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북지역에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에 근무한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크고 작은 아픔 하나씩을 가슴에 담고 있고, 나는 오늘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들으면서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 아이들과 만나고,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도움이 되는 책이 법륜 스님의 ‘방황해도 괜찮아’이다. “방황해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몰라도 괜찮아. 틀리면 고치면 되고, 모르면 물어서 배우면 돼” 방황하는 모든 것이 인생의 연습이고, 이러한 연습들이 쌓여서 우리의 내일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방황도, 실패도, 모르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법륜 스님. 그러나 ‘괜찮다’는 의미가 ‘그러니까 설렁설렁 넘어가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생은 정답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가자는 것이다. 인생의 고비마다 넘어져서 ‘나는 세 번 넘어졌다, 열 번 넘어졌다’ 셀 필요 없이, 실패와 방황을 절망이나 좌절로 보지 말고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연습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또한 ‘괜찮아’에는 책임의 의미가 강하다. 법륜 스님은 ‘선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선택에는 선악도, 옳고 그름도, 잘하
2014-06-01 09:001. 내 고향친구 K는 경상, 전라, 충청, 삼도가 만나는 지역인 해발 1176미터 삼도봉(三道峰) 아래 오지 산촌 마을 출신이다. 대대로 이 골짝의 얼마 안 되는 전답에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오신 그의 부친은 농사일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르는 전형적인 시골 농부이셨다. K는 자신의 전 생애에서 가장 절망적인 사건 하나를 이렇게 말한다. 그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그의 부친이 초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무엇을 하나 만들어, 그에게 선물을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하실 분은 많지 않으리라. 그것은 지게였다. 너도 학교에 들어갔으니, 공부도 공부지만 이제부터는 농사꾼 노릇을 배우라는 뜻이 담긴 지게였다. 부친의 말씀이 절망감을 확인시켰다.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농사일 부지런히 익혀서 학교 졸업하면 농사꾼 될 생각만 해라. 농사 이외에는 아예 딴 생각 말아라.” 농촌에서 자랐던 내 또래들에게는 초등학교 시절이란 것도 노동의 시간으로 기억되는 것이 많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런저런 농사노동의 고역이 운명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배고프고 헐벗은 것을 불평하기도 전에 농사일의 고단함이 일상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K는 어린 마음에도 말할 수 없는 절망감 같
2014-05-01 09:00‘치유의 숲’으로 거듭 나는 자연휴양림 전국 자연휴양림이 진화하고 있다. 더 이상 그저 하루 적당히 쉬다가 놀다가 자다가 오는 곳이 아니다. 대자연과의 대화를 통한 ‘치유와 힐링’은 물론 야영과 산악레포츠, 문화체험도 즐길 수 있는 등 삶의 질을 제대로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산림청에서 경기도 양평 산음휴양림과 전남 장성 축령산, 강원도 횡성군 청태산(숲체원) 등 전국 3곳에서 ‘치유의 숲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치료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힐링의 메카 ‘산음휴양림’ 특히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산음휴양림’은 행여나 입소문이 나서 사람들 발길이 많아질까 쉬쉬하며 찾는 장소이다. ‘힐링’이 트렌드가 되기 전부터 마음의 치유와 휴식에 중점을 둔 ‘숲 테라피’를 선보였던 힐링의 메카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국립휴양림 중 유일하게 건강증진센터를 조성하여 스트레스 예방과 관리 프로그램, ‘치유의 숲’ 체험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증진센터 외에도 치유숲길 1.5km, 맨발 체험로, 숲 속 체조실, 자연치유정원 등을 갖추고 있으며, 캐나다 오크 하우스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는 숙박시설 ‘숲속의 집’과 쾌적한 캠핑시설도 갖추고 있다. 인기가 많은…
2014-05-01 09:00‘체험학습이 중요한 스펙’이 되면서 우후죽순처럼 체험활동 기관은 많아지고 있지만 프로그램도 비슷비슷하고, 교육적 효과도 의심스럽다. 이미 유치원 때부터 ‘해볼 건 다해본’ 학생들을 만족시키기도 어렵다. 인터넷이나 방송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마냥 신뢰할 수도 없다. 프로그램이 좋아 문의를 해보면 거의 선착순 몇 학교만 운영하는 경우이거나 스펙 쌓기용 사설체험학습기관이라서 개인접수만 가능하다. 정부에서도 체험학습을 실시하라고만 할 뿐, 정작 중요한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지도해야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 방법은 교사 능력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에 비쳐지는 ‘다른 학교, 교사들은 잘하는 것 같은데’ 싶어 교사들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교사들은 올해도 ‘형식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효과가 의심스럽지만’ 뾰족한 대안 없이 작년에 갔던 곳을 간다. 체험학습이 골치 아픈 이유는 또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안전사고문제로 인해 ‘바나나보트나 레프팅 등의 해양활동은 위험하다, 서바이벌 게임이나 스카이 점프 등의 레져스포츠도 안된다’며 이것저것 제외하고 나면 ‘갈 곳도 할 것’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교사들은 “체험학습을 꼭 가야하는가? 아이들
2014-05-01 09:00세상사람 모두가 좋다고 박수치는 행복한 상황 속에서도 이를 불행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소리 없이 불행해지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누릴 행복은 완전하다 할 수 없으리라! 이것이 영화 여고괴담1이 보여주는 진실이다. 학교의 무관심과 동기들의 따돌림 속에 외롭게 지내다 사고로 죽은 소녀 진주가 끝내 원혼이 되어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교실 한 구석에 남아있었다는 섬뜩한 설정은 이른바 왕따 현상으로 알려진 사회문제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때문에 우린 우리가 잊고 있던 소외된 누군가를 항상 기억으로 소환해야 한다. 일등이 아닌 꼴찌들을, 기록과 무관하게 마라톤을 완주했던 무명의 사람들을. 햇살이 강해질수록 그들에게 드리운 그늘도 짙어지는 법이다. 수나라에서 당나라로 왕조가 바뀔 무렵, 난세를 평정하기 위해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해 서로 다퉜고 천하는 마침내 당태종 이세민의 차지가 된다. 이렇게 천하 호협들이 일합을 겨룰 무렵, 관료로서 조용히 세상을 관리했던 허경종(許敬宗)이란 인물이 있었다. 허경종은 수나라 말기에 관료가 됐으나 현명한 처세로 당나라에서까지 벼슬살이를 이어간 현실주의자였다. 그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엇갈리는…
2014-05-01 09:00영화는 도박과 같아서 흥행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벚꽃이 서울시내에 흩날리기 시작한 지난달 말일부터 시작된 헐리우드 영화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을 두고 논란이 많다. 정부 측에선 국가브랜드제고효과 2조 원 등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그것이 실현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어벤져스2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히어로물이라서 ‘악의 무리들’과 히어로가 대대적으로 싸우는 가운데 도시가 파괴될 가능성이 큰데, 그렇게 부서지는 모습을 보고 특별히 한국에 대한 호감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2 촬영은 분명히 의미가 큰 일이다. 헐리우드 영화 ‘악의 무리들’에게 한 국은 철저히 무시의 대상이었다. 그들이 부수러 다니는 곳은 뉴욕, 파리, 런던 등 세계 주요국의 주요도시들이다. 아시아에선 도쿄, 베이징, 상해, 홍콩 등이었다. 헐리우드 악의 무리들이 한국을 치러 오는 데에 대한민국이 건국하고 반세기가 넘게 걸렸다. 이것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기술개발을 선도하며, 한류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즉 한강의 기적과 IT코리아, 한류열풍의 성과가 집약된 결과 한국이 악의 무리들이 쳐들어올 만한 ‘급’이
2014-05-01 09:001 Kant의 순수이성비판 ‘지혜’롭게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철학(哲學)’의 哲은 ‘밝을 철’이다. ‘언동이 지혜롭고 총명하다’는 이야기이다. 서경(書經)에서는 도리에 밝은 사람을 ‘敷求哲人(부구철인)’이라 했다. philosophy 역시 ‘사랑하다(philo-)’와 ‘지혜(sophia)’가 합쳐져 ‘지혜를 사랑 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공자, 맹자 등을 배우는 이유는 그들의 앎(知)을 토대로 지혜(智)로워지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 철학은 모호하고 거대 담론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우리의 이야기를 좀 더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지혜로운 학문”으로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철학(哲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시대이다. 칸트가 현대에게 주려고 하는 메시지 무엇일까? 1)정언명법 :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인간이 되라 우리는 시내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야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나도 피곤하기에 양보하는 것이 싫지만 ‘노인 공경’이라는 도덕규칙 때문에 양보를 한다. 이는 Kant의 정언명령 중 내면적 선의지를 중시한 의무론적 윤리설에 따른 행동이다. 칸트는 정언명법(定言明法, Imperativ)을 통
2014-05-01 09:00나는 오랜 세월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매년 도서구입은 학생이나 교사들이 신청한 도서를 구입한다. ‘아직도 가야할 길’도 신청도서 중 한권이었다. 서고에 책을 정리하다가 친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불현 듯 생각났다. “이 책 정말 좋아. 한번 읽어봐. 나는 밑줄까지 치면서 읽었다니까…”. 예전에 지루하게 읽었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선생님의 극찬으로 다시 읽어보았다. 그때에야 비로소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존재의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살아간다. 고통과 절망의 끝에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음을 깨닫게 되면 자신의 삶을 내던져버리는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모건 스캇 펙이 쓴 「아직도 가야할 길(The Road Less Traveled)」은 출간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이며 세계 23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모건 스캇 펙은 정신과 의사였다. 이 책은 환자와의 심리치료 과정에서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분석하며 쓴 책이다. 저자 자신도 이 책을 쓰며 정신과 의사에서 영성 전문가로 진화하였음을 고백하였다. 이 책의 구성은 1부 훈육, 2부…
2014-05-01 09:00“나는 아이유야. 너는?” ‘멤놀’은 쉽게 말해서 연예인 역할 놀이다. 한 연예인을 지정해 자신이 마치 해당 연예인인 것처럼 대화하는 것을 뜻한다.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카오톡, 네이버 라인 등 모바일 채팅방이 활동 공간이다. 친한 친구들끼리 하는 경우도 있지만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멤놀 관련 커뮤니티만 해도 10,000개가 넘는다.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다수가 함께 놀기도 하고, 모바일 채팅방을 개설한 후에 커뮤니티에서 소집단을 모으는 식이다. 모바일 채팅 어플에 개설된 그룹채팅방의 수는 커뮤니티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 절차가 꽤 까다롭다는 특징이 있다. 관건은 ‘진정성’이다. 예를 들어 가수 ‘아이유’로 활동하고 싶다면 닉네임을 아이유 혹은 아이유의 본명 ‘이지은’으로 등록한다. 그 다음 커뮤니티나 채팅방 개설자에게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생년월일은 물론 최근 활동 사항, 평소 습관, 말투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진짜 아이유’ 같아야 가입이 가능하다. 어설픈 흉내는 용납되지 않는다. 재미를 위해 하는 놀이지만 나름의 체계가 뚜렷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반면 ‘강퇴(강제 탈퇴)’…
2014-04-01 09:00지금은 고인이 된 장영희 교수를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문학 강연 자리에서였다. 그 분의 문학 강연을 듣기위해 먼저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어보았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숲을 거닐다』였다. 이 작품을 읽으며 작가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열정적인 삶이 그대로 책 속에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시 문학 강연에서도 글처럼 따뜻하고 열정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그저 지극히 일상적인, 인간적인, 열정적인 말씀 속에 겸손이 녹아 있었다. 장영희 교수는 태어나서 1년 후에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장애를 딛고 영미문학가로 수필가로 교수로 아름답고 밝고 행복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다가 2009년 5월 57세로 고인이 되셨다. 가신 후 발표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도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조선일보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 라는 북 칼럼에 게재되었던 글을 모은 것이다. ‘시인의 사랑’, ‘우동 한 그릇’, ‘살록 홈즈와 왓슨 박사’, ‘멋진 신세계’, ‘저 하늘의 별을 잡기위해’, ‘사흘 만 볼 수 있다면’, ‘마지막 잎새’ 등등 많은 명작을 만날 수 있다. 장영희 교수는 문학은 일종의 대리 경험으로…
2014-04-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