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교과 전담교사를 맡게 되었다. 담임을 맡았던 작년보다는 여유로운 아침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침마다 어학실로 놀러 오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통근시간이 자가 운전으로 한 시간이 넘는지라 지각하지 않기 위해 일찍 출근하는데, 이 아이는 나만큼 일찍 와서 어느새 어학실에 달려와 놀아달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이 녀석은 ‘선생님 의자에 앉으면 안돼요’라고 말하는 내게 ‘아니에요, 돼요’라고 말하며 내 의자를 차지하고는 밀어 달라고 하고 엉덩이에 잔뜩 힘을 주어 의자에서 자기를 밀어내려는 나를 놀이 대상으로 삼았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어학실로 놀러오는 이 녀석 탓에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해 아침을 먹는 나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마산초등학교는 포도밭과 농가뿐인 주변에서 덩그러니 육지의 섬처럼 솟아있다. 주변에는 상가는커녕 민가도 몇 채 없다. 학교 버스가 아니면 도보로 오갈 수 없는 곳이다. 모든 등하교가 학교 버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등하교 지도는 편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학교에 오는 순간 학교 밖으로 놀러 나갈 수 없어 영락없이 갇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여자 아이는 학교 버스보다 한참 먼저 학교에 와 있어 놀 사람이…
2018-08-20 15:07지난달 30일 머나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한국교총이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 후손들에게 한글 도서와 안경을 전달하는 뜻깊은 기증식이 열렸다. 도서 2000권과 안경 300개를 고려인단체인 고려인문화협회에 전달했다. 이번 기증식은 고려인 후손들에게 한글 서적 보급을 통해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고, 한민족의 정체성 함양과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해 중앙아시아에는 일제강점기에서 대한민국 독립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주한 한민족이 상당하다. 이들은 수많은 이별과 아픔을 겪었으면서도 여전히 한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민족정신을 계승하고 한민족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시력이 좋지 않은 동포들도 많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번 교총의 기증은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고려인문인협회장도 ‘동포들에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선물’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이번 기증으로 고려인 학생들이 한국어 및 한글을 계승하고 보존하는 데에 실질적인 관심을 유도하고, 연로한 고려인들이 민족적 정서와 유대감 고취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점에
2018-08-13 10:31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했다. 대입개편을 둘러싼 ‘백가쟁명’도 모자라 490명의 시민참여단의 공론화 결과도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말이 좋아 절차적 민주주의지 실상은 난장판이 따로 없다. 대입개편 과정에서 예측 가능성, 안정성, 현장성 등 교육의 소중한 가치는 모두 사라졌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2021 대입개편안 시안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돼 1년 유예 결정을 했다. 중심을 잡아야 할 교육부는 결정 장애라는 중병에 걸려 ‘보류부’라는 치욕스런 말까지 들어가며 대입개편의 책임과 권한을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넘겼다. 대입제도개편위→공론화위 → 시민참여단이라는 하청구조 속에 공론화를 거쳐 내린 결론은 ‘정시 확대’와 ‘일부 과목 상대평가 유지 원칙’이다. 물론 오차 범위 내의 투표 결과에 대한 불복과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정시 확대 비율을 정하지 않았기에 과연 어떻게 적용할지도 숙제다. 그럼에도 이 결과를 부정하게 되면 1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 늦추게 되면 ‘늦은 결정은 나쁜 결정보다 더 나쁘다’는 말이 현실화될 것이다. 소수의 목소리 큰 세력은 지난해 수능유예 주장 때처럼 계속해서 압박을 하겠지만 결
2018-08-13 10:31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15세부터 64세의 생산인구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영유아 및 청소년 인구 감소가 두드러진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은 청소년인구가 처음으로 900만을 넘기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구절벽으로 생산인구가 감소할 경우 우리사회의 발전과 미래세대의 행복한 삶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인구절벽에 대처하기 위한 청소년정책이 시급하다. 청소년인구 900만 아래로 이를 위해 첫째, 국가경쟁력 유지를 위한 새로운 국가혁신체제(national innovation system)를 청소년기의 진로와 교육을 선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1980년 이후 우리나라는 기술선도국에 대한 모방과 선택적 학습을 통해 기술혁신과 과학기술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는 창의적 인재보다 지식수용성이 높은 인재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 이제는 인구절벽의 위기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청소년의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에 국가수준의 연구개발투자(RD)가 절실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현재 세계 36위인 한국의 수학과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2040년에는 15위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교
2018-08-13 10:31
최근 고용불안과 청년 실업 등의 여파로 교사들의 방학이 애꿎은 목표가 돼 사회적 분노 표출의 대상으로 전락, 교사들에게 또 다시 한탄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등장하는 것이 교사의 방학을 ‘무노동 무임금’의 논리로 공격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앞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지엽적인 불만 표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들은 대부분 한 달 반, 두 달 반의 여름·겨울방학 보내고 6년마다 유급 안식년을 사용한다. 그럼에도 교수들의 방학을 비난하는 사회적 여론은 많지 않다. 과연 정의로운 현상인지 반문하게 된다. 사회적 분노 표출 대상으로 전락 다소 생소한 용어인 ‘41조 연수’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로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 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 내용이다.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입법 취지는 학생들의 방학기간을 이용해 지난 교육활동을 정리하고 다음 학기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등 자기연찬을 목적으로 심도 있고 다양한 연수가 가능하도록 연수 장소의 제한을 열어주는 데 목적이 있다. 물론, 학교 현장에서 본래의 취지와 어긋난 방향으로
2018-08-13 10:31경남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교원협력관 설치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 내용은 교권관련 전문가를 선정해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에 두고 교권침해에 대해 독립적으로 대응·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교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실질적인 교권침해 대응이 필요하다는 교육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권침해 건수는 2만여건에 이르고, 교총이 지난 5월 발표한 ‘2017년 교권침해 건수’도 508건에 달해 하루 1건 이상 발생 되고 있다.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장 교원들은 당장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막막하다. 개별적으로 변호사를 구하고 정신과, 치유상담소 등을 찾는 실정이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에 교원치유센터가 설치됐지만 교권사건에 대한 적극적 해결보다 피해 교원에 대한 상담, 자문 등 소극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 상담사, 변호사 등 전문 인력 배치도 부족하고 교권침해업무 전담 장학사를 둔 곳도 일부에 그치고 있다. 학교나 교육청에 교권보호위원회를 두
2018-08-06 10:14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코너에 ‘교육공무원 41조 연수 폐지 청원’ 글이 게재된 후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방학은 휴무가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과 등교가 정지됨에 따른 휴업이라는 점에서 교사의 근무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청원에 많은 교원들이 반감을 갖는 이유는 교직 현실을 외면한 채 몇 가지 사례만 놓고 지나친 비판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경우 ‘교육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 휴가에 관한 특례조항을 둬 ‘교원휴가업무처리요령’을 별도로 두고 있는 이유가 있다. 교사 연가는 학생들의 수업 등을 고려해 부모생신일 또는 기일 등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방학 중에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방학이 있다는 이유로 연가보상비도 지급하지 않는다. 또한 1만7000여 명의 교사들의 1정 자격연수, 다음 학기 수업준비를 위한 각종 직무연수 등도 단기간에 쉽지 않다. 그러나 방학이 교사의 재충전과 편리성만을 추구하는 기간이 아니라고 항변하더라도 교사의 방학 폐지 주장은 거듭될 수 있다. 이에 교직 사회도 사회적 편견과 인식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방학 중 업무 공백을 막는 게 급선무다. 상당수 시·도교
2018-08-06 10:14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한 제5차 대입정책포럼을 최근 개최했다. 국어 영역 출제 범위로 선택 과목 가운데 ‘독서’와 ‘문학’은 필수로 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는 선택으로 하는 안이 제안됐다. 이에 국어교육학계는 이 안이 부당하기 때문에 국어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철회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화법 독서 작문 문법 문학의 조화 전통적으로 국어교육은 화법·독서·작문·문법·문학을 다뤄왔다. 국어과의 이 다섯 영역은 국어능력을 신장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것들이다. 문법은 우리말의 본질을 배우는 영역이고 화법·독서·작문은 실용적 국어생활을 다루는 영역이다. 문학은 우리말의 품격을 높여준다. 이들 영역은 국어 과목 하면 늘 동시에 떠오르는 것들이다. 이들 국어과의 영역은 따로 떼어서 교수 학습될 수 없다. 국어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온전한 국어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청소년들은 한글의 우수성이나 우리 문화의 특성을 제대로 배울 수가 없을 것이다. ‘언어와 매체’에 포함된 언어(문법) 영역은 우리 민족 문화의 꽃인 ‘한글’의 창제 원리나 민족의 언어문화에 대한 교육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2018-08-06 10:14
심리학에 ‘존 헨리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특별한 취급을 받지 못한 통제집단의 연구 참여자가 평상시와는 다르게 행동하거나 고의로 실험진단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나도록 노력하는 경우 발생하는 효과를 말한다. 정신노동까지 맡는 기계 등장 소설 존 헨리의 전설(The legend of John Henry)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19세기 미국에 존 헨리라는 철도노동자가 있다. 180㎝의 키와 90㎏의 몸무게의 거구였던 그는 일을 잘하는 노동자로 통했다. 어느 날 그가 일하던 회사에서 터널굴착 작업을 위해 기계를 도입한다. 기계에 밀려 직업을 잃을 위기에 처한 그는 호기롭게 기계와의 결투를 신청한다. 존 헨리는 하루 종일 벌어진 기계와의 터널 굴착 시합에서 혼신의 힘을 쏟아 승리하지만, 곧 숨을 거둔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감동적인 승리를 거둔 존 헨리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인간은 기계에게 육체노동을 맡기게 된다. 기계문명에 굴복하지 않은 그의 강한 의지에 감동을 받으면서 무엇인가 씁쓸한 것은 그와 비슷한 상황을 우리가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4차 산업 혁명이다. 알파고의 등장은 기계에게 인간이 육체노동을 맡기게 된 것처럼 이제 인공지능에게…
2018-08-06 10:14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17일 ‘취임 2주년및 민선 3기 교육감 출범 주요 교육정책과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제목이 다소 길어진 것은 그만큼 우리 교육계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증거다. 당장 학생부 개선과 대입제도 개편이 현안으로 부상해 교육적인 해법을 기다리고 있고, 정책숙려제와 국가교육회의, 공론화회의 등 새로운 의사결정 시스템이 논란 속에 가동되고 있다. 외고·자사고·국제고 등 학교 체제문제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조성된 평화 분위기는 교육계에 또 다른 시대적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교육정책 추진과정의 불안정성 때문에 국민들의 우려는 크다. 충분한 의견 수렴과 국민적 합의 없이 정책과 제도를 급격히 바꿔 갈등을 초래했다. 국민 체감이 가장 높은 대입제도 개편은 수차례 유예를 거쳐 결정 자체를 아예 국민에게 떠넘겼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교육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개인의 자율과 창의성 증진, 융·복합을 통한 인재양성 위해 달려가고 있다. 이 같은 교육계 내외부의 복잡다단한 환경 속에서 교총이 제시한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교
2018-07-23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