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기다리게 된다. 만지면 소스라치게 차갑지만 그 풍경만은 늘 벅차게 따뜻한. 12월은 늘 시리다. 일 년 동안 뭘 했냐는 다그침과 곧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 때문이다. 마음이 추워지는 걸 잊어버리라고 이리도 바람은 매서운 걸까?5학년 겨울방학식이 시작되는 12월에 지혜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선생님이 좋아요.’ 그 흔한 말에서 먹먹함을 느꼈다. 아이들이 쉽게 하고,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그 말은 특별했다. 한 해의 일이 아주 먼 일처럼 스친다. 3월에 처음 만난 지혜는 조금 특이한 아이였다. 눈에는 늘 눈물이 고여 있는 듯 보였고,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며, 행동이 느린 아이. 사물함에서 책을 꺼내며 다른 책을 사물함 위에 올려놓기 일쑤였고, 제출해야 하는 과제나 안내장은 늘 없었다. 책을 많이 읽어 또래보다 상식이 풍부했지만 모둠 활동은 뜻대로 해야 하며 뾰족한 태도 때문에 친구들과 갈등이 종종 있기도 했다. 혼이 날 때면 허공에서 방황하던 그 아이의 눈빛과 어눌한 대답이 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그 때쯤부터였을까? 지혜의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은. 그런 연락이 점점 잦아지고, 반 아이들이 괴롭혀서 지혜가…
2019-01-07 09:48잊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세월이 데려간 일들이라 치부하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 날 순미가 불쑥 교무실로 찾아와 순미인줄 전혀 모르는 나에게 미움이나 원망의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반가운 표정과 목소리로, 수소문 끝에 여기 계신 줄 알아내서 찾아왔다고 담담히 말할 때까지 순미인줄도 모르고 있었다. “선생님! 저 순미예요.” “저 서른이 넘어서 이제 철들어서 고입 검정 시험 치려고요. 중3 때, 몇 반 몇 번이였는지 혹시 기억나세요?” “행정실에서 필요한 서류를 떼려는데 전산화 이전의 자료여서 입학연도와 학반, 번호 등이 필요하대요. 담임 선생님은 기억하실 것 같아 이렇게 불쑥 찾아왔어요.” 그랬다. 까마득한 기억을 더듬어 1987년에 이르면, 그 때 순미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유난히 희고 예쁜 얼굴의 순미는 조용한 성격으로 늘 교실 구석에서 뭔가 골똘히 생각하거나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이었다. 공부하고는 담을 쌓은 학생이었지만 소위 말하는 ‘껌 좀 씹는 학생’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런 인상 때문에 내가 방심했는지도 모른다. 4월의 교정에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봄 햇살은 화답하여 느릿느릿 교정에 내려앉은 어느 날, 그런 봄날에…
2019-01-03 14:42교육부는 포용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성숙한 민주시민 양성을 목적으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포괄적(포용적) 민주주의는 1997년 그리스 출신의 정치학자 타키스 포토풀로스가 제창해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우리 교육의 목적자체가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는데 있는 만큼 민주시민교육 활성화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세부사항을 두고 학교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 정치이념 교육의 도구화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제시된 민주시민의 역량 중 ‘사회·정치적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비판적 사고력’이 포함됐다. 자칫 이를 빌미로 수업 중 특정 정당과 정치인, 정치 사안을 옹호하는 편향 수업이 진행될 수 있다. 이럴 경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가 무너지고, 민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민주시민교육은 특정 교과가 아닌 범교과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차기 교육과정 개정 시 기존 교과목을 통합하거나 신설하는 방식으로 초·중·고에 ‘시민’ 교과를 두는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기존 사회·도덕 등의 교과 내에서 핵심 가치로 다루게…
2019-01-02 09:41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의 초·중·고 종합감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2015년 이후 1만392개 학교에서 3만1126건이 지적됐고 8만3058건의 처분이 내려졌다. 감사결과 공개는 교육에 대한 국민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에서 비롯됐다. 특히, 최근 발생한 시험문제 유출과 같은 학생평가 관련 중대 비리는 용납될 수 없는 사안이다. 한국교총 또한 지난 11월에 개최된 대의원회에서 성적 비리에 대한 단호한 배격과 교육자로서의 교직윤리 실천을 결의한 바 있다. 학교와 교직사회는 감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학교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만, 전체 처분 건수의 99% 이상은 학교에서 지침을 숙지하지 못하거나 주의를 소홀한 데에 따른 주의·경고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 지적사항은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의 과도한 규제와 지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오히려 학교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해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감사 지적 건수만을 확대 해석해 대부분의 학교에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또 학생평가 관리 강화방안인 ‘상피제’ 적용, 학교 내 평가관리실 CCTV 설치 대상에서 특정 교육청
2019-01-02 09:41내년 교육예산은 기초생활보장 교육급여와 공적연금을 포함할 때 74.9조 원으로서 2018년 68.2조 원에 비해 9.8% 증가했다. 정부총지출 증가율보다 0.3%p 높은 것이다. 그러나 교육예산의 증가에 결정적 기여는 전년(49.5조 원) 대비 11.5% 증가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55.2조 원, 전체의 73.7%)이다. 이는 내국세총액의 20.27%와 교육세를 통해 확보돼 유·초·중등교육을 위해 지출되는 금액이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보다는 당해 연도의 세수에 의해 좌우된다. 작년보다 9.8% 증가한 교육 예산 따라서 교육예산은 확보보다는 어떻게 지출할 것인지, 얼마나 의미 있는 곳에 지출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국가교육예산의 올바른 집행을 위해 짚어볼 점이 있다. 우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전 계층에 유아교육비와 보육료를 지원하기 위한 누리과정 지원비는 3.8조 원으로서 전년대비 2% 줄었다. 당초 목표했던 원아 당 월 30만 원을 지원한다 해도 실질적인 무상교육이 되지 못하는 데도 원아 당 월 22만 원 지원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누리과정 지원비의 감액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 예산은 10.1조 원으로서 전년(9.5조 원) 대비 6.1%
2019-01-02 09:40울산시의회 손근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생노동인권교육조례 및 학교민주시민교육조례 입법 예고에 대해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 단체들이 잇따라 반대집회를 열자 시의회는 일단 한 발짝 물러섰다. 원래 제출하려고 했던 11일 상정이 무산된 것이다. 작년 학생인권조례가 발의됐을 당시에도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조례 상정이 무산됐는데, 이번 발의한 조례도 명칭만 바뀌었을 뿐 결국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편향된 교육 실시할 가능성 커 학생노동인권교육 조례는 노동권, 노동기본권 등 법률용어 대신 노동인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의무와 책임은 배제한 채 노동자의 권리만 강조하고 경영자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하는 편향된 교육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조례에 포함된 공공기관 위탁 교육 시 교육감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를 선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학생, 학부모, 교사 연수에 동원될 강사들의 자질도 검증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서울지역 청소년노동인권 강사교육 심화과정에서 한국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 강사가 강의하면서 노동인권교육과 동떨어진 동성애의 종류와 다양성에 대해 알아보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2019-01-02 09:40교육예산 74조9163억 원이 확정됐다. 이 중 55조2488억 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시·도교육청에 지원된다. 정부의 재정분권 추진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조정돼 줄어드는 지방교육 재정을 보전해주기 위해 교부금 내국세 교부율도 기존 20.27%에서 20.46%로 인상됐다. 교육예산이 올해 대비 9.8%가 증가했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소중하게 여기며 내실 있게 사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누리과정 지원비, 교육급여, 맞춤형 국가장학금 등 사업에만 약 4조원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세수는 변동될 수 있는 만큼 예산 감소를 감안한 운용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 1~10월 국세 수입이 전년보다 26.5조 원이 더 걷혀 초과 세수가 예상된다. 내년에도 세수가 늘어 교육예산에 여유가 생기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현실은 유류세 인하나 부동산 거래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가 걱정된다. 교육예산은 한국은행에 쌓아 놓은 돈이 아니라 예산서상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수 감소로 인한 결손이 생길 경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예산은 학교 교육력 강화와 교육환경 개선 등 본질적인 곳에…
2018-12-17 10:36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의 양적 확대에도 모자라 예산과 인사권에 더 많은 자율을 주는 ‘혁신미래자치학교’까지 밀어붙여 현장의 반감을 사고 있다. 혁신미래자치학교는 혁신학교 중 10개교를 공모를 통해 지정하는 형태로 추진된다. 최대 5500만 원까지 추가로 지원하고, 교사와 일반직 공무원도 각 1명씩 추가로 배치된다. 여기에 교사 초빙 횟수의 제한도 풀리고 교육청 지침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되며, 교육과정운영에 최고 수준의 자율성도 부여된다. 내부형교장공모제(B형)까지도 허용된다. 지금까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고 교육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그 적용대상이 문제다. 혁신학교 내에 ‘혁신미래자치학교’라는 귀족학교, 실험학교를 만듦으로써 일반학교와 혁신학교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이 더 심화될 수 있다. 문제는 학생 대다수가 소속된 일반학교다. 일반학교에 배분돼야 할 예산을 줄여 혁신학교에 몰아주니 일반학교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시교육청은 일반학교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차이를 계속 벌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비판을 달래려는 것인지 시교육청은 12
2018-12-17 10:36한국비교교육학회(Korean Comparative Education Society, KCES)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전란의 피해를 딛고 경제적 재건을 지향하며 근대화를 위해 뛰던 1968년 창립된 학회는 그동안 학문적 발달과 더불어 조직, 운영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와 글로벌 시대에 국가 간의 교류와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하고, 교육의 다원화·개방화·선진화를 위해서는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창립 50년 괄목할 성과 이뤄 미래사회에서 비교교육과 국제교육연구의 학문적 탐구의 심화 및 한국의 교육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음과 같은 학회의 임무와 역할이 요구된다. 첫째, 지역연구가 한층 충실히 요구된다. 한국은 비교교육학회의 설립 초기부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역연구를 해 온 편이다. 그와 더불어 이제까지 연구되지 못했거나 충분치 못했던 이슬람권, 동구권, 아프리카, 남미 등에 대해서 적극적이고도 충실한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둘째, 연구 내용영역을 더욱 넓혀가야 할 것이다. 연구의 대상과 영역의 선택은 회원 개개인의 전공과 흥미, 관심에 관련된 일로 이제까지는 학교교육 중심의 연구가
2018-12-17 10:36근래에 학생들이 자주 쓰기 시작한 단어를 꼽자면 바로 ‘인싸’와 ‘아싸’가 있다. ‘인싸’와 ‘아싸’라는 말은 각각 ‘insider’, ‘outsider’라는 영어에서 유래했다. TV, 인터넷, 동영상 공유서비스 등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어 그런지 이 단어를 쓰지 않는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싸’와 ‘아싸’라는 단어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숨어있다. 바로 계급이다. 진화 거듭하는 그들의 언어 ‘인싸’, ‘아싸’라는 말은 계급을 만들고자 하는 저열한 속내를 감추고 있다. ‘인싸’ 학생들은 외향적이고 인기 있는, 옛말로 하면 잘 나가는 학생이다. 반대로 ‘아싸’는 다소 조용한 성향의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이 단어들을 단순한 수평적 차이의 의미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인싸’는 언젠가 ‘아싸’와 거리 두기를 시도할지도 모른다. 사실 학교에서 이러한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들은 빠르게 변해왔다. ‘인싸’와 ‘아싸’가 사용되기 불과 몇 년 전에는 ‘일진’과 ‘왕따’가 있었다. 그 이전에는 ‘짱(캡짱)’과 ‘찐따(찌질이)’라는 말들이 존재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생명체와 같은 언어의 속성일 것이다. 기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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