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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초등학교 교감이 됐다고 여든이 넘은 어머님이 무척 좋아하셨다. 여기저기 자랑하시고 다른 친구 분들께 밥까지 사셨다고 한다. 형과 누나들은 물론 고향 분들도 함께 축하해 주시며 그간 고생했다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갈수록 움츠리고 무거워지는 어깨 하지만 참으로 힘든 과정을 거쳐 교감이 된 것 같아 마냥 기쁘기보다는 만감이 교차한다. 다른 많은 교감들도 나름 아픈 추억을 안고 근무하리라 생각한다. 특히 어려움을 뚫고 교감이 된 만큼 앞으로 소신을 펴며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헌신해야 하는데 환한 미소보다는 근심어린 표정을 감출 수 없다는 게 가슴 한 편을 무겁게 한다. 교감이라는 자리에서 하는 일들은 정해져 있는 것이 없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일에 관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장의 업무 고충이야 이루 말할 것도 없지만, 갈수록 교감의 업무도 혹독한 수준이 되고 있다. 아침부터 학생 교문 맞이와 등교지도에 나서야하고 일과 중에는 수업 및 생활지도가 잘 이루어지는지 장학활동을 펴야 한다. 방과 후 활동과 돌봄교실도 점검해야 하고 병설유치원이나 영재교육원운영학교, 운동부 운영학교면 업무는 더 부가된다. 교육청 공문 처리는 교사들이 일차로 작성하지만 이를 검토, 결재하고 진행 과정을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교감은 각 분야의 업무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요즘은 지자체와 연관된 교육 사업이 많아 그 일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교사 복무 관리와 결원 시 기간제 교사 선발, 강사 섭외및 방과후 강사 선발, 공무직 선발, 온갖 위원회 참석도 교감의 몫이다. 학교운영위원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정서행동 위기관리위원회, 기자재선정위원회, 소규모테마여행 활성화위원회, 학업성적관리위원회, 학교자체평가위원회, 교원능력개발위원회, 급식소위원회, 방과후소위원회, 학교예결산소위원회 등등 정말 많은 위원회에 장으로,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교감들의 노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중간 관리자로서, 교사들의 가교?중재?조정자로서 신명나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사기를 높여줘야 한다. 그래야 학교가 편안하고 행복해 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한국교총과 함께 노력해온 부교장제 도입, 교감직급비 현실화, 교사→교감 승진 시 1호봉 승급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사기 북돋고 열정 되살려줘야 얼마 전 머리가 아파 신경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의사 선생님이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길래 “초등학교 교감입니다”라고 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 의사는 “교감선생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봐요? 요즘 찾아오는 분들이 많네요”라고 걱정했다. 교감들은 자신의 고충을 가슴에 묻고 사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일을 누구와 이야기하거나 의논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아프고 치료 받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 땅의 모든 교감들은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길에 서서 행복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교감들의 헌신과 열정을 살펴줬으면 한다. 교사가 행복해야 교실이,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한다. 마찬가지다. 교감이 행복해야 학교가 행복해 질 수 있다.
“부장님, 오전까지 처리할 공문이 있는데…몇 시까지 출근하실 수 있나요?” 아침 8시 30분. 교무행정사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며칠째 몸이 안 좋아 병원진료 예약을 취소하고 학교로 향했다. 학기보다 방학이 더 바쁜 학교현장 사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온 것 같아 우선 치유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틈틈이 수업 관련 연수를 들으며 새 학기를 준비하려고 했다. 그런데 마음처럼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학교에 도착했더니 주차장은 방학 전과 다름없이 주차된 차로 빼곡했다. 방학 중인데도 많은 선생님이 학교에 출근한 것이었다. 교무실은 평소처럼 선생님과 학생들로 시끌벅적하기까지 했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방학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다.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은 아침부터 방과 후 수업과 오후 자율학습까지 향학열(向學熱)을 불태우고 있다. 교사들은 하계 방학 연수 받으랴 1학기 마무리 작업(학교생활기록부 작업)하랴 쉴 틈이 없다. 기말고사 이후 학교가 마련했던 여러 가지 경시대회(독후감, 영어, 수학, 자기소개서쓰기 대회, UCC 대회,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대회, 인형극발표대회 등)도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방학 전에 끝난 대회도 있지만 일부 대회는 준비 기간이 짧아 방학 이후까지 연장된 상태였다. 교사들은 방학도 잊은 채 경시대회 심사에 나서고 있었다. 교무실에서는 학교 특색교육 중 하나인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사회과 모든 선생님이 회의 중이었다. 교실에는 대회 참여를 신청한 학생들이 발표를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었다. 특히 9월 초 수시모집을 앞둔 3학년 교무실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고3 담임들은 아직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과 진학 관련 자료들을 꺼내놓고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진학상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 동료교사는 요즘처럼 하루가 짧게 느껴진 적이 없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멀티미디어실은 자기소개서 작성에 고민하는 고3 아이들로 진지했다. 요란하게 두드리는 컴퓨터 자판 소리가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대변하는 듯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글이 잘 되지 않는 듯 한참을 모니터만 바라보기도 했다. 학종시대를 맞아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의 초점이 교내 활동에 맞춰지는 만큼 아이들은 방학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단면이다. 학생 위해 땀 흘리는 교사들께 박수를 문득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만난 한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좋으시겠어요. 방학이 있잖아요?” “아~네. 글쎄∼요….” 어색한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지만 속내는 편치 않았다. 아마 그 지인은 내가 말끝을 흐린 진짜 이유를 모를 것 같다. 학기만큼 치열한 학교, 교사의 모습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방학은 ‘정지’의 개념이 아니다. 방학 때문에 교사라는 직업이 부럽다는 인식은 잘못이다. 부러움을 넘어 비난의 안주거리로 삼는 일은 더더욱 옳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더위와 맞서 싸우며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께 힘내시라 박수를 보내고 싶다.
태국이 국가 교육과 관련한 법적 규정을 마련한 것은 1997년 수정된 태국왕국 헌법이 최초다. 이어 정부는 인적자원 개발과 교육수준 제고를 위해 2년 뒤 교육개혁을 단행하면서 ‘국가교육법’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교육의 지방분권화와 활성화 등을 명문화하고 모든 연령의 잠재력 개발을 위한 평생 교육 촉진, 직업교육과 대학교육 활성화, 교사 전문성 개발 등을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모두를 위한 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 ‘세계시민교육’ 등 유네스코의 교육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교육 내용과 방법을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며 학생들의 창의성과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부터는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Moderate Class, More Knowledge’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 시간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교실 정규 수업을 줄이고 음악, 스포츠, 문학, 토론 등 다양한 교실 밖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방과 후 오후 2시 30분부터 학교가 마련한 교실 밖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 학교 제도 태국의 교육 체제는 정규 교육, 비정규교육(non-formal : 자격을 갖춘 교사가 정식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하지만 학위나 학점이 제공되지 않는 형태), 비형식교육(informal education : 정식 교육과정이나 학위·학점이 제공되지 않는 형태) 3가지로 나뉜다. 정규 교육 체제에는 국·공·사립학교뿐만 아니라 특수학교, 종교학교, 국제학교 등이 포함된다. 2014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교원 수는 64만 1793명으로 이중 초중등 공립학교에 40만2412명이 배치돼 있다. 학생 수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총 1336만 2513명으로 집계됐다. 학제는 초등학교는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이다. 초등학교, 중학교가 의무교육에 해당되지만 12년 교육과정 모두 수업료 등이 법적으로 무료다. 학교 교육과정은 2개 학기로 나눠 운영된다. 초·중·고는 5월 15일 정도에 학기를 시작해 다음해 3월에 끝난다. 대학은 아세안의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8∼12월에 1학기, 1∼5월에 2학기를 운영한다. 초중등 과정에서 주요 교과는 태국어, 수학, 과학, 사회 및 종교·문화, 체육, 예술, 직업 기술, 외국어로 8개가 포함된다. 학교급별로 졸업 단계에서 국가성취도평가를 치른다. 특히 고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이 시험에 통과해야만 한다. 고교 졸업 대상자는 O-NET(Ordinary National Educational Test)과 A(Advanced)-NET이라는 두 가지 유형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시험 성적과 고교 3년의 내신 성적을 합산해 대학에 지원하게 된다. 대학의 학위 취득 자격 기준이나 명칭은 다른 국가와 동등한 수준을 맞추기 위해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 학년에 최소 이수 학점을 30학점으로 정하고, 정규 수업이나 실습 등에서 요구하는 학습량이나 기준을 정하고 있다. △ 교원제도 교사가 되려면 전국 170개 일반대학의 교육학부에 교직과정(5년)을 거쳐 학사학위를 받아야 한다. 4년으로 운영되던 교사양성과정은 지난 2004년에 실습 기간 1년을 추가해 5년으로 개정됐다. 마지막 5학년에는 180일 동안 학교 현장에서 실습을 해야 한다. 졸업 후에도 1년 동안 학교에서 보조 교사로 실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에는 우수 교사 확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44개 소수의 대학에서만 운영되던 교직 과정이 십여년 전부터 전국 일반대학에서 확대 운영되면서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 산하 교원위원회나 교원단체 등에서는 교원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지원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교직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지식을 배우거나 새로운 교수법을 익히는 연수에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을 지급하는 사업 등이 있다. 교사의 직책은 보조 교사부터 경력에 따라 K1~5단계로 나뉜다. 이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봉급액 기준도 법령으로 정해 놓고 있다. 2015년 기준, 보조교사의 최저 임금은 49만6838원이고 K5교사의 최고 임금은 253만5360원으로 직책에 따른 편차가 크다.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의 경우에는 임금 수준이 학교에 따라 다르다. 교육부 산하의 교직원위원회(OTEPC)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공립 교직원에 대한 지원 등 교원 처우와 사기를 높이기 위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출랑롱콘 대학 교수 Fuangarun Preededilok 출랑롱콘 대학 교수 ⓒ 한교닷컴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국 시도교육청들이 용도가 정해진 수십 개의 목적사업 예산을 이름만 바꿔 학교운영비에 포함시켜 학교 재정 자율성 강화 취지와 배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5년 지방교육재정분석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도교육청 별로 적게는 2개부터 많게는 81개의 목적사업 예산이 학교운영비에 통합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보니 순수 목적사업비보다 학교운영비 증가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학교 순수 목적사업비는 세입결산액 대비 2010년 32.1%에서 2014년 34.3%로 2.2%p 증가한 반면 학교운영비는 2010년 23.9%에서 2014년 29.8%로 5.9%p 증가했다. 이는 목적사업 예산을 학교운영비에 포함시켜 나타난 수치상의 증가일 뿐 실제로 예산 운용에 있어 자율적인 학교운영비가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례로 올해 서울 A초 예산에 학교운영비는 5억 1000만원, 순수 목적사업비는 5억 3800만 원이다. 그러나 학교운영비 항목 안에 ‘학교기타운영비’라는 명목으로 교원연구비(3600여 만 원), 특수학급운영비(600여 만 원), 학습부진 전담 강사비 및 초등수영교육 지원(1400여 만 원) 등 목적이 지정된 사업비가 6200여 만 원 편성돼 있다. 사실상 학교운영비는 4억 5000여 만원인 셈이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26개 목적사업 예산을 ‘학교기타운영비’ 세목에 포함시켜 편성한데 따른 것이다. 배움터지킴이나 교원연구비 등 사실상 학교급 전체에 교부되는 사업뿐만 아니라 야영협력학교, 기계공동실습소 운영 등 특정 학교를 위한 사업까지 망라돼 있다. 지난해에는 9개 사업을 포함시켰는데 올해는 그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타 시도교육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각 시도의 ‘2016학년도 학교회계 예산편성 기본지침’에 따르면 대구는 72개 목적사업 예산을 학교운영비 항목에 통합했고 충남 41개, 경기 39개, 경남 38개, 제주 31개 등 수십 개 목적사업을 학교운영비 항목에 편성했다. 한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실상 눈가림"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교육청들은 개선 노력에 미온적이다. 다른 도교육청 관계자는 "목적사업비를 줄이는 것이 예산수립의 기본 방향이지만 교육청의 각 사업부서들은 목적성 경비여야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방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운영비에 포함시킨 사업비는 잔액을 반납하지 않아도 돼 예산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불만이다. 서울B고 교장은 "어차피 정해진 목적으로 집행할 수밖에 없는 강제성을 띤다"며 "포장만 된 학교운영비로는 재정 자율성을 높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C초 행정실장은 "집행잔액이 많이 남으면 사업계획을 잘못 짰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잔액이 거의 미미하다"며 "교원연구비 등은 잔액이 남으면 다음 분기에 이를 반영해 예산을 신청하기 때문에 사실상 잔액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용남 한국교육개발원 지방교육재정특임센터 부연구위원은 "매년 반복되는 일상 경비 성격의 목적사업비는 줄이고 학교기본운영비를 대폭 늘려 학교의 재정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월호 닮은꼴 美 '카트리나 모멘트' 22번의 청문회 -사진 출처 EBS 지난 2005년 8월 29일,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다. 이로 인해 지역의 80%가 침수됐고, 1836명이 사망했으며, 1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상 최악의 자연재해 탓에 수만 명이 고립돼 구조되지 못하는가 하면, 수많은 주검들이 수습되지 못한 채 물 위를 떠다녔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 절박한 순간, 뉴올리언스 시장은 아무런 설명 없이 2시간이나 자리를 비웠다. 부시 대통령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지 만 하루 만에 휴가에서 복귀했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 현장 대응에 혼선이 발생하면서 구조 물자 지급이 지체되는 등 문제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 후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중간선거 참패와 공화당의 재집권 실패로 이어졌다. 이때 생겨난 정치용어가 바로, 대형 재난 등 특별한 계기로 정부 지지율이 급락하는 현상을 일컫는 '카트리나 모멘트'다. 미국은 카트리나의 비극을 잊지 않았다! 카트리나 참사 이후, 미국은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벌였다. 22번의 청문회를 가졌고, 325명을 증언대에 세웠다. 83만 8000쪽에 이르는 자료를 검토한 끝에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연방정부의 대응'이라는 보고서도 발표했다. 보고서의 부제는 '얻은 교훈들'이었다. 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비, 지속적인 재난 대비 훈련을 위해 연방 재난관리청(FEMA)의 위상과 역할도 강화했다. 그리고 7년 뒤, 또 다른 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과 뉴저지를 강타했다. 대형 참사를 야기할 만한 규모의 허리케인이었지만 2주 전 언론을 통한 예보, 3일 전 해안지대 주민들 의무 대피, 1일 전 침수 위험 주민 사전 대피 등 재해에 체계적으로 대비함으로써 대형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카트리나 참사에서 얻은 교훈들이 실현된 덕이다. (2016. 4.18. 노컷뉴스 인용) 실패를 반성하지 않고 기록하지 않으면 반복된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벌써 2년을 넘었다. 그동안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미국이 카트리나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22번의 청문회를 실시하여 관련자를 문책하고 방대한 기록을 남겼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한참 부족해 보인다. 카트리나 참사는 자연재해였음에 비추어 세월호 참사는 예고된 인재였으니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뼈저리게 아픈 사건이다. 우리 역사가 지속되는 한 가장 뼈아픈 참사로 기억되어야 하며, 그 처리 과정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아야 할 사건이다. 그런데 진행 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제대로 돈 청문회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제대로 된 문책도 없으며 진정한 사과도 없으니! 분노한 사람의 목소리로만 간간히 연명해 가는 듯하여 가슴이 답답하다. 미국이 자연재해임에도 불구하고 그처럼 방대한 자료와 기록을 남기며 청문회를 열고 관련자를 문책한 것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한 것 아닌가? 일상의 삶이 바빠서, 내 자식의 일이 아니니까,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은 괴로우니까, 피해 보상을 받으면 되는데 언제까지 들먹여야 하냐고 화를 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으니 더 분통이 터진다. 살기도 바쁜데 더 이상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참 많아서 놀란다. 그런 사람들을 보는 것이 무섭다. 역사를 잊어버리자는 말과 같다.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곪아터진 암 덩어리를 찾아 도려내는 것이 먼저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책임자를 처벌하고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실패에서 배우는 못하고 덮어버리는 것은 더 큰 재난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다. 식민지 역사를 반성하지 못하고 도려내지 못한 채 그 물에서 활개 치던 사람들이 이어온 역사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면서도 유야무야 덮기를 반복하는 현대사 덕분에 이 나라 곳곳에서 고름들이 터지고 있지 않은지 두렵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자라나는 세대와 젊은이들을 좌절과 절망으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눈만 뜨면 불안한 뉴스와 갈팡질팡하는 정치 수장들이 국민의 생존권을 놓고 이랬다저랬다 영혼이 없는 말들을 쏟아낸다. 최고 학부를 나온 부장 판사의 성매매 일탈은 이 나라 고위직의 도덕성 수준을 가늠케 하기에 충분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번 기회에 성매매를 합법화 하자는 목소리가 공공 방송에서 벌건 대낮 방송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성 충동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니 법으로 얽매지 말아야 한다는 유명한 삼리학자의 괴변에 놀랐다. 그 분도 역시 이 나라 최고 학교의 심리학자다! 마치 길을 가다가 배가 고프면 훔쳐 먹어도 된다는 논리 같아서 아연실색했다. 장하준 교수가 "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고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에서 주장한 내용을 보는 것 같다. 많이 배우고 최고 학부를 나와서 지존의 자리에 있어도 군림하는 자리에 올라도 도덕성과 인간성이 결핍된 사람들은 반드시 있다는 말이다. 지식은 갖추었으나 지성까지 갖추지 못했으니 한 순간의 일탈로 무너지는 사람들이 도처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성매매가 한 인간의 파멸로 좁혀 볼 수 있음에 비해 세월호 참사는 거대한 해일이다. 결코 한 두 사람의 책임으로 몰고 갈 수 없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따지고 기록하며 부끄러운 역사를 남겨야 한다. 특히 너무나 억울한 죽음을 당한 꽃송이를 보낸 애끓는 부모들을 위무하는 일은 돈이 아니다. 위로금 받았으니 그만 두라는, 이쯤에서 그만 잊자고 하는 사람을 나는 증오한다.공감력이 없는 무서운 사람 같아서 친구건 친척이건 정나미가 떨어진다. 진심과 눈물을 담은 피맺힌 사과다. 그것도 오래도록 해야 한다. 어떤 위로와 반성으로도 피맺힌 한을 닦아 줄 수는 없지만 진정성만은 온 국민이 가져야 한다. 누구보다 정부 책임자와 그 많은 학생을 잃은 교육부는 두고두고 반성해야 한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에서도 카트리나 보고서와 같이 수 만 쪽의 기록물로 피맺힌 역사로 남아야 한다. 아프고 시린 세월호 보고서가 나오는 날까지 미안해하고 분노하는 일을 멈추지 말자. 2년이나 지났으니 지금쯤 진행 결과를 담은 중간보고서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상처를 잊어야 살아남는 것은 개인에 한해서다. 국가가 그래서는 안 된다. 정부가 그,래,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그래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는 단원고 한 학교의 일이 아니다. 안산 지역 한 곳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숨을 쉬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아픈 역사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시리고 아프다. 세월호만 생각하면 아픔과 분노의 눈물을 주체할 수 없으나 용기가 없으니 1인 시위도 못 하고 이렇게나마 한숨 내쉬며 소리 없는 아우성만 내지름을 용서하시라!
지금도 밖에서는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짧은 삶을 사는 매미는 이른 아침부터 맴맴 여름을 알린다. 매미의 사명을 다하는 것을 볼 때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선생님들은 특별한 사명을 부여받았다.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사명, 학생들의 변화시키는 사명, 새로운 지식을 응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인간을 기르는 사명 등 엄청 많은 사명을 부여받았다. 이러기에 한편으로 부담스럽지만 한편으로 자랑스럽다. 학교에서 여러 가지 가르쳐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절용이다. 절약해서 쓰는 것이다. 절용의 교육이 잘된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는 학교만 가봐도 알 수가 있다. 가장 많이 낭비하는 것이 화장실의 휴지다. 휴지를 뭉텅이로 사용하다 버린다. 그것도 사용하지 않고 버리기도 한다. 만약 자기 집의 것이라면 그렇게 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용(私用)을 절약하는 것은 사람마다 능히 할 수 있으나 공고(公庫)를 절약하는 이는 드물다. 공물 보기를 사물처럼 한다면 그는 곧 어진 목민관이다.” 앞으로 세계의 선도적인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이는 학교의 것도 내 집의 것처럼 아끼고 절약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절용(節用)의 선생님이라 할 수 있다. 물도 마찬가지다. 물을 필요할 때는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물을 낭비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이것이 습관화되면 지도자로 성장할 수 없다. 자기가 마음대로 낭비하는데 누굴 보고 낭비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전기도 마찬가지다. 수업을 할 때 에어컨을 트는 것은 좋으나 수업을 마치고 빈 교실에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다면 얼마나 낭비가 심하겠는가? 교실에 학생이 아무도 없는데 불이 켜져 있으면 그것 또한 마찬가지다. 교무실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데 에어컨이 돌아간다? 신경을 써야 할 일이다. 학생들에게 교육을 잘 시켜야 할 것이다. 요즘은 가족단위로 휴가를 많이 간다. 휴가를 간 곳에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절용의 교육을 잘 받았더라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을 보호하는 방법은 내가 가지고 간 쓰레기는 내가 치우거나 집에 가지고 와서 버리는 것이 정도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비닐봉투 사용문제다. 비닐봉투는 썩지 않는다니 문제다. 소각을 하면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이것들이 산이나 바다에 그대로 두면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빼앗아가고 만다. 재사용이 좋다고 하니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고 앞으로 환경오염에 영향을 주지 않는 봉투를 만드는 과학자도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1회용 커피잔도 환경오염에 주범이라고 하니 이것 또한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무기(無棄)라 곧 버림이 없도록 지도하는 것, 선용재(善用財)라 곧 재화를 잘 쓰는 것, 절용이란 곧 목민관이 먼저 힘써야 하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절용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앞서 실천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절용(節用)의 선생님이라 할 수 있다.
학생의 문제 행동…억압적 학급 운영 탓 민주적 의사 결정 통해 스스로 규칙 만들도록 ‘올베우스 4대 규칙’ ‘장점쇼핑몰 게임’ 등 다양한 활동 통해 평화감수성 길러볼 것 허승환 서울난우초 교사는 최근 ‘세계시민교육의 첫 걸음, 교실 속 평화놀이’를 펴냈다. 그는 “어른들은 말로 대화하지만, 아이들은 놀이로 대화한다”며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품과 사회적 기술을 놀이로 접근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교사들의 지식 멘토로 손꼽히는 그가 평화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상처 있는 아이들을 만나면서다. 교사에게 욕을 하고 반항하는 학생을 보면서 ‘평화로운 교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3년 학습연구년을 맞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평화교육 전문 강사 양성과정’을 이수하면서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자신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다툼의 원인은 학생 개인의 성품 문제가 아니라 규칙을 정해놓고 이를 어겼을 때 벌을 주는 억압적인 학급 운영방식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허 교사는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교실 내 규칙을 만들게 하는 것이 평화교육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추구하는 평화교육의 핵심은 ‘평화감수성 키우기’다. 평화감수성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갈등 요소를 파악해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후천적이고 사회적인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과 쉽게 소통하고 공감하기 때문에 스스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학기 초에는 ‘올베우스 4대 규칙’을 활용해 평화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노르웨이의 심리학자 댄 올베우스가 개발한 4대 규칙은 △우리는 다른 친구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도울 것이다 △우리는 혼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 괴롭힘 당한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학교나 집의 어른들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등이다. 허 교사는 “교실 중앙에 올베우스 4대 규칙을 게시하고 장난과 괴롭힘이 어떻게 다른지, 혼자 있는 친구와 함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란 것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장점 쇼핑몰 게임’도 추천할 만하다.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위축된 마음을 회복시키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놀이다. 포스트잇 8장을 준비해 4장에는 직접 자신의 장점을 적고 나머지는 친한 친구들로부터 받는다. 장점 8가지를 쓴 후에는 교실을 돌면서 친구와 서로의 장점을 교환한다. 그는 “장점 8개를 모두 교환한 후에는 가장 갖고 싶은 장점이 무엇인지, 누구의 장점인지, 왜 갖고 싶은지를 발표하도록 지도한다”며 “성격과 자아가 결정되는 시기인 만큼 놀이를 즐기다보면 긍정적인 또래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허 교사는 학생들과 처음 만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후배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는 만화가 박광수 씨가 쓴 글 ‘씨앗, 너무 애쓰지 마라. 너는 본디 꽃이 될 운명일지니’라는 구절을 좋아한다고 했다. “학생 뿐 아니라 후배 교사들 역시 언젠가 꽃이 될 씨앗이에요. 초보일 때는 사고 나는 게 당연해요.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노력하는 동안은 방황하는 법이다’라는 구절이 있죠. 실수하고 실패할 때마다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유종도 서울 언주중 교장 외 7명이 ‘인공지능과 생활인성’을 펴냈다. 오랜 현장 경험과 이론을 접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성교육 안내서다. 총 5부 21장으로 구성돼 국가가 지정한 8가지 인성 덕목과 사례, 종교와 인성의 관계, 철학적 관점에서 본 인성, 선진국의 인성교육 현장 등을 소개한다. 기존 인성교육 교재와 달리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서양 인성교육의 핵심을 포괄적으로 짚어낸다.
구권환 공주교대 교수(도예가)가 10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 가나안아트스페이스에서 설백색 달 항아리 퇴임전(展)을 갖는다. 전통 물레 성형기법으로 만든 설백색 달 항아리는 마치 보름달을 연상시킨다. 구 교수는 “둥근 보름달처럼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경기교총회장배 골프대회 개최 경기교총(회장 장병문)은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경기 기흥 컨트리클럽에서 ‘제9회 경기교총회장배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교총 회원의 건강 증진과 화합, 조직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상식에는 대회를 후원한 문경안 볼빅 회장이 참석했다. 남자부 1위는 이경수 태장고 교사가, 여자부 1위는 손선희 경민IT고 교사가 차지했다. 우수 회원 해외 교육문화 탐방 충북교총(회장 직무대행 한관희)은 지난달 31일부터 닷새간 신규 회원 유치를 위해 노력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2016년도 상반기 우수 회원 해외 교육문화 탐방’을 실시했다. 이번 탐방은 베트남 다낭과 호이안, 후에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865번지 고산어린이공원. 시설이 노후해 비행 청소년들의 아지트로 전락했던 이곳이 지난달 29일 ‘새 옷’을 입었다. 보도블록을 따라 알록달록 꽃송이와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고래가 자리 잡았다. 빈 공간마다 아기자기한 그림이 채워져 야외 미술전이 열린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 때문에 지나다니기조차 꺼렸던 공원이 지역 주민들의 소통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공원의 변신은 학교와 지역사회, 기업의 합작품이다. 경기 본오중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김병욱 교사(미술)와 박세영 교육복지사가 큰 그림을 그린 후 학부모회, 지역 주민,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집단(환경미술협회), 기업(삼화페인트·동양오츠카), 대학(경희대 미술대학·교육대학원)이 힘을 보탰다. 이른 바 ‘마을이 학교다’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미술’ 활동을 통해 인성·진로교육을 실시하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가 화합·소통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미술에 관심 있는 학생과 교육복지 대상 학생 80명을 주축으로 진행됐다. 김 교사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안산’을 검색하면 세월호 참사, 방화·인질극 사건 등 불미스러운 뉴스가 먼저 뜨는 걸 보고 학생들이 안타까워했다”며 “지역 이미지를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다 학교 주변 공원부터 바꿔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술세미나, 교과연구모임 등을 통해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뜻을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았다. 심영옥 경희대 교수와 김용남 환경미술협회 회장, 김선순 학부모회 회장 등이 참여 의사를 전해왔고, 김재경 본오1동 동장이 나서 시청과 구청의 승인을 받았다. 심 교수는 “학교, 지역, 학생이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며 “중학생들의 진로교육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미래에 교직에 나갈 예비교사 20명과 동참했다”고 전했다. 난관도 있었다. 공원 전체를 꾸밀 각종 미술 재료를 구입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했다. 한 기업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교사는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페인트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며 “프로젝트의 취지와 사정을 듣고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삼화페인트 사회공헌팀은 페인트와 각종 부재료를 제공했다. 지난해부터 준비한 프로젝트는 지난 5월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림 그리기 작업은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이뤄졌다. 닷새 동안 참여한 인원만 150여 명이다. 직접 붓을 들지는 않았지만, 후원을 자처한 주민도 적지 않았다. 무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간식과 식사 등 먹을거리를 준비했다. 소식을 접한 동아오츠카 마케팅팀은 작업 기간 내내 시원한 음료를 제공했다. 공원 바닥과 벽면 등 빈 공간을 캔버스로 삼았다.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던 공간 자체가 미술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중학생과 대학생, 대학원생, 전문가, 주민들이 서로 의견을 내고 조율하면서 그림을 완성했다. 김 교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마을 문화, 골목 문화가 사라진 요즘 학생, 어른 할 것 없이 한 데 어우러진 소통의 장(場)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주민 박지혜 씨는 “생기 없고 삭막하던 공원이 이야기가 담긴 그림으로 채워지는 모습만 봐도 즐거웠다”며 “학생,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게 완성한 그림이 훼손되지 않도록 마을 주민 모두가 잘 보존하고 가꿔야겠다”고 덧붙였다. 1학년 임유정 양은 “범죄가 많이 일어나던 곳을 예쁘게 꾸미고 밝은 분위기로 만들었더니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외국의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 공원이 예전보다 밝아져서 주변 이미지도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2학년 김효진 양도 “바닥에 물감을 칠했을 때의 그 감촉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면서 “친구들과 협동해 그림을 그린 적이 많지 않았는데 함께 그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CJ나눔재단이 주최하고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이 주관하는 ‘꿈키움 드라마 제작교실’ 경연회가 10일 한국교총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꿈키움 드라마 제작교실은 지역아동센터와 학교교육복지실 아동‧청소년이 대학생 멘토와 함께 인성 드라마를 직접 만들면서 인성교육 핵심역량과 문화적 감수성을 기르는 프로젝트다. 32명의 대학생 멘토와 320명의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청소년이 멘티로 참여해 4월 이후 매주 한 차례씩 모여 주제 고르기, 대본 쓰기, 연기연습, 소품준비, 촬영과 편집까지 전 과정을 함께했다. 문화 소양을 기르기 위한 연극‧뮤지컬 단체 관람 기회도 가졌다. 드라마는 일상생활에서 10대들이 겪는 여러 갈등과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5분 내외의 단막극 형태로 담고 있다. 책임, 배려, 존중, 성실, 절제 등 다양한 인성덕목을 드라마의 구체적인 스토리로 깨닫게 한다는 취지다. 한국교사연극협회도 후원에 나섰다. 협회 교사들은 멘토들이 드라마 제작 전 과정을 지도할 수 있도록 20차시의 수업지도안을 개발‧지원했다. 또 3차례의 워크숍을 개최해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이들은 10일 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한다. 심사에는 박경찬 영화감독, 이윤재 음향감독이 참여한다. 출품된 작품은 ‘새터민으로 산다는 것’(시흥 소래중), ‘초능력을 찾아서’(송파 아름다운꿈지역아동센터), ‘기준과 기준’(양천 옹달샘지역아동센터), ‘우리는 하나’(중랑 열린지역아동센터), ‘썸머 인 썸’(강서 행복한지역아동센터), ‘떡볶이’(의정부 나눔공부방), ‘엄마의 도시락’(안양 한무리지역아동센터), ‘푸르른 날에’(청주 한무리지역아동센터) 등 총 16편이다. ‘새터민으로 산다는 것’은 한국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청소년 혜지의 이야기다. 혜지는 우울한 마음에 북한에서 생계를 위해 팔았던 팔찌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학급 친구들이 팔찌에 관심을 가지면서 차차 어울리게 된다. ‘떡볶이’는 학교폭력 가해자 시원과 피해자 도형의 이야기로 시원은 정학 처분 후 학교로 돌아왔으나 친구들의 비난에 소외된다. 이를 지켜보던 도형은 하교길 분식집에 가려다 학교 학생들이 있어 망설이는 시원을 보고 그를 붙잡아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화해한다. ‘엄마의 도시락’은 병을 앓는 어머니의 도시락을 부끄러워했던 성수가 남몰래 도시락을 버려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게 된 후 차차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스토리다. 이처럼 각각의 드라마는 다소 미숙한 영상이지만 좌충우돌 성장기를 진솔하게 그리려는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새터민으로 산다는 것’에 멘토로 참여한 신예진(인천대 4학년) 씨는 “새터민과 친해지기가 어렵다는 학생들에게 서로 공통된 점을 찾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학생들이 대견했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푸르른 날에’ 주인공을 맡은 임채연(청주 봉명중 2학년) 양은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자살하러 옥상에 올라간 여학생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고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라며 “드라마를 본 친구들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연대회에서는 드라마들을 차례로 상영하고 작품성 및 예술성, 내용의 충실성‧적절성, 구성의 완성도 등을 종합 평가해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연기상의 우수상을 시상하고 공감‧사랑‧희망‧조화‧소통‧감사의 인성요소를 잘 표현한 작품에 ‘인성상’을 수여한다. 인실련은 이밖에 주제곡 ‘미소의 노래(너를 위한 세상이야)’를 만들고 드라마 하이라이트 영상을 담은 OST를 제작해 경연대회에서 공개한다. 향후 우수작들은 인실련 홈페이지에 게재되며 전국 학교, 지역아동센터에 인성교육 시청각 자료로 보급할 계획이다.
“기존의 조리법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레시피로 승부하겠다는 ‘도전정신’을 길러주겠습니다.” 황정숙 서서울생활과학고 교장은 “꿈과 끼가 있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는 중소기업청에서 3년째 지원받고 있는 ‘비즈쿨’을 발판으로 삼고 있다. 최신 설비와 고품질 식재료를 구비해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 황 교장은 “창업정신과 글로벌 마인드를 고취시키기 위해 매년 일본 요리전문학교 해외연수는 물론 경영 전문성 신장을 위해 전산회계도 필수로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서서울베이커리지만 한 때 어려움도 있었다. 학교 가까운 곳에 매장을 차려 연매출 1억을 넘기기도 했지만 50m 앞에 P제과점이 들어서면서 가게를 접어야 했다. 황 교장은 “호텔 제과점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맛있고 질 좋은 빵이었지만 교육 목적이 앞서다 보니 대형 프렌차이즈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교내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지만 학교기업에 대한 지역사회나 교육당국의 관심과 협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서울베이커리가 학교교육과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선진 시스템 도입을 통한 수익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1~3학년 선‧후배 한팀…제빵‧판매‧홍보 全단계 협력‧체험 고품질 식재료, 저렴한 가격으로 지역주민 입맛 사로잡아 학생들 “실전 경험에 자신감…나만의 빵 개발, 창업 계획” “자 여기 반죽을 손가락으로 눌러서 탄력을 확인해보세요. 밤과자를 만들 때는 반죽 되기가 앙금이랑 비슷해야 모양을 만들기 쉬워요.” 2일 서서울생활과학고 제과제빵 실습실. 텅 빈 학교에 달콤한 빵 냄새가 가득 퍼졌다. 학교기업 ‘서서울베이커리’ 조리실은 방학 중에도 풀가동된다. 개학 후 본격적인 판매에 앞서 품질 개선을 위한 기술을 보완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오늘의 실습 메뉴는 폭신하고 얇은 껍질 안에 달콤한 앙금이 꽉 찬 ‘밤과자’와 부드럽고 촉촉한 ‘초코머핀’이다. 학생들이 만든 빵이라 맛이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오해는 금물. 2002년 문을 연 서서울베이커리는 믿을 수 있는 고급재료를 사용, 당일 구운 빵을 그날 모두 소진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있는 빵으로 유명하다. 옥수수와 햄, 야채들을 채워 만든 ‘크레존’, 피자빵, 모카빵, 소시지빵 등 주력 상품들은 학생들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하루 10여 품목 씩, 매주 생산하는 빵 종류만 50여 가지에 달하고 앙금빵 1000원, 피자빵 1500원으로 값도 시중보다 20~30% 이상 저렴하다. 이현국 지도교사는 “빵 나오는 시간이 되면 산책을 나왔던 지역주민들, 타과 학생들까지 매점을 찾아 우르르 몰려 온다”며 “인기 빵은 한정 수량으로 생산하는데 굽자마자 다 팔릴 정도”라고 말했다. 30여 명의 참여 학생들은 1~3학년이 한 조가 돼 기획, 빵 만들기, 판매, 홍보 등을 로테이션으로 체험한다. 경험이 많은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고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면서 함께 성장하기 위함이다. 학생들은 방학 중에는 오전 시간에 특별 훈련을 받고 학기 중에는 아침, 점심, 방과 후 시간 등을 활용해 하루 3~4시간 씩 맡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전능력을 기르고 있다. 제과제빵 분야로 취업 또는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참여 열정도 남다르다. 지역 행사 시 대량 주문은 물론, 크리스마스 특별 케이크까지 바쁠 때는 하루 1000여 개 생산도 거뜬하다. 15년째 학교기업을 맡아오고 있는 이 교사는 “반복된 교육으로 3학년들은 상당히 노련한 수준을 자랑한다”며 “취업 후 현장에 가면 이미 숙달된 일이기 때문에 적응도 잘해 월급인상이나 승진의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고 설명했다. 방학도 반납하고 매일같이 출근해서 학교기업을 돌보느라 힘들 법도 하지만 이 교사는 “학교에서 닦은 기초를 바탕으로 창업 등 성장하는 제자들의 소식을 들을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학교기업 1기 출신인 제자 문준필 씨가 프랑스에서 공수한 밀가루로 만든 크루아상으로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제자를 학교로 초대해 특강도 시키고 후배들과 교류의 자리를 마련했더니 반응이 좋았다”며 “단순 기능 숙달을 넘어 비즈니스 정신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후배들도 이런 분위기를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학년 때부터 쭉 학교기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윤희(3학년) 양은 “학교기업에서의 경험이 취업 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자신감이 생겼다”며 “현장에서 실무를 익힌 후 쌀가루나 시금치 다린 물 등을 이용한 ‘건강 빵’ 가게를 창업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황정숙 교장은 “15년째 명맥을 유지해온 학교의 자랑인 만큼 학생들이 서서울베이커리를 통해 제과제빵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문전화)02-2613-5212
서산 서령고(교장 김동민)가 2016년 8월 1일부터 3일까지 응급처치 교육과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했다. 서산소방서 문경진 소방관을 초빙하여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3일간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했다. 이로써 1학년 학생들 전원은 심폐소생술 교육이수증을 받음으로써 누구나 신속하게 타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되었다. 심장이 멈춘 후 1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생존율은 97%가 되고, 2분 이내일 경우에는 90%가 된다. 하지만 4분을 넘기는 순간 생존율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이때부터 뇌 손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가능한 한 빨리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보경 보건교사는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심폐소생술뿐”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익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교육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초등학생 한글교육 학교가 책임진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인 내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의 한글교육이 대폭 강화된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무리한 받아쓰기를 시키거나 유치원 등에서 초등 대비 성격으로 일기쓰기 등을 시키는 것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확정·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최근 개발된 초등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는 한글교육이 약 55차시(차시는 시간의 의미. 초등 1시간은 40분 수업) 분량으로 담겼다. 아직 개발 중인 초등 1학년 2학기와 2학년 1, 2학기 교과서 속 한글교육 분량까지 모두 합치면 1∼2학년 전체 한글 수업은 총 60여 차시 분량이 될 것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이는 현행 초등 1∼2학년 한글교육 시간(27차시)과 비교해 배 이상 증가한 것이자 지난해 고시된 초등 국어과 교육과정안이 제시한 분량(최소 45차시 이상)과 비교해서도 훨씬 늘어난 양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내년 초등 1∼2학년, 2018년 초등 3∼4학년과 중1·고1, 2019년 초등 5∼6학년과 중2·고2, 2010년 중3·고3 등으로 순차 적용된다. 이에 맞춰 교육부는 내년 초등 1∼2학년이 사용할 교과서를 새로 개발 중이며,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의 경우 현재 현장 검토본이 나와 심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특히 한글교육 시간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용 면에서도 강화된 지침에 따라 교육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컴퓨터, 스마트폰 사용 등이 늘면서 갈수록 한글을 종이 위에 직접, 정확히 써 볼 기회가 줄어든다는 판단에서다. 교과서와 함께 개발된 교사용 지도서에 '연필을 바르게 잡고 바른 순서대로 쓰는 등 기초학습을 탄탄히 한다' '입학 초부터 어려운 받침 등이 들어가는 무리한 받아쓰기로 한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한다' 등의 유의사항도 담았다. 국어 외에 1학년 1학기 통합교과, 수학 등 다른 교과서에도 글자 노출을 최소화하고 듣기, 말하기 중심으로 교과서를 구성해 학생, 학부모들이 한글을 읽고 쓰는 데 부담을 한층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은연중에 보호자에게 한글교육을 권유하거나 일기쓰기 등 초등 저학년 수준의 활동을 하지 않도록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를 통해 각 유치원 등에 안내하기로 했다. 이처럼 교육부가 초등 한글교육 강화에 나선 것은 언제부터인가 학교에 가기 전에 한글을 떼고 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져 사교육이 늘어나는 한편, 사교육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 학생 등도 증가하는 현실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적어도 모국어만큼은 공교육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과도기를 거쳐 학부모들이 정말로 '학교에서 한글을 책임지는구나' 하는 인식을 하게 되면 선행교육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8월 1일 자 연합뉴스 인용) 한글교육 모든 공부의 시작-호기심과 배우는 즐거움, 1학년 때 느끼도록 필자는 초등학교 1학년을 여러 해 맡고 있다. 저경력의 선생님들이 1학년 담임을 힘들어하는 이유가 첫째이고 학교 측의 염려가 많아서였다. 1학년은 평생학습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1학년의 학습 경험이 공부상처를 남기지 않으면서 학교는 즐거운 곳이고 공부란 의미 있고 재미있다는 경험을 안겨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식사하기, 예의 지키기와 같은 기본생활 습관 형성을 비롯하여 책을 좋아하게 하는 일, 친구를 소중히 하는 일과 같이 차원 높은 인간관계를 배워가는 인생의 결정적 체험이 자리를 잡는 귀중한 시기다. 그런데 국가가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미리부터 배우고 오는 입학생들이 늘어나면서 1학년 입학 전부터 선행학습으로 한글을 줄줄 읽고 입학하는 학생들이 과반수를 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한글을 깨우치지 못하고 입학하는 학생들이 겪는 공부상처는 도를 넘기 시작했다. 한글 교육에 투입되는 학습 시간도 부족하니 낙오자가 되기 십상이다. 1학년 때부터 한글 받아쓰기를 하는 상황이 연출되다보니 그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다. 글자는 추상이다. 그러니 글자에 오랜 동안 노출되고 가지고 노는 시간이 많아져야 한다. 그것은 시간이 걸린다. 개인차도 존재한다. 문자에 빠른 학생이 있는 가하면 이미지에 익숙한 학생도 있다. 개인차만큼이나 문자를 습득하는 과정도 다 다르다. 최소한 1학기 정도를 문자에 익숙한 환경으로 글자와 놀게 해주며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글자를 통문자로 깨닫는 시기는 어느 날 갑자기 폭발적으로 다가온다. 그 순간은 선생님도 부모도 아이도 모른다는 점이 중요하다. 오랜 노출의 경험과 축적된 시간이 임계점에 도달해야 비등점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 순간이 오면 아이들은 동공이 커지고 뭐든 신기해하며 글자에 몰입한다. 그 기쁨의 순간을 목도하는 행복감은 곁에서 지켜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기도 하다. 뭐든 물어보고 쓰기를 즐긴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는 그 모습이 주는 희열 때문에 1학년 담임을 또 맡곤 한다. 글자를 깨닫는 순간 그들에겐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교육은 아이들에게서 그 기쁨을 빼앗아 왔다. 억지로 노출시켜서 어렵게 글자를 익히는 고생을 시키며 선행학습을 해 왔으니, 이 나라 학생들이 공부를 즐기지 못하는 병폐의 시작은 한글 교육의 선행학습이라고 단언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자기 이름도 쓰지 못하는 학생이 입학했다. 그런데 지금 그 학생은 우리 반에서 글씨를 가장 바르게 쓰고 연필 잡는 손 모양도 정석이다. 아직 받침 없는 글자를 읽는 정도지만 그 학생의 상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친구들이 글자로 의사표현을 할 때 그 학생은 그림으로 그려서 표현하도록 하거나 그가 한 말을 내가 써 주곤 했다. 그 학생은 교내 흡연예방 그림그리기에서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글자 대신 이미지를 표현하는 상상력과 호기심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각종 체험학습 그림일기 쓰기도 아주 잘한다. 글은 서툴지만 그 아이가 말한 대로 써주면 그대로 베끼는 일을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글자도 많이 익혔다. 우리 반에서는 과감하게 받아쓰기도 최대한 줄였다. 한다 하더라도 그 아이가 아는 동물 이름을 쓰게 하는 수준에 그쳤다. 선생님이 불러주는 낱말을 알고 있는지를 묻는 받아쓰기는 상상력 제로, 거기다 재미도 없는 영혼이 없는 공부라고 생각해서다. 그 대신 책을 읽어주거나 재미있는 동시나 동화를 여러 번 읽어주고 자동적으로 암송하게 하는 일을 공부 시작 전에 다 같이 하면서 즐기는 시간을 갖곤 했다. 글자는 몰라도 듣고 외우는 일은 노래를 부르듯 반복하면 잘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 글자씩 깨달으며 즐거워하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손가락 발달이 진행 중인 1학년 학생들에게 쓰기 숙제는 최대한 즐여야 한다. 그것은 학습이 아니라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반은 알림장 쓰는 시간도 없다. 필자가 원고지 공책에 써서 학교의 알림과 학습 준비물, 행사 안내를 모두 한 장의 칸 공책에 날마다 써서 복사해서 주면 된다. 부모님은 그걸 읽어 주시고 체크하면서 챙기다 보니 학교의 알림 내용이 100퍼센트 전달된다. 숙제로 몇 글자 쓰는 것도 거기에다 하면 된다. 새롭게 배운 한자 몇 자도 곁들여 매일 쓰다 보니 한글과 한자를 같이 배우기도 한다. 알림장 쓰느라 놀 시간을 빼앗기지 않아서 좋고 글자를 쓰느라 낑낑대지 않아서 좋아한다. 글자를 다 아는 2학년쯤에 알림장을 직접 써도 된다고 생각해서다. 이제는 앞서가는 교육보다 함께 가는 교육을 필자가 늘 쓰는 말이 있다. "글자 공부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친구에게 함부로 말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나중에 배울 수 없어요. 글자를 배워가는 중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바르게 글씨를 쓰고 연필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해요. 쓰기 쉽다고 함부로 연필을쥔 손은 어른이 되어서도 고치기 어렵답니다. 이미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면 되고 안내장도 시험지도 읽어주니 걱정하지 말아요. 글자는 못 써도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게 더 중요해요. 아인슈타인도 에디슨도 글자를 늦게 읽었대요. 그리고 글자를 아는 친구는 글자를 잘 모르는 친구를 놀리면 안 돼요. 친구 마음에 상처를 주기 때문이에요. 아주 나쁜 일이지요. 정말로 친구를 위한다면 그 친구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을 옆에서 친절하게 읽어주는 친구가 정말로 좋은 사람이랍니다." 교육부가 내놓은 이번 정책은 두 손을 들고 환영하는 바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집에서 일찍부터 한글을 배우느라 엉망이 된 연필 잡는 모습은 1학년 담임으로서 가장 고쳐주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글자를 미리 알고 온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글자는 읽지만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읽어서 그게 무슨 말이지 문해력이 터지지 않아서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렇게 선행학습을 해온 아이들의 학습태도가 가장 나쁘다는 점이다. 호기심과 상상력은 문자의 틀에 갇혀 오는 게 대부분이다. 거기다 글자를 좀 안다고 자만심에 젖어있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에는 교우관계까지 망치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1학년 학부모에게 특별히 당부 아닌 경고를 한다고 한다. 선행학습을 하지 말고 입학하라고! 그런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학급의 학습을 방해해서 친구들의 학습 의욕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라고. 이제나마 대한민국의 교육의 문제점이 초등학교 1학년의 선행학습에 있음을 간파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첫 단추를 제대로 찾은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공부도 때가 있다. 성장과 발달이 준비된 1학년 때 차분히 한글을 깨치도록 받아쓰기도 줄이고 글자로 즐겁게 놀듯이 게임하듯 배우게 하자. 학습의 첫 차부터 초고속으로 태워서 아이들을 어지럽게 하는 일만은 하지 말자. 교육에도 느림의 철학이 절실하다. 우리 아이들이 멀리, 함께 갈 친구들과 놀이처럼 즐겁게 학습열차를 타게 하자. 이제는 옆집 아이보다 앞서가는 교육이 아니라 함께 가는 교육이 필요한 시대를 열어야 한다.
꿈과 감성채움으로 참 삶을 가꾸어가는 Dream 행복교육을 비전으로 혁신학교와 창의지성운영학교를 주도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청원초등학교(교장 구영회)의 여름방학은 오늘도 신나기만 하다. “여러분! 즐겁습니까?” “예, 즐겁습니다.” 35,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도 29일의 여름방학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는 청원초등학교 전교생 92명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운동장을 떠나갈 정도이다. 8월 2일부터 4일까지 대학생 교육기부(9기)팀 14명 언니오빠들의 SOC SOC CAMP를 시작으로 영어집중 프로그램인 영어캠프(8월 8일-8월 12일), 리코더 전문가 연습하기 단계의 리코더 캠프(8월 10일-8월 12일), 원어민선생님과 함께하는 원어민영어캠프(8월 16일-8월 19일), 화가선생님과 함께하는 미술캠프(8월 22일-8월 24일), 북아트 및 저자출판회 등의 자기주도독서프로그램인 독서캠프(8월 22일-8월 24일),교과학습 부진학생의 학력점프 프로그램인 기초학습캠프(8월 8일-8월 25일), 돌봄이 필요한 학생의 365 케어시스템인 돌봄교실(7월 28일-8월 25일) 등 총 8개의 프로그램이 학생별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첫 프로그램 SOC SOC CAMP가 진행되고 있는 청원초등학교 다목적실에 들어가니 3-6학년 학생 30명이 대학생 언니오빠와 종이비행기 날리기 활동이 한창이다. 나눔 소통 배움 재미 치유의 가치를 담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대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캠프라 더욱 열성적인 교육기부 프로그램으로 생각된다. 이번 캠프는 티셔츠, 지점토, 핸드페인팅, 탱탱볼 등 만들기에서부터 인간블루마블, 마을 만들기 등 프로젝트, 주먹밥 계란밥 샌드위치 등 요리 만들기 까지 융합 창의적체험활동이 계획되어 있어 학생들의 기대가 크다. 종이비행기 날리기를 마친 6학년 황성연 학생은 “3학년 동생부터 6학년까지 대학생 형 누나와 함께 공부에 대한 이야기,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특히 서로 공감하면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방학에도 있었으면 합니다.” 혁신학교 이전부터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동반성장하는 Dream 행복교육을 4년째 이끌고 있는 청원초등학교 구영회 교장은 “우리 학교는 전교생 92명의 작은 시골학교이지만 자기주도와 열정, 책임의 교육과정은 어느 학교 부럽지 않습니다. 92명 학생 한 사람 한사람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학부모의 다양하고 변화하는 요구사항을 24명 교직원의 끝없는 배움과 소통으로 수렴하고 있기에 교육공동체의 만족도가 높은 것입니다. 같이 가치를 추구하는 가치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학생들을 바라본다. 2박 3일의 SOC SOC CAMP를 시작으로 이 여름이 덥지 않을 청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앞으로 더욱 배려하고 나누며 실력있는 학생들로 자라나길 기대해 본다.
월요일 아침. 교무실에 들어서자, 하계 방과 후 수업을 위해 여러 선생님이 출근해 있었다. 특히 고3 교무실은 담임 선생님 전원 일찌감치 학교에 나와 아이들과의 상담에 열(熱)을 올리고 있었다. 워낙 무더운 날씨라 상담 시간을 그나마 시원한 오전으로 계획해 둔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 우선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이 메일을 확인했다. 사실 방학 전에 고3 학생들과 약속한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자소서(자기소개서) 첨삭지도였다. 방학하여 쓴 자소서를 이 메일로 보내면 그것을 첨삭해 달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청(請)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대학입시에서 자소서가 중요한 만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메일(e-mail) 사이트를 열자, 자소서 첨삭지도를 부탁하는 아이들이 보낸 메일 여러 통이 도착해 있었다. 우선 아이들이 첨부 파일로 보낸 자소서를 다운받아 컴퓨터에 저장하였다. 그리고 행여 자소서 파일이 섞일까 학번과 이름을 잘 적어 정리하였다. 정리해 둔 자소서 파일을 열어 읽어보려는 순간,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에 우선 휴대폰 액정 위에 찍힌 발신자 번호를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저장이 되어 있지 않은 번호라 발신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스팸 번호라 생각하고 진동이 꺼질 때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뒤, 조금 전 발신자 번호로 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누군가의 장난 전화일 것으로 생각하고 두 번째 전화 또한 무시했다. 그리고 약 십 여분쯤 지났을까? 같은 번호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전화를 받지 않자, 이번에는 문자를 보낸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월요일 아침부터 전화로 나를 귀찮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라는 생각에 조심스레 문자를 확인해 보았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화를 받지 않아 이렇게 문자 남깁니다. 저는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입니다. ○○○씨로부터 선생님을 소개받았습니다. 죄송하지만, 제 자식의 자소서를 좀 봐 주실 수 있는지 궁금하여 연락드렸습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엄마,” 전화를 건 사람은 지인으로부터 나를 소개받은 한 학부모였다. 아마 지인은 오랫동안 고3 담임을 역임하고 진학지도에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여 나를 그 학부모에게 소개했던 모양이었다. 한편 한 번의 상의도 없이 내 연락처를 가르쳐 준 지인의 행동에 조금 화나기도 했다. 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을 학부모에게 예의가 아니다 싶어 정중하게 거절한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먼저 어머님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실 저희 학교 학생들 자소서 봐주기에도 너무 벅찹니다. 자제분의 학교 선생님에게 첨삭지도를 받아 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그리고 인터넷상에서도 자소서와 관련된 사이트가 많으니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날 퇴근 전까지 내 문자에 대한 그 학부모의 답장이 없었다. 그래서 내심 학부모가 내 뜻을 잘 이해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퇴근하여 주차한 뒤, 집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낯선 한 어머니와 학생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파트 주민일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 선생님이시죠?” “네∼. 누구신지?” 어머니의 질문에 얼떨결에 대답은 했지만, 그 어머니는 예전부터 마치 나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함께 온 학생에게 나를 소개했다. “○○아, 인사드려. ○○고 ○○○선생님이셔.” 짐작하건대, 그 어머니의 자제로 보이는 그 학생은 어머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게 정중하게 배꼽 인사를 했다. 그리고 면접을 앞둔 수험생처럼 말끔하게 차려입은 교복에 검은 테의 안경까지 착용하고 있어 딱 보아도 모범생 그 자체였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신지?” “……” 내 질문에 어머니는 대답은 하지 않고 옆에 서 있는 아이의 눈치만 계속해서 살폈다. 더 이상의 질문은 그 어머니를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전에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다시금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그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갔다. 거실 소파에 앉기도 전에 그 어머니는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 것에 연신 사과를 했다. 그리고 손에 쥔 가방에서 아이의 생활기록부를 꺼내며 말했다. “선생님, 3학년 1학기까지의 제 아이 생활기록부입니다. 잘 검토해 보시고 조언 좀 부탁드릴게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만…” 어머니는 내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오늘 찾아온 이유를 거리낌 없이 말했다. 조금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이라 생각하며 이해했다. 더군다나 외아들이라 자식에게 거는 기대 또한 남달랐다. 그래서일까? 어머니는 많은 것을 요구했지만,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부담 없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찾아오기를 잘했다며 내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하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어머님, 이 봉투 뭡니까?” “제 작은 성의입니다. 받아 주세요.” 완강한 거절에도 어머니는 계속해서 봉투를 내 손에 쥐여 주었다.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생각난 것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김영란법’이었다. 아직 시행은 되지 않았지만. “어머님, 아시죠? 최근 발표 난 김영란법?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다 걸린 다네요.” 그제야 어머니는 돈 봉투를 다시 가방에 넣으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헤어질 때의 어머니 표정이 처음보다 많이 편안해 보여 다행이었다. 전국 고3 수험생을 둔 모든 부모님의 마음이 오늘 찾아온 어머니의 마음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싶다. 모름지기 이 불볕더위도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만큼은 뜨겁지 않으리라 본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전국 고3 수험생과 수험생 뒷바라지에 고생이 많은 학부모에게 무언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필자는 좋은 책을 만났을 때, 원하는 글이 잘 써질 때 행복을 느낀다. 시인은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앙드레 브르통이 말했는데, 시인까지는 못 되어도 좋으니 제발 원하는 글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선택'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제대로 된 문학 수업을 받거나 작문 수업을 받은 바 없이 그저 글을 쓰는 일이 좋아서 무작정 따라와서 보니 이제서야 초라한 내 행색 앞에서 한숨 쉬는 날이 많아졌다. 쓰지 않고는 이길 수 없는 분노 앞에서 써 내려간 글이 신문에 실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시작된 문학을 향한 짝사랑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와 있음을 깨닫는데 시간을 너무나 많이 보내버렸다. 내 아픔을 삭이기 위해 썼던 글이 나를 살려낸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았던 젊은 날. 내 힘으로는 도울 수 없을 만큼 힘든 제자 가정의 삶이 기사 한 꼭지로 기적적인 도움의 손길이 닿아 회생하는 모습을 보며 자만심이 싹 트고 있었다. 이제는 황무지가 되어 묵정밭이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무작정 책 속으로 도피하는 내 모습을 본다. 어쩌다 얻은 얕은 이름을 불러주는 이들이 생겼으니. 취미로 글쓰기를 해왔는데 이제는 책임을 지는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학생들의 글쓰기 활동이 저조한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학년 말 교육과정 반성회 교사다모임 시간에 건의를 했다. 여러 가지 제안 가운데 학교 특색사업으로 '삶을 가꾸는 글쓰기' 활동이 채택되었다.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학기 당 3시간씩 배정하였다. 선생님들이 글쓰기를 쉽게 지도할 수 있도록 교재를 안내하고 전교생에게 구입하여 배부하였다. 변화가 시작되었다. 선생님들은 인문학 글쓰기 활동이 학기 당 3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글쓰기의 출발점이 일기 쓰기임을 깨달았다. 지금 금성초에서는 전교생이 일기 쓰기 활동을 한다. 각종 체험학습에 따라 붙는 활동이다. 글은 자신의 삶에서 나온다는 가장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일기 쓰기 지도를 해주는 선생님들이 고맙다.작은 것이 큰 것을 이루는 시작이다. 글쓰기는 바로 일기 쓰기가 출발점이니. 이러한 시작은 우리 학교에 그치지 않고 지역교육청 사업으로 연결되었다. 필자는 지난해에 지역청 인문영재반 5,6학년 강의를 맡았다. 독서와 토론, 논술 중심 수업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나약한 부분이 글쓰기라는 사실에 놀랐다. 학교 현장에서 가장 소홀히 되고 있는 글쓰기를 강화하지 않고는 생각을 기록하고 논리를 펴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일임을 절감했다. 그리하여 교육장님께 건의하였다. 인문영재반 수업의 목적지는 글쓰기에 두고 싶다고. 지역청 역시 인문학 특구로 지정되어 인문학 사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려고 하던 참이었기에 나의 진언은 받아들여졌다. 책을 읽는 것은 기본이고 한 발 더 나아가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을 설계하는 자기 성찰의 시간으로 인문영재반을 지도해오고 있다.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읽고 갑론을박하는 천편일률적인 독서토론수업을 넘어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기록하고 설계하는 인문학 글쓰기 활동이 모든 학교에 번져가는 중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역청 공모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사독서토론직무연수에서도 글쓰기 연수가 추가되었다. 글쓰기 교육도 선생님이 먼저 알고 실천해야 한다는 지론에 힘이 실린 것이다. 필자는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제안한 당사자라서 이 연수에 강의를 맡게 되었다. 그것은 자판 앞에 앉는 두려움보다 몇 배나 더 걱정이 되는 일이다. 말하기를 두려워해서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이제는 내가 말한 것에 책임을 져야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선생님들이 글쓰기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두려움을 없애주어야 한다. 글쓰기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가꾸어 가는지 실험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글쓰기 타이틀이 들어간 책을 무수히 보고 읽었지만 그 어디에도 비결은 없었다. 이 책은 강의를 앞두고 사서 읽은 20여 권의 책 중의 하나다. 역시 비결은 없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먹어야 맛있듯, 글쓰기 책을 읽는다고 글이 잘 써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이 교단일기를 쓰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어 말리게 할까, 인생의 사명선언문을 쓰고 적극적인 글쓰기 시간을 갖게 할까, 제자들과 소통하는 글을 쓰게 할까, 더 욕심을 내어 글을 쓰며 행복함을 느끼게 할까, 그런 열망을 안고 읽던 이 책에서 얻은 글쓰기의 귀한 복음을 소개해 올린다. 부디, 제발, 선생님들이 행복한 글쓰기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쓰기는 요령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삶의 문제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잘 쓸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요령이 아니라 삶을 고민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글쓰기의 요령만을 취할 뿐, 글쓰기의 정신은 좀처럼 탐구하려 들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인간관계의 본질은 그대로 내버려 둔 채 그저 서로의 육체만을 탐하는, 아주 단순하고 감각적인 지금의 세태를 닮았다. ( 『글쓰기 비행학교』14쪽) 보다 더 나다워지는 것, 나답게 말하고, 나답게 글 쓰는 것, 나는 이런 것들이 진짜로 삶을 바꾸는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삶이 나답게 바뀔 때, 글도 나답게 바뀐다. 좋은 글이란 다름 아닌 나다운 글이다. ( 『글쓰기 비행학교』17쪽) 저자 김무영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글쓰기 간단실습’ 리스트를 추천했다. 일상에서 SNS에 부담 없이 글을 올리듯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첫 번째는 나만의 단어사전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한 단어가 지닌 뜻은 사전에 나온 대로 정해질 수 있지만, 각각 개인에게 의미하는 바는 각각 다르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책상에 앉아 무작위로 단어 다섯 개를 떠올려보자. 이를테면 하와이안 피자를 생각해보자. 누군가는 별로 맛있지 않은 피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분은 엄마가 사준 첫 번째 피자로 기억할 것이다. 후자일 때 이야기가 생성된다. 세상에 별다른 이름 붙여지지 않은 단어들이 다가와서 말을 걸게 된다. 어떤 단어를 쓰고 자기만의 이야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를 때 글을 이어보자.” “두 번째는 하루 5분씩 이미지로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다. 하루 하나씩 제목을 쓰면 일주일 동안 일곱 개가 나온다. 그 후 짧은 글을 가공해서 스토리를 만들어본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괴롭게 한 날에 특정한 제목을 붙이고 내 삶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만들 수도 있다. 하루에 다섯 개정도 사진을 찍고 이어본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계에 맞춰 이야기를 이어본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훌륭한 글감의 소재가 되어주고 글 쓰는 훈련이 된다.” 저자는 글쓰기의 세 가지 핵심이 ‘목적, 이유, 메시지’에 있다고 말한다. 어떤 글의 존재와 의미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독자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독자에 따라 언어가 달라져야 한다. 주제가 똑같아도 다르게 이야기해야 한다. 목적과 이유를 고민하면 메시지는 바로 나온다. 공감대는 개성의 동질성이다. 어떤 글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접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을 쓰면서 접점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유 없는 글쓰기란 없다. 그리고 글을 쓰는 이유는 대부분 글을 읽게 될 독자와 연관이 있다. 글쓰기의 이유와 목적을 알려면 내가 이 글을 누구에게 왜 쓰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면 된다. ( 『글쓰기 비행학교』43쪽)
엊그제 극한 직업을 갖고 일하는 분들의 프로를 보았다. 가마솥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쇳물을 녹이고 모양을 만들고 쇳물을 넣고 식히고 다듬고...한 가마솥이 나오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없었고 순간순간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평생을 이 어려운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육십 중반을 훨씬 넘기신 한 어른께서는 집에서 놀면 뭐하냐고 하시면서 이 일을 계속하고 계셨다. 존경받아 마땅하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인생의 성공자요 승리자라 할 수 있겠다. 아마 인생 점수를 매기면 100점 만점에 100점이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우리 선생님들은 극한 직업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것 같다.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평가다. 우리나라 최고의 우수대학을 졸업하신 초임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문제를 푸는 것보다 문제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평가는 참 어렵다. 문제도 잘 내어야 한다. 객관적이어야 하고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변별력도 있어야 하고 기출문제를 내도 안 되고 비슷한 문제를 내어도 안 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 이상 어려운 것이 문제다.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나면 채점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객관식은 바로 채점이 가능하지만 주관식은 문제가 많다. 아무리 엄정하게 채점을 해도 하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이기하는 것도 참 중요하다. 이기를 잘못하면 이것 또한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고공(考功 : 엄정하게 성적을 평가)의 선생님이 되도록 애를 써야 한다. 문제 보안도 참 중요하다. 문제가 유출되면 낭패를 본다. 시험을 다시 치려야 한다. 학생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래서 출제한 문제 보안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수시평가는 더 어렵다. 학생들의 수시평가에 대한 문제와 출제근거, 채점요령도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다. 적당히 할 수도 없다. 평가를 잘하는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다. 마지막 생기부에 성적에 기재하는 일과 특이사항을 적는 일도 고심을 해야 한다. 평생 남는 일이기 때문이다. 힘들다 힘들다 하지 말고 좀더 평가를 잘하는 고공(考功 : 엄정하게 성적을 평가)의 선생님이 되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