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계의 최대 관심사는 인성교육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 자녀와 학생들의 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고민하고 있음을 반영하듯 관련 실천사례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美 명문 ‘필립스 엑시터’의 교훈 이 가운데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라는 책은 미국 명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인성교육 사례를 분석,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장 교사와 인성교육 정책 입안 책임자들이 참고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용을 간단히 소개할까 한다. 미국 독립전쟁이 끝나기 2년 전인 1781년 세워진 이 학교는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인 만큼 졸업자 면면도 화려하다. 제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다빈치코드’ 작가 댄 브라운 등 다방면에서 많은 인물들을 배출하고 있고 한국인으로는 이창래 교수가 있다. 그런데 필립스 엑시터가 이토록 훌륭한 인재를 많이 길러낸 비결은 ‘인성’을 핵심으로 한 교육이념에서 찾을 수 있다. 설립자 존 필립스는 학교를 세우며 ‘교사의 가장 큰 책임은 학생들의 마음과 도덕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이 두 가지가…
2015-06-29 12:36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사태가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염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당국이 학교 휴업 등 대책을 내놨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한마디로 사실상 휴업의 의미가 사라졌다. WHO 권고 이전에는 휴업이 최선의 방안으로 보였으나, 권고 이후 휴업보다는 학교 내 위생관리 등 예방교육을 강화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대규모 휴업의 후유증은 예상보다 커 보인다.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므로 방학일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모든 상황은 교육당국의 미숙함, 그리고 미온적인 대처 때문에 비롯됐다. 2009년도에 신종플루 때와 지금의 교육부 대응이 달라진 바가 없다. 당시도 휴업 등 조치를 학교장 판단에 맡긴다고 했다. 등교 시의 발열 체크, 의심이나 감염된 학생들의 등교정지, 결석한 학생, 열이 난 학생들의 상황을 학교마다 파악해 보고하도록 하는 등 과정은 판에 박은 듯하다. 서로 눈치 보는 사이 신종플루가 학교 교실까지 침투했지만 단 하루도 휴업하지 못한 학교들이 대부분이었다. 교실에 소독약을 뿌리면서 수업은 그대로 진행되는 사이 감염학생은 늘어갔다. 시대가 변했으면 보다 개선된 방
2015-06-24 09:26어떤 선배 교사가 돼야 하나. 수석교사로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다. 자잘한 삶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나누는 언니 같은 선배도 좋겠다.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보다 더 좋은 것도 없으니까. 그러나 나는 마음을 나누는 언니 같은 선배보다는 나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했던 다양한 교육 방법이 담겨있는 살아있는 교육 스토리를 전하는 선배 교사이고 싶다. 치열한 가르침이 준 삶의 지혜 6년 전 6학년 열여섯 명을 가르쳤다. 3월 2일 아이들과의 첫 대면에서 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너희들의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여기 있어. 내가 열 번을 설명했는데 너희들이 이해를 못하면 난 열한 번을 설명할 거고 내가 백 번을 설명했는데 이해가 안 되면 말해. 내가 백열 번을 설명해줄게.” 나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해졌는지 아이들은 “선생님 몰라요. 다시 설명해 주세요”란 말을 참 수없이도 반복했다. 학원이 없는 면 단위에 위치한 학교였기에 선행학습을 수행한 아이들이 드물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특히 수학을 어려워했다. 수학시간에 나는 아이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단계의 설명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1번의 방법으로 이해가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해 제2, 제3, 제4의 새
2015-06-24 09:251950년 6월, 이 땅에서 벌어졌던 전쟁은 정말 참혹했다. 부모는 자식을 잃고, 자식은 부모를 잃었다. 남북한을 통틀어 500여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1000만 명의 이산가족이 생겨났으며 전 국토가 초토화됐다.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이 전쟁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젊은이들도 많은 피를 흘렸다. 그로부터 65년. 우리는 지금 6월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점차 추락하는 청소년 안보의식 최근의 설문조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2명은 6·25전쟁이 발발한 연도조차 모른다고 한다.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학생 10명 중 2명이 6·25전쟁이 누구와 싸운 전쟁인지조차 모르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과 일본 간 전쟁이라고 답한 학생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6월 6일 현충일이 왜 공휴일인지 모른다고 응답한 학생은 무려 49.4%에 달한다. 전쟁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고 이산가족의 아픔도 계속되고 있으며, 전쟁 위협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우리의 안보의식은 우려할 수준까지 추락하는 상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군사박물관인 전쟁기념관은 국민들의 안보의식과 공동체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체험중심의 교육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잘
2015-06-24 09:22올해 3월 27일, 국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이 법안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당초 취지 무색, 논란만 양산 이 법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이라 해서 ‘김영란 법’으로 더 유명하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 원 이상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논의될 때만 해도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부정청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부패예방시스템’이 사회에 완전히 정착되기를 기대했다. 법안은 금품과 결부된 청탁에 한해 처벌하던 기존 법률과는 다르게 청탁행위 자체를 규제함으로써 부패통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장기간 숙의와 논란 끝에 통과된 법안은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숱한 문제점만 낳고 있다. 첫째, 위헌 논란이다. 원안은 적용 대상을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 또는 준공직자로 한정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립학교 이사장·교원과 학교법인, 그리고 민간언론 등
2015-06-15 15:35교육재정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교부금이 많이 늘어난다 해도 2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내년에도 3조원 이상의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험 수준 도달한 지방채 돌려막기 최근 계속적으로 교육재정이 부족한 이유는 다음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세수결손이 발생할 경우 지방채를 발행하여 메우는 정책을 계속 썼기 때문이다.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한 지방채 발행은 신용카드 돌려막기와 다를 바 없다. 개인의 경우에도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계속하다보면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듯이 세수결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없이 임기응변적으로 지방채 발행을 반복하다보면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교육재원이 부족해지자 민간투자사업(BTL)으로 학교신설을 함으로써 지방채카드에 BTL카드까지 돌려막기에 동원하였다. 돌려막기 규모가 금년 말에 이르면 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상태로 계속 갈 경우 머지않아 늘어나는 재원규모보다 부채 상환 규모가 더 커지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예산당국이 교육재정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계속 했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이미 교육재정 상황이 심각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었으나 표면적으로는 교
2015-06-15 15:322014년 6월 전국의 초·중·고생 11만6000명을 대상으로 통일부가 실시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의 53.5%가 통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19.7%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나랑 상관없다” “지루하다” 인식 같은 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통일의식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은 청소년이 성인보다 2.4% 낮고, 부정적인 의견도 2.0% 낮았다.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정도는 청소년과 성인이 대체로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만 보면 항간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이 성인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 무성하게 나오는 통일 논의와 담론의 ‘대박’ 속에서도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은 여전히 답보상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동 조사에 의하면 학교에서 북한 및 통일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76.7%로 나타났지만, 통일교육 이후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청소년은 30.0%에 불과했고, 6.1%는 오히려 하락했다고 응답했다. 통일교육 후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이유로 청소년의 42.7%가…
2015-06-09 13:49최근 교육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교육포럼이 인천에서 열렸다. 교육평등을 핵심으로 한 이번 포럼은 교육의 질과 미래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자 각국 대표들이 열띤 토론을 했다. 배우고 가진 자가 횡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원동력을 ‘교육 덕’이라고 말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역시 “글로벌 시대에 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향상시켜야 한다”며 참가자들에게 한국의 사례를 홍보했다. 그런데 그동안 언급해 온 “여성과 어린이들에 대한 차별 없는 교육” 말고는 선뜻 마음에 다가오는 알맹이가 없는 듯하다. 즉 ‘무엇을 지향하여 나아가자’라는 방향성이다. 부연하면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가치지향이 없는 느낌이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문맹퇴치와 교육의 보편성이 시급하겠고, 선진국에서는 첨단교육과 같은 교육의 질을 고민하겠지만 그것이 전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명파괴와 살인, 정보와 자본 독점 등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와 개인을 상대로 무자비한 만행이 첨단교육을 받지 못해서 발생하는가. 생각하면 참으로 넌센스다. 오히려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과분할 만큼의 교육을 받은 이들의 노골적인 횡포가 문제다.
2015-06-09 13:46“선생님, 드디어 번데기가 됐어요!”교실 창턱 밑 케일화분 애벌레를 며칠 간 관찰하던 다영이의 말에 누구 할 것 없이 동시에 창가로 몰려들었다. ‘번데기 변신’ 구경에 들썩인 교실 3학년에 배추흰나비 키우기 단원이 나온다. 배추흰나비인데 배추대신 케일 잎을 먹고도 성충이 되는지 반 전체가 흥미롭게 지켜봤다. 애벌레는 햇볕에 약하다 해서 교실 창턱 밑 그늘 진 곳에 화분을 뒀다. 엷은 투명 플라스틱 방어벽이 케일 키만큼 울타리가 높았다. 알에서 짧은 초록색 실처럼 가는 애벌레로 깨어났을 때도 난리였다. 가는 실이 점점 변해서 오동통하게 잘 자랐다.꿈틀 거리 던 여러 마리 중 한 마리가 밤사이에 번데기가 됐으니 밀고 밀쳐서 사고라도 날 판, 동시다발로 발생한 호기심천국은 아수라장 같은 지옥의 무질서를 방불케 했다. “차례대로 줄서!”우렁찬 목소리로 줄 세워 놓고 선생님이란 이유로 가장 먼저 번데기 위치를 확인하는 권력남용(?)을 누렸다. ‘초록’ 번데기가 ‘초록’ 잎에 예쁘게 붙어 있었다. 꼬물꼬물 기어 다니던 애벌레가 번데기가 된 것을 나조차 처음 보니 무척 신기했는데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한 명씩 번데기 구경을 했다. 뒤에 몇 사람이 남지 않자 아이들 서넛이
2015-06-01 13:31올해는 김교신(1901∼1945) 선생의 서거 70주년 되는 해다. 그래서 양정의숙에서는 창학 110주년을 맞아 양정의 스승인 김교신 선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한국 사학 교육, 김교신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고 필자도 논평자로 참여했다. 겨레의 스승인 김교신 선생의 교육적 삶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는 것이 예비, 현직교사들에게 교훈이 될 것 같아 몇 자 적어본다. 영적 교감 힘쓴 구도자의 삶 김교신은 동경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양정고보(현재의 양정중·고)에서 13년간 손기정, 윤석중, 류달영 등과 같은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는 정통 사범학교 교육을 받은 전문 교사였지만 종교적 신념에 입각해 인격적 감화와 애틋한 사랑으로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준 ‘훌륭한 평교사’였다. 그를 민족의 교사라고 하는 이유는 ‘조선성서연구회’의 멤버인 함석헌, 송두용 등과 함께 1927년부터 ‘성서조선’을 발간해 일제의 살벌한 검열과 통제를 받으면서도 1942년 폐간될 때까지 이 잡지를 통해 기독교 신앙과 기독교적 사회비평 활동에 나서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자기 확립의 자신감과 역사에 대한 책임 및 희망을 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성서조선’을 통해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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