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보편적인 기대는 과거를 잊고 새로운 정치, 민생을 위해 일하는 국회를 바라는 것이다.하지만 이는 매번 좌절되고 절망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도 초반부터 ‘제 버릇 개 못 준다’ 하듯이 과거의 기억만 들추어내면서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찬 채 희망 고문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 이외의 우리의 다른 문화는 어떤가? 2년 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의 기고문을 다시 인용해 본다. “사십 년 가까이 한국에 살면서 한국을 예리하게 관찰해온 영국인 기자 마이클 브린은 『한국, 한국인』에서 지난 오십 년간 우리가 경제발전 기적과 정치 민주화 기적을 이룩한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질문한다. 이제 한국에서 제3의 기적이 가능할까. (…) 마이클 브린은 외국에서 깜짝 놀랄 한국의 제3의 기적은 ‘문화’가 될 것으로 본다. (…) K-Pop, K-드라마뿐 아니라 K-뷰티를 넘어 예술적 감각이 내재된 가전제품, 스마트폰, 조직문화, 교육의 탁월함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한국 의료체계 및 의료인들의 우수성과 헌신이 또 다시…
2022-09-14 16:19메이슨 커리는 2013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예술가들의 일상을 담은 『리추얼(Daily Rituals)』이란 책을 발간했다. 원래 ‘리추얼’은 ‘의식(儀式)’을 의미하는 단어로,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엄격한 태도이자,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 행위이다. 하지만 엄숙한 의미를 지닌 뜻과는 달리 ‘개인의 삶에서 규칙적으로 행하는 습관적인 일’이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 책은 토마스 홉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지난 400년간 가장 위대한 창조자들로 손꼽히는 161명의 완벽한 하루에서 찾아낸 결정적 리추얼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을 집필 관련 일을 하고 오후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하며 저녁 9시에 잠들었다고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고 한다. 칸트는 매일 정확한 일정 시간에 동네를 산책하여 이웃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로 사색을 즐겼다고 한다. 그 밖에 소설가, 시인, 극작가, 화가, 철학자, 영화감독, 과학자들이 창작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2022-09-07 16:50“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뿐이 곱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인 가슴안고 눈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이 노래는 수십 년 전 가수 나훈아가 불려왔던 고향역 가사이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노랫말의 여운이 시골 간이역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물결을 떠올리며 추억의 애잔함을 몰고 온다. 완행열차가 다니는 간이역, 철로 이음매에 부딪히는 철커덩거림이 빨라질수록 마음은 벌써 흙먼지 날리는 신작로를 지나 어머니가 기다리시는 고향집 동구밖에 선다. 이런 설렘과 기다림은 아마 50대를 넘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정서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변했다. 세월이 흘러 고향에는 이뿐이도 곱뿐이도 사라진 지 오래며, 고속철도로 간이역은 없어지고 예전처럼 눈물겹도록 반겨줄 사람은 모두 떠나고 없다. 더구나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코스모스 핀 가을길과 추석에 대한 정서를 살펴본다는 것은 장마철 잉크 빛 가을 하늘을 그리워하는 모양새다.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은 코스모스이다. 꽃말은 소녀의 순정이다. 코스모스 하면 어릴 적 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 연습한 기억이 새롭다. 학교에 오갈 때 동무
2022-08-31 20:52일찍이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고 했다. 짐작컨데 나무 심기는 세상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인 것 같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20년 전에 근무하던 학교를 들렀다. 식목일에 학교 울타리를 따라 걷다보니 나무를 심었던 곳에 다달았다. 당시 한 그루, 한 그루의 작은 묘목들이 제법 자라 이제는 필자의 키를 훌쩍 넘었다. 학생들과 함께 심었던 나무들이 무럭무럭 성장한 모습에 순간 감개무량했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가 말년에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작품이 있다. 불과 4000여 단어로 이뤄진 짤막한 글이다. 앙드레 말로가 20세기 프랑스 대표 작가 3인 중 하나로 꼽았고, 헨리 밀러 역시 “장 지오노는 프랑스와도 바꿀 수 없는 작가”라며 그의 문학성과 평화주의, 인류애를 칭송했다. 이 책은 ‘나’라는 사람을 통해서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주인공의 고독하지만 위대한 삶을 다뤘다. 잠시 책 속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가려고 한 곳에 이르자 그는 땅에 쇠막대기를 박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구멍을 파고는 그 안에 도토리를 심고 다시 덮었다. 그는 떡갈나무를 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그의 땅이냐고 물었다
2022-08-24 16:14교육부가 이르면 2025학년도에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존치를 포함한 새로운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전면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2025 자사고 폐지 및 일반고 전환 정책’을 변경해, 자사고 존치, 외국어고(외고) 폐지로 가닥을 잡은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다. 당시 발표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는 부실 자사고 정비, 지역우수거점학교 운영, 융복합 인재양성 기관으로 역할 전환 등 기존 자사고 부작용 보완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기존 자사고의 병폐이자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등록금 과다, 사교육 심화, 고교서열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방안'도 사회적 의견 수렴 과정에서 고려할 요소로 꼽았다. 최근 교육부는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설명 자료에서 연내 자사고 존치, 외고 폐지를 포함한 시안을 마련하고 향후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2024학년도에 시범 운영하고, 2025학년도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발표된 고교체제 개편 추진 방향과 일정이 그대로 확정돼 적용될 경우, 현재 중학교 제1학년 학생들은 물론 중학교 제2학년 학생들에게까지 새로운 입시로 큰 부담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교육부는…
2022-08-16 14:12매년 찾아오는 8.15 광복절,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이 된 날이 올해로 77주년을 맞이한다. 올해도 한·일 관계 역사의 재조명은 우리의 숙명처럼 다가온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들은 우리 역사에 결코 우호적인 이방인이 아니었다. 지금도 친근한 이웃은커녕 혐한 사상을 가지고 대낮(白晝)에 그들의 심장인 도쿄에서 재일 한국인에 대한 테러와 헤이트스피치를 실시하고 자신들의 안보를 핑계 삼아 한국의 주요 산업의 목줄을 끊으려 한다. 과거 일본이 우리 역사에 남긴 피와 상처는 물론 어둠의 그늘은 우리에겐 온갖 굴욕의 역사였다.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늘 한반도로 넘어와 약탈과 침략으로 이 땅에 흉한 궤적을 남겼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섬나라 일본의 대륙 진출에 대한 야욕이 침략과 약탈의 원인으로 작동하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 역사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우호적인 이웃이기보다는 셀 수 없는 악행의 주인공으로 치욕과 오욕의 역사를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의 두 전범 국가인 일본과 독일은 그동안 너무도 다른 길을 걸어왔다. 독일은 나치의 전범들을 지구촌 어느 곳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색출해 역사의 심판을 받게 했다. 지
2022-08-13 15:53최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자는 박순애 교육부장관의 발언이 논란이다. 이 사안은 이미 2005년 10월 11일,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교육부 확인감사에서 제안했다가 국민적 반발로 물러선 바 있다. 그 당시 임태희 의원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젊은층의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취학연령을 2년 정도 앞당겨야 한다. 현재 초등 만 6세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고 학기 시작을 3월에서 9월로 변경할 경우 취학 연령이 2년 정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또 초등 과정을 1년 줄이는 등 학년을 단축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초등 입학시기가 현재 통상 8살에서 6살로 2년 당겨지고, 고교 졸업시기도 17살, 대학 졸업시기는 21살로 앞당기게 된다. 이는 사회 조기 배출로 20~40세까지의 경제활동 인구가 2002년 대비 2010년에 1.4% 감소, 2030년에 16% 정도 감소하는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다” 이미 폐기된 안건을 다시 들먹이며 "초등학교 입학연령 만5살로 하자" 는 학제개편 제안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이는 유아교육과 아동 발달 수준을 무시하고 경제 논리에 입각한 학제 개편이라고 생각한다.
2022-08-08 16:48온 나라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문제로 들끓고 있다. 찬성보다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다. 학부모, 교사, 교육계 인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절대적인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교육부 장관은 “선진국 수준의 우리 초등학교를 활용해서 아이들에게 교육과 돌봄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안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부모 부담을 경감시켜 보자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며 “학제 개편은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표한 섣부른 판단으로 누가 봐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책이다. 특히 당사자인 학부모가 우려하고 반대하는 것은 그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결코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밖에 정책 기반의 합당한 이유라는 사항들도 명분은 국가를 위한 정책인 것처럼 들리지만 이는 국민적 의견수렴과 합의도 거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정치적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유아들의 정서와 신체적 발달 과정, 인지과정을 무시한 아동학대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치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추세는 초등학교의 입학 연령을 하향하는 경향이라 한다. 하지만 이는 해당 국가들의 고유한 문화적 토양과 국민의 교육 의식에 근거한 것으로 우리와는 근본적으
2022-08-03 16:55장마가 끝나자 하늘은 더없이 파래지고 솟아오르는 흰 구름은 상큼한 바람을 탄다. 이제야 여름의 주름진 얼굴이 펴진다. 그 얼굴 한가운데 8월은 뜨거운 태양 아래 짙푸른 녹음을 두르고 진한 향기로 익어간다. 자연에 있어 시간은 중요하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풀과 나무, 실과들은 자연의 시계에 순응하며 자신의 할 일에 한 치의 게으름이 없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자신의 기대 가치에 따라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의미 부여를 달리한다. 그 이유는 모두가 가진 진실한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마음이 있다. 이 마음은 고귀한 영혼과 연결되어 있어 언제나 지혜로움과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7월의 마지막 주말, ‘지구와 함께하는 알뜰장터’가 유배문학관 잔디밭에서 열리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뜨거운 햇볕 때문에 망설였을 것인데, 태풍의 간접영향으로 낮게 드리워진 구름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풀밭에 설치된 이동식 물놀이장은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였다. 음악과 더불어 풍덩풍덩, 아이들의 즐거움은 여름 더위를 날리고 있었다. 꽃보다 더 예쁜 얼굴, 활짝 핀 웃음꽃은 여름 하늘을 덮는다. 그래 너희들이 보물이다. 저 짙푸른 여름의 녹색보다 더…
2022-08-03 14:14삶에 지치고 모든 것이 정체된 듯한 느낌일 때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전통시장을 돌아보라고 권장하고 싶다. 필자 또한 삶이 무기력해지고 답보 상태에서 한 발짝 나아가기를 간절히 원할 때는 지체 없이 혼자서 전통시장을 찾곤 한다. 그곳엔 사람 사는 냄새가 있고 삶의 흔적과 시끌벅적한 소리,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몸짓이 있다. 치열하지만 타인을 배려하고 나눌 줄 아는 삶의 현장을 배울 수 있기에 경쟁으로만 살아가는 학생들에겐 이보다 좋은 ‘살아있는 배움터’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곳, 그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은 잘사는 특권층의 사람들보다는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웃 사람들, 특히 영세 상인들의 거친 숨결이 있다. 학교생활에 지치고 힘든 청소년들에게 전통시장을 권하는 이유는 그곳엔 자연스럽고 활기찬 동기부여의 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장터에는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기술이 다 있다. 지혜로운 상인은 언뜻 보기에는 손해 볼 것 같지만 결국은 구매자들에게 따뜻한 인정을 베풀어 다른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다음에 다시 찾아오는 단골손님을 삼을 수 있다. 속칭 서비스도 좋다. 구매한 물품을 정성껏 포장해주고 비
2022-07-25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