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초등학교는 6학급 규모의 전교생 42명 소규모 학교다. 이 아이들의 가정을 세어보면 총 열 가구는 넘을까. 먼 거리에도 자녀들을 보낼 만큼 학교에 애착을 가진 분들이 형제자매들을 통째로 보내는 통에 학교가 마치 형제들로 이루어진 대가족 같다. 그 중 한 가족이 이사 간다 싶으면 학생 수가 크게 줄어 복식학급을 꾸리거나 폐교가 될까봐 학교가 뒤집어질 정도다.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통로 그런 작은 학교지만 마산초에는 원어민 강사가 있다. 학교버스를 타고 멀리멀리 돌아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많지만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많다. 순박한 시골 아이들은 원어민 선생님을 따라 낯선 영어 발음을 흉내 내고 저 멀리 있는 나라의 신기한 풍속과 역사에 대해 듣는다. 옆의 영어전담 선생님은 원어민 선생님의 말을 아이들이 알아듣기 좋게 해석해준다. 마산초 어학실은 전담 선생님과 원어민 선생님이 함께 수업을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문화가 교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담 선생님은 경력이 많은 원어민 선생님으로부터 교수법이나 게임을 배우고 원어민 선생님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서로 배우는 활발한 대화 속에 교육철학을 공유하기도 한다. 원어민
2019-10-10 14:03학교시설 안전 관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시설이 자재, 석면, 화재, 지진 등 모든 면에서 예방·방재를 통한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취약점을 드러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근래 경주·포항 지진, 서울 상도유치원 붕괴, 강원 산불, 여러 태풍 등 크고 작은 재난과 사고로 인한 국민들의 안전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국감에서 드러난 시설 현황 이 같은 상황은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와 자료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김현아·전희경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학교별 외부 치장벽돌 설치 현황’과 ‘2019 추경예산 집행현황(공기정화기 관련)’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김해영·김한정 의원이 받은 ‘교육청별 학교별 스프링클러 배치현황’과 ‘학교시설 내진성능 확보현황’ 등을 종합하면 현재 학교시설·교육시설의 안전 관리가 매우 심각해 학생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들 국감 자료에 따르면, 현재 외부 치장벽돌 설치 학교시설은 1만 8361개 동으로 전체 건물의 29%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외부 치장벽돌은 낙하 위험성이 있어서 항상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자재다. 올 5월 부산대 미술관에서 발생한 외부 치장벽돌 낙하로 인한 사망 사고가 이를 반증한다. 방
2019-10-10 11:00
긍정심리치료(Positive Psychotherapy·PPT)는 최근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긍정심리학의 이론에 기반을 둔, 새롭게 등장한 심리치료(상담) 접근법이다. 지난 3회에 걸쳐 긍정심리학과 긍정심리학의 6가지 요소 중 긍정정서, 성격(인성) 강점을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PPT를 통해 교직에서 겪는 우울증, 불안증, 분노, 죄책감, 무기력 등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알아보자. 내담자의 행복이 명시적 목적 지금까지 상담사나 치료사는 내담자가 와서 “저는 행복해지고 싶어요”라고 하면 그들은 “아,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으시군요”라고 답변하곤 했다. 이건 마치 환자가 의사에게 “선생님, 제 병을 고쳐주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라고 하자 의사가 “당신의 병이 제가 고칠 수 있는 병이었으면 좋겠네요”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은 뉘앙스이다. 긍정심리학이 나오기 이전에는 행복을 만드는 방법을 몰라 부정적인 요소에 집중했었다. 대부분 상담(치료)사는 우울증에 대해선 해박한 편이었지만 행복의 올바른 개념과 행복을 만드는 방법은 잘 알지 못했다. 한 세기가 넘는 동안 심리상담(치료)은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진술하는 것이었다. 이런 치료 방법은 어린…
2019-10-07 15:17
지난 6월 26일 서울 은명초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최초 발화 58초 만에 천장까지 불이 옮겨붙으며 건물 전체가 활활 타올랐다. 당시 학교에 있던 120여 명의 학생과 교사들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고,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대피시킨 후 미처 피하지 못한 2명의 교사는 건물 5층 화장실로 대피하여 구조되었다. 큰 화재에서도 인명피해 없어 1~5층 건물과 주차장의 19대 차를 태운 큰 화재 속에서 사상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꾸준한 화재 대피훈련과 끝까지 건물에 남아 학생들을 대피시킨 교사의 공로가 시너지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선생님! 실내화 신고 나가요? 신발 신고 나가요?” 재난안전법 제66조, 소방기본법 제17조에 의거, 학교에서는 소방서와 합동으로 재난대피 훈련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이 훈련을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학교가 많다. 학생들은 웃고 잡담하며 걸어서 운동장으로 나가고, 인솔교사도 신발을 신고 나가야 하는지의 질문에 대답하기 난처해한다. 이 훈련은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혼란을 최소화하여 빠르고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교에서의 재난대피 훈련은 학생들만을 위한 훈련이 아니다. 큰 사고일수록 초동대처가…
2019-10-04 09:19국정감사가 시작됐다. 20대 국회 마지막인 이번 국감은 지난 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20일간 17개 상임위원회별로 일제히 진행된다. 국감 대상기관은 17개 상임위원회 소관 총 788개 기관이다. 교육위 소관 피감기관은 위원회 선정 기관인 제1호 대상기관이 교육부 및 소속기관 7개를 비롯하여 국립대 39교 등 46개 기관이고, 제2호 대상기관은 17개 시·도교육청이다. 제3호 대상기관은 국립대병원 14개원과 공공·유관기관 9곳 등 23개 기관이다. 국회 본회의 승인 대상기관인 제4호 대상기관은 국립대학법인인 서울대 등 5개 기관으로 총 91개 기관이다. 교육위 국감 증인은 총 249명으로 확정됐다. 조국 사태로 혼란스러운 정국 피감기관이 많아 20일의 국감 기간, 실제 국감일 8일을 감안하면 알맹이 없는 수박 겉핥기식 맹탕 국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교육위 국감반은 이찬열 위원장을 비롯해 여야의원 16명으로 중앙반과 지방1·2반 등 총 3개 반으로 구성됐다. 국감은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여 교육을 바로 세우고 경제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감은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중차대한 권리이자 책무다. 따라서 국감은 반드시 당리당략을 배제하고 국리민복을 지향해
2019-10-04 09:14
언어학적으로 만 7세 이상이 되어 제2외국어를 습득한 사람은 모국어의 악센트를 피하기가 힘듭니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교직 생활을 하다 만 26세에 미국으로 건너온 저는 언제나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r과 l, f와 v, g와 z의 차이는 80년대에 초·중학교를 다닌 저로서는 굉장한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처음 미국 교사가 되기 위해 인터뷰를 할 때도, 교사 연수 강사로 미국 교사들 앞에 설 때도 한국식 발음으로 인해 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라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영어 울렁증 극복한 수업방식 학기 초에는 늘 같은 고민이 저를 따라다닙니다. 특히 학부모와의 첫 만남인 ‘back to school night’이나 ‘open house’ 날이 되면 아침부터 스트레스로 입이 탈 정도입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은 저의 발음 때문에 걱정이 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부모님들의 소중한 자녀를 하루에 한 시간씩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저의 발음에 아이들이 익숙해질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다는…
2019-10-02 19:18몇 년 전인가 수업시간에 학생들 절반 정도가 책상에 엎드린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 시기에 ‘수포자’, ‘영포자’ 이야기가 나왔다.‘수포자’를 검색하면 ‘수학을 포기한 사람’으로 나오긴 하지만, 어감이 좋은 단어가 아니다. 실수와 도전이 허용된 청소년기에 일찌감치 포기를 먼저 배우고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깝다. 2년간 일반고 학습부진학생 연구를 하면서 초등학교나 중학교와 달리 고교생은 무엇보다 학습결손 즉, 따라잡아야 할 학습 분량이 심각하게 많으며 교사들 역시 무엇보다 이를 학습부진학생 지도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호소했다. 이 가운데서 공부할 의지가 있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학습방법을 모르는 학생, 공부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은 알지만 의지가 부족한 학생, 학습 의지나 동기가 전혀 없는 학생 등이 있었다. 첫 번째에 해당하는 학생 중 "영어시간 에 문법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 그냥 아랍어 같아요. 그럴 때 전 말하고 경주하는 기분이에요. 도저히 따라 갈 수 없어요." 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학습할 의지는 있지만 학습결손이 심해 혼자 공부하려고 해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2019-10-01 13:11
3월과 쏙 빼닮은 11월의 햇살이다. 노오란 가을볕 아래 서니 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강당을 가득 채우던 하모니가 아직도 온몸에서 울리는 것 같다. 또다시 눈물이 나려 한다. 부끄럽지만 행복했던 월전에서의 마지막 학습발표회. 나의 손짓에 따라 고개를 움직이며 합창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하니 많은 추억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이곳에 부임하던 날의 설렘부터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촤라락 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참 많이 행복했구나! 선물처럼 내게 와 준 아이들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던 그날이 벌써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연선이와 호준이가 등을 툭 친다. 심장이 쿵 소리를 내며 추락한다. 추억 속을 거닐며 느슨해졌던 마음이 순식간에 단단해진다. 화들짝 놀라는 선생님의 모습이 무에 그리 재미있을까? 달아나며 까르륵 웃는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마주 웃는 수밖에. 하여간 못 말리는 개구쟁이다. 점심시간의 해프닝을 뒤로하고 5교시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유난히 이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사랑해” 툭 튀어나왔다. 무심결이었다. 아이들도 당황했겠다…
2019-09-30 14:52
단위학교에서 부장교사는 교감과 교사의 중간 위치에서 교직원 간의 상호 인간관계, 업무추진 등의 실무적 역할을 수행하는 중간관리자이다. 부장교사는 직급이 아닌 업무분장상의 보직이지만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부장교사를 12년째 맡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보직교사라고 하여 월급 명세서에는 7만 원의 수당이 포함되어 나오는데 과연 이게 업무 강도에 걸맞게 지급이 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다. 부장수당 부끄러워 말도 못해 부장수당이 수년간 7만 원으로 동결된 것은 유감이다. 28년의 교육경력 중 교무부장과 학생부장을 12년 동안 수행했다. 간혹 젊은 선생님들이 “부장님, 부장님” 하면서 호칭부터 다르게 부를 때면 정말 승진을 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부장수당에 대해서는 다른 직종의 사람들에게 차마 언급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부끄럽다. 교사란 신분으로서 수당 타령을 하는 게 속물 같아서 부장수당의 적절성에 대해 지금껏 거론해본 적 없지만 다른 부장교사들도 내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올해 39호봉인데 본봉만 생각하면 군인의 준장 3호봉, 경찰의 치안정감 9호봉과 맞먹을 정도로 괜찮은
2019-09-26 17:18
본격적인 진학지도 시즌이다. 어느 학교든 학생에게 맞는 합당한 진학지도를 위해 교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서 고민할 것이다. 그런데 학생 진학지도의 방향 소위 지향점은 어디에 둬야 할까? 쉽지 않은 문제다. 만약 어느 학생이 지방대학 최상위권이냐, S대 합격권이냐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의 순간마다 고려할 요소 단순하게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일 때,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뇌와 갈등을 경험할 것이다. 물론 진학지도에서 최종 선택 기준은 학생의 적성과 장래의 비전이다. 거기에 덧붙여 나는 학생이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가를 존중한다면 훗날 갈등의 여지를 줄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무시하면 꼭 탈이 난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 고3 담임교사로 진학지도에 몰입하던 시기였다. 준범(가명)이는 공부밖에 모를 정도로 학구파였다. 그는 S대 진학을 강력하게 원했으나 합격을 보장하기에는 불확실했다. 그런데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워 국립대, 그것도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범대학에 진학하는 게 최선이란 판단이 섰다. 나의 판단은 준범이가 전통 있는 지방 국립사대를 지원하면 장학생도
2019-09-26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