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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고향을 찾아 가족과 친척은 물론 친구와 이웃을 만나는 즐거운 명절이 지났다. 양성평등이 이뤄진 세상이지만 아직까지는 명절이 다가오면 여자들이 더 마음조이며 고생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명절을 전후해 주부들이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는 현상을 명절증후군이라고 한다. 주부들이 가족들을 위해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면 명절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족들의 몫이다. 요즘은 결혼 재촉 받는 미혼여성들, 며칠동안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 부인의 스트레스 해소 대상인 남편들까지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지만 주부를 위해 찜질방, 영화관, 별미집을 찾는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명절 전후에 일어나는 현상이 명절증후군만 있는 게 아닌가보다.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과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이혼법정을 찾는 부부가 평소의 2배나 된다는 소식이다. 수원지방법원이 생긴 이래 하루 동안 이혼한 부부수가 지난해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날이 최고였고, 올해 설 연휴 다음날이 두 번째로 많았다. 시댁이나 부부간의 갈등이 명절에 폭발해 이혼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물론 이혼을 해야 하는 당사자들은 답답하고, 어려운 일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삼자가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학교에서 부모의 이혼으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을 많이 봤기에 명절을 앞두고 고향에 가는 차표를 예매하듯 명절 연휴가 끝나자 이혼하는 부부들이 법원 로비에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선뜻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명절 전후에 각종 사건사고도 많다. 민족의 이동이라고 표현할 만큼 많은 차량이 이동하니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상하게 가족간의 갈등 때문에 생긴 사고가 많다. 오죽하면 매스컴에서 ‘사건사고로 얼룩진 명절’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한다. 명절증후군만 있는 게 아니다. 샐러리맨이 월요일에 느끼는 피로 또는 신체적인 무력감을 월요병이라고 한다. 왜 샐러리맨만 그렇겠는가? 휴일이라고 실컷 뛰논 아이들도 월요일에는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힘들어한다. 아이들이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초ㆍ중ㆍ고에서 월 2회 주 5일제 수업을 실시할 새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명절증후군이나 사건사고로 시달려서야 되겠는가? 토요일부터 이틀간 실컷 놀고 월요병에 시달려서야 되겠는가? 명절이나 휴일을 잘 활용하고 명절증후군이나 월요병에 시달리지 않는 것도 삶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오고가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고 느꼈던 미담들이 쏟아져 나오는 명절이어야 한다. 이틀 동안 보고 느낀 것을 친구들에게 간접 경험 시켜주는 주 5일제 수업이어야 한다. 조금만 더 이해하고 노력하면 ‘미담이 가득한 명절’, ‘눈과 귀로 배우는 주 5일제’가 될 수 있다.
강원지역 16개 초등학교가 올해 신입생 없는 신학기를 맞이하게 됐다. 2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2006학년도 공립 초등학교 예정학급 편성 결과 도내에서 신입생이 없는 학교는 홍천군 율전초 방내분교, 정선군 남선초 남창분교 등 16개교이며 신입생이 1명 뿐인 학교도 29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교생이 5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도 공립 초교 440개교 중 174개교(39.2%)로 나타났으며 분교는 2개 학급에서부터 적게는 2명만이 재학중인 것으로 나타나 지역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학교는 소위 도심과 거리가 먼 농어촌지역에 위치한 분교 등 소규모 학교들로 이농 현상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고 학교 규모 축소로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진학을 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학생 수가 매년 감소하다 보니 1982년부터 24년 간 도내 초등학교 370개교와 중학교 3개교 등 모두 373개교가 폐교되고 총 220개교가 본교에서 분교로 개편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교육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등으로 교육의 발전을 가져 올 수 없다"며 "농어촌지역에 편중돼 있는 소규모 학교의 교육 황폐화를 막기 위해서는 대안있는 정책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국내 유일의 환경전문 교육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소속 환경연수부를 환경과학원 조직에서 분리해 국립환경인력개발원을 신설하고 운영에 들어갔다고 1일 밝혔다. 환경인력개발원은 환경 공무원과 초등교사, 대학생들이 실제 환경 현장을 체험하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일방적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체험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 환경인력개발원 교육 프로그램은 물환경 시설 탐방과정, 자원순환 시설 탐방과정, 실내환경 관리과정, 실내공기질 측정과정, 실내 공기질 측정기술 요원 과정, 초등교사 환경연수 과정, 대학생 대기 및 수질 측정 과정 등이다.
최근 ‘발바리 사건’이 화두로 떠올랐다. 경찰과 언론에서 처음 사용한 ‘발바리’란 말은 개처럼 날랜 동작으로 요리 조리 발발대며 경찰의 추적을 교묘히 따돌리는 범인의 신출귀몰함을 빗댄 표현이라는 설명도 있고, 예쁜 여자들만 밝히며 집적거리는 만화주인공의 이름을 딴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원이야 어찌되었든 듣기에도 끔찍한 천인공노할 연쇄 성폭행범을 보도하는 언론은 이른바 ‘대전 발바리, 후배 발바리, 원조 발바리’ 등 애완용 강아지로 희화화하면서 ‘탈옥수 신창원 사건’ 때처럼 범죄 대상, 시간, 방법은 물론 경찰의 치안망을 빠져나가는 방법까지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범죄의 본질과 심각성을 가림은 물론 모방심리가 강한 청소년들에게 교육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우려를 낳고 있다. 사건자체만 부각시키는 ‘단순사실’ 보도와 사건본질과 교육적 측면은 외면한 채 ‘왜곡’ 보도를 일삼는 우리 언론들의 이러한 보도 행태는 최근 사회적으로 만연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방범죄를 더욱 자극하고 보편적 사회가치를 변질시키는 역기능을 더욱 양산하는 처사이다. 최근 사건, 사고를 재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모방송사의 프로그램은 첫 회부터 PC게임에 미쳐 친동생을 살해한 14살 소년을 시작으로 중풍에 걸린 노모를 고려장 한 30대 아들의 이야기, 여대생 영아유기사건, 열다섯 살 티켓다방 소녀, 할아버지 사기단, 친구 살해사건까지 매회 마다 살인, 사기, 성매매, 패륜 등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들이 주요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범죄수법과 정보를 너무도 자세히 보여주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잠재적인 모방범죄 수법을 학습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현대인에게 TV와 인터넷은 이미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있다. TV와 인터넷을 보면서 많은 지식을 얻기도 하며, 사회의 흐름을 진단하는 등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의 가치관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TV나 인터넷에 나오는 어른들을 보고 미래의 자신을 꿈꾸기도 하며, 그들의 이야기들을 맹신한다. TV를 보거나 채팅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더 머리에 잘 들어온다는 아이들도 있고 출연한 연예인들의 복장,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유행어는 순식간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병처럼 번진다. 실제로 TV에서 본 방법대로 하고 싶다며 자는 동생을 손도끼로 살해한 사건이나 핸드폰수능부정, 연쇄살인, 연쇄방화, 사제폭탄제조 등 수많은 범죄사건이 모두 TV나 인터넷에서 배워 그대로 옮긴 모방범죄였다. 또한 TV 보도나 음란영상물을 흉내 내 중학생이 동네 초등학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는가 하면 남녀 초등학생들이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행위를 하며 동영상 촬영을 시도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 모두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단순한 모방심리와 호기심으로 저지른 `모방범죄'로써 TV와 인터넷이 엄청난 사회적 파급효과를 가진 사회문제의 온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교육은 학교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맹자의 모친이 어린 아들을 위해 이사를 세 번이나 다닌 것도 학교 울타리 밖이 또한 학교였기 때문이다. 사회는 곧 ‘학교 밖의 또 다른 학교’이며 교실 안에서 주입된 가르침은 교실 밖에서 검증되는 것이다. 그러나 교실 밖의 우리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TV와 인터넷이 폭력과 힘의 논리를 용납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보니 어릴 때부터 길들여져 어지간한 폭력에는 무감각해지는 불감증에 걸리게 하고 있지 않는가. 언론이 모방범죄 수법을 학습하는 역기능을 함으로써 오히려 매스컴보다 보다 더 자극적인 내용을 찾으며 때로는 모방범죄로 실천에 옮기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한 사회가 이렇게 거대한 비교육과 반교육의 ‘타락한 교실’로 변질되면, 아이들도 그 비교육과 반교육을 보고 배우며 자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발 빠른 보도를 통해 유사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 또한 언론의 중요한 순기능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만한 선정적이고 잔인한 각종 범죄사건을 여과 없이 재현 보도하는 것을 좀더 심사숙고함으로써 ‘학교 밖의 또 다른 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을 위한 언론들의 교육적 배려와 각성이 요구된다.
인천시교육청은 “효”의식 고취를 위해 '2005 효교육 동영상자료'를 제작 각급학교에 보급한다. 1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CD자료는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효교육을 통한 교과활동과 재량활동, 특별활동 등 학교에서의 孝 의식을 고취는 물론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계도하려 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실천 의지를 강화하고 이를 내면화하는 동영상 자료로 개발하였다고 한다. 특히 수록된 자료에는 회사에서 정리해고 되어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와 핸드폰을 사 달라고 졸라대는 딸의 행동을 중심으로 부모님이 자녀를 위해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시지만 그런 마음을 모르고 억지를 부리는 딸의 행동을 보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아빠의 일기」 등 4편의 동영상 자료와 함께 표지자료를 통해 초등학교 학년별 효교육 지도내용을 싣고 있다. 교육청은 또 효 교육 강화를 2006년도 10대 역점 추진사업으로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이의 실천을 위해 효교육 동영상자료 발간과 함께, 5월 효행의 달 운영, 매월 8일 효행의 날 운영, 1교 1노인정 및 노인복지시설 자매결연, 경로 효친상제 운영, 효행교실 중심학교 운영, 효 체험 교육, 효행실천 사례집 발간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진익천 초등교육과장은 "이번 효교육 동영상자료의 보급 및 활용을 통해 학교와 가정을 바로 세우는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2006학년도 유치원, 초등·특수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에 최종합격한 408명(유치원 35명, 초등교사 350명, 특수학교(초등) 교사 12명, 특수학교 교사(치료교육) 11명)에 대한 직무연수가 10일까지 계산초등학교 등 4개 연수장에서 실시된다.
나는 충남 서산의 아주 작은 시골 학교를 졸업했다. 정식 초등학교도 아니고, 초등학교에 부속된 분교를 졸업했지만, 이 작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이 항상 자랑스러웠다. 도시의 아이들과는 달리 정말 살아있는 수업을 했던 경험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바다 생물을 잡으러 갯벌로 달려가고, 플라나리아를 잡으로 깊은 산속으로 다같이 체험 학습 가고, 수영을 배우러 바닷가로 가고...정말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1학년일 때에는 무려 100명이 가까운 학생들이 재학중이었고, 졸업할 때에는 절반으로 줄어 50여명 정도의 학생이 몸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소식을 들으니 15명 정도의 학생이 작은 학교를 지키고 있다는데, 학교 형편이 많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폐교 문제로 전교생이 몇 달 간 등교 거부를 한 적이 있었고, 지금도 몇 년 안의 폐교는 기정사실화된 사안이다. 전교생 15명에 교사는 3명, 학교 관리인도 없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이른 바 소사아저씨라 불리는 분이 계셔서 학교 구석 구석을 관리해 주셔서 우리 분교는 정말 동화 속에 나오는 학교 같았다. 그러나 며칠 전 찾아가 본 학교는 그야말로 폐허가 다름 없었다. 건물 안은 그런대로 깨끗하지만, 바깥은 가꾸는 이 없으니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고, 쓰레기장은 태우지 않은 쓰레기들로 가득차 있으며, 학교로 오는 길도 그리 깨끗하지 만은 않았다. 졸업생의 입장에서 보기에 매우 안타까웠다. 비록 넓은 운동장, 넓은 교실, 큰 학교에서 배우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아이들로서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뛰놀며 배울 수 있는 권리는 시골의 아이들이나, 도시의 아이들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시골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한 체험들을 시골에 살면서도 열악한 교육 환경 때문에 체험하지 못하는 우리의 시골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교육부는 최근 ‘우리 몸에 영양이 되는 체조’ CD를 제작해 전국 6179개 초등학교에 보급했다. 식습관이 서구화된 데다 놀이문화 변화, 소규모 가정 증가로 홀로 지내는 어린이가 늘어나 신체 움직임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어린이 비만 문제를 간단한 학교 체조를 통해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번에 제작된 CD는 신체 각 부위의 긴장을 풀어주는 체조, 졸음을 쫓고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조, 키 크기 체조, 몸치 탈출 체조, 친구와 함께 하는 체조 등 2분 내외의 체조 10종을 담은 3D 동영상물이다. 체육과 교육과정 개발위원인 장용규 서울교대 교수와 국제체조심판인 이은미 서울목원초 교사의 자문을 받아 기존에 많이 통용되고 있는 동작 위주로 친근한 음악을 곁들여 제작됐으며,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익숙한 어린이 캐릭터와 교육부 캐릭터인 ‘배움이와 희망이’를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교육부는 이 영상물을 각 학교의 교실 내 PC에 설치해 필요한 시간에 활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고등학생용도 개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정도로 현장 반응이 좋다”면서 “학교 현장에서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영상물은 이달 20일에 교육부 홈페이지(www.moe.go.kr)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최원호 | 서울 중동고 교사 가르치는 기술 이상의 것이 필요 필자의 대학시절을 회고해보면 사범대를 다니는 동안 교사로서의 꿈을 탄탄히 키워온 것 같지는 않다. 사범대를 다니는 4년 동안 앞으로 교사로서의 생활이 어떠한 것인지 정확히는 커녕 감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진정으로 교사라는 직업을 원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업이 아닌 교사를 직업으로 택한 것은 주일학교 교사로서의 경험 때문이었던 것임은 확실하다. 사범대를 다니는 4년 내내 초등학교 1~3학년에 해당하는 유년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필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어느 정도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꿈을 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사는 가르치는 기술자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1997년 필자는 강남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하였지만 그 전 6개월 간 공립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서의 경험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기간제 교사로서 정식 교사들에 비해 책임이라는 것에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었고 열심히 가르치기만 하면 됐었다. 그 때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느낌은 '이렇게 재밌는 직업이 또 있을까?'였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였지만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학을 가르칠 때는 생물을, 2학년 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물리1, 고등학교 2학년 이과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화학2를 가르치면서 수업준비의 부담과 다른 전공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히 있었을 텐데, 늘 수업 시간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고 준비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빨리 가르쳐주고 싶었다. '여기서는 조금 지루하니까 이런 농담을 해야지'하는 식의 굉장히 자세한 대본을 짜서 수업에 임했던 것 같다. 사범대학 4학년 때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 짜보았던 지도안의 형식 그대로 말이다. 솔직히 매시간 학생들과 만난다는 기대감보다는 준비한 내용들을 빨리 가르치고 싶어 몸달아 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필자는 남자 고등학교의 정식 교사가 되었을 때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정식 교사가 되었을 때인 1997년을 회상해보면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꿈에 그리던 명문 사립고에서 교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는 기쁨으로 교직생활은 즐거웠지만 임시교사로서 있었던 6개월 동안 발견하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을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임시교사 때와 마찬가지로 정식 교사로서의 첫 해는 학생들을 위해 나름대로 수업 교안을 열심히 준비했었다.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3~4시간은 교재 연구에 매달렸고 머릿속으로 수업하는 모습을 미리 상상해보면서 수업교안을 고쳐나갔고 매시간 수업에서 부족했던 점을 반영하여 다시 수업교안을 수정해 나갔다. '분필수업'은 소극적 반응 보일뿐 하지만 필자가 알아챈 것은 교사 혼자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특이한 몸짓을 연구해 가면서 학생들을 수업에 빠져들도록 노력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학생들의 반응은 소극적이었다. 그 동안 필자는 교안과 칠판을 열심히 보면서 가르쳤던 것 같고 학생들의 눈과 가슴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열심히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학생들은 열심히 듣는 것뿐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말 그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고 필요한 내용을 잘 정리하여 가르치고 있는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학점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화학이 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기에는 적당치 않았다. 사범대학교를 다녔으면서도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지 고민하지 못했기 때문에 화학을 단지 시험점수를 잘 받아야만 하는 하나의 과목으로만 인식했었던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화학의 정수를 맛보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화학 교과서에 들어있는 내용은 오랜 세월 수많은 과학자들의 실험에 근거하여 세워진 이론, 법칙, 사실들이다. 이 내용들을 분필 하나만으로는 가르칠 수는 없다. 학생들을 이해시킬 수는 있지만 진짜 화학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실험을 통하여 눈으로 확인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자는 정보가 부족했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다. 흉내만 내었던 어려운 대학교의 수많은 실험들은 고등학교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업시간엔 교과서에 몇 개 나오는 실험을 흉내 내어 볼뿐 실험을 어떻게 구성해야할지, 무슨 재료가 적당한지, 양은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안전의 문제는 괜찮은지 등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교사들과의 만남을 갖기로 하고 서울·경기 지역 과학교사들의 모임인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에 매주 화요일마다 참석하기 시작했다. 멀리 인천과 평택에서까지 매주 그 모임에 참석하는 교사들이 있는 것을 보면 과학교사들이 얼마나 목말라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모임은 학생들에게 과학을 신나고 재밌게 가르치기 위한 실험방법을 창의적으로 개발하거나 기존 실험을 교육과정에 맞춰 재미있게 변형하는 연구모임이었다. 필자는 정식교사가 된 1997년에 그 모임에 등록하였는데, 매주 참석해야 하는 성실함이 없었는지 장기결석에 들어가고 말았다. 역시나 그 당시 갈구하고 있었던 것은 얄팍한 실험 기술이었다.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그런 실험 기술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 대신 교육청 주관 여러 실험연수에 나가서 수많은 실험을 배웠고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도 거의 다 해보았다. 하지만 교사 대상의 실험연수는 교과서에 나오는 많은 실험을 배우는 기회는 제공했지만 그 실험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게는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연수가 끝나고 나면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다시 고민했었고 그러다가 실험보다는 개념강의 위주의 수업으로 다시 돌아가기 일쑤였다. 1999년부터 다시 그 교사연구 모임에 출석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정식 활동한지 6년이 되었다. 그 동안 화학을 포함하여 다양한 분야의 실험과 답사 경험을 쌓으면서 실험에 자신이 생긴 것도 긍정적이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실험을 포함하여 교수활동의 시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수업을 '가르치는 기술에 숙련된 사람이 학생들에게 과거의 지식을 전수해주는 시간'으로 여겼던 필자는 수업을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경험과 사고과정을 이용해 과거의 지식을 전수받음과 동시에 주관적으로 재해석하는 활동'이라고 여기게 되었던 것이다. 교사로서 생각하지 못했던 학생의 존재를 관객에서 주인공으로 격상시켰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수업을 화려하게 잘 진행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수업에 잘 동참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동료 교사들 간 정보 공유가 중요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과학교사들의 연구모임에서는 매주 두 명의 교사들이 순번을 정해 실험을 연구하여 발표해서 동료교사들의 수업진행 방식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시간에 매번 준비하면서 해보기 어려운 다양한 실험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 개념적으로나 방법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점들을 토론하여 해결하는 과정은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에 참석하는 과학교사들의 수준을 한층 올려 주었다. 특히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에 일종의 과학교실과 과학캠프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실험을 개발하였고 과학 동아리 학생들과 실험을 발표하는 경험을 가지면서 실험을 교수학습 방법의 한 도구 정도로만 바라보던 인식을 바꾸어 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교사들의 연구모임에서는 그 실험의 개발과정과 실험의 장단점을 함께 토론하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토론과정도 가지면서 단순한 테크닉만 익히던 실험교사 연수와 달리 실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려운 임용고시에 합격하여도 학교에서 가르칠 자신이 없다면서 교사모임의 문을 두드리는 초임 선생님들을 보면서 과학교사로서의 중요한 능력을 대학시절에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필자가 교사가 되기 전과 초임 교사시절에 생각했던 교사는 개념적으로 잘 구성된 교안을 가지고 잘 가르치는 교사이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는 좋은 교사도 그러한 교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개념적으로 잘 구성되었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대학시절 동안 배운 것을 학교 현장에서 다시 가르치기에는 너무 부족한 것이 많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사명임을 느꼈다. 그렇지만 어느 한사람이 변한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이 아니다. 학교와 교사의 목표는 학생들을 훌륭하게 양성하여 좋은 대학에 합격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앞뒤의 순서를 바꾸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진정한 교육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쟁적인 방법으로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은 한가하게 '진정한 교육' 따위를 논할 시간이 없었고 학부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치열한 현실 속에서 학교가 살아남기 위해 많은 학생들을 그들의 소원대로 포장해주어야 했고 교사는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하여 학교의 위상을 높여야 하는 사명을 가져야 했다. 학창시절 경험했던 1차원적인 목표를 교사로서 다시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진짜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학생들에게 실컷 베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문의 진수를 경험토록 유도해야 요즘 필자는 과연 이렇게 빨리빨리 서두르는 선행학습 위주의 공부가 진짜 효과적인지 반문하고 있다. 최소한 과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1차적인 목표를 삼는 대학입학 시험에서 조차도 천천히 학문의 진수를 맛보면서 커나가는 학생들이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필자는 경험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전체 학생이 이상한 교육방방법에 얽매인 상황에서 개인이 알고 있는 방법으로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필자가 속한 과학교사 연구모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목과 다양한 방법적 수업을 추구하는 다양한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교육학자들과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단지 대학 입학을 위해 문제풀이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아님을 교사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입시라는 현실 속에 서로의 진정한 속내를 감추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의 극복은 학생들이 진정한 공부를 해볼 수 있고, 교사가 스스로를 진정한 스승으로 인정할 수 있을 때 이루어 질 것이다.
장옥순 | 전남 구례 토지초 연곡분교장 교사 당황스러움으로 시작한 교사생활 1980년 10월 25일, 48명의 담임교사로 교직에 첫발을 들여놓은 날의 풍경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마치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연인들처럼…. 첫 날은 가을대운동회였고 둘째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바닷가로 가을 소풍을 갔었다. 그런데 필자의 기억은 셋째 날에 집중되어 있다. 마침 학력 진단평가 시험지가 준비되어 있어서 아이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준 10분 뒤, 다 풀었다는 아이들의 말에 공부를 잘해서 금방 끝낸 줄 알고 좋아하던 필자는 시험지를 들고 교장실로 달려가고 말았다. 48명 중에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아이들이 15명이었는데 1학년도 아닌 4학년 아이들이니 그만 겁이 나서 교장선생님께 학교를 그만 두겠다며 울었던 기억만이 새롭다. 그 때는 교사가 부족해서 우리 반 아이들은 두 달 이상 옆 반과 함께 공부를 해왔으니 아동수용소에 가까운 실정이었던 것이다. 교장 선생님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어렵사리 배정받은 초보교사가 부임한 지 사흘 만에 그만두겠다며 울어버렸으니. 아이들 걱정이 커서 눈물을 보일 정도라면 한 달만이라도 가르쳐 달라고 설득하셨는데, 아버지처럼 인자한 교장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가 여기까지 오게 만든 시작이 되었다. 최남단의 바닷가 마을에서 늦가을에 만난 그 아이들과 해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히고 받아쓰기를 하며 한글을 깨우쳤다. 그렇게 4학년을 마무리할 무렵, 동네 학부모님들이 음식을 장만해 와서 교실에 차려놓고 전 직원을 초대하는 '사건'이 생겼다. 12학급에 전교생이 500명에 가까운 학교이니 직원 수도 많았는데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음식으로 때 이른 책거리를 한 것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5학년 때에도 계속해서 담임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어서라고. 전 직원이 음식촌지를 받은 때문이었는지 필자는 우리 반 48명을 그대로 데리고 5학년을 맡았고 그 아이들 중 2명의 결혼 주례까지 서주는 인연으로 지금도 만나고 있다. 교직의 출발은 힘듦과 갈등 속에 눈물을 많이 보인 나약한 모습이었다. 가족들과 너무 멀리 떨어진 외로움, 학습 결손이 심한 아이들을 끌어올리며 애태우던 시간의 나열이었으니 결코 아름다운 출발은 아닌 셈이다. 감사의 크기만큼 행복한 교직생활 필자는 인터넷신문 '한교닷컴' 리포터로서 복식학급인 우리 1, 2학년 다섯 명의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써서 올리는 재미로 살고 있다. 20여 년 동안 줄곧 가르쳐 온 5, 6학년을 뒤로 하고 올해 처음 맡아본 1, 2학년 아이들과의 만남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와 생각 수준에 맞추느라 늘 쉬운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어려움, 순진하고 엉뚱한 질문과 대답에 웃느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으니,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은 내 쪽이다. 단순함과 밝음, 투명하게 세상을 보는 눈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은 못쓰게 된 어린이'이니 고치고 다듬어서 이제 겨우 아이들의 이야기를 알아듣게 되었다. '아름다운 시작보다 아름다운 끝을 선택하라'고 충고하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속삭임에 동감하는 즐거움으로 그 어느 해보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함을 기록하는 즐거움으로 보낸 2005년이었다. 또 어미가 육아일기를 쓰듯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 헤어지는 날 두 권의 책을 아이들 품속에 안겨 줄 수 있게 되었으니, 아름다운 끝을 시작하게 되었음을 감사한다. 솔직히 산골 분교에 와서 아이들과 나눈 3년 동안의 기록만 되돌아봐도 몇 날 며칠을 웃으며 살 수 있을 만큼 행복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아이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온 3년은 앞서 살아온 22년 동안 교직에서 받은 상처와 아픔까지도 다 들어내고 새살이 돋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교실에 있다. 바깥은 한겨울 매서운 바람이 유리창을 건들지만 아이들이 남기고 간 이야기들이 필자를 불러놓고 자판으로 데려가 놓아주지 않는 탓이다. 낮에는 가르치는 일이 행복하게 하고 밤에는 아이들 이야기를 남기는 즐거움이 자정까지 이어지곤 한다. 내일이면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자기들 모습을 확인하며 즐거워 재잘대는 귀여운 참새들. 때로는 강아지이기도 하고 토끼처럼 큰 눈을 껌벅이며 웃음을 담고 바라보는 맑은 거울에 나까지 투명해지곤 했던 시간들. '감사함의 크기만큼 행복하다' 던 타고르의 말대로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생이다. 교직, 그 아름다운 선택에 후회는 없다. 법을 위반하는 행위인 수업침해 한국인의 특성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2000년 교육부 인성정책자문위원회) 근면성이 좋은 국민인 반면 나쁜 습성으로는 부정직, 이기주의, 불공정이 판치는 전체적으로 불신사회라고 한다. 그러니 학교도 사람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니 어느 만큼은 그러한 나쁜 습성이 있다고 본다. 정직하지 못한 회계처리나 인사부정, 권위나 자리에 연연한 극단적 이기주의, 신뢰감이 없는 불공정의 관행이 학교라고 예외적으로 없을 리가 있겠는가? 현직교사로서 겪었던 어려움은 수업 때문에 오는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직장 분위기나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초등 선생님들의 대부분은 교실에서 아이들과 수업하는 시간을 가장 행복하게 생각한다.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잘 만들어주는 리더를 만나고 수업침해를 법을 어긴 것만큼이나 깍듯하게 조심해 주는 관리자를 만나는 행운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닌가 한다. 8년 전에 모신 교장 선생님은 교직원들 사이에서 고약한 분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오랜 동안 장학직에 몸담으며 확고한 교육 철학과 리더십을 소유한 분이었는데 필자가 모신 분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분이다. 아침에 출근하여 교장실에 들르면 첫 마디가 "빨리 교실에 들어가십시오. 선생님보다 아이들이 먼저 와 있으면 안 되지요"였다. 그런 분이니 수업 침해를 염려해서 아침 시간에 교실에 아이들을 두고 회의하는 일은 일체 없었으며, 혹시나 급한 공문을 들고 교장실에 들어가면 충고를 들어야 할 만큼(모든 공문은 수업 종료 후 결재 가능) 엄격하셨다. 혹시라도 학습지를 복사하는 경우에도 점심시간이나 하교 후에만 가능했으니 그 분이 얼마나 아이들을 귀하게 여긴 분인지 알 수 있다. 학교 아이들이 외부행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어 그 부모가 감사의 표시로 식사 초대를 하는 경우에 응했다가는 난리가 날 정도였다. 그 뿐이 아니었다. 혹시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면서, 복도를 지나치면서 큰 소리를 지르면 담임선생님까지 함께 지도를 받는 부끄러움을 선물하신 유별난 분이었다. "선생님이 저렇게 소리 지르라고 가르치셨습니까? 지나치게 목소리가 큰 것도 일종의 병이라는 걸 모르십니까? 아동 지도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세요. 그 아이의 불만과 문제점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PAGE BREAK]교실 중심의 장학 방침 고수돼야 다음 날 학사 일정을 위해서 교실에 아이들이 남아 있지 않은 4시 이후에야 영역부장과 학년부장을 소집하여 간단한 협의를 마치고 다음날 일정을 미리 게시한 후 퇴근하여 아침부터 회의 소집으로 선생님들이 교실을 비우는 일은 없게 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교무회의였다. 그러니 아이들과 선생님이 이른 아침부터 독서를 하거나 공부를 할 수 있어서 학교도 차분하고 질서정연했다. 어쩌다 방학 때 교장실을 들어가 보면 손때 묻은 교육 전문서적과 일본판 서적들이 즐비하여 엄청난 독서력에 감동하곤 했다. 말을 극히 아끼면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은 확실하게 전문서적의 내용을 소개하고 해석하여 강의에 가까운 조언을 메모하며 듣던 직원협의 시간들이 참 그립다. 그 시간은 늘 교육학을 다시 공부하는 기분이었으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체 교직원 회의는 일주일에 단 한 번, 그것도 금요일 오후 4시 30분이며 5시를 넘기는 일조차 드물었다. 혹시 퇴근 시간 이후에 학교에 남아서 근무하는 선생님에게는 핀잔을 주셔서 근무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지 않은 무능의 소치라며 면박을 주시니 일이 많은 분들은 일감을 들고 퇴근하거나 점심시간까지 쉬지 못하곤 했었다. 선생님들을 인자하게 대하지는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험담하지 않아서 교직원들끼리도 화목했었다. 충고할 일은 혼자만 조용히 불러서 아무도 알지 못하게 꾸지람하고 공이 없는 데도 큰 상을 받게 하지 않으며 칭찬은 공개적으로, 꾸중은 남 몰래 하라는 교육자가 지녀야 할 상벌의 규칙을 엄히 지킨 덕분에 50명에 가까운 교직원들이 화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선생님이 특정한 아이를 싫어하면 덩달아서 그 아이를 싫어한다. 내 집에서 귀한 자식이 밖에서도 대접받는 것처럼, 관리자의 편애나 편 가르기는 직장 분위기를 죽이는 데 치명적이다. 아이들을 철저하게 훈육하고 바르게 키우길 바라셨고 교실수업은 교사의 생명이니 혹시라도 공문이 늦어지면 책임질 테니 수업부터 끝내고 오라셨으니 수업 시간에 결재를 위해서 교실을 비울 수도 없었고 수업 시간에는 면담조차 인정되지 않았던 그 엄격함이 그립다. 정년퇴임의 자리까지 거절하고 조용히 살아가시는 모습은 영락 조선시대의 선비 같으신 분이었으니 교육자에게는 그처럼 꼬장꼬장한 자존심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에게 식사 초대를 받거나 졸업식 날 회식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게 하고 당당한 교사의 자존감을 심어주셨던 분이다. 소풍을 가도 출장비로 점심을 주문하여 학부모의 부담을 사전에 차단할 만큼 철저해서 오히려 학부모님들이 안절부절 할 정도로 선생님들의 콧대를 높여주신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 친목날이 되면 강당에서 밤 8시가 되도록 내기 배구를 하며 전 직원이 웃고 떠들며 끈끈한 동지애로 뭉칠 수 있게 은근히 뒤에서 부추기던 장난스러움도 있었다. 내기에 진 팀이 시합에 건 돈으로 저녁을 사게 하고 다음에 다시 도전하게 만들어서 한겨울에도 강당에서 배구를 하던 일이 생각난다. 업무는 분위기에 따라 극복 가능 그런 깐깐함과 확실한 교육철학을 지닌 리더 덕분에 전남의 명문초등학교로 이름을 날렸던 2년 동안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어쩌다 동학년 티타임이 1, 2분 늦어져서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날벼락이 떨어졌으니 최고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도 아무도 불평할 엄두를 못냈었다. 확고한 원칙과 교실중심의 장학 방침을 고수하는 관리자를 모시는 것은 선생님들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내인사까지도 교직원 인사위원회에서 조정하고 업무와 학년 배정을 점수화 하여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간직하여 교직원 간의 불화의 소지를 미리 차단하였으니 앞서가는 교육행정을 펼친 셈이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상 연속하여 고학년을 맡게 하는 일이 없었고 업무의 경중을 따져서 수업시수가 적은 학년은 당연히 업무량이 많았다. 그러니 나이를 앞세워 업무를 회피하기보다 오히려 선배교사들이 더 열심히 일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서로 돕는 역할 분담이 철저했다. 필자는 6학년을 2년 연속 했는데, 그 이유는 6학년을 같이 했던 두 분 선생님들의 의견이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6학년 3개 반을 교과 전담으로 구성하여 음악, 미술, 체육을 교담제처럼 운영하며 각자의 특기를 살려 학년을 이끌었다. 수학경시대회를 지도했던 필자는 수요일조차 5시까지 6학년 수학 반 아이들을 지도하느라 제대로 배구를 못했으며, 점심시간에는 교수용 TP 자료를 만드느라 바쁘면서도 각자의 역할분담에 만족하며 즐겁게 살 수 있었다. 업무란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서로 아끼고 격려하며 도와주는 직장 분위기가 얼마나 좋은 가에 따라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 내의 분위기가 늘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고 서로 험담하여 신뢰하지 못하게 하거나 편 가르기를 하여 내 사람, 네 사람을 만들면 어떠한 조직도 살아남지 못한다. 특히 교직에서 교사의 자존감을 흔드는 관리자를 만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선생님이 즐거워야 아이들이 행복한 특수한 조직이다. 그 명제 앞에서는 어떠한 논리를 앞세워도 괴변이라고 단언한다. 학부모 앞에서 학교 선생님들을 폄하하는 관리자나 선생님은 이미 그 자리에 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호되게 질책하고 충고해서 바르게 가르치되 서로의 상처나 아픔은 최대한 참아주고 묻어주는 어버이나 형님 같은 관리자의 모습을 보여주셨던 8년 전 그 교장 선생님이 참 그립다. 교사가 교실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교육은 개혁을 한다고 변화 하는 것이 아니다. 수업을 잘 할 수 있도록 교사들을 고무시키고 자존감을 키우며, 교사가 아이들에게만 사랑을 쏟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믿어주고 여건을 조성해주는 '교실중심'체제가 되었을 때 가능하다. 선생님을 흔들고 교실에 머무는 시간을 빼앗으며 수업보다 업무 중심으로 가는 상황이 연출되면 이미 개혁은 물 건너 간 것이다. 교육은 한 시간 한 시간 수업을 통해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눈을 맞추고 앎의 기쁨과 가르침의 환희가 만나는 '예술적 경지'나 '절정적 체험'의 순간이 모여서 커지는 한 그루의 나무인 것이다. 교실수업을 지원해 주고 꾸준히 장학활동을 펼치며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이 활기찬 교직문화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함께 근무한 선생님이 최근에 교감 선생님으로 승진해 가셨는데 그 학교 선생님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모습이 생각난다. 선생님들이 처리해야 할 공문의 대부분은 그 교감선생님이 거의 다 해 주신다는 것이었다. 급한 공문을 하느라 수업을 못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교무보조와 함께 처리해 주시면서도, 본인은 수업을 하지 않으니 그런 일을 도와 드리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신다는 것이었다. 현재와 같은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교직 풍토에서 그와 같은 관리자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어서 선생님들이 부러워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선생님들은 공문이나 업무를 할 때보다 아이들과 수업하는 시간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급한 공문을 처리하느라 잃어버린 아이들의 시간은 찾을 곳이 없고 선생님이 바빠서 빈자리가 생기면 안전사고마저 도사리는 교실의 아픔을 너무나 잘 아시니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들이야 바쁘건 말건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관리자보다 훨씬 더 멋진 교감 선생님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겸손이므로. 2001년 2월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원제 Pay it forward)는 누구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힘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영화였다. 새 학기를 맞은 사회교사는 학생들에게 '우리 주위를 둘러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라'는 숙제를 낸다. 엄마와 단둘이 외롭게 살고 있던 트레버는 한 사람이 3명에게 사랑(선행)을 나누면 그 3명은 각각 또 다른 3명에게 좋은 일을 하게 돼 마침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세상 모든 사람이 선행을 주고받게 된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바로 그 교감 선생님은 오늘도 그 학교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소년 트레버처럼 나눔의 공식을 전파하고 계시리라.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나 교실, 아이들이 내가 오기 전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서로 믿고 의지하는 공간으로 변화되었다면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 아니겠는가?
손충기 | 원광대 교수·교육학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교육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세계가 끊임없이 변하기에 변화에 맞춰 습관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꿔야 한다. 구태를 고집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말만의 개선과 개혁은 뒤쳐지고 도태되고 만다는 것이 세상이치이다. 그러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교육의 원칙과 규율과 기강이다. 교육에서의 원칙과 규율과 기강은 제2세들에게 가르쳐야 할 덕목이면서 동시에 덕목을 가르치는 방법적 원리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교육에서 원칙과 규율과 기강이 어떻게 지켜지고 무너지는가를 보고 배운다. 수능시험 장소에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매체를 소지하는 경우 처벌하기로 했으면 법대로 처벌되어야 한다. 사전에 다양한 방법과 매체를 통하여 소지하지 말 것을 홍보하고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규정을 지켰는데, 몇 학생이 규정을 어겼음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구제방안이 논의된다면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일부 학부모들이나 정치권에서 법의 융통적인 운영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으나, 거기에 교육의 원칙이 휘둘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설립주체와 관계없이 학교가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는 경우 법에 의하여 처벌하면 되는 것이지 법을 새로 만들어 교육주체들 간 갈등을 조장할 이유가 없다. 법과 원칙이 없어서 일부 사학의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가 교육에 우선한다는 반 교육전문가적 행태의 소산이다. 학교와 교육을 정치인들이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자정력을 키우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교원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법과 원칙이 세워졌으면, 이를 어긴 경우 법대로 처벌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법과 원칙은 잘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법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법과 원칙에 없는 행동을 하는 교사가 오히려 이득을 얻고 큰소리치는 상황이라면 누구든지 손해 보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학생들이 이러한 교사의 모습을 보면서 성장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금 우리 교육에, 교사에게 권위는 있는가?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며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 들락거리는 학생 등 교육상황은 혼란스럽다. 학부모들이 교사를 대하는 행태도 존중에 기반하고 있지 못하다. 교원의 정년을 단축시키더니, 일부 촌지 교사문제를 전 교단의 문제로 매도하는가 하면, 체벌을 추방한다는 미명하에 교사가 학생의 잘 못을 보고도 외면하거나 눈 감게 만들고 말았다. 무능력하고 반교육적 행위를 하는 교원이 있다면 법에 의해 엄정하게 처벌하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교단에 불고 있는 교원평가제는 원래의 취지는 퇴색되고 결국 교원들의 사기와 권위만 위축시킬 것이 분명하다.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 취지와 목적에 맞게 방법을 제대로 강구하고 실시하자는 것이다. 지구상에 모든 초등학교, 모든 중․고등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획일적으로 교원평가를 실시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어디 있는가? 학교장 공모제는 또 어떤가? 학교 운영은 공장 운영이나 회사경영과는 매우 다른 특수성이 있다. 인간관계의 상․하, 좌․우의 위계와 연계와 협업이 어느 조직보다 중요한 곳이 바로 학교다. 교육의 산출은 제품생산이나 판매고와 같이 수량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인적인 인간을 형성시켜 내는 학교라는 도량은 학생들의 성적 점수로만 서열이 매겨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학교장의 리더십도 몇 가지 준거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세계에서 평생을 몸 바친 교원들을 제쳐두고 엉뚱한 인사가 교장으로 초빙되면 누가 교직에 정열을 불태우고자 할까? 학교가 사교육 기능까지 수행하도록 하는 정책으로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원 법정 정원을 확보하고, 교원들로 하여금 교육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 연후에 사교육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별도의 교원을 충원하여 학교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 2006년은 무너진 교육의 기강과 규율이 바로 서고, 추락한 교원의 사기와 권위가 회복되는 그런 해로 만들어야 한다. 법과 원칙을 지켜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행위준칙이 지켜져야 우리 교육에 미래와 희망이 있다.
신아연 | 호주칼럼니스트 2월, 새 학년 시작을 앞두고 지난해의 묵은 교과서와 노트, 필기도구 등을 제 방 한가득 펼쳐놓고 정리하는 아들애를 돕다가 잡동사니 사이에 묻힌 유난히 낡은 과학책에 눈길이 머물렀다. 겉장은 벌써 어디로 떨어져 나가 없고 손때로 갈피갈피 말려 올라간 각 페이지, 여백의 군데군데 낙서까지, 지난 한 해 동안 아들애의 손에 몸살을 앓았을 과학책의 고단함이 한 눈에 읽히는 듯했다. 옆에 있는 영어와 수학책도 꼴이 남루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올해까지 계속해서 2년 연속 써야 하는 체육책은 그나마 좀 얌전하게 간수한 듯했다. 대학의 원서 버금가는 두꺼운 지질의 교과서가 이 지경이 될 정도로 책을 험하게 다룬 아들애에게 한마디 주의를 줄 법도 하건만, 책 더미 속에서 과학책의 표지를 찾는 손길 중에도 잔소리는커녕 오히려 흐뭇하고 내심 대견하기조차 했다. 아들애가 지난 1년간 사용한 과학 교과서는 실은 헌책이다. 표지 안쪽에 쓰여 있는 우리 아들의 이름 위에 또 다른 두 아이의 이름이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교과서의 주인이 3년 내리 세 번이 바뀌었던 모양이다. 지난 해 9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을 시작하면서 아들애는 새 교과서를 갖고 싶어 했다. 그러는 녀석을 타일러서 되도록 깨끗하게 사용한 헌 책을 사도록 했는데 영어, 수학, 사회 등 죄다 남이 쓰던 것으로 장만하던 중에 과학책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새 책, 새 공책, 새 필기도구로 산뜻하게 새 학년을 시작하고 싶었던 소망이 일그러져서 제 딴엔 기분이 후줄근했을 텐데도 녀석은 헌 책들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여 학년말에는 우등상도 받고, 특히나 과학과목은 학년 전체에서 최고점수를 받았다. 갖가지 펜으로 어지럽게 밑줄이 그어진 공식하며, 연습문제 풀이에는 새 주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미 해답이 쓰여 있는 열악한(?) 환경의 교과서를 가지고도 우수한 성적을 냈으니 책을 좀 험하게 다루었다한들 대수일 것도 없고, 어미의 마음에는 그저 기특하기만 할 뿐이었다. 우리 애 뿐 아니라 호주에선 매해 학년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 구입을 놓고 부모와 자식들 간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선배들의 교과서를 물려받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대개는 부모들의 뜻을 따르게 된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교복과 체육복, 가방, 심지어 신던 구두조차도 후배들에게 물려주어 재활용 할 수 있는 데까지 사용토록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새 학기 시작을 앞둔 1월 초순경에, 더 이상 필요 없는 교과서나 교복 등을 팔고 싶어 하는 학생들로부터 수거하여 일정한 값을 매겨 신학기 준비물 기간동안 판매를 대행해 준다. 물건이 팔리는 대로 각 개인별로 집으로 수표를 보내주기 때문에 학생들은 되도록 빨리 새 임자를 만나게 하려는 조바심에 평소 사용할 때도 깨끗이 취급하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 부모 마음으로는 자식한테 다른 것도 아니고 교과서 하나쯤 새 것으로 사주지 못하랴 싶지만, 만만치 않은 신학기 준비물을 생각한다면 보통 가정에서는 그도 쉬운 노릇은 아니다. 고등학교 교과서도 새 책으로 구입할 경우 과목당 5만원 내지 10만원을 훌쩍 넘는 게 보통이고, 여기에 교복을 비롯해서 학용품 및 기타 신학기 필요용품을 전부 합치면 한 자녀 당 최대 80만원을 상회하기도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이보다 덜 들지만, 호주에서는 1년간 필요한 수업 준비물 일체를 새 학년 새 학기에 한꺼번에 일괄 갖추도록 하기 때문에 집집마다 목돈이 필요하고 형제가 여럿이다 보면 감당하기가 벅찬 가정이 많다. 그러다보니 되도록이면 쓰던 것을 물려받거나 비싼 값을 치루고 새로 산책은 절반이라도 건지기 위해 학생들의 신학기 용품 재활 습관이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교과과정이 개편되어 교과서가 바뀌지 않는 한 학교마다 펼치는 책 물려받기 전통은 좀체 대가 끊어지지 않으면서 학부형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한 몫을 하는 것이다. 한편 이맘 무렵이면 형편이 어려운 가정들의 새 학기 준비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회도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펼친다. 평소 생활 곳곳에 알뜰살뜰 배어있는 이 나라의 재활용 문화가 이웃을 향해 보람과 빛을 발하는 순간 중의 하나로 재활용품 판매 대금으로 장학금을 마련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내다버린 생활 집기나 옷가지 따위를 모아 깨끗이 수선하고 정리 정돈한 후 재활용 가게를 통해 1~2달러의 값으로 팔아 모은 수익금의 일부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자금이나 학용품 구입비로 환원을 하는 것이다. 재활용 기금을 통해 고등학교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매년 50~100만원 정도를 보조 받으면서 학업을 마친 학생들의 경우 비록 액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 돈이 모아지기까지의 따스한 손길과 정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한 푼을 쓸 때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감사를 표하곤 한다. 재활용품점은 또 신학기가 되면 시내 각 학교로부터 학생들의 작아진 교복이나 헌 가방 등을 수집하여 대대적인 할인판매에 돌입한다. 깨끗이 손질이 된 물건을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잇점으로 인해 자녀수가 많거나 소득이 낮은 가정들을 단골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무엇이 되었건 자식들에게 최상의 것을 해주고 싶고, 학업이나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주는 것에는 그 정성이 더욱 앞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로인해 학생들 간에 위화감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호주 학교처럼 빈부 구분 없이 아예 헌 책으로 공부하는 것을 전통으로 굳혀 버린다면 학생들이나 부모들이나 마음 언짢은 일 없이 새 학기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선배들의 수고와 땀, 노력의 흔적이 여기저기 배어 있는 교과서의 갈피갈피를 넘기면서 앞서 걸어가면서 빠뜨린 공식이라도 있다면 뒷사람이 챙기며 따라가는 재미도 느끼면서 말이다.
수채화는 동심을 닮은 맑고 깨끗한 청량제 미술이 타고난 재주를 갖춘 몇몇의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현실에서 우리 아동교육미술은 70년대 교육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경남지역 초등교사들의 뜻이 모여 1998년에 탄생한 '그림마실.' '마실'은 '동리 안을 나들이 가서 여가를 즐긴다'는 뜻이지만, 정작 그림마실의 탄생은 회원들의 열정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더 이상 미술교육을 사교육기관에 맡길 수 없다는 것에 뜻을 같이 했지만 전문성이 없다면 공염불에 그칠 일이었다. 그래서 그림마실 창립회원들은 1996년부터 2년간 수채화에 대한 공부를 한 후 정식으로 활도을 시작하였고, 이후에도 저자인 전성기 씨, 아동 미술연구가 윤정방 교수, 진주교육대학 이쌍재 교수, 한국수채화협회 등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9회에 걸친 정기전을 개최하였다. 그림마실 회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특기적성지도. 교과 공부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수채화는 솔직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휴식처럼 편안한 시간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시작의 아름다운 감동을 그대로 살려서 표현하여 만족감과 자신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벌 단계에서 포기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림마실 회원들은 수채화에 대한 공부에 더욱 충실히 하며 각 학교에서 클럽활동을 지도하고, 방학기간에는 미술캠프를 운영한다. 틈나는 데로 학생들과 야외스케치를 하는 것도 큰 보람 중 하나이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1998년 초·중등학교 수업혁신을 위한 교과 교육 연구활동 지원계획에 참여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각종 아동 실기 대회에서 지도자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실력 향상에 힘입어 매년 각종 공모전에 10여명이 입상을 한다. 그림마실은 현재 더욱 더 변화하기 위해 아동그림캠프, 타지방 미술동호교사회와의 교류전, 세미나, 전국 아동미술 현황자료 수집, 전국 공모전 응모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림마실은 앞으로도 어린이들의 미적체험활동과 표현활동을 통한 참다운 인간육성을 유도하여 그들의 요구와 본능, 흥미를 건전하게 충족시켜 주고, 꾸밈없는 자연의 세계를 표현한 전시회를 통하여 미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그림마실에 대한 자세한 활동 내역과 회원 가입은 홈페이지 http://painting.gnedu.net를 참고하면 된다.
시골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안타까운 현상을 겪게 된다. 근대 산업사회 이후 이농현상을 인해 농촌을 떠난 이들이 산업사회의 역군이 되어 공장에서 혹은 산업현장에서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런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중산층이하 도시민이 되었지만 의식은 중산층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가지고 있는 자본금이 많지 않으므로 땅투기를 하지도 않았고,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로도 돈을 벌지 못했지만 대부분 바르고 성실하며 지금의 한국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저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 도시민으로 완전히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가정의 경제적 난관이나 가정파탄의 피해는 어린아아들에게 더 혹독하다. 그런 가정의 아이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부분 시골의 할머니댁에 보내진다. 그래서 내가 근무하던 학교만 해도 서울이나 기타 대도시에서 할머니댁에 보내진 아이들이 학급 평균 2, 3명은 되었다. 학생수가 10여명 안팎인 교실에서 2, 3명이라면 상당히 많은 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가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모자격 심사라도 받고 아이를 낳도록 해야한다'고 말도 안되는 억지소리도 해보지만 그 아이들을 시골고 보내는 부모 심정은 오죽했을까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부모의 따뜻한 손길을 떠나 난데없이 시골에 보내진 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리하여 경제능력 없는 할머니 손에 길러지면서 아이들이 당하는 궁핍함과 애정결핍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구입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1월3일 통계청이 발표한 것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 전국의 서적-인쇄물 지출액은 가구당 월평균 1만397원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신문과 잡지 대금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동화, 교양서적이 포함되는데, 이 액수는 월평균 소비 지출 204만8902원의 0.5% 수준이다. 필자는 그래도 통닭 한 마리값에 해당되는 비용의 열 배 이상은 지출하고 있어 닭대가리 신세는 간신히 면했지만, 겨울철 들어 야외활동이 줄어든 덕에 한 달에 적어도 서너 권 이상은 읽고 있다. 각설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엊그제 뒤늦게 읽었던 윤흥길 선생의 ‘완장’을 우리 교육 현실과 맞물려서 느낀 점과 교육가족들이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양서를 많이 읽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아다시피 윤흥길의 ‘장마’는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왠만한 사람들은 한 번쯤 읽어 봤음직하나 혹 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80년대초 어떤 동네에 땅투기에 성공해 돈푼깨나 만지게 되면서 기업가로 변신한 최사장이라는 인물이 저수지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고 그 관리를 동네 건달 종술에게 맡기게 된다. 종술은 5만원 가량의 작은 월급을 주는데다가, 나름대로 자기가 예전에 한가닥 하였다는 위신으로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생각하였으나 완장을 차게 해준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관리인으로 취직한다. 그 이후에 종술은 낚시인들 위에 군림하기 시작하는데 고단에 지친 인생살이와 하층민 생활을 해왔던 종술로서는 팔에 두르는 비닐 완장이 크나큰 권력의 무게로 다가온 것이다. 그 후 별볼일 없는 서푼어치 비닐 무게의 완장 권력은 저수지에서 낚시질을 하는 도시의 남녀들에게 기합을 주는 모습으로도 나타나기도 하고, 고기를 잡던 초등학교 동창 부자를 폭행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나면서 보다 큰 폭력의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면소재지가 있는 읍내에 나갈 때도 완장을 두르고 활보하면서 자아도취에 빠지게 되지만 그 막강한 권력에도 반항세력은 생겨서 종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주점의 작부 부월이에게는 완장의 위력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그러나 완장이 인간에게 얼마나 크나큰 욕망을 불러일으키는가는 종술이 자신을 고용한 사장 일행의 낚시질까지 금지하는 모습으로 증명되어 결국 종술은 관리인 자리에서 쫓겨나지만 그는 해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수지를 지키는 일에 몰두하다가 가뭄 해소책으로 저수지의 물을 빼게 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저수지의 물을 뺀다는 것은 자신의 권력 기반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술은 ‘물을 빼야 한다’는 수리조합 직원과 경찰에게도 행패를 부려보지만 결국 열세에 몰리게 되고 완장의 허황됨을 일깨워주는 부월이의 충고를 받아들이게 된다. 종술이 완장을 저수지에 버리고 부월이와 함께 떠난 다음날 소용돌이치며 물이 빠지는 저수지 수면 위에 종술이 두르고 다니던 비닐 완장이 떠다니고, 그 완장을 종술의 어머니인 운암댁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종술의 어머니 운암댁은 완장을 차게 됐다는 종술의 말에 일제시대의 헌병과 6·25때의 붉은 완장을 떠올리며 몸서리치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 학교에도 완장은 수없이 존재하고 있다. 필자는 지금 시교육청에 근무하고 있는데 이곳에 발령받기전 1년을 소규모 6학급 학교에서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다 왔다. 그 이전에는 규모가 제법 큰 중학교에서 실무자로 있었는데 작은 학교 행정실장으로 와보니 처음에는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니 금방 적응이 되고 맡은바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가장 달콤하게 맛 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기안하여 추진한 것이 직접 시행되어 결과물이 나타나니 그것은 성취감으로 대변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어느날 나를 뒤돌아 보니 애초에 가졌었던 초심은 조금씩 사라지고 교만한 마음이 그곳을 슬금슬금 찾아오더니 주인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뒤를 돌아보면 쥐꼬리만한 완장인 행정실장의 직함에 도취되어 어떤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조금 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비단 나만의 얘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교육가족의 직장인 학교에 교장, 교감이라는 직책으로 휘두르는 완장부터 00부장이라는 직책까지 이 작은 학교조직에도 완장바람은 그칠 날이 없다. 평교사 시절에는 그러하지 아니했던 사람이 교감이 되더니 성격이 조금 권위적으로 바뀌고 연이어 교장이 되더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라는 말은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교사라는 완장을 이용한 학부모에 대한 부당한 요구로 매년 반복되는 추문은 대다수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을 매도하기도 한다. 학교장과 행정실장의 완장을 이용한 검은 금품 수수와 민주적이지 않은 의사결정, 비정규직 약자들을 괴롭히는 것이 그것이다. 전문성을 지닌 정당한 권위에 대하여는 존경심을 갖고 대우해야 하지만 그것을 악용한 잘못된 행태는 비난받아 바땅하다. 조금 외연을 확대해 보자. 우리가 근무하는 교육기관을 보면 학교 위에 본청과 지역교육청을 위시한 상급기관이 있다. 상급기관에 근무한다고 거드름을 피우면서 교직원을 대하거나, 꼭 필요치 않은 공문을 보내기도 하고, 다급해서 업무에 대해 물어본 교직원에게 성의없이 답변을 해주는 직원이 가끔 있다. 교원단체 또한 태초 출범했던 초심의 그 순수했던 성격을 잃어 색깔이 완전히 바래고 있다. 법 자체가 그들의 활동범위를 축소시킨 내재적 한계도 있지만 구성인자들이 단순한 자기 자신들만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로 귀결되는 양상을 보여 그들의 순수성 회복은 이제 바라지도 않는다. 향후 난립하는 교원단체들이 있는데 그들 또한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작은 조직사회인 이곳이 그러할진대 하물며 밖의 세상은 어떠할까? 우리가 참아내야 할 것, 이겨내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완장을 찬 사람들에게도 있겠지만,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완장을 두른 사람들의 권력이 더 크다. 완장은 문명의 깊이가 더할수록 더욱 은밀한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가 ‘완장‘ 속의 단순한 하수인인 종술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세상살이에서 억눌려 온 권력에의 피해를, 소외됨을 자그마한 저수지 감시원이라는 완장으로 대리만족을 취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고, 결국 어쩌면 완장의 겉모습에 취해 헛된 권력을 휘두르다 추락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 모습이 바로 우리들이 늘상 보아오고 있는 권력에 있던 사람들이고, 또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 교육가족은 자기가 가진 서푼어치의 무게도 안되는 자그마한 완장에 도취되지 말고, 서로를 위로하고 이해하며 격려할 수 있는 조직풍토를 만들었으면 한다. 교장을 포함한 교사들은 학생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고, 행정실장을 포함한 직원들은 학생들이 공부 잘 할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되는 것이다. 소설 속 부월이라는 작부가 말했던 이 사회에 던지는 화두가 될만한 의미심장한 몇 글자를 끝으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폐교의 오명을 벗고 고등학교로 다시 태어난다." 학생수 부족으로 개교 6개월만에 폐교된 용인 청운초등학교가 현암고등학교로 전환된 뒤 관내 중학생들이 몰리면서 수십명이 탈락하는 현상까지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교 비평준화지역인 이 지역 고입지원 마감 결과에 따르면, 청운초가 고교로 전환해 오는 3월 6학급으로 개교하는 현암고에 242명이 몰려들어 정원 210명을 초과, 1.15: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교육행정 당국의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한 미달 사태 우려'를 말끔히 씻은 것이다. 청운초는 지난해 3월, 36학급의 규모로 150억원을 들여 개교했지만 전교생이 26명에 불과해 학교가 과다설립됐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 폐교돼 탁상행정, 국민들의 혈세 낭비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 이목이 집중되었던 학교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죽전택지지구 1만8천여 세대의 입주가 완료된 점과 도·지역교육청의 적극적인 진학지도, 관내 고등학교에서의 홍보, 중학교에서의 정치(定置)지도가 주효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도교육청은 현암고 지원을 위해 원어민 교사 및 우수교사 우선 배치, 교과특기자 지원 육성학교 지정을 추진중이다. 또한 용인시에 현암고 인근 버스노선 신·증설 및 도로확장, 버스정류장 설치, 학교주위 가로등 설치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현암고 설립 업무를 맡고 있는 죽전고 홍선기 교무부장은 "현암고에 대한 미달 우려가 컷던 것은 사실이나 학교 위치가 유리하고 2008학년도부터 새롭게 변화된 대입제도 홍보 효과도 학부모·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개교하는 현암고는 초·중·고의 교실규격이 같기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특히 이 학교에 대한 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 노력과 지역 주민들의 학교 발전 가능성이 큰 학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지원률을 높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지역 학생들이 진학하는 기흥고는 1.05: 1, 서원고 1.09: 1, 보정고 1.01: 1, 수지고 1.03: 1, 죽전고 1.06: 1, 풍덕고 1.02: 1 로 나타났다.
교원정책개선특위가 확정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교육부에 넘길 교원양성, 연수, 승진제도 개선안이 일선 교사들의 관심사다. 그리고 지난해 말 교육부에서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 넘긴 교원정책 개선안을 보면 특위에서 어떤 개선안이 나올 것인지 짐작할 수 있기에 걱정의 소리가 높다. 개선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왜 현장의 많은 교원들이 미리 걱정들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정책들은 철저히 현장의 소리를 무시했다. 정치권이나 몇몇 교육학자들의 입맛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들의 장단에 맞추느라 교육계 전체가 우왕좌왕 갈지자걸음을 했다. 학부모나 지역사회로부터 신망을 잃으면서 공교육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의 개선안은 크게 ‘교원승진, 교원연수, 교원양성체제개편, 교원선발방법개선’으로 되어 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능력중심의 승진체제로 개편하고 초빙교장 및 공모형 교장제를 강화한다는 교원승진 개선안이다. 그래서 교원승진 개선안의 핵심을 살펴본다. 「현재 25년인 경력반영 기간을 15년이나 20년으로 축소하고, 90점인 점수 비중도 70점이나 80점으로 낮춘다. 교장, 교감 위주의 근무성적평정에 동료 교원들이 참여하는 다면평가제를 도입해 근평의 25%를 차지하게 한다. 근평 반영 기간도 현 2년에서 4년이나 5년, 10년으로 늘린다. 자기실적 평가서에 학습지도, 생활지도, 교육연구 등의 추진실적도 포함한다. 교감 승진 시 사용한 교감자격연수 성적을 교장자격연수 대상자 선발 시 다시 사용할 수 없다. 또 초빙교장과 일반승진 비율을 2014년까지 50대 50을 만들기 위해 현재 3.9%인 초빙교장 비율을 매년 5%씩 증가시켜 자격 없이도 교장 할 수 있는 특례학교가 늘어난다.」 개선안에서 경력반영 기간 단축, 다면평가, 근평 반영기간 연장, 자격 없는 초빙교장 확대는 반대한다. 하지만 점수비중을 낮추는 것은 찬성한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에서 왜 반대하고, 왜 찬성하는지를 밝힌다. 경력반영 기간을 단축하면 문제가 있다. 경쟁을 통해 승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승진경쟁을 경력으로 결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승진경력반영 기간을 줄이면 그만큼 승진경쟁이 일찍부터 시작된다. 승진경쟁도 좋지만 교육에서는 순수한 아이들 사랑이 더 필요하다. 다면평가를 하려면 여러 가지 보완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평가든 객관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다. 그런데 교육이라는 것이 쉽게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것만 평가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 세상은 좁다는 말 자주 쓴다. 그물망처럼 연결된 지연, 학연, 혈연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다면평가의 어려움이다. 승진을 하려면 남보다 더 노력하고 봉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근평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리저리 학교를 옮겨 다니는 승진대상자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굳이 근평 반영기간을 연장해 쓸데없는데 의욕을 낭비하게 할 필요가 없다. 교원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게 바로 전문직이라는 것이다. 교장자격증이 필요 없는 초빙교장이 확대되면 교육의 전문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활성화 되지 못한 일부 학교에서는 역량 있는 교장을 초빙하기도 어렵다. 점수비중을 낮추는 것은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점수로 승진경쟁을 해야 하지만 승진 대상자가 같은 학교에 근무하기도 한다. 그런 학교 근평이 나가는 연말이면 교직원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져 직원 분위기가 살얼음판이다. 같이 고생하고도 승진을 하느냐 못하느냐 갈림길에 서게 되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연말이면 들려오는 불협화음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점수를 낮춰야 한다. 교원승진제도 개선안은 오늘의 교육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다수 교사들은 묵묵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승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승진에 목매는 교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점수 관리하는 방법과 승진에 관한 얘기를 빼면 남을 게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비교육적이더라도 승진점수 챙기는 일에만 한눈팔다 승진한 교원들이 문제다. 학교의 활력은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직원들이 화합할 때 생긴다. 승진에 매달리는 풍토가 조성되면 교감, 교장이라는 자리를 감투로 생각할 수 있다. 무슨 감투라도 쓴 양 목에 힘을 주는 관리자라면 교육활동보다 행정위주로 학교를 운영하기 쉽다. 독선이 앞서고, 직원들의 의견이 무시되면 직원화합이 이뤄지지 않는다. 승진을 감투라고 생각하며 승진에 매달리는 그 자체가 우리 스스로 목을 죄며 스스로를 낮추는 일이다. 교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이들이어야 한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활동에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 평교사로 아이들과 생활하는, 교육활동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승진을 위한 일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시간을 보낸 교사가 동료나 후배들이 승진할 때 초라해지거나 위축되기보다는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현행 교원자격제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교원자격 단계를 확대하는 교총의 선임, 수석교사제가 꼭 실시되어야 한다. 어떤 교육정책이든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장에 있는 교원들이 동참해야 빨리, 그리고 바르게 정착할 수 있다. 제발 이번에 교원정책개선특위에서 확정해 교육부에 넘길 교원승진제도 개선안은 교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큰 박수로 환영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과서의 선택권 확대와 질 향상을 위해 초중고 교과서가 검인정 교과서로 바뀐다. 교육부는 초등학교는 단계적으로, 중고교는 원칙적으로 모든 과목을 검정제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 검정기준을 마련한 뒤 내년 교과서 개발에 들어가 2010년부터 본격 적용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국정 교과서는 교육의 통일성이 필요하거나 경제성이 없어 민간이 발행을 꺼리는 경우 교육부가 대학이나 연구소에 위탁해 편찬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검정 교과서는 민간이 제작, 교육부 장관의 검정을 받아 일선 학교에 보급된다. 현재 초등의 대부분 교과서와 중고교의 국어 도덕 국사, 고교의 전문 교과 등이 국정 체제로 발간되고 있다. 교육부는 그동안 교과서 개정이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바뀔 때마다 이뤄져 왔으나, 앞으로 4∼5년 주기의 정기 검정제를 도입해 민간이 미리 교과서 제작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민간 사업자가 교과서 편찬사업에 얼마나 참여할지는 불투명하다. 교육부는 “검정 교과서 확대는 국정 교과서의 정형화 및 획일화 등을 해소하고 교과서 편찬에도 경쟁 체제를 도입해 양질의 교과서를 보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학생 아들에게, “OO아, 설날에 할머니 뵈러 가야하니 미리 준비하거라.“ “아이- 어머니, 이번에 갔다 오면 어떻게 바로 다음날 학원에서 보는 월말시험을 쳐요. 저 공부해야 되어요. 이번엔 갈 수 없어요." 대학생 딸은, “어머니,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이 아무도 부모님 따라 고향에 간다는 말이 없었어요. 먼 거리를 3일간 다녀오면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가야할 지 말아야 할 지 결정을 못하겠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이번 설날은 둘만 갔다 옵시다.” 남편과 한참을 옥신각신 한 후 아이들을 설득하여 길이 막힐 경우 7시간 이상 걸리는 시댁으로 향하였다. 이른 새벽에 출발한 탓인지 길이 그다지 막히지 않아 5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작년 11월 시아버님을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고 허전한 나날을 보내시고 계시던 시어머니께서 손자, 손녀를 보시더니 반가움을 금치 못하셨다. 허리가 구부러지셔서 펴지도 못하신 채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 손자를 끌어안고 즐거워하시는 할머니 품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들의 얼굴을 살피니 마음의 갈등 후에 할머니를 뵈러 온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딸은 할머니! 하고 부르며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더욱 수척해지신 할머니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집안에서 시어머니가 연세가 제일 많으시므로 하루 종일 친척과 지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주방에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인 동서와 함께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음식을 준비하며 대접하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몇 년 만에 본 친척들도 있었고, 얼마 전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를 6개월간 간병하시면서 갖은 애를 쓰시다가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는 아픔을 겪으신 5촌 아저씨에게 위로의 말씀도 전해 드렸다. 이제 갓 결혼하여 시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러 온 이모님 댁의 조카며느리도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결혼하여 남편과 함께 당시 어렵기만한 집안 어른을 찾아뵙고 절을 올리던 신혼시절이 떠올라 잠시 새색시와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였다. 대접을 해 드리며 간간이 집안에서 그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앞서 얘기하였던 뇌출혈로 쓰러진 아주머니가 아프실 때 6개월 동안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에 아들이 출근하기 전에 새벽에 들러 밤 새 주무시지 못하고 병간호 하신 아버지를 쉬게 한 후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고, 저녁때는 직장을 다니는 며느리가 와서 시어머니를 돌보며 시아버지 반찬이며 집안청소와 빨래 등을 도와드렸다는 부모님에 대한 효도이야기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자녀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의 농사일을 도와드리거나 어려움 당한 집안의 일을 위하여 자신의 일처럼 애를 쓰신 친척들의 이야기, 또 친척 중 어떤 가정은 온 형제들이 힘을 합하여 홀로계신 어머니의 외로움을 덜기 위하여 직장생활로 바쁜 가운데도 순번을 정하여 어머님을 방문한다는 이야기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미담들이 흘러나왔다. 함께 자리에 앉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충분히 교육적인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 남편이 흐뭇한 얼굴로 일일이 친척들을 아이들에게 소개를 시키고 세배를 드리도록 하였다. 친척이 워낙 많은 데다 가끔 보는 얼굴이어서 기억을 잘 하지 못하니 이런 기회를 통하여 어떻게든 친척들의 얼굴을 익히도록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친척들이 모두 돌아 간 후 형제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며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서로에게 주기 위하여 챙겨온 선물과 건강식품, 또 안 쓰는 물건, 아이들이 커서 작아진 옷이나 다이어트로 줄어든 몸에 맞지 않는 옷. 신발 등을 함께 나누었다. 시어머니께서는 며칠 전부터 정성껏 직접 키운 콩나물을 며느리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시어머니께서 직접 키우시는 콩나물의 머리부분은 매우 고소하고 줄기부분이 두툼하여 아구 찜, 미더덕 찜, 코다리 찜 등 각종 찜 종류의 요리에 넣으면 푸짐해 보이고 맛 또한 그만이어서 며느리들에게 대 인기이다. 또 사촌끼리 나이가 서로 다르니 공부에 대한 서로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참으로 보기 좋았다. 기쁜 일만 있지는 않았다. 조카들 중에는 대학을 졸업 후 두 번이나 교사 임용고시에 낙방하여 절망해 있거나 박사과정까지 밟다가 그만 혼기를 놓친 경우도 있고, 또 행정고시를 준비하면서 6년째 공부하고 있거나 취업이 안 되어 걱정하고 있는 경우, 친구관계로 인하여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고 중퇴하였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싶으나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경우도 있었다. 형제들 모두 내 일처럼 머리를 맞대고 조언도 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며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조카들의 상황이 결코 교육과 무관하지 않는 것을 볼 때 교육자인 나 자신이 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점과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부끄러웠다. 휴일이 짧아 여느 때와 달리 정체가 많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정체구간이 거의 없어 넉넉한 마음으로 올라오는 길에 안동 하회마을을 들렀다. 낙동강이 감싸듯 돌아가는 마을입구에 방문객을 맞아주는 수많은 장승과 초가집과 기와집으로 이루어진 한 마을의 모습이 너무나 정겨워 보였다. 하회탈박물관과 영국의 엘리자베스Ⅱ 여왕 방문 기념관, 고택, 서원 등을 돌아보며 그네와 널뛰기도 하며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한가로운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내일 학원에서 보는 시험 못 보면 어떻게 해요?” 걱정하는 아들에게 염려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학교와는 달리 점수로 인하여 등급이 매겨지는 상황이 다음 달 학원 공부에 영향을 미칠 것을 생각하니 내심 걱정스러운 면도 없지 않으나 아들 앞에서는 애써 태연한 척 하였다. 많은 시간이 걸려 고향에 가지 않겠다던 아이들을 설득하여 설날 할머니를 뵙고 친척을 만나며 고향에 다녀 온 즐거움과 뿌듯함도 잠시 학원공부를 걱정해야 하며 세뱃돈 받은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자녀들의 모습에서 효경과 우애의 명절에 대한 참뜻을 되살리는 일은 아직도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올해부터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하는 중ㆍ고교가 서울지역 전체 학교 중 50%까지 확대되고 초등학교에는 수준별 수업이 권장된다. 31일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수준별 이동수업 실시 중ㆍ고교가 지난해 전체 대비 40%에서 올해 50%로 확대되고 내년에는 60%로 늘어난다. 작년 3월 현재 서울지역 중학교는 363곳이고 일반계 고교는 214곳이다. 수준도 2단계이상에서 3단계이상으로 확대된다. 즉, 수준별 반이 상급반과 하급반에서 상급반과 중급반, 하급반 등으로 세분화된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추가 학급 편성에 따른 강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교사용 영어 1학년 수준별 이동수업 교재 3종을 보급하고 수학과 영어 교과에 걸쳐 수준별 이동수업 관련 연수 및 워크숍도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중학교 11곳과 고교 10곳 등 21곳을 수준별 이동 수업 중점학교로 선정, 운영하기로 했다. 이 중점학교에서는 수준별 수업 학급을 많이 편성함으로써 가급적이면 소수의 학생들이 집중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하위 수준 학급의 학생수를 최소화해 효율적인 일대일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했다. 교육청은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수준별 수업을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개인의 특성과 수준에 맞는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수준별 이동 수업을 강화키로 했다"며 "수준별 이동수업이 정착되면 평준화 보완을 통한 공교육이 내실화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