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이면 도시가 된다. 도시로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먼저는 생활의 편리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직업을 위해서든 교육 때문이든 결국 사람들을 모이게끔 하는 뭔가의 이유가 도시에게 있으며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도시의 위용을 갖추게 된다. 현재도 그렇거니와 과거에도 수 많은 도시들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 왔다. 유서깊은 도시는 그만큼 사람들이 왕성하게 모여 활동을 했다는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와서 도시의 필요성을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감지되고 있다. 아마도 감염병에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때문이다. COVID-19 로 시작된 팬데믹 위기는 시작일 뿐 앞으로도 생각지도 못한 감염병이 인류를 지속적으로 위협할 것임은 분명하다. 감염병의 창궐은 현대의 도시의 모습을 변형시킬 가능성이 크다.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단순한 방법은 흩어지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도시를 쪼개는 것이다. 감염병 뿐만 아니라 기후 재앙이라고 불리는 재난이 도시를 위협하는 존재로 남아 있다. 산불, 허리케인, 홍수, 가뭄, 지진 등 천재지변은 도시를 사라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2021-09-23 09:53인간관계의 고통 나는 모임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한 번 가입한 모임은 쉽게 나오지 못한다. 모임을 즐기는 편은 더욱 아니다. 모임의 총무 역할 때문에 나오고 싶어도 빠지지 못하는 모임도 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모임을 못한지 1년 반이 넘었다. 그런데 모임을 하지 않아 오히려 마음이 편한 측면도 있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만든 모임이라 오래된 모임이지만 만날 때마다 괴로움을 안기는 친구가 있어서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말을 끊지 않고 그것도 큰 소리로 계속해서 말하는 친구다. 다른 사람의 말은 들을 생각이 아예 없으니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순간까지 들어주다보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아프다. 모임에 가서 친구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수다를 떠는 것은 가끔 재미를 안긴다. 그런데도 그 친구 말을 들어주다보면 뭘 먹었는지 음식 맛조차 생각이 안날 정도로 정신이 혼미하다. 학창 시절엔 말없는 친구였는데 그렇게 변할 걸 보면 사람의 모습은 천차만별로 변하는 모양이다. 오늘의 나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곱게 늙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럴지도 모르지 않은가.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엄청난…
2021-09-23 09:409월 14일오후 두 시, 수강생 7명이 모두 모였다. 여기는 권선구 구운동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경로당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스마트폰이 즐거워‘ 수업을 하기 위해서. 오늘이 4회차 수업인데 진도를 나갈수록 배움의 열기가 뜨겁다. 오늘은 또 무엇을 배울까? 손 안의 컴퓨터라는 스마트폰 활용법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업이 있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 기다려진다. 경로당 어르신들, 정보화 시대에 정보 소외 계층이다. 정보 사각지대에 놓였다.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교류를 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 겨우 한다는 것이 전화걸기와 받기다. 초보를 간신히 벗어난 분은 문자나 카톡 보내고 받기 하는 정도다. 모르는 것 자식에게 물어보면 처음엔 가르쳐 준다. 다시 물어보면 자식이 답답해 하면서 면박을 준다. 결국 스마트폰 배우기를 포기하고 만다. 세상과 동떨어지는 출발인 것이다. 김재섭 경로당 회장은 수원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아파트 학교 네모의 꿈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지원 통보를 받았다. ’스마트폰이 즐거워‘ 수업을 11월 11일까지 총 10주간 20회차 40시간을 배운다. 경로당이 교실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 주에는 강사가 제시한 단락을
2021-09-23 09:09현재 서울과 수도권은 70일이 넘게 4자리수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루 2000명 안팎의확진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그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심각 단계인 4단계를 장기간 유지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이에 학교 현장에서는 한동안 전면 원격 수업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2학기 개학과 더불어 4단계 조치를 부분 수정해 학교급별로 1/3 등교 내지 2/3등교를 원칙으로 하다가 이젠 전면 등교로 확대하고 단위 학교에 그 결정권을 주는 조치가 이뤄졌다. 필자가 재직하는 고등학교는 2학기 개학 후에도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고3은매일 등교를원칙으로 하고 1, 2학년을 교대로 1/2등교를 진행했다. 학생 전체로 봤을 때 2/3등교를 유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1학기 말 이전부터 교육부는 2학기를 대비해 전면 등교의 방침을 언론을 통해 밝히면서 이에 대한 현장의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심지어 실행을 은근히 압박하는 가운데 학교 현장의 방역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각급 학교가 개학한 8월 중순 이후 여전히 완화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자 결국 학생 등교비율을 2/3~전면등교범위 내에서 그 결정권을
2021-09-15 10:44음력 팔월 초이레, 여름은 저만치 비켜서고 가을이 익어가는 아침, 햇살의 사선이 눈까풀에 투과된다. 어젯밤 쓸쓸한 긴 여운으로 남은 풀벌레 울음소리도 사선과 함께 황금빛 들녘으로 쓸려나간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고르지 못한 가을장마가 얼마간 계속되었다. 간간이 드러나는 파란 하늘 아래 올리브그린 들녘이 해풍을 맞으며 황금 물결로 번져 간다. 그 출렁임에 추석의 그리움은 진하게 유년으로 달리며 몇 번의 머뭇거림을 한다. 하지만 일상을 더듬으며 스마트폰 뉴스 앱을 여는 순간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여기저기 솟아나는 정치와 경제 이야기,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진 삶의 모서리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에 지축은 흔들리고 카오스 상태가 되어 멀미가 날 지경이다. 그리움의 서정을 두른 자신의 감성이 겁이 난다. 그래도 추석을 앞둔 기다림의 시간은 누구도 멈추질 못한다. 추석을 앞둔 읍내 시장 주변 풍경이 분주하다. 허리 굽은 어르신은 참기름 집, 고추 방앗간에 이고 지며 드나든다. 한여름 태양 아래 말린 태양초는 고춧가루로, 푸르스름한 깨나무를 마름질하여 깻단으로 만들어 조석으로 세우고 떨고 키질하여 말린 참깨는 깨끗한 물에 헹궈 말려 불김을 입은 후, 압착…
2021-09-12 20:51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노인 인구 비율이세계 최고를 향해 가고 있다. 반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귀하다는 얘기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마을의 이웃들이 함께 돌보며 마을에 있는 물적자원들을 적극 지원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학교만이 아이를 책임지는 분위기에서 마을이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학교 교육과정 안에 마을 교육과정이 들어와 있다. 학교 교사만교육을 짊어지는 게 아니라 마을 주민들 중 자원하는 이들이 프로그램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교육에 대한 책임 주체도확대되고 있다.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보호하고 키우는데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곳곳에 마을교육공동체가 확산되고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 등이 많다고 본다. 마을선생님이라는 제도가 정착하고 있지만 예산에 종속되는 감이 없지 않다. 지자체에서 교육경비 명목으로 학교로 교부하는 예산은 강사비로 쓰게 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외부강사로 다양한 분들을 학교 안으로 모신다. 양적인 면으로는 프로그램 숫자가 많아져 활성화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질적인 면은 평가하기아직 모호하다.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 프로그
2021-09-12 20:46감사는 감동과 사랑의 합성어 미국 켄터키 대학 병원의 데이비드 스노던 박사는 감사와 건강의 상관 관계'를 오랫동인 연구했습니다. 그는 미국 내 일곱 군데 수녀원에 있는 수녀들을 대상으로 수십 년 동안 생활습관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감사하는 마음과 긍정적인 자세를 지닌 수녀들과 불평이 많고 부정적이었던 수녀들을 비교한 결과, 긍정적인 수녀들의 수명이 평균 7년 정도 더 길었을 뿐 아니라 뇌세포의 파괴 정도도 덜했다는 것입니다. 예전부터 낙천적인 사람이 더건강하고장수한다는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느린 듯, 게으른 듯살며 욕심을 덜 부리는 사람에게 질병도 관대한 모양입니다. 이는 몸과 마음이 하나임을 나타냅니다. 몸이 힘든데 마음이 편할 리 없고 마음이 절망적인데 몸이 건강할 리 없습니다.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속도를 늦추고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관조하먀 사는 지혜를 너머 감사하는 태도가 답이 분명합니다. 반면 성미가 급하여 욱하여 화를 잘 내는버릇을 가졌거나 욕심이 과도하여 매사에 일희일비 하는 사람의 건강이 좋을 리 없습니다. 화를 내면 피가 머리로 쏠려 순식간에 혈압이 상승하니 몸에 불이 난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퇴임 몇년…
2021-09-10 15:46"지르렁 지르렁 지렁 지렁 지르렁” 작은 방울을 흔드는 것처럼 계속해서 울어대는 가을벌레들 때문일 것이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유난히 잠이 많은 나에게 이런 일은 드문 일이다. 어쩔 수 없어 책 한 권을 들고 같이 자는 사람을 방해할 수 없어 거실로 나왔다. 제법 서늘한 바람이 창문을 넘어서고 그 사이로 내가 사랑하는 화단에는 무수한 꽃무릇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꽃망울을 땅으로부터 밀어 올리고 있다. 겨우내 푸른 푸른 잎으로 창창하던 모습이 사라진 자리에 그리움처럼 붉은 꽃이 피어난다. 이제 곧 '어리석자의 정원'에 붉은 꽃잔치가 열릴 것이다. 가지고 나온 책의 제목은 『인생의 황혼에서』였다. 이 책은 헬렌 니어링이 수많은 글에서 깨달음을 얻었던 부분을 모아놓은 노년의 삶에 대한 명상서이다. 예전에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그녀 부부의 이야기를 쓴 다른 책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와 건강한 자연 요리에 대한 책 『소박한 밥상』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늘 바쁘고 정신없는 삶을 사는 나는 그녀의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동경하였다. 이 책의 저자인 헬렌 니어링은 남편 스콧 니어링과 1932년 도시를 떠나 낡은 농가
2021-09-09 13:42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시행! 이를 두고 최근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제도 시행의 주체인 교사들의 반대와 유보 요구가 70% 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새로운 제도를 준비하는 기간이 꽤 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제도에 합당한 기본적인 실행 여건을 갖추지 못한 채 강행하기 때문이다. 날로 마찰음이 커지는 가운데 교육부는 2023학년 고1(현 중2)부터 일반고에 단계적으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고 일정을 못박음에 따라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교육계는 대입제도 확정 없는 ‘밀어붙이기’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도입 일정만 못박는 일방행정과 이행 법률만 강행 처리하는 입법독주로 안착, 성공할 수 없다”며 “다양한 교과목을 가르칠 정규교원 확충과 도농 학생 간 교육격차 해소방안부터 명확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마저 “고등학교별 역량이 균질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농산어촌학교나 소규모학교에서는 교원 1인당 담당해야 할 과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학생의 진로나 흥미를 고려한 교육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구조적으로 대도시 학교와 지역 학교의 격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2021-09-08 12:42인생의 길잡이 책 여행길에 단 한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고를 것이다. 365일 동안 금언처럼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된 책이다. 붓다의 어록을 바탕으로 깔고 있지만 현대적이고 시사적인 문제들을 함께 다루고 있는, 매우 세련된 책이다. 책을 읽을 수 없는 날, 마음이 불안한 날, 삶이 서글픈 날,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싫어지는 날에는 친구를 찾듯 이 책 속으로 숨곤 한다. 이젠 책장이 닳아서 너덜거리지만 그래도 가장 눈길이 가는 책이다. 누군가 나에게 딱 한 권의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젊은 날 나는 성경을 달고 살았다. 힘든 서울 생활 속에서 주경야독의 시간을 견뎌낼 때, 내 곁에서 스승의 역할을 해준 건 성경의 잠언과 시편이었다. 나에겐 여러 권의 성경이 있다. 내 신앙생활의 길이만큼, 깊이만큼 책장 곳곳에 자리한 성경책. 그러나 목회자에 데인 상처로 성경마저 내 곁에서 밀어낸지 10년이 다 된다. 그 성경을 믿는 사람들이 보여준 다양한 형태의 눈속임에 질려서 교회를 뛰쳐나오고 말았지만 후회는 없다. 종교도 사람이 만든 것이니 어찌 완벽하랴! 그럼에도 내 인생을 지켜낸 일등공신은 성
2021-09-02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