은 마작을 하고 음식과 술을 즐기는데 신랑, 신부는 피로연 내내 옷을 갈아입고 테이블을 돌면서 건배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결혼식 전에 신랑은 신랑대로 신부는 신부대로 각자의 친척과 친구들을 불러서 잔치를 벌인다. 이때 신랑이 친구들에게 하루 고생해달라고 돈이 담긴 봉투를 준단다. 홍콩에서 가장 높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국제상업센터 100층에 자리한 스카이100 전망대에 오르면 홍콩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100층을 오르는데 단 6
2014-08-01 10:17홍콩(Hong Kong, 香港)은 중국 광둥성 남동부에 위치하는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이며 주도는 빅토리아다. 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홍콩에 대해 알아보면 면적이 서울의 약 1.8배로 마카오에서 약 64㎞ 거리에있다.아열대성 몬순기후로 홍콩 섬․주룽반도‧신계‧235개 도서를 포함하며, 주민의 92%가 중국인으로 광둥어를 사용한다. 종교가 다양하지만, 대다수가 불교와 도교 신자이며, 시차는 우리보다 1시간 늦고, 화폐는 우리 돈 133원 정도에 1달러인 홍콩달러를 사용한다. 또한, 역사가 짧은 다민족, 다문화 국가이다.무관세국가로 물가를 자율에 맡기며, 부자들이 사는 바닷가의 땅값이 비싸고, 남자들은 결혼 지참금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 부채가 1원도 없는 나라로 여성‧노인‧장애인의 천국이기도 하다.학비‧집값‧전세가 제일 비싸고 빈부격차가 심한데도 풍족한복지혜택을 누려 행복지수가 무척 높은 나라다. 하지만 '가난은 나라님도 구할 수 없다'고 길거리에서 폐휴지 줍는 노인도 있다. 마카오에서 홍콩은 페리를 타고 50여 분 간다. 페리 터미널에 가면 1층은…
2014-07-31 10:39지난 3월 아내와 홍콩, 마카오, 심천을 구경하고 왔다. 15일 오후 1시 30분 인천을 떠나 마카오에 도착하고 여행을 마친 후. 마카오를 떠나 기내에서 밤을 보내고 18일 새벽 4시 30분경 인천에 도착하는 짧은 여행이었다. 첫 여행지 마카오(Macau, 澳門)는 홍콩에서 약 64㎞ 거리에 위치하는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 특별행정구이다. 1999년 12월 20일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마카오에 대해 알아보면 면적은 제주도의 1/60로 국토의 2/3가 매립지이며, 인구는 58만 명이다. 광둥어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며, 화폐는 마카오 파타카로 환율이 홍콩달러와 비슷하다. 또한,카지노지구와 역사지구로 구분한다. 마카오는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나 아시아의 작은 유럽이라는 수식어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카지노가 24시간 불야성을 이룬다. 더불어세계문화유산이 30곳에 이르며, 동서양의 이색 축제와 기상천외한 쇼들이 어우러지는 별천지다. 관음당은 마카오의 3대 사원 중 하나로 600년의 역사를 지닌 고찰이다. 규모가 작지만, 입구에 들어서면 외관을 도기 기와로 한껏 멋을 내 화려하다. 18개의 현인상이 자리한 관음상 주변에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폴로도 현인으로…
2014-07-28 11:02지난해 팔월, 말복을 지났지만, 태양은 대지를 불태울 기세였다. 며칠 전부터 천정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그래서 위층 화장실 바닥을 해부하기로 했다. 해머 드릴의 진동과 파열음이 더위를 더하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비지땀을 흘리는 아저씨를 보니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덥고 힘들지요?” 냉수 한 병을 내밀자 “이게 원래 제 일인데요.” 감사를 표한다. 산다는 것! 어쩌면 지금이라는 여러 형태가 씨줄과 날줄로 오늘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지금 최선을 다하면 행복은 가까이서 미소를 짓지만, 게으름은 수시로 고개를 내밀어 행복을 밀어내기 일쑤다. 이런 지금의 소중함을 되새김해준 책이 바로 정호승의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였다. 이 월말이었다. 치매로 어머니를 여의고 십오 년 동안 홀로 지내시던 아버지께서 아흔을 눈앞에 두고 뇌출혈과 신장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장례 기간 내내 주말도 없이 종종걸음친 상흔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 하지만 그 후 찾아온 허전함은 우울증을 동반하여 마음의 근간을 흔들기도 했다. 이런 흔들림을 잠재우고 마음을 다독여 준 책이 바로 정호승의 산문집이다. 이 책이 던져준 치유의 깨달음은 두 가지다. 그 첫 번째 속삭임은 ‘
2014-07-23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