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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사에게 수업권과 평가권을 돌려줘야 한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해 11월 1일 제9대 원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강조한 대목이다. 교실에서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수업을 할지, 또 그에 따른 학생 평가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권한이 개별 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성 원장은 지난 8월 30일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비전과 함께 교육과정 개정, 수능제도 개선, 교육격차 해소, 고교학점제 정착 방안 등 주요 교육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소신을 밝혔다. 특히 현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가치와 기준점이 불분명하다 보니 백가쟁명이 난무하고 우왕좌왕 시간만 허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새 교육부 장관은 맺고 끊는 것을 분명히 해 정부가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를 명쾌하게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성 원장은 또 “우리 사회가 교육에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교사들에게 희생만 요구할 게 아니라 그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꽃’으로 평가하면서 강한 애착과 확신을 드러냈다. 고교학점제야말로 초·중등교육은 물론 대학입시제도를 변화시키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 대사인 수능을 총괄하는 성 원장은 “올해 수능은 무사히 치러질 것으로 자신한다”면서 “다만 수능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지나쳐 오히려 비교육적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성 원장은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 정책연구원,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정책연구소장, 경기도중앙교육연수회 위원장, 경기도 율곡교육연수원장, 가톨릭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편집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원장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지난 1998년 설립됐으니 올해로 꼭 20년이다. 그동안 교육과정과 평가에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중추기관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또 수많은 외국 대학 및 연구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맺으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동아시아권에서 교육과정 및 평가와 관련된 체계적인 연구기관은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이 유일하다. 많은 국가로부터 ‘어떻게 하면 한국처럼 국가수준 성취도 체계 를 갖출 수 있느냐’는 문의가 온다. 우리가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을 펼치고 있는 캄보디아, 라오스, 방글라데시, 몽골 등에서 관심을 보인다. 아마 그들도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교육과정과 교과서, 평가체계를 갖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제3세계 등에 전문적 지식과 경영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남북 화해시대를 맞아 남북 간 교육교류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영역을 넓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평가원의 기능과 역할에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 “교육환경이 많이 변했다. 교육부가 쥐고 있던 권한이 교육청을 거쳐 단위학교 교사에게까지 넘어가고 있다. 이런 교육 거버넌스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평가 원에 주어진 과제다.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미래 핵심역량 을 길러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가르치는 내용은 작은 교과서에 픽스돼 있다. 이건 곤란하다. 지금은 검인정체제지만 자유발행제까지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예전엔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지금은 중학교나 초등학교 단계에서 배운다. 쉽게 말해 어제 가르친 것과 오늘 가르친 것이 달라지는 세상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탄력적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평가부분에서는 성장 중심 평가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한날한시에 시험을 치러 순위를 매기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또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시행되는 평가들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단계다.” 교육과정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부에서는 2020 교육과정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교육과정에는 어떤 어젠다를 담아야 한다고 보는가. “학교는 사람을 사람답게 가르치고 인성과 도덕을 가르치고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교육과정은 지식을 가르칠 뿐 지혜는 가르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교육과정에서 카테고리 분류만 조금씩 다르게 한 것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강력한 전공주의 벽을 깨지 못한 탓이다. 앞으로 개정될 교육과정도 ‘교과 간 통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논의를 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할 것이다. 엄청난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적어도 핵심적인 주제나 경험이나 역량들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분권형 교육과정은 시대적 추세에 따라 점차 흐려질 것이다.” 수능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엔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1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지금 심경은? “작년에 워낙 큰 사건이 터져서인지 내성이 생겼다. 수능과 같은 국가 대사는 한 치의 틈도 없어야 한다. 수험생과 학부모도 긴장하겠지만 평가원도 오래전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올해는 시험출제 및 검토 인원이 750명으로 늘어나고 합숙기간도 42일로 연장돼 보안과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까 지 진행 상황은 매우 좋다.” 수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단순한 문제풀이시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험이라는 평가도 있다. 원장 생각이 궁금하다. “수능이 제일 공정하다는 말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모든 전제조건을 다 풀고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하게 공부하고, 동일하게 시험을 치렀을 때 변별할 수 있는 검사로써 수능이 공정하다는 말은 맞다. 다만 이 주장이 갖는 한계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교육적 논리보다 교육 밖의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너무 많다. 그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수능이 제일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수능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평가는 그렇게 가야 한다는 사람들의 기대와 수능의 공정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신뢰를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싶다.” 어쨌든 문제풀이시험이란 비판을 받던 ‘학력고사’와 지금의 수능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수능이 25년 됐다. 어떤 시험이든 시간이 지나면 간파되는 게 있다.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워낙 많지 않은가. 몇 해 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신입생들을 8학군과 비8학군으로 나눠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입시제도가 바뀌면 그해에는 8학군 출신 신입생 비율이 떨어졌다. 그러다 2년쯤 지나면 8학군 출신들이 늘어났다. 제도가 바뀌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일종의 지그재그 형태를 보인 것이다. 문제풀이시험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수능의 장단점이 완전히 해부됐다는 반증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수능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다만 수능시험 변화를 위해서는 매우 긴밀하게 오래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떻게 할래?’하는 식으로 문제 던지고 투표로 결정하듯 해선 안 된다. 매우 많은 연구와 준비를 해야 하고 교육과정과도 연동이 돼야 한다. 교육과정을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개편하고 이어 교수-학습과 평가가 같이 연계돼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수능의 변화는 따라오게 돼있다.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 없이 수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한다는 것은 마치 꼬리가 몸통을 좌우하는 격이나 다름없다.” 평소 교육격차 해소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복안이 있다면.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갈수록 교육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지역간, 남녀 간, 그리고 다문화 시대에 따른 인종 간 교육격차가 크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 요하지만, 그중 하나로 대학입시에서 소수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좀 더 강화하면 어떨까 싶다. 공부에는 개인차가 있어 돈을 지원하고 교사를 지원한다고 해서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소외 계층이나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경쟁 트랙을 별도로 만들어 특수교육대상 자처럼 정원외 입학을 허용하는 등 입시나 교수-학습에서 특단의 조치들을 취해줘야 한다. 문제는 톨레랑스(tolérance)란 말처럼 우리가 관용의 폭을 얼마큼 허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5%로 할지 10%, 50%로 할지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나 철학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우리 모두가 협업하고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통합된 사회로 가려면 누구든지 그 사회로부터 소외당하지 않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교육격차 해소가 교육의 힘만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물론 교육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학교에 너무 많이 요구 해왔다. 예컨대 사회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면서 교육 탓을 했다.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소득배분정 책을 바꾸거나 세금정책을 바꿔야 하는데도 교육에 책임을 씌우고 본다. 교육이 동네 북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 교육만큼 면피성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터지면 일단 교육이 잘 못됐다고 한다. 경제 불황이나 실업률이 높아도 교육에 손가락질한다.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어불성설이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는 것이 목표인데 본말이 전도됐다.”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교육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하다못해 박근혜 정부는 자유학기제라도 했는데 이 정부에선 공론화 외엔 생각나는 게 없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은 입시제도 개혁, 그중에서도 고등학교 교육 개혁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초등의 경우 혁신학교 정책을 필두로 성공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중학교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는 고등학교 교육이 변할 차례다. 다들 우리 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하지만 대학입시가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대학입시를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등학교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고교학점제다. 고교학점제는 정해진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폭을 넓히는 것이다. 다만 백화점식으로 마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교과가 60~70% 정도이고 나머지 30~40% 를 가지고 학생들이 선택한다. 고교학점제는 현행 입시에서도 유리하다. 현재 수시가 75% 정도 되는데 수시 입학자의 절반 정도는 교과성적 이외의 것으로 대학에 들어간 다. 이 경우 고등학교에서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에 맞는 교과를 선택해 공부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유리하다. 어릴 적부터 전공준비를 해온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있다고 가정할 때 대학의 선택은 불보듯 자명한 것 아닌가. 혹자는 정시가 늘어나기 때문에 고교학점제가 물 건너갔다고 하는데 이 말도 잘못된 해석이다. 개인적으로 고교학점제는 이번 정부 교육정책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 교육부 장관이 교체됐다. 새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면. “교육정책을 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정도 지났으니 이제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어줘야 한다.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마스터플랜이라도 짜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 이다. 그런데 지금은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모두 교육에 대해 불평한다.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관된 메시지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로 보 여진다.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기준점이 불분명하다 보니 백가쟁명이 되고 사람들은 교육이 어디로 갈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정책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국민들의 교육열을 잘 담아내는 그런 그릇을 만들었으면 한다.” 새교육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궁극적으로 많은 권한이 교사들한테 가야 한다. 지금 교사들은 차 떼고 포 떼이는 바람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 학부모는 교사를 불신하고 정부의 교권보호정책은 미흡하다. 그뿐 아니다. 학교 교실에서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수업을 할지, 또 그에 따른 학생 평가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권한이 개별 교사에게 대폭 넘어가야 하는데 이 부분 역시 지지부진하다.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에서 근무할 때 우리나라 교사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에 많이 놀랐었다.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전문적인 학습공동 체를 만드는 등 정말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교사들의 이런 열정을 어떻게 잘 키우고 살릴 건가는 정책담당자들의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게, 교사에게 끊임 없이 희생만 요구할 게 아니라 그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원하는 게 교육 당국의 책무이다.”
우크라이나를 여행했다.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의 항구도시 오데사(Odessa)에서 문학문화교류 행사가 있었는데, 나도 발표자로 참석했다. 그 곳에 간 김에 나는 우크라이나의 소도시 '자포로제(Zaporozhye)’에 가 보기로 했다. 용병 코사크(Cossack)족이 만든 요새이며 군사·정치 공동체인 ‘시치(Sich)’가 있는 곳이다. 자포로제는 오데사에서 북동쪽으로 400km를 가야 한다. 내가 탄 기차는 느린 속도로, 시골 정거장에 30분씩 정차해 가면서, 15시간을 간다. 불편은 해도, 나는 차창 밖 우크라이나의 대평원과 시골 풍경들에 내 마음을 내어준다. 7월의 우크라이나 평원은 허허로울뿐더러 아득히 넓다. 밀 베어낸 자리가 빚어내는 황금빛깔 무한 대평원이다. 더러 숲이 지나고, 강이 지나고, 아주 간간히 촌락들이 지나간다. 단조롭지만 그 단조로움이 이 풍경의 매력이다. 그런데 이 단조로움 사이로 정감 가득한 풍경이 나타난다. 해바라기밭이다. 그것은 풍경으로 치면 일대 사변(事變)이다. 그냥 해바라기밭이 아니었다. 끝도 한도 없이 펼쳐지는 해바라기밭이었다. 광대무변으로 펼쳐진 해바라기의 행렬을 보았다. 해를 바라보면서 피어 있는, 수만 해바라기 꽃의 군집이라니! 그런데 이 느낌은 무엇인가. 이 해바라기밭이 낯설지 않다. 도대체 지금의 이 강한 기시감(旣視感)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들 해바라기밭을 어디서 보았던가. 내 기억의 촉수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아! 맞다! 영화 ‘해바라기(Sunflower)’가 있었다. 1980년대 초에 보았던 영화 ‘해바라기’! 바로 이 해바라기밭이, 바로 이 해바라기의행렬이 그 영화에 있었다. 그래, 그때 영화 ‘해바라기’를 연민 가득 보았었지! 마음에 오래 남는 옛날 영화는, 아프게 헤어진 연인처럼,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에 비를 내리게 한다. 영화 ‘해바라기’도 그렇다. 신혼부부인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와 지오반나(소피아 로렌 분)는 밀라노에서 평화롭게 산다. 결혼 며칠 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진다. 남편 안토니오는 러시아 전선으로 징발된다. 젊은 아내는 불안한 기다림의 세월을 보내지만, 어느 날 남편의 전사 통지서를 받는다.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전쟁에 나간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안토니오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오반나는 귀환 군인들을 찾아다니며 남편의 생사를 확인한다. 우여곡절 끝에 안토니오와 같은 부대에 있었던 군인을 찾는다. 남편은 죽음 직전에 눈 속으로 도망쳤다는 말을 듣는다. 지오반나는 남편의 생존을 본능적으로 믿는다. 그리고 멀고 먼 러시아로 그를 찾아간다. 우크라이나를 지나 모스크바까지 가는 그녀의 행로는 고달프다. 그녀가 지나가는 우크라이나의 대평원에는 해바라기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영화는 이 장면을 길게 이어가며 주제 음악을 잔잔하고 슬프게 깔아나간다. 묻고 물어서 모스크바 북쪽 변두리 이탈리아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곳을 찾아간다. 그녀는 마침내 남편을 찾게 된다. 그러나 남편은 ‘마샤’라는 러시아 여인과 함께 살면서 아이까지 있다. 게다가 남편은 전쟁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이 망연자실함은 또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지오반나는 슬픔에 잠겨, 안토니오를 떠나 돌아온다. 작별의 장면을 연기한 명배우 소피아 로렌의 눈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돌아오는 길에도 해바라기는 무한대로 펼쳐져 있다. 이탈리아로 돌아온 지오반나는 남편을 잊기로 마음먹는다. 공장 일꾼 ‘에토’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민다. 이들 사이에서 아들이 하나 태어난다. 세월이 흐르고, 기억상실증에서 회복된 안토니오가 고향과 지오반나를 찾아온다. 지오반나는 충격과 번민으로 고통을 받는다. 안토니오는 이미 재혼을 한 지오반나와 재회한다. 두 사람은 말이 없다. 지오반나는 안토니오를 돌려보낸다. 안토니오는 발걸음을 돌린다. 말없이 운명의 작별을 하는 두 사람의 눈빛을 카메라는 오래 각인시킨다. 그것은 내가 열한 살 되던 해 오월쯤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일은 너무도 무섭고 놀라운 일이었다. 마을 전체가 어떤 공포와 저주에 잠기는 분위기이었다. 60여 호의 마을은 농촌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 방앗간 옆 함석집에는 인근 A 중학교의 선생님 가족이 살고 있었다. 선생님은 테가 굵은 안경을 쓰셨는데, 점잖고 반듯하셨다. 아들만 둘이었는데, 큰아들은 8세, 작은아들은 6세이었다. 우리 형제와 함께 놀며 어울리곤 했었다. 그해 5월 어느 날, 저녁 해가 이울 무렵, 선생님의 집에 어떤 아주머니가 찾아오셨다. 집 안으로 들어간 이후, 선생님 집에서는 싸움소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여자들 소리만 들렸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그 아주머니는 기차를 타고, 도시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 아주머니가 갔다고 해서 조용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에는 선생님 내와간에 말싸움이 오래도록 벌어졌다. 이 싸움 역시 부인의 목소리만 높았고, 선생님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집 아들들도 좀체 집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사흘 후, 예의 그 아주머니가 선생님의 집에 또 나타났다. 선생님이 퇴근해서 들어오자, 또 싸움이 시작됐다. 역시 두 여자의 목소리는 높고, 선생님의 목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밤새 싸움 소리가 불규칙하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아침 일찍 그 아주머니는 기차를 타고 가버 렸다. 그날 밤에는 선생님 부부가 싸움을 하는 것도 이전과 꼭 같았다. 부인의 목소리만 높고, 선생님은 묵묵부답으로 응하는 것도 꼭 같았다. 이런 일은 그 아주머니가 올 때마다 3, 4일 간격으로 반복됐다.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더 많아졌다. 6월 중순경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 보니 동네가 발칵 뒤집어졌다. 선생님 내외가 극약을 먹고 자살을 했고, 아침에 주검이 발견됐다. 아들이 울면서 소리쳐 이웃에 알렸다. 동네에 상여 두 대가 나란히 나가던 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혀를 차면서, 슬픔과 연민으로 선생님 내외를 보냈다. 어린 아들들은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사연은 이러했다. 선생님은 이북에서 살다가 6.25 전에 남한으로 오셨다. 북에서 결혼하여 부인이 있었는데, 먼저 남한에 자리를 잡고 이내 곧 데리러 오겠다고 했단다. 6.25 전이므로 그게 가능했던 때였다. 그러나 6.25가 터졌다. 이후는 북으로 돌아가는 길이 완전히 불가능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어쩔 수 없이 남한에서 다시 결혼을 하였다. 아마도 자기 생애에 북의 부인을 다시 만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겠지. 실제로 현실이 그러했으니까. 그런데 북에 있던 부인도 6.25 전쟁 중에 온갖 어려움을 뚫고 남으로 넘어왔다. 오로지 ‘남편 상봉’ 일념만으로 온 것이다. 통신과 정보가 원활치 못한 시절, 남편을 찾아 전국을 헤맨 지 10년,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남편이 바로 우리 마을에 사는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지난 한 달간 이 집에서 벌어진 일의 연유를 이제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해바라기’의 여주인공이 더 딱한가. 남편 잃은 아주머니가 더 딱한가. 꼬이고 꼬인 인생의 상처와 참을 수 없는 ‘부조리의 인연’이 가슴을 먹먹하게 울리기도 하고,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상승하게도 한다. 둘 다 ‘절대 아픔’에 도달한 것들이다. 어느 것이 더 딱하다고 견주는 일 자체가 의미 없다. 서럽고 안타까운, 그래서 한이 맺힌 인생을 대면하면, 나를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그때의 ‘나’는 운명이라는 것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 자아가 운명 바깥에서 운명과 싸운다고 생각하는 것도 운명이다. 그 반대로, 운명 안에서 운명에 순종하는 자아, 그것도 운명이다. 운명과 싸우면 의지가 있고, 운명에 순종하면 의지가 없는가. 때로는 순종에 더 큰 의지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절대 아픔의 자리에서는 ‘나’가 ‘운명 그 자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명이 가해 오는 작별, 이런 작별일수록 기술(skill)이 필요하다. 그것으로 인하여 더 가혹하게 우리의 삶과 정신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것으로 인하여 안으로 성숙의 벽돌 하나를 더 쌓기 위해서 ‘작별의 기술’이 필요하다. 최상의 기술은 반드시 그 안에 덕성(virtue)을 품는다. 그냥 테크닉(technic)만으로 되어 있는 기술은 언제나 이류의 기술이다.
김정한 단편소설 ‘모래톱 이야기’는 1960년대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조그만 모래톱으로 만들어진 섬, 조마이섬이 배경이다. 을숙도가 모델이라고 해서인지 갈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나’는 부산 K중이라는 일류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반 학생 중 조마이섬에서 나룻배를 타고 통학하는 건우라는 학생이 있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갖는다. 소설은 가정방문차 나룻배로 강을 건넌 다음, ‘갈밭 속을 뚫고 나간 좁고 긴 길’을 따라 건우라는 학생네 집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작가는 조마이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주민들과 싱싱하게 자라는 갈대를 대비시킨다. 길가 수렁과 축축한 둑에는 빈틈없이 갈대가 우거져 있었다. 쑥쑥 보기 좋게 순과 잎을 뽑아 올리는 갈대청은,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과는 판이하게 하늘과 땅과 계절의 혜택을 흐뭇이 받고 있는 듯, 한결 싱싱해 보였다. “저 갈대들이 다 자라면 지나다니기가 무서울 테지? 사람의 길이 훨씬 넘을 테니까.” 나는 무료에 지쳐 건우를 돌아보았다. “괜찮심더, 산도 아인데요.” 그는 간단히 대답할 뿐이었다. 아직도 짐승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 것을 미처 모르는 모양이었다. 건우 아버지는 6·25 때 전사했고, 삼촌은 원양으로 삼치잡이를 나갔다가 죽었다. 건우 할아버지는 ‘갈밭 속에서 나고 늙어 간다는 데서’ 별명이 ‘갈밭새 영감’이다. ‘나’는 건우의 일기와 가정방문을 가서 만난 건우 할아버지 등을 통해 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조마이섬 소유자가 주민들과는 무관하게 일본강점기엔 동양척식주식회사, 해방 후엔 국회의원, 현재는 매립 허가를 받은 유력자 등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듣는다. 주민들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땅, 자기들 것이 라고 믿어 오던 땅이었다. 그런데 그해 처서(8월 23일쯤) 무렵 낙동강 일대에 6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다. 나는 조마이섬 주민들을 걱정하며 강변에 나갔다가 조마이섬이 이미 물에 차 있는 것을 목격한다. 섬 주민들은 부실하게 쌓아놓은 둑을허물지 않으면 섬 전체가 위험할 것으로 판단하고 둑을 허물었다. 이 과정에서 건우 할아버지는 둑을 유지하려는 유력자의 하수인 중 한 명을 탁류에 던져 숨지게 한다. 이후 9월 개학을 했지만 건우를 볼 수는 없었다는 것으로 소설이 끝난다.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갈색이라 ‘갈대’ 이처럼 소설은 실제로 그 땅에 살면서도 외세와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한 번도 그 땅을 소유하지 못하는 민중들의 분노와 저항을 담고 있고, 건우 할아버지의 저항은 그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투박한 어투로 민중의 현실을 증언하는 ‘모래톱 이야기’는 ‘우리 의식 바깥에 있던 민중의 존재와 민족 현실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작품이었다(부산일보, 2008년 ‘새로 쓰는 요산 김정한’ 시리즈). 작가 김정한(1908∼1996)은 평생을 일제, 독재와 맞서 싸우는 반골의 생애를 살았다. 동래고보(현 동래고) 재학시절부터 독립운동에 앞장서면서 두 번이나 옥고를 치렀고, 해방 후에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성품으로 문단에서 존경을 받았다. 작가는 고향인 경상남도 동래(지금의 부산광역시)에서 일평생을 살다가 고향 땅에 묻힌 보기 드문 문학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낙동강 파수꾼’이라는 수식어가붙는다. 작가는 또 우리말과 야생화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후배 문인들이 ‘이름 모를 꽃’이라는 표현을 쓰면 “세상에 이름 모를 꽃이 어딨노! 이름을 모르는 것은 본인의 사정일 뿐, 이름 없는 꽃은 없다. 모르면 알고 써야지! 모름지기 시인 작가라면 꽃의 이름을 불러주고 제대로 대접해야지!”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우리말 노트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고, 손수 주변 식물들을 정리한 노트도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모래톱 이야기’에도 ‘쑥쑥 보기 좋게 순과 잎을 뽑아 올리는 갈대청’,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길찬 장다리꽃(무나 배추의 꽃줄기에 핀 꽃)들’, ‘사립 밖에 해묵은 수양버들 몇 그루’ 등과 같이 생생한 식물 표현들이 많다. 작가의 생가(부산 금정구 남산동) 옆에는 선생의 문학과 생애를 기리는 요산문학관이 있다. 여기에는 선생이 만든 8권의 우리말 노트와 2권의 향토식물조사록 등이 남아 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한 기고에서 이 우리말 노트와 식물조사록을 회상하며 “엄숙한 문학 정신의 영역”이라고 했다. 여고생 머리처럼 단정하면 억새, 산발한 것은 갈대, 엉성하면 달뿌리풀 갈대는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갈색이라 갈대라 부르는 것이다. ‘모래톱이야기’의 배경인 을숙도만 아니라 순천만, 충남 서천 신성리(금강 하구)도 갈대밭으로 유명하다.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갈대는 냇가·강 하구 등 습지에서 자라지만, 억새는 주로 산이나 들에서 자란다. 가평 유명산, 포천 명성산, 정선 민둥산, 창녕 화왕산 등이 억새로 유명한 산들이다. 벼과 식물인 갈대, 억새, 달뿌리풀은 언뜻 보면 비슷하게 생겼다. 이중 억새는 대체로 사는 곳이 다르고, 열매 색깔도 은색이 도는 흰색이라 갈대·달뿌리풀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억새는 또 잎 가운데 흰색의 주맥이 뚜렷하지만, 갈대 등은 잎에 주맥이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 억새의 이삭은 한쪽으로 단정하게 모여 있다. 사람들은 대개 꽃이 피었다가 이미 지고 열매가 익어 은빛을 띠면 흰 억새꽃이 피었다고 말한다. 갈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억새를 얘기할 때 ‘야고’를 빠뜨릴 수 없다. 야고는 제주도, 전라도 섬지방에서 억새에 기생해 자라는 식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서도 야고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공원에 억새밭을 조성하면서 제주도에서 뿌리째로 옮겨 심었는데, 야고도 따라와 적응한 것이다. 9~10월 하늘공원에 가서 억새 뿌리 부분을 잘 살피면 담뱃대처럼 생긴 야고도 볼 수 있다. 갈대와 달뿌리풀은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 갈대는 비교적 꽃과 열매 이삭이 촘촘히 달렸고 산발한 느낌을 준다. 반면 달뿌리풀은 꽃과 열매 이삭이 대머리 직전처럼 엉성해 휑한 느낌을 준다. 달뿌리풀은 줄기를 감싼 잎이 자줏빛을 띠는 점도 구분 포인트다. 또 뿌리가 갈대는 아래로, 달뿌리풀은 옆으로 뻗는 것도 차이점이다. 달뿌리풀이라는 이름이 ‘뿌리’가 땅 위로 ‘달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정리하면 이삭이 여고생 머리처럼 한쪽으로 단정하게 모여 있으면 억새, 무성하고 산발한 것처럼 보이면 갈대, 대머리 직전처럼 엉성하면 달뿌리풀로 구분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이 한국 청년들의 물질적·정신적 독립 시기가 늦어지고 있음을 우려한다. 실제로 현재 한국 청년들은 대학 졸업은 물론 취업 이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결혼하기 전까지 이른바 ‘캥거루족’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결혼 연령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의 경우 32.9세, 여자 30.2세다. 예전엔 30세가 되면 이립(而立)이라 하여 ‘마음이 확고히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냥 ‘아기 캥거루’다. 한국만 그런 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독립의 시기는 늦어지는 추세다. 온라인 통계‧ 시장 조사 업체인 스테티스타(Statista)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유럽 각국 젊은이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연령은 상당히 높아졌다. 유럽에도 '캥거루족'은 있다 유럽 국가 중 가장 독립 시기가 늦은 국가는 몬테네그로다. 이 나라 청년들의 독립 연령은 무려 32.5세에 달한다. 한국 나이로는 33세~34세나 돼서야 독립을 한다는 의미다. 유럽 사람들은 스무 살만 넘어가면 착착 독립해서 멋지게 살아갈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서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탈리아의 독립 연령이 30.1세, 그리스 29.4세, 스페인 29.3세 등이다. 그나마 영국은 24.4세, 프랑스 24.0세, 독일 23.7세로 상당히 양호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경제 상황이 나쁠수록, 취업률이 낮을수록 독립 연령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식들을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깥 세계로 내보내지 않으려는 부모들의 보호 욕구도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강해진다. 자식들은 점점 더 나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고, 그렇게 한 세대 전체가 온실 속 화초처럼 병약해진다. 도전정신이나 기업가정신은 사라지고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 가기 위한 대기열이 길어진다. 현시점에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자체가 어마어마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도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미래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 이를테면 현찰이나 외모, 빌딩 같은 것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세태가 펼쳐진다. 멀리 갈 것 없이 2018년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바로 그렇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쇼핑하는 법을 모를 뿐이죠.”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 中) 우리 모두가 ‘금수저’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불운한 존재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가 진실이다. 우리 모두, 심지어 우리 중 가장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조차도 사실은 너무나도 좋은 시기에 태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출현한 것은 25만 년 전이다. 하지만 인류가 현재의 단계로 오기 위한 ‘발전’을 시작한 것은 최근 300년 사이의 일이다.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Todd G. Buchholz)는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네 발로(엎드려서) 지낸 시간이 두 발로(직립보행) 지낸 시간보다 훨씬 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5만 년 전부터 1700년대까지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오세아니아 등 모든 대륙에서의 인류는 하루에 1달러에서 3달러 수준의 수입으로 빈궁하게 살았다. 인류의 역사를 1시간으로 요약한다면 그중 59분 59초 정도는 비참하게 살았다는 게 ‘불편한 진실’인 셈이다. 그러다가 1800년대 들어서 인류의 소득 수준은 미친 듯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금수저’라는 사실을 부정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시대를 잘 타고난 덕에 밥 굶는 일 없이 잘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사정은 더욱 훌륭한 편이다. 새벽에도 햄버거 시키면 집 앞까지 배달을 오고, 완벽한 건 아니지만 치안도 괜찮은 편이다. 한국인들은 오랜 기간 ‘미국·유럽 콤플렉스’를 앓으며 살아왔지만, 어느 틈에 그들과 동등한 수준이 됐거나 심지어 그들을 앞질러버린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경우 서유럽의 관광 명소로서 여전히 심리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현시점 어떠한 통계자료를 갖다 대더라도 스페인보다는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다(물론 통계자료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도 많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되겠지만). 누구의 수저가 더 금색인가 인간 심리의 고약한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가지 않은 길, 갖지 못한 것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쪽을 택한다는 점이다. 배고픈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필연적으로 ‘배 아픈’ 문제가 부각된다. 서로서로 비교하면서 ‘누구 수저가 더 금색인지’를 자조하는 풍경은 자못 슬퍼 보이기도 한다. 현재의 1030세대는 ‘노오~력’만 하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식의 ‘착한 생각’에 전혀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부모의 재력이나 권력을 앞세워 편의를 취하는 금수저들에 대해서는 전에 없이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 그들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너무 많은 것들을 공짜로 얻어간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지금의 청년들이 펼치고 있는 ‘금수저론’은 현실에 대한 자조이기도 하지만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노력의 영향력을 비웃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노력의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다. 현재 상황은 비틀어져 있을지언정 앞으로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길 바라며, 캥거루는 오늘도 어미의 주머니 안에서 몸부림친다.
세계에서 가장 깊고 맑은 담수호인 ‘바이칼 호수(О́зеро Байка́л)’. 꽤 시간이 흐른 지금이지만, 여전히 바이칼에서의 기억들은 뇌 속에 착색된 안료처럼 뚜렷이 남아 있다. 바이칼 호수를 안고 있는 러시아의 면적은 17,100,000㎢로 남한의 171배, 한반도의 77배에 달한다. 만약 이 거대한 땅에서 ‘단 한 곳만 가볼 수 있다’면 나는 앞으로도 주저 없이 바이칼에 컴퍼스를 찍을 것이다. 바이칼로 들어가는 관문 도시,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Ирку́тск)’는 우리나라보다 서쪽에 위치하며 표준시는 1시간이 늦다.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을 잘 조절해야 시간 낭비가 적다. 또한 이르쿠츠크 공항은 작은 축에 속하므로 입국 과정이 좀 번거롭다. 수년 전에 입국했을 때는 입국 심사 통로가 두 개뿐이었고,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입국하는 이들과 함께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마치 분주한 시각에 달랑 두 개의 계산대만 개방해 둔 대형마트 식품코너 출구에 있는 듯했다. 이르쿠츠크에는 위인들의 동상이 있는 ‘키로프 광장(Площадь Кирова)’, 우주인 유리 가가린(Юрий Алексеевич Гагарин) 기념정원, 정부청사 주변에 보이는 ‘영원의 불꽃(Вечный огонь)’ 등의 명소가 있다. 특히 이르쿠츠크는 ‘러시아의 파리’라고도 불린다. 나폴레옹 전쟁에 참여해 프랑스까지 진격했던 장교들이 러시아 황실의 부패에 대항해 쿠테타를 일으켰고, 주모자들은 교수형에 나머지 사람들은 이곳에 유형(流刑)되어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거리를 걷다 보면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 모형 같은 것들도 볼 수 있다. 또한 이 도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바이칼의 눈물, 안가라(Ангара‽ )강’ 주변은 꼭 거닐어 봐야 한다. 강변 곳곳은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현지 사람들이 물놀이, 낚시를 즐기거나 연인과 함께 강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 정말 구석구석 낭만을 머금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N서울타워 철조망같이 연인끼리 사랑을 약속하고 자물쇠를 걸어 놓은 풍경도 보인다. 러시아든 한국이든 프랑스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만남을 통해 재미를 추구하며 관계를 엮어간다. 바이칼 호수의 심장, ‘올혼섬’ ‘올혼(Ольхо́н)섬’은 바이칼호의 중심부에 놓여 있으며, 바이칼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이르쿠츠크에서 버스를 타고 여섯 시간가량을 달린 다음, 다시 20분 정도 배로 이동해서 들어간 중 볼일을 보기 위해 한 번은 휴게소에 들러야 한다. 내가 들렀던 휴게소에서는 ‘게르(Ger)’에서 커피를 팔고 있는 몽골인, 샤머니즘이 느껴지는 토템 폴(totem pole) 비슷한 구조물 등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장승같이 생긴 나무 구조물에 오방색(五方色) 줄이 묶인 모습은 우리나라의 ‘서낭당’을 떠올리게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올혼섬은 우리나라 샤머니즘의 시작점이었다고 한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이런 휴게소에서 수세식 화장실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출발 전 인솔자가 “올혼섬 탐방은 오지체험 같다”라고 힘주어 이야기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7시간 가까이 달려서 도착한 선착장에서 올혼섬행 배를 탔을 때 나는 바이칼의 물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깊은 수심으로 인해 흑색에 가까웠던 호수의 물색…. 티 없이 검은 흑진주를 물에 풀면 이런 색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바이칼의 물을 떠서 그냥 먹거나, 조금만 가공해 바로 생수로 판매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은 과장됨이 없어 보였다. 섬에 도착한 다음 나는 일행들과 함께 일명 ‘꿀꿀이차’라고 불리는 ‘우아직(UAZ 39625)’을 타고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평원을 질주할 수 있었다. 중간에 다른 일행이 탔던 차에 기름이 떨어져서, 임시로 다른 차의 기름을 나눠 넣어야 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래도 별 탈 없이 숙소까지 신나 게 달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평선이 계속 이어지는 풍경 속에 시원하게 뻗은 길이 매력적이었다. 만약 자동차로 세계 일주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몽골 고원과 더불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길인 듯했다. 이동중에는 승용차로 나뭇짐을 끌고 다니는 현지인들도 보였는데, 아주 색다른 자동차 문화였던 것 같다. 인간의 언어로는 형용하기 힘든 곳 일행과 함께 올혼섬의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산책을 나왔던 시간은 저녁 9시경이었다. 그러나 낮이 거의 20시간 이상 이어지는 북반구 고위도 지방의 여름이었기에 태양은 여전히 사방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올혼섬에서 바라본 바이칼호의 풍광은 정말이지 그 속에 묻혀버려도 모를 만큼 장관이었다. 어딘가의 해변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물맛은 짜지 않았고 누군가가 공들여 만들었음직한 모래성은 가히 예술에 가까웠다. 나란히 서서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들과 해변에 설치된 러시아식 사우나 ‘바냐(ба́ня)’를 즐기던 이들의 모습은 서서히 지는 해의 역광을 맞아 실루엣으로 그려지고 있을 때가 저녁 11시였다. 그리고 자정이 넘어가서 어두워졌을 때 나는 다른 나라에서 왔던 여행객들과 함께 캠프파이어를 즐겼다. 남미에서 온 이들은 기타에 춤을, 우리 한국인들은 보드카로 건배하며 아리랑을 합창했다. 그렇게 올혼섬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바이칼을 겨울에 방문할 경우 맑은 얼음이 가득한 호수의 절경을 볼 수 있지만,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 단점이다. 게다가 겨울의 시베리아는 매우 춥다. 실제로 ‘오이먀콘(Оймяко́н)’이라는 도시의 겨울 기온이 평균 영하 50℃ 이하인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추위이다. 바이칼은 여름에 방문해야 호수에서 보트를 타며 경관을 즐길 수 있고, 여기에서 잡히는 연어과 식용 생선인 ‘오물(омуль)’ 구이를 먹어볼 수도 있다. 당연히 한국어 ‘오물’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며, 바이칼의 대표적인 먹거리이다. 욜로츠카 캠핑호텔’, 러시아 전통주거를 접하다 바이칼 호수를 뒤로하고 다시 이르쿠츠크로 돌아온 다음 앙가라 강가에 있는 ‘욜라치카(ёлочка) 캠핑호텔’에서 일정의 후반부를 보냈다. 이 호텔은 러시아 전통가옥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침엽수림의 타이가 지대인 이곳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건축재료는 통나무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전통가옥도 통나무로 만들어진다. 나는 자작나무로 가득한 이곳 정원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삼림욕을 한 다음, 강 옆의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강물에 뛰어들어 냉수 마찰 하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하기도 했다. 저녁 식사로는 러시아 유목민들의 전통요리인 ‘샤실리크(шашлык)’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보드카도 먹어보았다. 요리들 대부분이 기름기가 좀 많은 것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 음식들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현지 음식에 적응이 힘든 사람이라도 큰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을 법했다. 바이칼의 출구, ‘리스트비얀카’ ‘리스트비얀카(Листвя́нка)’는 바이칼호수 투어의 마지막에 들르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바이칼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체르스키(Че́рский) 전망대’와 근처의 ‘딸찌(ТАЛЬЦЫ) 민속박물관’을 방문했다. 특히 딸찌 민속박물관에서는 장인들이 직접 공예 활동을 한다. 나는 여기서 500루블 가까이 되는 거금을 들여 러시아의 대표 수공예품인 ‘마트료시카(Матрёшка)’를 구매했다. 지금도 간간이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마트료시카 안의 인형을 모두 꺼냈다가 다시 넣어보곤 한다. 에필로그 러시아에 대한 인식은 바이칼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사실 세계지리 교과서 속 바이칼은 한 줄의 문장으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담수호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알량한 지식에 집착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지식을 초월하는 존재 앞에서, 마음속의 모든 선입견이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아서였을까? 지금이라도 바이칼 앞에 서서 감정과 이성의 무장해제를 경험하고픈 이들이 있다면, 이참에 이르쿠츠크행 항공권을 예매하자. 분명 상상 이상의 것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논쟁 수업으로 시작하는 민주시민교육(넬 나딩스·로리 브룩스 지음) 쟁점에 대한 탐구가 비판적 사고력 신장과 건강한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사회적으로는 참여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유용함을 알려준다. 학생들을 교육적인 논쟁에 참여시키고, 이를 통해 교실을 활기차게 바꾸는 방법을 소개한다.(정창우·김윤경 옮김, 풀빛 펴냄, 400쪽, 2만2000원)
송샘의 아름다운 수업(송형호 지음) 1984년부터 35년간 교단을 지켜온 송형호 교사가 명예퇴직을 결정하고 그간의 학교생활을 정리했다. 학생 교육은 물론 온・오프라인 강의와 SNS를 통해 교사・학부모 대상 연수에도 힘을 쏟았던 그의 노하우와 교직생활에 대한 소회, 교육을 위한 당부를 이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았다.(에듀니티 펴냄, 318쪽, 1만6000원)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왕건환 외 4명 지음) 학교폭력이 터지면 학교 구성원들은 많은 상처를 입는다. 사건 그 자체도 충격이지만 처리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의 원인이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의 엄벌주의에 있다고 지적하며,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글항아리 펴냄, 280쪽, 1만5000원)
유치원 학급운영 어떻게 할까?(뿌리 깊은 유치원 교사 연구회 지음) 졸업 후 교육현장에 첫발을 디딘 교사들은 대학에서 배운 이론과는 너무 거리가 먼 현장의 모습에 좌절감을 느낀다. 더구나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를 가르쳐야 하는 유치원 교사들의 고민은 더욱 크다. 이 책은 이런 교사들을 위한 학급운영 방법을 제시한다.(사람과교육 펴냄, 304쪽, 1만8000원)
마르크스 씨, 경제 좀 아세요? (이완배 지음) 위대한 경제학자 18명의 삶과 사상을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풀어냈다. 경제학자들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시기의 시대상을 먼저 소개한 뒤 주장한 내용에 대해 살펴보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재미있는 삽화와 에피소드가 사이사이 들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북트리거 펴냄, 272쪽, 1만4500원)
심리학자 아버지가 아들딸에게 보내는 편지(김동철 지음) 10대 성장기 자녀와 부모가 소통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지침서다. 급격한 사회의 변화 속에 점점 커져만 가는 세대 간의 간극을 극복하고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편지글로 소개한다. 1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봄 직한 고민에 대한 해법을 부모가 제안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메이트북스 펴냄, 292쪽, 1만5000원)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안내서(김희경 지음, 안은진 그림) 어린이들이 미술관을 유익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미술관 입문서다. 미술관에 대한 정의부터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과 마음가짐, 작품 감상법 등을 단계별로 알려준다. 약 20편의 명화와 예술작품도 들어 있다.(논장 펴냄, 48쪽, 1만3000원)
발명왕들의 기발한 발명이야기(백명식 글·그림)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여러 발명품의 원리와 그것을 만들어낸 발명가에 대해 소개한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발명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준 데는 많은 사람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선글라스, 주전자 뚜껑 등 93가지 발명품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가문비어린이 펴냄, 208쪽, 1만2000원)
부버의 ‘만남’ 철학의 사상적 뿌리인 유대교 하시디즘(Hasidism)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독특성, 개별성 그리고 평등성이다. 모든 개인은 저마다 남과 다른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독특성은 개별화의 전제조건이 되기도 한다. 인간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업 중 하나는 각 개인이 지닌 독특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인간은 누구나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동등하다고 본다. 말하자면 빈부·귀천·성별 등의 차이에 전혀 관계없이 누구나 똑같이 자신의 일을 신성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교육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부버는 인간세계의 두 가지 근본적인 질서를 ‘나-너’의 관계와 ‘나-그것’의 관계로 파악했다. 즉, ‘나-너’의 근원어에 바탕을 둔 참대화가 이루어지는 인격공동체와 ‘나-그것’의 근원어에 바탕을 둔 독백만이 이루어지는 집단적 사회가 그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사회는 점점 더 ‘나-그것’의 세계로 치닫고 있다. 이런 현대사회의 비극적 상황 속에서 ‘나-너’의 관계회복을 통해서 전체로서의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함이 부버 사상의 요점이다. 이처럼 부버는 관계의 개념으로 인간의 위치 및 본질을 파악하고자 한다. 따라서 참다운 인간존재는 고립된 실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형성을 통해서 나타나며, 사회적으로 실존하는 것이다. 결국 부버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관계를 통해 그의 실존을 형성해 나가는 창조자로 파악된다. 그러므로 부버의 교육적 중심은 자연과의 관계, 인간과의 관계, 정신적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학생들의 인격을 계발하고 실현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부버의 철학적 인간학은 ‘인간의 전체성(the wholeness of man)’에 관한 탐구이기 때문에 그의 교육론의 주조음(主調音)도 ‘학생의 전체성’에 관한 탐구 즉, 전인교육론이라고 볼 수 있다. 부버에 의하면 우리는 모든 것 그리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교육은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즉, 우리가 마음의 문을 개방하면 세계가 그 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삶과 정신 형성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근본적인 방법이 있는데, 그것을 프로파간다(propaganda)와 교육(education)이라고 했다. 전자의 경우 자신의 정신적 행위가 정말로 독특하다는 식으로 타자에게 자기의 의견과 태도를 강요한다. 후자의 경우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정당하다고 인식한 것을 타자의 영혼 속에서 발견하고 촉진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당한 것이기 때문에 개방될 필요가 있는 하나의 잠재력으로서 그리고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타자 속에 살아 움직여야 한다. 이 때의 개방은 강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만남’을 통해서 이뤄져야 하며, 방향을 발견한 자와 방향을 찾고 있는 자 간의 실존적 교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 전인교육이란 감춰진 다양한 능력을 개발하는 것 부버의 교육론은 한 마디로 전인을 지향하는 인간교육론이다. 이를 몇 가지만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을 무한한 가능성과 창조성을 지닌 하나의 현실(reality)로 본다. 고결하고도 무한한 가치를 지닌, 역사창조에 이바지하는 존재가 아동이다. 아무리 퍼내도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가능성이 바로 아동이라는 현실성이다. 이같이 아동이 ‘현실성’이기 때문에, 교육도 ‘현실성’이 돼야만 한다. 전인교육이란 아동 속에 감춰져 있는 다양한 능력들을 개발해 주는 것이며, 이러한 것은 교육이 아동의 ‘현실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성’인 아동은 누구나 창작자 본능(originator instinct)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은 자율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들은 항상 무엇인가를 창작하려고 하며, 그 과정 속에 자기 자신을 참여시키기를 갈망하고 또한 그 과정에 있어서 자신이 주체가 되려고 한다. 따라서 아동의 이같은 창작자 본능은 활짝 피기를 기다리는 꽃봉오리와 같은 것으로서 환경의 여건 조성에 따라 활짝 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획일화된 오늘날의 교육을 지양하고, 교육은 아동의 창작자 본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이란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버는 진정한 교육이란 이런 창작자 본능이 자율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이러한 본능을 해방시키는 것이 교육력(educative forces)이 아니고, 해방된 본능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교육력이라는 것이다(Buber, 1954a: 86). 이러한 힘은 인간의 자발성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교육에서는 인간의 자발성을 억압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의 주요 목적은 아동의 창조력을 해방시켜 주는 것이라고 부버는 역설한다. 이런 점에서 그는 교육은 끝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세계 자체가 우리의 교사이다 둘째, 세계 자체를 하나의 교육장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개인에게 인격을 형성시키는 것은 세계이다. 다시 말해 세계 즉, 자연과 사회라고 하는 환경 전체가 인간을 교육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 자체가 우리의 교사가 되는 것이다. 세계는 때때로 자연으로서 혹은 사회로서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며, 아동은 이러한 여러 요소에 의해 교육을 받게 된다. 즉, 한 폭의 그림·동식물의 생태·웅장한 산 등 여러 요소들에 의해 아동은 교육을 받게 된다. 따라서 학교 교사는 이런 여러 교사 중 단지 조그마한 한 요소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교사는 겸손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학교 교육에서 지적 교육에 치중하고 있는 교사의 비중이 절대적인 것임을 생각하면 현대교육의 위기가 그대로 눈에 드러나고, 인간교육의 상실을 생각하게 한다. 지적(知的) 교사들로 가득 찬 오늘날의 학교에서 인간교육이 상실되어 갈 것이라는 메시지다. ● 학생과 교사가 ‘서로 만남’을 했을 때 참다운 교육 작용이 일어난다 셋째, 교육은 비(非)에로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버에 의하면 에로스는 선택을 의미하며, 기호(嗜好)에 의해 취해진 선택인데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로스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가 사랑하려는 사람 즉, 대상을 취사선택하게 되는데 이는 교육의 본래적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현대의 교육자들은 자기 앞에 앉아 있는 다양한 학생들을 접하게 되는데 바로 이같은 비에로스적 상황 속에서 부버는 현대 교육자의 위대성을 발견하게 된다고 역설한다. 즉, 교사가 교실에 들어갔을 때 그는 그가 선택한 학생들을 향해 들어간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교사의 선택권 밖에 있는 존재들로서 천차만별의 학생들이 그 학급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창조된 세계의 현재 모습 그대로이며, 인간세계의 축소인것이다. 그렇지만 교육자는 그들 모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부버는 교사를 신의 대변자라고 평가한다. 또한 기호에 의한 선택을 배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에는 금욕주의(asceticism)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맡겨진 학생들의 삶에 대해 철저한 인격적 책임을 가지고 감수해야 할 금욕인 것이다. 오늘날의 교육은 에로스적인 교육을 비에로스적인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시키는 것이 그 과제 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인격적 존재이며, 서로가 동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가 학생을 취사선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보며, 단지 동등한 인격자로서 ‘서로 만남(sichbegegnung)’을 했을 때 참다운 교육 작용이 일어난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교사의 편애라든가 학교의 퇴학제도 등은 학생을 취사선택 한다는 점에서 에로스적인 교육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쉽게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점들은 인간교육적 차원에서 재고돼야 할 것이다. ● 교육의 과업은 결국 학생들에게 인격적 책임을 일깨워 주는 것 넷째, 성격교육(education of character)을 가치 있는 교육으로 강조한다. 부버는 인격(personality)과 성격(character)을 구분하고 있다. 즉, 인격은 본질적으로 교사의 영향력 밖에서 성장하는 것이며, 성격은 인격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교사의 최대 과제는 바로 이 성격교육에 있는 것으로, 이것이 교육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성격의 소유자란 그의 행위와 태도로써 전 존재를 건 반응을 하기 위해 깊은 준비성을 가지고 상황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사람이며, 동시에 그의 행위와 태도의 총체성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의 존재의 통일성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은 격률(格率)이나 관습체계로 이해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전존재로 행동하는 자이며, 주어진 상황의 독특성에 조화롭게 반응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사람이 우리가 바라는 인간상인 것이다. 위대한 성격의 소유자는 틀에 박힌 반응 즉, 획일적 반응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날의 획일화된 시대에서는 틀에 박힌 반응들이 일상적인 규칙이 돼 있다. 현대인들은 틀에 박힌 반응을 함으로써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인격적 책임으로부터 도피한다. 그런데 인격적 책임을 벗어난 삶은 무의미하다고 부버는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교육의 과업은 결국 학생들에게 인격적 책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인격의 통일에 대한 갈망은 인류의 통일에 대한 갈망으로 확장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위대하고도 풍부한 관계는 부를 수 있는 성격과 응답할 수 있는 성격 즉, 대화적 성격 사이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참다운 성격교육은 곧 공동체를 위한 참된 교육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참된 관계회복을 통한 비인간화 현상의 극복 이상에서처럼 부버는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은 교육작용이 점차 비인격적 관계인 ‘나-그것’의 관계로 타락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면서, 인간의 내재적 능력을 전체적인 입장에서 전반적이고도 조화롭게 계발시켜야 한다는 ‘전인교육론’을 피력했다. 또한 교육은 인격적 삶 그 자체를 통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기 때문에 교사의 인격적 모범을 무엇보다도 강조한다. 그러나 학생이 교사의 인격적 모범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따르라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교사나 학생 모두가 독특한 개성적 주체이므로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삶의 방식 즉, 삶의 길(way of life)을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시디즘의 한 일화는 이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하시드(Hasid)회(會)의 지도자(tzaddik)이 “왜 당신은 당신의 스승이 행한 모범(example)을 따르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하기를 “그와 반대로 나는 스승의 모범을 따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스승이 그의 스승을 떠난 것처럼 나도 나의 스승을 떠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시디즘에서는 정형화・ 체계화를 거부한다. 부버도 삶의 흐름(stream of life)을 강조하면서 그 자신의 사상이 체계화되는 것을 거부했다. 이것은 인간의 삶(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간의 삶)을 하나의 틀로써 묶어둘 수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요컨대 인간의 전체성을 강조하는 부버가 중시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참된 관계회복을 통한 비인간화 현상의 극복이었다. 오늘날의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이러한 비인간화 현상이라고 한다면, 비인간화 현상의 극복을 위한 사상적 노력들이 교육 속에서 재음미되고, 구체화돼야 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에서 직업교육은 ‘실업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경시되어 왔다. 직업교육을 일반교육과 구별하는 실업교육이나 진학 실패자에게 하는 기능교육 정도로 바라보는 인식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직업교육을 하지 않는 교육기관이 얼마나 될까? 올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10.5%에 이르고, 청년취업자의 30%는 전공과 일자리 간 미스매치를 겪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인구 구조 및 산업구조의 급변도 예상된다. 때문에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특성화고의 역할과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2019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마련한 특성화고 교사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직업교육이 최고의 복지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좌담회에는 김민용 서울 강서공고 교감, 김윤진 서울 선일이비즈니스고, 진선미 서울 동구마케팅고 교사가 참여했다. 해마다 입시철이면 특성화고들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올해 전망은 어떤가요? 진선미 특성화고의 2학기는 늘 전쟁터죠.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 같아요. 특히 특목고와 자사고 신입생 선발이 후기에 한꺼번에 이뤄지는 바람에 오히려 더 불리해졌다고 생각됩니다. 김윤진 저 역시 신입생 유치가 걱정입니다. 학벌주의 폐단을 없애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정작 내 자식만큼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이율배반의 논리가 여전해 설득이 쉽지 않죠. 김민용 전 좀 긍정적으로 보는데요. 학령인구가 줄고 신입생 모집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춘 학과 개편과 선취업 후진학 확대, 현장 실습개선 등 긍정적 요인도 많아 기대를 걸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자녀를 특성화고에 보내고 싶어도 선뜻 내키지 않은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김민용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것 잘 압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세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등골 휘도록 교육비 투자했지만, 대학 나와 제대로 밥벌이하는 친구가 몇이나 됩니까. 열심히 공부해 대학 갔어도 결국 취업 준비하는 기간만 늘어난 것 아닌가요. 반면 특성화고는 직업 중심 학교입니다. 그래서 대졸자보다 직업을 갖는 데 유리하죠. 그뿐 아니라 직장을 다니면서도 대학에 진학하는 길이 얼마든지 열려 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특성화고를 전체 고등학교의 5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만성적인 청년 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김윤진 입학상담을 하다 보면 학생보다 학부모 설득이 훨씬 쉬울 때가 있어요. 처음엔 내키지 않아 하지만 입학부터 교육과정, 졸업 후 취업까지를 설명하면 ‘믿고 맡길 테니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는 분들이 많아요. ‘일찌감치 직장도 잡고 원하면 대학에도 갈 수 있으니 일반고 보다 낫다’는 말씀들을 종종 하십니다. 일반고와 특성화고 사이에서 고민하는 중학생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김윤진 어린 학생인줄만 알았는데 막상 만나보면 매우 현실적인 사고를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의식주는 해결할 수 있는지, 자신의 적성과 소질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래서 입학설명회 때면 선배들의 취업 실적에 가장 귀를 쫑긋 세웁니다. 진선미 저는 ‘선진로→선취업→후진학’이라는 로직(logic)으로 접근합니다. 일반고든 특성화고든 하고자 하는 진로를 명확히 하고, 비전을 세운 후에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줍니다. 대학이 먼저가 아니라 직업이 먼저임을 강조하죠. 김민용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고교 진학이 이뤄져야 합니다. 일찌감치 자신에 맞는 진로를 탐색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성화고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요. 설사 실패한다 해도 얼마든지 회복할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특성화고 선생님 중에는 중학교를 상대로 한 홍보활동에 고충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진선미 대부분 선생님들은 잘 도와주십니다. 하지만 간혹 특성화고 선생님들을 영업사원이나 잡상인 취급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흔한 말로 문전박대는 물론이고 아예 학생들에게 특성화고를 선택하지 않도록 강요하는 분도 있다고 해요. 사실 특성화고 홍보는 단순한 신입생 모집 차원을 넘어 학생들의 진로 선택 폭을 넓혀주고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무작정 귀찮아만 하실 때면 같은동료교사로서 마음에 상처도 받습니다. 김윤진 솔직히 입장 바꿔보면 중학교 선생님들도 부담스러울 것이란 생각은 듭니다. 학교마다 홍보한다고 찾아오지, 학사 업무 몰리는 시기여서 일은 많고, 학생들 진학 지도까지, 힘든 상황이라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홍보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달리 방법이 없어요. 다양한 홍보기회를 주는 학교도 있지만 반대로 형식적으로 해치워버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적잖이 있거든요. 김민용 유럽에서는 70%의 학생들이 청소년기에 직업교육을 받고 있고, 이를 토대로 적극적인 진로지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일반계 선호도가 높고 학생보다는 학부모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죠. 중학교 선생님들께서도 이점을 눈여겨보시고 학생의 적성과 흥미가 진로와 미스매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학부모들은 잘 모르는 특성화고만의 ‘숨겨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김윤진 특성화고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취업이 잘된다는 것입니다. 취업 실적을 보면 깜짝 놀라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대부분 특성화고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방과후학교, 전문가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학습, 기업체 면접 연수, 리더십 캠프, 해외연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어 내실이 탄탄하죠. 진선미 저는 두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하나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창시절을 보낸다는 겁니다. 선생님들이 직접 상담을 통해 모집하다 보니 고교 3년간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습니다. 또 고교 취업 장려금, 취업연계장학금, 고졸 후 학습자 장학금 등 지원사업이 많아요. 산학일체형도제학교에 진학하면 재학 중에 급여를 받고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길도 열려있고요. 어려움이 많은 만큼 보람도 크실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학생들이 있으면 말씀부탁드립니다. 김민용 제가 공고 교사로 있을 때 3학년 학생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당시 20명을 뽑았는데 고졸자는 이 친구 한명이었어요.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군대도 다녀왔고 서울시내 유명 대학에 진학해 졸업장도 받았습니다. 얼마 전 7급으로 승진 했다며 연락을 해왔더군요. 이른 나이에 직장을 잡고 승진에 대학졸업장까지 손에 쥔 모습을 보니 기특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진선미 우리학교는 주로 금융권 진출이 많은데 은행 중에는 대학과 MOU를 맺고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있어요. 실제로 한 학생은 모 시중 은행에 들어 간지 1년 만에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으며 대학생활을 하고 있더라고요. 김윤진 특성화고는 직접 경험해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곳입니다. 중학교 때 성적이 하위권이던 아이가 열심히 공부해 공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요. 또 언니가 특성화고에 다닐 경우 동생도 같은 학교에 진학하는 케이스도 많고요.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인데 겉보기와는 달리 정말 알찬 곳이 특성화고 입니다. 학생 모집 못지않게 취업에 대한 고민도 크실 것 같습니다. 김윤진 고졸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능력 중심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비록 학력은 낮을지 몰라도 실력만큼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으니 공정하게 평가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진선미 한 가지 덧붙인다면 기업체에 근무하면서 대학에 진학하는 특성화고 출신들에게 출퇴근에 대한 인센티브를 줬으면 합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어서 기업체의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민용 조심스럽지만 병역 면제 혜택과 같은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성화고 졸업 후 취업한 학생들에게 병역 면제와 같은 특례가 주어진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특성화고 교사들의 근무여건은 좀 어떻습니까. 진선미 사실 ‘교사 반, 영업직 반’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학생들을 위해 여기저기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니 어쩔 수 없잖아요. 씁쓸할 때도 있지만 학생들 장래를 생각하면 ‘을’이 되는 것도 참고 견뎌야죠. 김윤진 저는 한때 일반고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와 비교해 보면 특성화고 업무량이 훨씬 많습니다. 중학교에 나가 홍보하는 것, 기업체를 알아보는 것, 개인별로 자기소개서와 면접 지도를 해주는 것, 취업 후에 이뤄지는 추수지도, 그리고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 실시에 따른 서류 작업 등 일반고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또한 전문교과의 경우에는 보통교과와 달리 산업 수요의 변화에 따라 가르치는 과목과 내용이 바뀌는 어려움도 있고요. 업무량이 많아지면 수업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특성화고의 학급당 인원수를 감축하거나 교사 정원을 늘려 교사에게 가해지는 업무 부담을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용 공립과 사립 교원 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공통적으로 보면 특성화고 교사들의 수업 시수 경감 및 행정 업무 축소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아울러 우수한 교사들이 특성화고 근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근무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한 직업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진선미 직업교육이 교육의 최고목표가 돼야 합니다. 학교 교육목표의 끝은 한 사람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있기 때문이죠. 특성화고는 직업교육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윤진 바라던 기업에 취업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성화고가 학생들의 성공적인 길라잡이가 될 수 있게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김민용 고졸 취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묻지마 진학’과 같은 낭비를 해소할 수 있어요. 교육 당국도 말로만 지원 운운할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르코폴로(Marco Polo)의 동방견문록이 있기 전부터 이미 어떤 형태로든 ‘동서양의 교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대를 넘어서는 교류의 구체적인 역사와 문화의 기록이 없다 보니 아직까지 장님 코끼리 만지는 형국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흡하지만 허황후와 쌍어문의 기록과 흔적을 만지며, 그저 ‘가야의 김수로왕이 저 멀리 아유타의 공주를 아내로 맞았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전래동화가 전하는 재밌는 사실 우리는 매우 비슷한 내용의 전래동화를 만날 때, 동서양이 오래전부터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사람의 심리와 정신이 일치된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콩쥐팥쥐와 신데렐라 그리고 중국의 섭한 아가씨와 비단신발은 거의 비슷한 내용을 전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특히 신데렐라는 ‘재를 뒤집어 쓰다’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항상 아궁이(부엌) 앞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의미하기 도 한다. 앞선 글에서도 한번 거론했지만, 전래동화 속의 남아와 여아는 일종의 ‘발달과업’을 갖게 된다. 남자아이들은 집을 떠나 모험을 하고, 위기에 처하고, 힘겨운 고행길을 걷다 드디어 영웅의 호칭을 얻는다. 여자아이들은 ‘여성이 되기’ 위한 과업 즉, 밥하고, 빨래하고, 바느질하고, 물을 긷는 등 여자로서 걸어가야 할 과업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성장의 한 고개를 넘어서게 된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얘기하면 너무 터무니없는 ‘과업’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당시의 오랜 시대 배경과 각 지역의 문화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여자아이들의 발달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부엌일인데, 바로 이 ‘부엌’이 ‘재를 뒤집어쓰고 밥을 하는 공간’이다. 또한 그 공간은 바로 ‘어머니의 공간’으로 얘기된다. ‘신데렐라’와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들은 범세계적으로 발견할 수 있어, 동서양의 문화적 교류의 증거로 볼 수 있다. 개구리 ‘왕자’와 개구리 ‘신선’의 닮은 듯 다른 결말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도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작품들이 발견된다. 일본의 하고로모(羽衣)와 몽골의 천녀설화 등이 조금은 다른 듯 비슷하게 전래된 민담이며 동화들이다. 위에 설명한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삶과 정신에 맡게 외국의 동화를 번안된 것도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개구리 왕자’는 1926년 처음으로 조선어로 출간된 심의린의 동화집조선동화대집에서 ‘개구리 신선’으로 번안됐다.(김경희(2016), 심의린의 동화 운동 연구). 잠깐 ‘개구리 왕자’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옛날 옛적 늘 황금 공을 가지고 노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는 공을 연못에 빠트렸고, 연못 속에서 살던 개구리가 찾아주게 된다. 그 후 개구리는 궁을 찾아와 ‘공주와 함께 같은 식탁에서 밥 먹기, 한 침대에서 잠자기’의 소원을 요구하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공주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문전박대를 하지만 ‘약속은 소중한 것’이라는 왕의 명 덕분에 개구리는 공주와 함께 밥을 먹고 한 침대에 눕게 된다. 공주는 침대 안에 들어온 징그러운 개구리를 내동댕이 쳤고, 그 덕분에 마법이 풀린 개구리는 왕자로 변신하게 되어 둘은 결혼하게 된다. ‘개구리 신선’은 ‘왕자’가 ‘신선’으로 변했을 뿐 ‘개구리 왕자’와 거의 똑같은 이야기이다. 이후 개구리 신선의 행보는 개구리 왕자와 동일하지만, 마지막은 조금 다르다. 그림동화의 ‘개구리 왕자’에서는 화가 나 벽에 개구리를 던진 덕분에 오히려 개구리가 왕자로 변신하고 공주가 행복한 결말을 갖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개구리 신선’에서는 끝까지 거부하며 이불을 뒤집어쓴 금애의 행동으로 인해 신선으로 변한 개구리가 혼자 하늘나라로 돌아가고, 금애의 후회로 이야기가 끝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래동화는 아이들의 현실적 좌절과 방황·불안 등을 잠재우기 위해 가능하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결말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내용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많다. 유럽과는 다르게 조금 늦게 ‘동화’의 개념이 정착되기는 했지만, 전래동화는 여전히 민담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그 민담은 대체로 어른들의 입을 통해 구술되고 구전되었는 데, 이것을 ‘동화작품’으로 옮겨 적는 1920년대 중반의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결말의 교훈성을 조금 더 깊게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여자아이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 ‘개구리 신선’과는 조금 다른 듯 비슷한, 우리나라의 ‘옴두꺼비 장가간 이야기’라는 동화가 있다. 보통 ‘두꺼비 아들’, ‘두꺼비 아들 장가들기’ 등으로 얘기되는데, 두꺼비가 멋진 사람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이 작품은 1940년 화계 박영만에 의해 편집된 조선전래동화집에 나오는 이야기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자식이 없던 어느 부모가 오랜 기도 끝에 겨우 자식을 낳았는데 두꺼비로 태어난다. 기절초풍할 상황에서도 부모는 ‘이것이 팔자다’ 생각하고 이 옴두꺼비를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드디어 장가들 때를 맞게 된다. 그런데 두꺼비가 느닷없이 동네 유지인 김 좌수의 딸과 결혼시켜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하는 수 없이 부모는 김 좌수를 찾아가 사정을 말하고, 좌수는 세 명의 딸을 불러 누가 두꺼비에게 시집을 가겠는지 묻는다. 이때 셋째 딸이 시집을 가겠노라 자청하게 되고, 첫날밤을 맞이한다. 두꺼비는 커다란 가위를 가져와 “이 가위로 내 등덜미를 쭉 베어주시오”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두꺼비는 그 가죽을 벗고(탈피하고) 사람으로서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언니들의 신랑들과 경쟁을 벌이고, 오히려 완전히 사람으로 탈바꿈하여 잘살게 된다. 두꺼비, 개구리, 쥐, 뱀 등등 혐오스럽고 두려움을 일으키는 동물들은 왜 유독 남성으로 등장할까? 아마도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여성, 여자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옴두꺼비 장가든 이야기’는 다른 버전에서는 서양의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처럼 일종의 ‘금기 깨기’와 ‘신랑 찾아 삼만 리’ 부류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경우도 많지만, 여기서는 ‘껍질을 벗다’는 개념의 ‘탈피(脫皮)’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다시 말해 한 단계를 벗어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특히 결혼의 ‘완성’을 위한 일종의 전제조건으로 이 ‘탈피’의 과정이 사용되 고 있다는 것이다. 위 ‘개구리 왕자’, ‘개구리 신선’ 역시 이런 ‘탈피’의 과정을 결혼 완성의 중요지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유사점을 알 수 있다(물론 그 완성을 보지 못하는 개구리 신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이런 생각들이 문화·풍속의 차이를 넘어 동양과 서양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며, 우리와 서양의 ‘같고도 다른’ 이야기를 통해 상호문화의 보편적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업무추진비 업무추진비의 종류는 직책급 업무추진비,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사업추진 업무추진비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 직책급 업무추진비는 월정액으로 지급하는 경비로 기관 간 섭외, 내부 직원의 격려, 기타 직무 관련 소규모 지출 등 직책수행을 위한 경비이고, 기관운영 업무추진비는 학교운영과 유관기관과의 업무 유대를 위해 소요되는 경비이다. 예를 들면 교직원 간담회, 교과협의회, 학교운영위원 및 학부모회,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의회, 상근 교직원에 대한 경조사비 등이다. 사업추진 업무추진비는 학교교육계획에 의한 행사 및 학교의 시책사업, 특색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사용하는 경비이다. ● 직책급 업무추진비 직책급 업무추진비는 교육부 기준에 의해 12학급을 기준으로 월 25만 원씩 지급하고, 1학급을 초과할 때마다 3천 원을 가산하여 지급한다. 퇴직·신설·기타 직책의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발령일을 기준으로 그 월액을 일할 계산하여 지급한다. 직무대리의 경우에도 지급 가능하고, 실제로 2개 기관 이상의 겸임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각각 그 기관 단위별로 지급할 수 있다. 다만 1개월 이상 직책을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지급해서는 안 된다. ● 기관운영 및 사업추진 업무추진비 기관운영 및 사업추진 업무추진비는 반드시 사전에 품의를 한 후에 사용해야 한다. 업무추진비 지출서류는 집행목적·일시·장소·대상 등을 기재하여 사용 용도를 명확히 한다. 건당 50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접대 상대방의 소속 또는 주소 및 성명을 증명서류에 반드시 기재한다. 집행기준 금액은 1인 1회당 3만 원 범위에서 집행해야 한다. 업무추진과 관련 없는 예산 과목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개인카드로 결제를 해서는 안 되고, 조의금·축의금 등 현금 지급이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현금 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 신용카드 사용 방법 학교에서는 업무추진비의 적정한 사용을 위해 ‘클린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해야 한다. ‘클린카드’는 학교에서 카드사와 협의하여 가맹점을 제한하는 결재시스템으로 업무추진비의 부적절한 사용을 사전 예방하는 기능을 가진 카드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는 공휴일 및 휴무일, 심야시간대, 관할구역을 현저하게 벗어난 원거리 지역에서의 사용은 제한한다. 다만 신용카드 사용의 불가피성을 출장명령서, 사전 내부결재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사용할 수 있다. 공적 업무 수행이 아닌 개인적 용도의 경조비 및 격려금, 전별금 등과 교직원이 개인 자격으로 가입한 단체의 회비 등은 지출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각종 교장회, 자율장학회, 연구회, 협의회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임의 회원으로서 부담하는 연회비, 분기회비, 월회비 등을 말한다. 교직원의 퇴임행사 관련 경비는 간소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경비만 편성한다. 그리고 전별금, 위로금, 기념품, 선물비용 등은 업무추진비에서 지출할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무분별한 업무추진비 편성을 억제하기 위해 학교운영경비 중 기관운영 업무추진비 비율을 3% 이내에서 편성하도록 상한선을 정해 주고 있다. 감사 사례 업무추진비 사후 품의 - 업무추진비 총 16회 240만 원을 집행하면서 사전 품의를 받지 않고 사후에 품의 업무추진비를 잘못 집행한 사례 - 근속 교사에게 상품권 지급, 부서별 업무추진비를 개산급으로 지급, 직원 자녀에게 수능 날 떡 구매, 개인카드로 빈번히 업무추진비 지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에게 명절선물비 구입 - 예산편성 상한비율 미준수 및 추경예산 편성 시 증액 - 집행 가능한 직무활동이 아님에도 업무추진비로 집행(총동창회 행사 격려금,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 격려금, 수능 학부모 격려금, 인근 학교 체육관 개관 또는 발표회 축하 화분, 구청 을지연습 격려금품, 교사 미술전시회 격려금, 수련활동 격려금, 자격연수 격려금, 남교사 모임 격려금 등) ☞ 필요시 직책급업무추진비로 집행해야 함 - 1인당 기준금액(3만 원) 미준수 - 50만 원 이상 집행하면서 증빙서에 주된 상대방 소속 또는 주소 및 성명 미기재 - 협의회비 1건을 2회 이상 분할 집행 (품의한 금액보다 사용금액이 적게 나오자 장소를 옮기거나 다음날 추가 집행) - 경조 화환 또는 화분을 구입하고서 교내 행사나 환경미화용 구입으로 허위 기재 경조사비 경조사비는 기관운영 업무추진비에서 집행한다. 지급 범위는 본인 및 배우자와 그 직계 존·비속의 결혼 또는 사망 때 지급할 수 있다. 지급대상은 당해 학교 상근 교직원 및 유관기관 임직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유관기관은 학교운영위원회, 자매부대, 인근 경찰서, 소방서 등 학교에 도움을 주는 기관 또는 단체이다. 인근 학교, 지역교육지원청, 본청 등은 유관기관에 해당되지 않는다. 지급금액은 1건당 5만 원 범위에서 지급한다. 참고로 소속 교직원이 모친상 등을 당했을 때 조문에 필요한 관외 출장 가능 인원수는 기관 대표의 자격으로 참석하는 약간 명의 공무원에 대해 출장 조치가 가능하다. 지방공무원 인사실무(행정안전부)에는 2명 이내의 공무원에 대해 출장 조치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학교장이 공식적으로 초청하는 유력인사 접대에 소요되는 경비는 식비 1인당 3만원 이내, 선물비 1인당 8만 원 이내, 부대경비로 상기 소요액의 20% 범위에서 지출할 수 있다. 2개 기관이 공동으로 초청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주관기관에서 집행한다. 다만 초청 목적이 상이한 경우와 초청 경비에 대한 기관별 부담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각 기관에서 지출한다. 외빈 초청경비의 지원여부 및 지원수준에 대해서는 상호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감사 사례 경조사비를 잘못 집행한 사례 - 매형, 고모, 백부, 형제상 등에게 지급 - 교육청 직원, 인근 학교 교직원, 시간강사, 동문, 퇴직 교직원, 사립학교 직원 등에게 부당 지급 - 경조사비 1건당 5만 원 초과 지출 ☞ 경조사비 대신 조화 등을 전달할 수 있으나, 둘 다 합쳐 5만 원을 초과할 수 없음 여비 여비는 일비, 식비, 운임, 숙박비로 구성된다. 일비는 출장시간을 기준으로 지급한다. 4시간 이상은 2만 원, 4시간 미만은 1만 원이다. 식비는 교장은 2만 5천 원, 교장 외에는 2만 원이다. 운임은 실비를 지급하고, 숙박비는 교장은 실비, 교장 외에는 서울 7만 원, 광역시 6만 원, 그 밖의 지역은 5만 원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운임은 원칙적으로 철도 또는 버스 운임으로 산정한다. 다만 자가용 운임 비용이 더 저렴할 경우 버스 운임 대신 연료비, 통행료, 주차료를 지급할 수 있다. 이때 동승자는 운임을 지급하지 않는다. 상급자와 동행하여 근무지 외 출장을 가는 경우에 식비 및 숙박비는 ①출장 목적이 같고 ②동행하여 여행하며 ③출장 목적 수행을 위해 여비등급조정이 부득이한 경우에는 상급자와 동일한 금액으로 여비 지급이 가능하다. 관외출장에서 택시를 이용할 때 택시비는 지급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교통비는 대중교통비로 지급하고, 그 이외의 이동에 따른 교통비는 일비로 갈음하기 때문이다. 하루 동안 4시간 미만 근무지내 출장을 오전 1회, 오후 2회 등 하루 3회 이상 간 경우 여비는 1일 2만 원을 초과할 수 없으므로 2만 원만 지급하고, 4시간 미만 근무지내 출장을 오전(또는 오후)에만 2회 이상 간 경우에는 출장명령을 각각 내지 않고 일괄 출장 결재가 가능하므로 1만 원만 지급한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3월 제정돼 9월 21일부터 시행됩니다. 그동안 공무원 재해보상제도는 공무원연금과는 제도의 목적이나 재원이 달랐는데도 1960년에 제정된 ‘공무원연금법’과 통합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재해보상제도를 분리해 국가가 책임지고 제대로 보상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 인사혁신처의 설명입니다. 또 공무로 인한 부상, 질병, 장해, 사망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재활과 직무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재활치료, 심리상담, 간병에 대한 지원비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무상 재해의 인정기준 공무원 재해보상법에는 공무수행이나 그에 따른 행위를 하던 중,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그밖에 공무수행과 관련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공무상 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무수행과정에서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질병, 공무수행 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공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밖에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공무상 질병으로 규정했습니다. 또한 공무원의 자해행위가 원인이 되어 부상, 질병, 장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 공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했지만, 단서조항으로 자해행위가 공무와 관련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공무상 재해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비도 보장 가능 공무상 부상이나 질병으로 요양을 하는 경우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요양급여를 지급하게 됩니다. 이때 요양급여는 동일한 부상이나 질병에 대해 실제 요양 기간을 3년을 넘지 않은 범위에서 필요한 금액으로 정하게 됩니다. 다만 실제 요양기간이 3년을 넘은 후에도 계속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1년 이하의 기간 단위로 요양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요양급여를 받은 사람이 치유된 후 재발하거나 치유 당시보다 상태가 악화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재요양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제정된 법에서는 보상 중심으로 운영돼 온 공무수행 중 입은 부상, 질병, 장해에 대해 재활급여를 신설해 재해공무원의 신체적·정신적 재활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공무상 요양을 마친 후에도 의학적으로 상시·수시로 간병이 필요한 공무원에게 간병 급여를 지급하며, 국가·지자체의 재해예방사업 실시 근거를 법률에 규정해 재해예방-보상-직무복귀(재활)의 체계를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해당법에 요양급여나 장해급여, 재해유족급여, 부조급여뿐만 아니라 재활급여도 지급 가능하도록 제정됐습니다. 재활급여 항목에는 재활운동비와 심리상담비를 포함시켜 지원 가능토록 했습니다. 재활운동비는 공무상 요양 중인 공무원 또는 공무상 요양을 마친 후 3개월 이내인 공무원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정 장해(①팔 또는 다리의 3대 관절 중 1개 관절 이상의 기능장해 ②척추의 변형, 기능 또는 신경장해 ③팔 또는 다리의 근성이나 신경장해로서 장해등급 제12급 이상에 해당하는 장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해)가 남을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공무원에 재활 운동을 한 경우에 지급합니다. 이때 재활운동비는 인사혁신처장이 고시하는 금액의 범위에서 실제 드는 비용으로 지급됩니다. 심리상담비는 공무상 요양 중인 공무원이 공무원연금공단의 사전 승인을 받아 전문기관에서 심리상담을 받은 경우 공무원연금공단이 심사하여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이때 심리상담비는 인사혁신처장이 고시하는 금액의 범위에서 실제 드는 비용으로 합니다. 병급여는 공무상 요양을 마친 공무원이 의학적으로 상시 또는 수시 간병이 필요하여 간병을 받은 경우 공무원연금공단이 심사 후 지급합니다. 공무상 요양 승인 절차 간소화 기존에는 교원이 공무상 요양 승인 신청을 하려면 소속 시·도교육청을 통해 접수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제정 등을 통해 교원 본인이 소속기관을 경유하지 않고도 공무원연금공단에 바로 승인 신청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같은 경우 공무원연금공단이 소속기관으로 하여금 공무상 재해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해 서류를 받도록 하고 의료기관에도 관련 서류를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공무상 재해의 경우 재해를 입증하는 서류가 상황에 따라 복잡해 소속기관 담당자조차 구비 서류를 놓치게 되면서 해당 교원이 다시 서류를 구비하는 등 신청과정에서 지체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당 교원이 직접 공무원연금공단에 신청할 수 있고, 공무원연금공단이 직접 필요한 서류를 확인해 해당 기관에 요청하게 되면서 불필요한 과정을 없앨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위험직무순직 인정을 받기 위한 절차도 간소화됐습니다. 이전에는 공무원연금공단 연금급여심의회와 사혁신처의 위험직무순직보상심사위원회(1심)를 거치도록 했고, 이 결정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경우 인사혁신처의 연금급여재심위원회의 재심을 거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1심은 인사혁신처재해보상심의회로 통합해 진행되고 재심은 국무총리 소속 재해보상연금위원회를 거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습니다. 또 심사위원 풀을 도입해 현장·전문조사제 확대 실시 등을 통한 심사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재해보상 수준 현실화 공무원이 공무수행 중 사망한 경우, 현재 순직유족급여가 민간의 산재보상 대비 53~75%에 불과했으나, 법 제정을 통해 산재 유족급여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됐습니다. 기존에는 유족 연금에 대해 재직기간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 재해보상법에는 같은 재직기간별 지급률 차등을 폐지했습니다.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1.6배를 최고 보상수준, 0.5배를 최저 보상수준으로 설정해 적절하게 보상하게 했습니다. 이에 따라 순직유족연금의 경우 해당 공무원의 사망 당시 기준소득월액의 26%(20년 미만),32.5%(20년 이상)로 구분했으나 이번에 제정된 법에는 38%로 일원화하면서 기준을 상향했습니다. 위험직무순직유족연금도 기존에 해당 공무원의 사망 당시 기준소득월액의 35.75%(20년 미만), 42.25%(20년 이상)로 구분했으나 이제는 43%로 일원화했습니다. 또한 유족가산금제를 도입해 유족 1인당 해당 공무원의 사망 당시 기준소득월액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해당 금액의 합이 해당 공무원의 사망 당시 기준소득월액의 20%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등도 순직 인정 가능 국가·지자체에서 공무수행 중 사망한 무기계약직·비정규직 근로자는 공무원과 달리 순직 인정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앞으로는 공무원 재해보상심의회의 심사를 거쳐 공무원과 동일하게 순직으로 인정하고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등록 신청이 가능해집니다. 사망 시 경제적 보상은 현행산재보상 등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필요악으로 인식되는 복식학급, 학교통폐합 이외의 대안은 없는가? 본교는 전교생이 20여명이 되지 않는 소규모학교이다. 그러다보니 2개 학년을 함께 놓고 가르치는 복식수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또한 학년주의 도입 이후, 같은 연령의 학생이 하나의 학년, 하나의 학급으로 편성하는 것이 원칙이 됐지만, 학생부족·교실부족 또는 교사부족으로 정상적인 학급을 편성할 수 없을 때 비정상적인 학급인 ‘복식학급’이 운영되기도 한다. 인구절벽의 위기 앞에서 전국적으로 복식학급은 증가하고 있다. 학생들은 집중해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고, 교사들은 2개 학년을 제대로 가르치기가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 한다. 마치 ‘필요악’처럼 되어버린 복식학급은 ‘학교통폐합’만이 최선의 대응책일까? 주요 선진국에서는 복식학급 및 복식수업이 사회성 발달과 수준별 개별학습에 유용한 교육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복식학급을 피할 수 없다면,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며 복식학급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미래 수업의 가능성을 여는 수업방법으로 연구하고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인문학, 융평 수학의 길을 열다 첫 수학수업 시간, 서로 다른 수학 교과서를 펼치고 앉아 있는 2개 학년의 아이들을 보면서 막막함이 턱! 밀려왔다. 그러나 어느 한 명도 놓칠 수 없는 아이들이기에 수학과 복식수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소규모학교 아이들을 위한 노력에서 시작된 이 활동이 수업이 성장하는 복식학급, 지금 만드는 ‘미래 교실 이야기’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활동 대상 : 3학년(남 4명, 여 0명, 계 4명), 4학년(남 2명, 여 2명, 계 4명), 총 8명 ● 수학과 복식수업의 필요성 : 관련 연구의 미비로 인해 3학년과 4학년 두 개의 학년의 통합수업에 어려움 직면 ● 필요한 수학과 역량 : 문제해결역량, 의사소통역량, 태도·실천역량 ● 활동의 흐름 : ‘함께 채우고, 나누며, 높이는 융평 수학의 길’ ❶ 생각 활동(THINK)의 의미 ❹ 융평 수학을 열기 위한 교사의 전문성 강화 노력 - 수업전문가 활동(수업선도교사) - 수학 수업 연구 동아리 활동 - ○○교육청 지정 인성수업모델학급 - 도단위 우수 수학수업 동영상 촬영 - 수학과 학습 콘텐츠 제작[PART VIEW] 인문학[文史哲], 생각[THINK]으로 수학의 길을 ▶ 왜 문학인가? 문학은 언어를 표현매체로 하는 예술이나 그 작품이다. 초등학생 수준에서 파악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내용과 양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문학이다. 단순한 개념의 나열로는 학생이 수학 활동에 흥미를 갖게 할 수 없다. 그러나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문학 속에서 학생들은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스스로 개념을 깨우치면서 수학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 문학은 어떻게 수학과 소통할 수 있을까? ▶ 융평 수학을 위해 재구성한 문학 텍스트 자료(예시) ‘로빈슨 크루소의 달력 따라잡기’ 텍스트 자료 드디어 나는 섬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선장이 준 새 옷을 갈아입고, 깔끔하게 이발을 하고 나니 새로운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염소 가죽으로 직접 만든 모자와 우산, 앵무새 한 마리를 기념으로 배에 실었다. 또 궤짝에 넣어 둔 금화와 은화도 잊지 않고 챙겼다. 프라이데이도 나와 함께 배에 올랐다. 1686년 12월 19일, 드디어 나는 섬을 떠나게 되었다. 표류하다가 섬에 들어온 지 27년 2개월 19일 만이었다. 그럼 난… 도대체 며칠 동안 여기에 있었던 거지? “안녕, 나의 섬이여! 그동안 고마웠다!” 나는 나를 보호해 주고, 먹여 살려 준 섬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동안 섬에서 살면서 겪었던 일들이 눈앞을 스쳐갔다. 생각해 보면 무인도에서 사는 동안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검소하게 살면서 삶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고, 평생의 진실한 친구인 프라이데이도 만날 수 있었다. 금요일에 만나게 되어 영어로 금요일을 뜻하는 ‘Friday’가 이름이 되어버린 나의 벗, 프라이데이! 그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면서도 섬을 떠나는 것은 너무 서운했다. 35년 만에 영국에 도착했다. 이미 부모님은 세상을 떠나고 안 계셨다. 내 삶은 이 세상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삶이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만약 또다시 내게 모험을 펼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주저 없이 떠날 것이다. 수업사례❶ _ 삼국지로 배우는 ‘덧셈과 뺄셈(3학년)’ 그리고 ‘큰 수4(학년)’ 삼국지는 숫자로 가득 찬 이야기이다. 관도대전에서도 병사의 수, 군량미의 양, 운반하는 말과 소의 수 등 많은 수가 등장한다. 원소의 70만 대군을 막기 어려웠던 조조는 관도로 오고 있는 원소의 군량미를 뺏을 계획을 세우지만, 군량미를 운반하는 병사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허유의 정보를 바탕으로 군사의 숫자를 계산하게 된다. 이러한 조조의 문제해결과정에 학생들은 직접적으로 동참하면서 ‘덧셈과 뺄셈’, ‘큰 수’를 배울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학생들끼리만 텍스트를 읽도록 하면,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어하거나 집중이 잘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텍스트를 활용한 수업이 익숙하지 않을 경다. 또한 ‘원소군’이라는 말을 사람 이름으로 생각할 정도로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서 텍스트를 재구성할 때 가능한 한 ‘가장’ 쉬운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 단원명 : 3학년 _ 1. 덧셈과 뺄셈 / 4학년 _ 1. 큰 수 ● 교육과정 재구성 ● 수업목표(소통 주제) : 삼국지 에서 찾은 수의 신비 ● 일반화 가치(융평에 닿다) : 숫자로 가득 차 있는 삼국지 텍스트를 활용하면 경험적으로 확인해 보기 힘든 큰 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조’이상의 수를 간단히 경험해 보는 활동을 겸할 수 있어 학생들이 흥미로워 한다. ● 수업설계 참고 자료 ❶ 융평 수학을 위해 재구성한 문학 텍스트 자료 _ 삼국지 원소의 군사와 조조의 군사들은 밀고 밀리는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전쟁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않은 조조군은 군량미가 심각하게 부족해지기 시작했고, 군사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그래서 조조는 후퇴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조조에게 중요한 정보가 들어왔다. 그것은 원소군의 군량미를 가득 실은 수레가 관도 방면에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군량미 보급을 막아 원소군의 기세를 꺾으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문제였다. 군량미를 운반하는 병사들의 수나 원소군의 상태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다. 어느 날 이 문제를 고민하며 산책을 하고 있던 조조 앞에 허유라는 옛 친구가 찾아왔다. 허유는 원소군의 참모였지만 원소가 자신을 업신여기자 원소에게서 도망쳐 조조를 찾아온 것이었다. “이보시오, 승상. 나를 기억하시겠소?” “아니 이게 누구인가? 내 친구 허유 아닌가? 어서 오시게.” 조조는 허유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조조의 영채로 함께 들어와 그간의 이야기를 마친 허유는 조조에게 물었다. “그래, 군량미는 어느 정도 남았는가?” “한 달은 먹을 수 있네.” “나에게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게.” “사실은 열흘 정도밖에 버틸 수 없다네.” 조조의 말을 들은 허유는 화를 내며 일어섰다. “내가 자네를 도와 원소를 물리치려고 왔는데 내게조차 거짓을 말하면 나도 자네를 도울 수 없네.” 그러나 조조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사실 오늘까지는 먹을 수 있지만 내일은 어떨지 모르겠네. 어찌하면 좋겠는가?” “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군. 원소의 군대는 70만 대군이네. 보통 한 사람이 하루에 500g의 식량이 필요한데 이번에 오고 있는 군량미가 한 달은 먹을 수 있는 양이라더군. 소가 끄는 달구지에 500kg까지 실을 수 있으니 소의 숫자도 어마어마하겠지.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함께 오고 있는 병사들의 숫자라네. 3,500명의 보병과 913명의 궁병, 750명의 창병, 579명의 기마병, 348명의 기술자가 이 여러 가지 물자를가지고 식량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네.” 수업사례❷ _ 오즈의 마법사로 배우는 ‘자료의 정리(3학년)’ 그리고 ‘막대그래프4(학년)’ 도로시 일행은 괴물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만난다. 그리고 동물들이 사는 장소에 따라 잡아 먹힌 숫자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희생된 동물들의 숫자를 그래프로 나타내는 활동을 하게 된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 동물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속에서 학생들은 보다 유의미한 수학적 문제해결의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학생들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 나가도록 한다는 것은 언제나 면밀한 교사의 수업 설계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오즈의 마법사를 읽고, 스스로 활동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수업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이 여러 가지 그래프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 단원명 : 3학년 _ 6. 자료의 정리 / 4학년 _ 6. 막대그래프 ●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목표(소통 주제) : 오즈의 마법사 속 그래프의 세계 ● 일반화 가치(융평에 닿다) : 간단한 연극을 활용해서 텍스트를 이해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또한 수학 이야기 쓰기는 학생들의 학습 활동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좋은 척도가 된다. ● 수업설계
도덕 시간.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단어들이 떠오를까? 지루함, 졸림, 뻔함 등 부정적 이미지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은 답을 이미 알지만 행동하지 않아요.”, “머리로만 가르치는 도덕수업이 의미가 있을까요?”라고 하는 등 회의적인 시선이 많을 것이다. 교육학자 듀이(Dewey)는 “어째서 교육의 실제는 아직까지 그 결함에 그토록 깊이 빠져 있는가? 교육은 일러 주고 일러 받는 일이 아니요, 능동적이고 건설적인 과정이라는 것은 이론상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실제에서 널리 어겨지는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도덕수업 역시 이론과 실제 생활의 간극이 큰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그 간극을 좁히고, 학생들에게 ‘삶의 의미가 되는 도덕수업’이 될 수 있을까? [PART VIEW] 나. HUMAN 프로젝트 용어가 품은 뜻 ● : ❶ 사실이나 이치에 맞음 / ❷ 옳고 바름 / ❸ ‘Charm’ : 매력적이고 끌림 ● HUMAN : ❶ 창의적인 사람 / ❷ 더불어 사는 사람 / ❸ 자주적인 사람 / ❹ 교양 있는 사람 ❸ 지도 내용 조정 목적 : 이론수업(필수학습요소) 시간은 줄이고, 학생활동위주의 수업 시수를 확보함으로써 ‘행복교육’ 구현 2) 교과 간 재구성(주제중심 재구성) ▶ 수업사례 _ 감정 프로젝트 싸움이 너무 잦아진 10월 말. 잦은 싸움에 대한 해결방법을 토의하다가 학생들이 감정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감정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먼저 학생들과 필요한 덕목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 이후 학생들은 ‘주제망 짜기 → 영역별 모둠별 활동 계획 세우기 → 활동 및 경험 → 나눔 및 환류’의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배우는 과정을 통해 매우 즐겁게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프로젝트 활동이 끝난 후에는 자신의 감정과 다른 사람의 감정이 소중함을 스스로 깨달아 감정을 조절하며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 프로젝트명 : 내 마음의 주인은 나! ● 주제 : 감정의 소중함을 알고, 바르게 조절하고 표현하기 ● 관련 교과 및 단원 나. 과정중심의 평가 학습의 전과정에 걸쳐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를 하고자 하였다. 학생의 학습 해결과정에 중점을 두고 모든 학생의 배움을 도와주는 평가, 참여와 협력을 중시하는 과정평가를 통해 피드백해 주었다. ❶ 평가유형 : 관찰평가 / 자기평가 / 상호평가 / 토론 / 구술평가 / 서술형평가 / 자기성장평가 / 포트폴리오 ❷ 실천 : 실천 기간 선택 / 표현 방법 선택 / 발표 방법 선택 / 내용 선택 / 대상 선택 / 해결방법 선택 / 해결문제 선택 ❸ 평가피드백 : 칭찬과 격려 / 내용 다지기 / 개별면담 / 학습 내용 정리 / 정오답 판정 및 해설 / 묻고 답하기 / 힌트주기 / 친구 가르치 ● 실천 중심 HUMAN 학급 운영 예시 ❶ 활동순서 - 도덕 덕목을 선정하기 - 과자에 덕목을 라벨지로 붙이기 - 교실 위에 과자 가랜드 만들기 - 먹고 싶은 과자의 덕목을 뽑기 - 세 가지씩 실천 카드를 쓰고, 실천한 후 반성하기 - 다음 날 두 가지 이상 지킨 학생들은 과자 먹기 ❷ 실천하기 - 배움터지킴이 아저씨께 감사 인사하기 - 농부 아저씨께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하기 -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하기 ❸ 효과 - 즐거움이 있는 교실 - 스스로 규칙 정하는 활동을 통해 자발성 유도 - 능동적으로 그 덕목을 지키는 가운데 인성 Up! 나. 상호존중과 배려로 민주적인 교실 조성 ● 관련단원 : 도덕 _ 7. 모두 함께 지켜요(4/4) ● 학급의 주인이 되어 민주적으로 교실을 이끌어가기 ● 학급의 생활규칙 정하기 활동 나. 대화전략으로 문제해결하기 대화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진행했다. 2명~3명의 학생들이 짝을 이뤄 주어진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짝 대화전략’, 4명~5명의 학생들이 한 모둠이 되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모둠 대화전략’, 어떤 상황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주장과 실제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음을 알게 하는 ‘양파기법 갈등해결전략’, 갈등이 있을 때 자신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사고하면서 상대의 입장과 생각을 알아가며 갈등을 해결하는 ‘원무지계 해결전략’을 활용했다. ● 관련 단원 : 도덕 _ 8. 우리 모두를 위하여(2/4) ● 짝 대화전략